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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아내의 치명적인 비밀
작가 : 언덕에복
작품등록일 : 2018.12.22

알고 보면 비밀 많은 드라마 쓰는 작가 장진, 어느 날 그녀에게 남편이 등장했으니 그는 바로 대한민국 최고 꽃미남 배우 심빈! 장진과 심빈이 만들어가는 스펙타클 러브스토리!

 
13회. 계약서 갑의 특권(4)
작성일 : 18-12-31 20:42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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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먼저 말해도 될까요, 누나?“

 ”네, 그럼요, 먼저 하세요. 전 나중에 말해도 돼요.“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누나“

 

 심빈은 그녀의 허락을 받자 식탁 서랍에서 노끈으로 둘둘 말린 기다란 종이 한 장을 꺼내 식탁에 턱- 내려놓았다. 한눈에 봐도 커다란 흰 종이였다. 장진은 종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게 뭐예요, 심빈 씨?“

 

 생뚱맞은 물건의 등장에 그녀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크기를 보니 글자가 씌어 있기 보다는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담 누구의 초상화라도 그려져 있는 것일까. 그녀는 심빈이 어서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주기를 바랐다.

 

 ”이게 뭐 길래. 대체 이게 왜 지금 거기서 나온 거죠? 뭐예요 그게?“

 

 심빈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을 먹다가 자칫 밥맛이 떨어질 수 있는 계약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도 그의 요리를 우대하지 않는 것이라 여겨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그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 물건이 가져올 파장이 어떤 것일지 그녀는 부디 안 좋은 쪽이 아닌 좋은 쪽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지만 과정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였다.

 

 심빈은 그녀의 재촉에도 말없이 식탁 한쪽으로 밥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종이를 식탁 위에 올려놓기 위함이었다. 그녀도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심빈을 따라 부지런히 같이 식탁을 치웠다. 식탁이 순식간에 깔끔해졌다.

 

 어느 정도 공간이 정리가 되자 심빈이 심호흡을 한번 깊게 내쉬더니 말을 꺼냈다.

 

 아마도 그는 그의 딴에는 그녀에게 이것을 펼쳐 보였을 때 가져올 반응에 대해서 그리 긍정적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빈이 머리를 털었다. 그는 고민을 끝내고 어떤 결심을 내렸는지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정도 엿보였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말의 서두를 꺼냈다.

 

 ”이게 뭔지 궁금하죠, 누나?“

 ”네! 진짜로.“

 

 이제 그만 뜸 들이고 말하라는 듯 그녀가 답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누나가 저 안쪽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했을 때. 사실 저도 그때서야 깨달은 게 있었어요.“

 

 3년의 기다림 끝에 겨우 만난 그녀, 장진이었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만 가슴이 떨리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지난 세월동안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그녀의 부탁과 같은 경고에 따라 시간을 흘러가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그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을 뿐.

 

 그녀의 기억을 되돌려 그의 존재를 그녀에게 재인식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인정하지 않았다. 장진이 자신이 예전에 알던 그 장진이 아니란 것을.

 그녀와의 기억은 그에게만 소중한 추억이자 그녀를 자신과 연결하는 연결고리라는 것을.

 그는 그녀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 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당황했을까? 갑자기 알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라고 주구장창 주장했으니. 그도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곁에 두고 지키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홀로 게임기에게 고민 상담을 하던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장진에게 확신을 줄 증거를 그녀에게 줘야한다고 뒤늦게 깨달았다.

 

 장진도 원하고 자신도 허락할 수 있는 둘 만의 유일한 계약서. 심빈은 그녀를 위해 부부계약서를 준비했다.

 

 ”누나와 만난 흥분이 가라앉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해서 누나를 몰아세웠구나. 누나에게 부담감을 안겨줬구나.“

 

 장진은 그가 자신에게 한 행동의 문제점을 알긴 아는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 둘만의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어요. 부부 계약서를요.“

 ”...부부 계약서요?“

 ”네, 누나“

 

 심빈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종이를 둘둘 만 노끈을 풀었다. 그러자 말렸던 종이가 스르르 스스로 풀어지기 시작했다. 장진은 계속해서 조용히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그는 종이에 씌어 있는 글자가 그녀 쪽에서 잘 보이게 돌려놓았다.

 장진은 종이를 집중해서 살펴봤다. 기다란 종이는 상단엔 크기가 크고 굵은 제목이 크게 아래와 같이 씌어 있었다.

 <부부계약서> 갑: 아내- 장진/ 을: 남편- 심 빈

 

 ’엥? 부부계약서라니. 이런 계약서가 시중에 유통이라도 된다는 말이야? 이렇게 큰데? 어, 근데 이상하다. 왜 이 종이엔 내용이 하나도 없지? 제목은 프린트가 돼 있는데 내용은 내용 무라니. 왜? 어째서 그런 거지?‘

 

 장진은 제목만 덩그러니 있는 종이에 아무런 내용이 채워져 있지 않은 점이 궁금해졌다. 그가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홍보 때문에 여기저기 불러 다니느라 바빠서 계약서 내용을 입력한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게 부부 계약서라고요?“

 ”맞아요, 누나. 부부계약서예요.“

 ”...어, 근데 너무 이상하다.“

 ”뭐가요, 누나 뭐가 이상한다는 거예요?“

 ”보세요, 여기! 여기, 종이에 내용면이 비어 있잖아요?“

 

 장진은 거듭 강조하면 긴 종이의 여백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자연스레 그의 시선이 그녀의 하얀 손가락으로 옮겨갔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해나갔다.

 

 ”자세히 보세요, 지금 이 계약서는, 아유 근데 왤케 커. 아무튼. 이 계약서는 내용이 하~나도 전혀~ 네버 없어요. 그야말로 냉텅. 냉텅.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근데 이런 걸 계약서라도 할 수 있나요? 없죠?...안 그래요? 안 그러냐구요, 심빈 씨.“

 

 계약서라 함은 모름지기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그녀가 인지하지 못 하는 게 이상했다.

 

 그녀는 ’제가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죠?‘ 라는 눈빛을 심빈에게 보냈다. 그녀의 눈빛을 읽고 의중을 알아차린 심빈이 말했다.

 

 ”네. 맞아요. 누나 말이 맞아요. 이건 아직 계약 효력이 없는 계약서 견본이니까요.“

 

 그녀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견본? 그럼...진짜는 어디에 있단 거야? 아, 그렇지. 내 쪽에도 서랍에 있었지. 그럼 진짜는 여기에 있단 소린가?‘

 

 그녀는 자신이 앉아 있는 쪽의 식탁 서랍을 유심히 보면서, 이걸 지금 열까 말까 두 가지 선택 중에 어떤 걸 고를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그와 대화를 계속 이어가면서 조용히 서랍 손잡이를 당겨야 할 것 같았다.

 

 ”아...견본...그럼...계약서는 이제부터 작성하면 되겠네요?“

 

 그녀가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그는 장진의 말에 한시름 놨다. 그녀는 그가 염려했던 생각보다 놀라지도 않았고 크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는 내용이 빈 종이에 호기심을 두는 그녀를 웃으며 바라봤다.

 

 ”누나, 계약서에, 이 글자 보이죠?“

 

 심빈은 가늘고 긴 하얀 손가락으로 종이에 쓴 갑: 장진을 가리켰다.

 

 ’그래 보인다. 당연히 보이지.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으니 안 보이는 게 이상하지. 근데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지? 가만 있어보자...응?‘

 

 그녀는 종이의 씌어 있는 ’갑‘이라는 단어를 뚫어지게 봤다. 그 순간, 장진은 뒤통수에 뭔가 맞은 듯한 통증을 느꼈다. 갑과 을.

 

 

 

 
작가의 말
 

 내가 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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