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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2. 각자의 사정
작성일 : 18-12-31 22:2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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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각자의 사정

 

 #

 유설아가 아기 우는 소리에 깼다. 어린 동생 목소리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엄마가 낳은 아이 유한솔. 설아는 엄마가 살아 계실 때 쓰셨던 안방 방문을 벌컥 열면서 소리쳤다,

 

 “아줌마! 우는 소리 안 들려요?”

 

 다임이 설아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야! 내가 아줌마라고 하지 말랬지! 그리고 한솔이 울음소리 들렸으면 니가 먼저 좀 달래주면 되잖아. 동생 안아 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

 

 “엄마 유언 잊으셨어요? 이 집에서 사는 조건 기억하시죠? 빨리 일어나서 우는 소리 안 들리게 달래세요. 안 그래도 편집하다 자냐고 몇 시간 못 잤는데.”

 

 “가끔은 나 말고 니네 삼촌 깨워서 부탁해.”

 

 “그 아저씨는 방에서 팬티만 입고 웹툰 그리시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리고 저녁부터 아침까진 아줌마 담당이라면서요.”

 

 “아저씨 아니고 니네 삼촌이잖아. 그리도 나도 다임 이모고!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나도 낮에 편집하느라 한숨도 못 자고 한솔이 먹이고 재웠다고!”

 

 “그건 아줌마 사정이고요.”

 

 다임이 우는 한솔이를 안고 설아에게 퍼부어 줄 말을 떠올리는 순간, 설아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아우, 저 못된! 영상에서는 착한 척 있는 대로 다 하면서 어떻게 자기 동생 한 번을 안 안아 주냐!”

 

 

 #

 아이도 낳아 본 적 없는 지다임이 유설아와 어린 유한솔을 돌보게 된 건 절친이었던 설아의 엄마 때문이다. 지다임이 전학 간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똑똑한 소녀, 그녀가 설아의 엄마 성수아였다. 불의를 보고 참는 게 도무지 되지 않았던 지다임이 그걸 그냥 넘길 리 없었다. 다임은 수아를 괴롭히던 무리들과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다. 고아 소녀 하나가 왕따 당하는 건 쉽게 모른척하고 있던 담임 선생도 변호사 부모를 가진 다임의 싸움까진 방관할 수 없었다. 유치원 때부터 변호사 부모에게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는 걸 귀에 닳도록 들었던 다임이라 전학 첫날부터 모든 걸 일기 형태로 적어 두었고, 휴대전화로 모여서 수아를 때리고 욕하던 아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두 기록해 두었다. 똑똑한 다임이 모아 놓은 증거들과 극성 맞은 다임의 부모 덕분에 수아와 다임을 괴롭히던 아이들 모두 징계를 받았다.

 다임은 그때, 인생의 하나뿐인 베스트프렌드인 수아를 얻으면서 동시에 정의를 바로 세우면 불의를 방관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졸업할 때까지 선생들과 학생들 모두 다임과 수아를 경계하고 수근거렸다. 변호사 부모의 보호 아래 평온하게만 살아온 다임은 그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비겁하고 끔찍한 본성을 엿보게 되었다.

 수아만은 달랐다. 누가 부당하게 대우하더라도 그 사람을 욕하는 법이 없었다. 분노를 품고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일도 없었다. 고아라고 손가락질하는 애들이 있어도 기죽지 않고 그저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다. 다임은 그런 수아에게서 어리지만 너무나도 단단한 인격을 느꼈다.

 수아도 다임처럼 영민한 공부 머리를 가져서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성적은 우수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미용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수아야, 미용고 선택한 거 후회 안 하겠어? 넌 성적 좋으니까 인문계 고등학교 가면 대학 진학도 가능하잖아.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도 가능하고, 그래도 힘들 거 같으면 내가 우리 엄마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해 볼게. 그냥 나랑 같이 인문계 가자.”

 

 “요즘은 대학 졸업한다고 바로 취업되는 것도 아니잖아. 알바하면서 대학 다녀야 할 텐데.. 솔직히 스펙 제대로 쌓을 자신 없어. 미용고 졸업하면 바로 취업도 할 수 있고, 돈 모으면 나중에 내 가게도 열 수 있잖아. 미용 기술은 평생 써 먹을 수 있으니까 나한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야.”

 

 “그래도... 나중에 대학 가고 싶어지면 어떡해? 너 공부 좋아하잖아. 힘들더라도 유명한 대학교 졸업하면 연봉 높은 회사 취업 가능성도 높고... 고졸이면 사람들이 무시할 수도 있어.”

 

 “넌 꼭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 좋은 대학 다니는 친구가 나 안 무시하고 친하게 지내주면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쯤은 상관없어.”

 

 다임이 어린 한솔이를 품에 안고 수아와의 추억을 떠올리다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아야, 니 딸 지금 사춘기라서 저런 거냐, 애가 원래 못돼 먹은 거냐. 니 딸이니까 예뻐해 주고 싶은데... 진짜 어렵다, 어려워...”

 

 #

 피곤한 새벽 공기에 짓눌려 있는 집이 한 군데 더 있다. 권효찬의 본가, 그러니까 코직 그룹 권회장의 집이다. 대리석 식탁에 닿는 차가운 수저 소리만 들리는 아침식사 테이블에서 효찬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효찬이 때문에 굳이 새벽에 일어나셔서 아침식사 같이 않으셔도 돼요. 따로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전학을 보내면서 분가를 시켜줬는데도 효찬이를 데리고 다시 들어온 건 너다. 이렇게 돌아온 건 신경을 써달라는 거 아니냐.”

 

 “효찬이가 아직 아버님께 배울 게 많은데 밖에서 저 혼자 키울 순 없지요. 굳이 청민고 입학 강권하시지 않았으면 번거롭게 그쪽으로 위장 전입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잠시 날카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권회장이 국을 뜨던 숟가락을 놓더니 매서운 눈초리로 며느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애미야, 니 이름이 뭐냐?”

 

 시아버지인 권회장의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은 효찬의 엄마는 말문이 막혔다.

 

 “아침식사 자리에서부터 시애비 결정에 불만을 쏟아내더니... 이제 내 말은 우스워서 대답도 하지 않는 거냐!”

 

 “아닙니다, 아버님... 그럴 리가요. 갑자기 제 이름을 물으셔서 조금 당황했을 뿐입니다.”

 

 권회장이 더욱 노기가 가득한 눈으로 효찬의 엄마를 보며 소리쳤다.

 

 “들었으면 대답을 해! 대답을!”

 

 “제 이름은... 은희입니다.”

 

 “성까지 붙여서 제대로 말해 봐라.”

 

 “박... 은희입니다.”

 

 “그래 너는 박은희다. 박씨 집안 사람이지.”

 

 이번엔 전회장이 효찬을 바라보며 물었다.

 

 “효찬이 너는 성이 뭐냐?”

 

 “저는 권씨입니다.”

 

 “그렇지 너는 권가지. 내 성을 이어받은 권씨 집안 사람. 박효찬이 아닌 권효찬!”

 

 “알았냐, 애미야. 니 아들은 우리 집안 아이다. 그렇게 나아졌고 그렇게 기르고 있다. 니가 원하는 대로 키우고 싶었으면 효찬 아범 죽었을 때 어떻게든 데리고 너희 집으로 갔어야지. 권씨 집안의 기업이 탐나서 이집에 남기로 한 건 니 결정 아니냐.”

 

 “코직 그룹을 탐낸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탐이 나서 남편도 없는 집에서 이 늙은이랑 살고 있는 것이냐.”

 

 “도리라 생각하는 것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도리... 하하하하! 도리라.... 니가 그런 것을 중시하는 줄 내 오늘 처음 알았다... 하하하!”

 

 효찬은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 수저를 놓았다. 숨막히는 식사 시간은 이미 너무도 익숙했기에 괴로울 것도 없었다.

 

 “할아버지, 생일선물 받고 싶은 걸 미리 말씀드려도 될까요?”

 

 “효찬이 니가 어쩐 일이냐, 받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하는 건 처음이구나. 뭐든 말해 봐라.”

 

 “최기사 아저씨가 새벽마다 저 데려다 주셨다가 방과후수업 끝나면 저녁 때 다시 학교로 저 태우러 오시잖아요.”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까 봐 차를 국산차로 바꿔 준비시켰는데도 니가 새벽 등교 부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 차를 다시 바꿔 주랴?”

 

 “아니요, 저녁 때 학교로 저 데리러 오는 시간이 퇴근 시간이라 너무 많이 밀리는 거 같아 보여요. 학교 근처에 저희 회사 계열 자동차정비센터 하나만 열어 주시면 덜 밀리는 시간에 그쪽으로 미리 오셔서 대기하고 계시면 좋겠어요, 그럼 제 마음이 편할 거 같아요.”

 

 “자동차정비센터라... 이유가 그게 다냐? 거기 아니라도 대기할 수 있는 곳은 많을 텐데.”

 

 “지금 받고 싶은 선물은 그거 하나예요. 후보지 몇 곳 선정해서 저한테 최종 컨펌 받게 만들어 주세요. 장소는 제가 꼭 지정하고 싶어요. 그리고 혹여나 적자가 나더라도 제가 졸업할 때까진 운영해 주시다고 약속해 주세요.”

 

 “이유가 최기사 때문만은 아닐 거 같지만... 알겠다. 니가 그걸 어떻게 쓰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부요구사항까지 있는 걸 보니 요긴하게 쓰려고 생각을 많이 한 것 같구나. 내가 장손을 헛똑똑이로 키웠을 리 없으니 널 믿는다. 오늘 바로 지시하마.”

 

 “미리 감사합니다. 생일보다 늦지 않게 받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

 몸은 어른스럽지만 아직 현실에 완전히 짓눌리지 않은 어린 광기들이 폭발하는 고등학교 1학년의 학교생활이란 모든 것이 복잡하다. 권효찬과 양진국의 관계가 특히 그러했다.

 양진국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후배할 거 없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주먹이 앞서고 징계 따윈 두려워하지 않는 전형적인 일진. 그런 진국의 눈에 효찬이 거슬렸다. 재벌이라니까 쉽게 패버리기 꺼림칙해서 볼 때마다 더욱 짜증이 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돈 있는 것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조금 겁이 났기 때문이다. 재벌 새끼를 팼다가 돈을 처바른 변호사가 붙는 재판이라도 열리면 진국이 불리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거슬리는 새끼를 그냥 봐주고 싶진 않았다.

 패지 않더라도 진국에겐 주먹을 쓰지 않고도 CCTV가 없는 학교 안에서 친한 무리도 없는 녀석 하나를 괴롭히는 건 일도 아니었다. 권효찬 괴롭히기는 가볍게 시작됐다. 진국이 똘마니들을 시켜 효찬의 가방을 없애고 체육복을 버리고 교과서를 찢었다. 그래도 효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담임한테 이르지도 않았다. 방법을 바꿔 봤다. 수업 중에 선생들이 잘난 듯이 세상 걱정을 하면 큰 목소리로 그게 다 재벌 탓이라고 소리쳤다. 진국이 똘마니들과 “그게 다 재벌 탓이죠, 재벌이 문제야. 우리나라가 좋아지려면 재벌들은 다 뒤져야 돼요.” 이런 소리를 해대면 대부분의 선생들은 효찬의 눈치를 보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재벌을 운운했는데도 효찬은 반응하지 않았다. 진국은 그런 효찬이 더욱 짜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진국은 하교 시간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일부러 계단을 내려오는 효찬과 부딪혀 폰을 떨어트리고는 시비를 걸었다.

 

 “아 씨발, 이 미친 재벌 새끼가 눈이 삐었나. 내 폰 떨어진 거 안 보이냐? 사과 안 해?”

 

 효찬이 감정 없는 말투로 사과했다.

 

 “미안해, 변상할게.”

 

 “변상? 아나, 이 새끼가 돈이면 다 줄 아나 보네. 미안하다는 니 사과에서 진정성이 조금도 안 느껴진다. 난 변상 받기 전에 사과부터 제대로 받아야겠는데.”

 

 효찬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이번에는 살짝 고개도 숙였다.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하면 무릎이라도 꿇어 보든가, 그럼 내가 그 사과를 받아 줄 수도 있고.”

 

 이미 모여든 구경꾼들 때문에 계단을 내려오던 학생들의 길이 막혔다. 하교를 하던 설아도 길이 막혀 진국의 무리가 효찬을 괴롭히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효찬은 아직 설아를 발견하지 못한 채 몸을 굽혀 진국의 휴대전화를 주워들었다.

 

 “미안해. 불편하지 않게 가능한 빨리 새 폰 구해줄게.”

 

 그때 진국은 일부러 누군가에게 밀린 것처럼 연기를 하며 폰을 주워들던 효찬의 몸을 밀치며 주저앉혔다.

 

 “어떤 새끼가 밀었냐. 누가 보면 내가 일부러 이 재벌 새끼한테 어깨빵이라도 한 줄 알겠네.”

 

 균형을 잃은 효찬이 한 손을 바닥에 딛고 일어서려고 하자 진국은 다시 몸이 밀린 듯 연기를 하며 효찬의 손을 밟았다.

 

 “고만들 좀 밀어라. 니들 때문에 내가 귀하신 재벌 도련님 일어서는 걸 방해하게 되잖냐.”

 

 효찬은 밟힌 손을 빼고 일어서던 순간 설아를 보게 되었다. 효찬에겐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존재가 자신이 모욕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니들 거기 뭐야!”

 

 멀리서 고함치는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날 당일 밤 진국의 집에 퀵으로 새 휴대전화 공기계가 배달됐다. 사양이 가장 좋은 최신형 모델이었다. 진국은 그때 놀랐어야 했다. 자신이 가르쳐 준 적 없는 집주소를 알아낸 효찬을 무서워해야 했다. 하지만 진국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효찬을 눌러버린 걸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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