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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분노거래소
작가 : 순둥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상대방에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대인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분노거래소] R6: 상담 - 사랑, 분노거래소
작성일 : 18-12-31 22:38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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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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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허브티. 순간이지만 기분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낀다. 건물 안이 아닌,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잔디밭에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난 누워있다. 이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미스터 마의 한 마디.

 

 “이제 상담을 시작하지요. 손님의 인적사항은 상담과 계약을 통해 제게 알려질 것이니 지금 굳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긴장된다. 내 긴장한 표정을 즐기는 듯이 빤히 쳐다보던 미스터 마가 다시 입을 연다.

 

 “이제부터 제가 3가지 큰 주제와 연관된 질문을 손님께 드릴 겁니다. 아, 그전에 호칭부터 다시 불러드려야겠군요. 손님의 성함 중 이니셜 하나를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어차피 신상정보는 계약 시 알게 될 터이니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무슨 의도일까. 나를 시험하는 건가. 우선은 그의 지시에 따라주자.

 

 “J”

 

 J, 한글로는 ㅈ, 컴퓨터 키보드로는 w, 그리고 Justice, Judge를 대변하는 알파벳‥내 성이기도 하다.

 

 “그럼 J씨, 첫 번째 주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주제에 따라 질문의 개수 또한 다른데 첫 번째 주제의 질문 같은 경우 총 3개입니다.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은 적절한 횟수이지요. 그럼 첫 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의 인생 중 남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고리타분한 감정.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몸서리 처지는 감정. 그리고 부끄럽고 또 간절히 원하는 감정. 사랑에 대한 온갖 감정과 정의가 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리고 떠올린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말하고 기억하는 그 흔한 “사랑에 대한 정답”을.

 

 “네.”

 “누구로 부터입니까?”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당신도 어린 시절 사랑을 받았던 한 부모의 자식이었다면 잘 아실 텐데요.”

 

 미스터 마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하, 재치 있군요. 물론 그것도 훌륭한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군요. 더구나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제게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앞에서 말씀 드렸을 텐데요. 다시 기회를 드리지요. 잘 판단하여 제가 원하는 답변을 들려주십시오.”

 

 식은땀이 난다. 이 사람, 그냥 한소리가 아니다. 사랑에 대한 단순한 정의를 알고 싶은 거였다면 물어보지도 않았을 거다.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걸까.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상식에 어긋나는 대답을 기억해내자.

 

 속이 울렁거린다. 인정하기 싫지만 부모와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를 제외하고는 상대방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에 속하기에 그가 원하는 대답은 아닐 것이다. 여자 친구의 사랑 또한 자신의 욕구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가 일방적으로 기대고 원하는 보편적이며 의존적인 사랑이다. 미스터 마가 원하는 대답은 그러한 사랑이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진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하나 있긴 하다. 바로 주님의 사랑이다. 하나님의 대속하심과 그 보혈로 우리의 죄를 사하여주시고 우리를 뜨겁게 끌어안아 주셨으며 우리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해주셨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 대답도 아니라고 한다면, 남은 것은 無. 사랑받지 못한 것이다.

 

 손목시계의 초침이 불안한 내 마음을 대변하듯 빠르게 움직인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생각해보았는데 선생님께서 물어보시는 그 사랑은 살면서 아직까지 받아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미스터 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굳게 다문 입술을 연다.

 

 “제가 묻고자하는 질문의 참 된 의미를 간파하신 모양이군요. 이렇게 빨리 간파해 대답하시던 분은 J씨가 처음입니다. 제가 원하는 답변은 J씨가 생각하였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이 맞습니다. 방문한 고객들은 여러 답변들을 내놓았죠. 분명 그들 중에서는 J씨가 처음에 대답했던 것처럼 부모님의 사랑 또는 사랑하는 애인의 사랑, 심지어는 하나님의 사랑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이야기들을 하였죠. 하지만 그것은 제가 원하는 답변도 아니고, 진정한 사랑도 아닙니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바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죠.”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 대답을 내 입으로 내뱉게 될 줄이야. 우울해진다. 부끄러워진다. 마치 내가 패배자가 된 것처럼 위축된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은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본 적이 있습니까?”

 

 질문 하나 하나가 나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이번에는 내가 사랑을 베푸는 주체라‥답변하기 어렵군. 분명 본인이 정의한 진정한 사랑을 전제로 베풀었냐고 물어보는 걸 텐데…이번에는 무어라고 답변하면 좋을까.

 

 회상해보자. 어린 시절, 나는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는 받는 쪽에 익숙해진 아이였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온 환경 덕도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나의 베푸는 것보다는 받는 것을 더 좋아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야간자율학습과 이어진 학원수업을 끝마치고 새벽 늦게 집으로 돌아가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 동네 어귀에 박스와 폐지를 줍던 할머니 한 분이 학업에 지친 내 눈에 보였다.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그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도 모르게 옆에서 할머니와 같이 폐지를 주웠었다. 그 할머니는 나의 교복을 보시고는 밤늦게 학생이 돌아다니면 위험하다며 손사래를 치쳤다. 그러나 나의 도움을 쉽사리 거절하지는 못하셨다. 나중에는 고맙다며 천 원 한 장을 차가운 내 손에 꼭 쥐어주시기 까지 하였다.

 

 이타심,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 배려, 존중, 사랑을 베푸는 것에 대한 나의 정의와 느낌이 다시 내 머릿속을 소용돌이친다. 오히려 위 질문은 나보다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하는 편이 더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나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으니까. 순간의 이타심과 동정을 담은 『배려심』은 나를 포장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졌을 뿐이다. “없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하여 사랑을 이용해왔을 뿐입니다”

 

 미스터 마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한다.

 

 “아주, 아주 훌륭한 대답입니다. 그렇게 쉽사리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한다는 것은 성인군자도 힘든 일이지요. 역시 당신을 오늘 만난 건 제게 행운입니다.”

 

 내 자신이 비참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랑 받지도, 그렇다고 사랑을 베풀지도 못하는 나.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사는 것일까.

 

 “생각보다 상담이 빨리 끝날 것 같군요. 그럼 첫 번째 주제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질문. 그러나 이미 던져진 두 가지 질문은 마지막 질문에 대한 사전조사였을 뿐이다. 미스터 마가 진짜 원하는 답변과 질문은 바로 마지막 질문에 있다는 것을.

 

 사랑을 받지도, 주지도 못하는 존재가 사랑을 정의한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러나 정의해야만 한다. 그래야 다음 주제로 넘어갈 수가 있다. 더 이상 내 자신이 비참해지는 게 싫다. 작아지는 게 싫다.

 

 사랑. 사랑. 사랑. 그 딴 감정, 나에게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사람들이 말하고 느끼는 대표적인 감정. 행복함을 느끼고 따스함을 느낀다는 사람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절로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는 사람들. 거짓된 감정에 속고 있는 것이다.

 

 왜냐고.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거짓말처럼 들리거든. 그래서 자꾸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 하고 또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겠지. 자신과 똑같은 감정을 경험해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하는 위험한 행동이지. 사랑을 느끼고 안 느끼고는 자유야. 누가 강요할 수도, 무어라 할 수도 없는 거니까.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두서없이 또 다른 내가 머릿속에서 조잘거린다. 그렇지 않아.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아니 그 상식이라는 것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규정해 놓은 보편적인 진리에 불과하다. 영원한 진리는 아니야. 보편적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특수적으로 변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사랑도 마찬가지야. 네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을 받고 주는 건 자기 마음이니까. 특별한 위치, 조건, 장소에서는 모르겠어.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랑은 반드시 받아야한다거나 줄 필요는 없어.

 

 사랑의 정의에 대한 정리가 머릿속에서 조금씩 정리가 된다. 그러자 지끈거리던 머리가 개운함으로 바뀌어 시원함을 느낀다. 바로 미스터 마에게 대답한다.

 

 “사랑은 자유입니다. 그리고 가변적이죠. 대상이 누구든, 그 베푸는 주체가 누구든 그것은 자기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죠. 자유의지.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나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대강 학창 시절에 배웠었던 교양 철학과 윤리에 사용되어지던 단어들을 혼합하여 내뱉은 것 같다. 과연 미스터 마가 원하는 답변일지는 모르겠지만 속은 개운해진다.

 화난 것처럼 보이는 미스터 마. 약간 짜증스러운 톤으로 꽥꽥거린다.

 

 “좋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답과는 정 반대였지만, 색달랐어요.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알려주지 않겠습니다. 들어봤자 바뀌는 건 없을 테니까요. 자유의지, 인간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양날의 검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럼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지요.”

 

 질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담을 하면 할수록 내 안의 양파껍질이 하나씩 벗겨져가는 것을 깨닫는다. 가면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던 현실속의 내 모습.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그것도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분. 내 우뇌의 막혀있던 부분이 뻥 뚫어짐을 느낀다.

 

 ※ 분노거래소 Step 6 : 상담은 공통적인 3가지 주제로 진행되어지며 각 주제마다 상담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주제 또한 내담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일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가 어떻게 알고 있을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의 이 분노와 관련된 치부를. 그리고 그와의 상담을 통해서 내 안의 감추어두었던 무언가가 깨어나려고 한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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