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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16.
작성일 : 18-12-31 19:05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5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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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

 

 

  반지와 데메릭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데메릭은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설마 내가 저 어이없는 청혼을 받아들일 거라 여기나. 무슨 생각인지. 황가에 이상한 피가 흐르는 모양이다. 아니면 올해 내 운수가 좋지 않든지. 뭐가 됐든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싫어요."

 "왜, 반지가 마음에 안들어?"

 

  거절에도 싱글벙글한 데메릭의 얼굴은 변함없었다. 그저 함이 열린 방향을 돌려 반지를 보다가 소리나게 닫아 집어 넣었다.

 

 “가족이라 생각한다니까요.”

 ”오늘 처음 본대다가, 피한방울 안 섞인?"

 “약혼자도 있어요.”

 “결혼해도 이혼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 파혼은 더 쉬워.”

 “그 약혼자가 황태자이잖아요.”

 “신분만 따지면 나도 밀리진 않아.”

 

  대화는 수평선을 그렸다. 내가 청혼에 열심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데메릭은 모든게 괜찮다는 식이다. 설득하는 걸 포기하고 다시 거절의 말을 전했다.

 

 “청혼 수락할일 없으니까. 돌아가세요. 다신 찾아오지도 마시구요.”

 “가족이라면서, 매정하네.”

 “가족이라서 보러 올 거 아니잖아요.”

 “아내도 가족인 걸.”

 

  벌써 결혼까지 한 사이의 호칭에 입이 턱 막혔다. 편히 말하곤 있지만 내가 데메릭과 만난 건 삼십분도 지나지 않았다.

 

 “갑자기 왜,”

 “팔년이야. 너를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데메릭이 장난기를 지우며 표정을 진지하게 했다. 안 그래도 검은 그의 눈동자가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팔년이라니. 지나간 인연이라도 있나 했지만 짚이는 게 없었다. 행실이 어떻든 데메릭은 꽤 인상적인 외양의 사내고 어렸을 적이라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테니 본 적 있다면 기억 못할 리 없다. 분명 데메릭은 오늘 처음 본 사람이었다.

 

 “네 개화식 소식을 듣고 그때, 청혼하려 했어. 실패했지만.”

 “...?”

 “황제폐하가 안 된다고 멜버른엔 친히 금지령까지 내려셨거든. 이번엔 황태자덕에 올 수 있었지만. 사교계에 얼굴이라도 비췄으면 보러갔을텐데."

 

  팔년 전에 나를 바란 사람이 있다고.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좀 나았을 지도 모르겠네.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황제폐하야 대공을 증오할 정도로 미워하니 그의 자식인 데메릭까지 방해했다 쳐도, 대공자라는 사람이 팔년간 공을 들일 정도면 우린 진작에 만났어야 했다. 사교계같은 지질한 핑계를 댈게 아니라. 무슨 속셈인진 몰라도 사람이 정말 저질이었다.

 

 “폐하께서 그러셨는지 확인은 못하지만, 연회에 참석한 적은 있는데요.”

 

  팔년 전 쥐꼬리만한 마력만 개화했어도 나는 여전히 귀족이었고 사교계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불가능 한 건 아니었다. 물론 초대는 하지 않았지만, 작정한 날 막지도 못했다. 나는 체면도 신경 안쓰고 다짜고짜 찾아가 사교계에 모를 사람 없이 깽판을 쳤었다. 개화식에선 나처럼 되라고 저주를 퍼부었었던가. 데메릭은 내가 한말의 의도를 이해했는 지 내가 말로 옮기지 않은 뒤엣말을 대신 이었다.

 

 “그런데 날 본적은 없다고?"

 "네."

 "참석명단에 없는 사람이 어디서 나타날 지 알 방법이 없어서.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운이 나빴어. 그 후론 조용했고.”

 “그야, 그렇죠.”

 

  고유마법을 각성하기 두달 전 쯤엔 강제로 끌어내는 수위가 높아져서 몸을 사리며 찾아가지 않았었다.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기에 충분한 경험도 했고. 더 시간이 지났을 땐 관심이 사라졌다. 말은 되는 설명에 수긍을 표했다. 바닥을 찍은 호감도와 석연찮음은 그대로지만 서도.

 

 “아에리아. 나 알아?”

 

  나를 찾아오지 못한 일이 충분히 설명됐다고 여겼는지 데메릭의 질문은 샛길로 샜다. 원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어째든 착하게 끄덕였다. 진지하게 상대하는 것도 사람 진 빠지는 일이고 데메릭은 그 정도 정성을 들일 사람이 아니다. 대충 대꾸해주다가 돌려보낸 뒤에 황태자한테 말하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대강 끄덕였다.

 

 “알죠.”

 “아니, 내 이름 듣고도 모르던데.”

 

  얼렁뚱당 넘기려다가 멈칫했다. 그의 말은 정확히 내 속을 꿰뚫어서 반쯤 정신을 빼논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데메릭이 작게 키득였다.

 

 "이상하지?”

 

  이상하긴, 이상하다. 눈 앞에 있는 건 대공자다.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황제 소생이 황태자와 황녀 둘이니 그 나이대엔 그들 다음으로 높은 위치다. 내가 한때 사교계를 휩쓸며 황가는 당연하고 공후백작가까지 전부 꿰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굉장히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그땐 주요 가문의 고조까지 가계도를 외웠었다.

 

 “이상하네요.”

 “그러면 내 고유문양은 뭘 거 같아?”

 

  아까 이녜즈를 말리면서 끝없이 나오던 마력을 떠올렸다. 나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마력과 문양은 보통 같고 커미네마인 이녜즈보다 마력이 많아 보였으니 일단 그 이상이다.

  작위만 보자면 드하스티라고 해도 말이 되지만 몇 안되는 드하스티는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 아니었다. 그러면 하나의 경우만 남는다.

 

 “엑토스요?”

 “불르야.”

 “네?”

 

  놀라 반사적으로 소리쳤다가 입을 다물었다. 불르는 가장 낮은 고유문양이다. 결코 대공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데메릭이 익숙하다는 듯 더 밝게 미소지었다.

 

 “내 경우는 너랑 정반대. 다행히 마력은 많아.”

 

  데메릭은 아무렇지 않은 듯 천연덕스럽게 말했지만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나랑 비슷한 경우가 있는 지 몰랐다. 그 사람이 데메릭인지는 더더욱. 아마 데메릭은 더 힘들었을 거다. 개화식 이후에도 거대한 마력량에 저런 형편없는 고유문양이라니 아깝다고. 절름발이가 보검을 손에 넣은 상황이라 조롱하기 바빴을 것이다. 보지 못했지만 빤히 보였다. 고유문양과 마력량이 어긋난 사람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니까.

 

 “미안해요. 오해해서.”

 

  무려 대공자씩이나 되면서 나를 보러 발로 뛰었다거나 여기를 직접 찾아온게 이해됐다. 대공의 권력은 선대에 비할 바 없이 강력하지만 대공자가 불르라 관심밖으로 벗어났다면 일반하위 귀족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무슨 재주를 부려 황제의 반대를 뚫고 찾아오겠나.

 

 "그러면 청혼 수락하는 거야?"

 

  데메릭이 모른척하며 갸웃였다. 밉상짓인데도 차가운 인상에 하는 꼴이 웃겨서 미워할 수가 없다. 웃음기 서린 어조로 거절을 전했다.

 

 "그건 아니구요."

 "다시 생각해봐. 우린 서로 부족한 걸 채워 줄 수 있거든.”

 

 채워 줘? 말을 곱씹어 보기도 전에 데메릭이 장미를 든 내 손을 붙잡았다. 마디가 굵고 거칠다. 마법사의 손과 확연히 비교되는 검을 배우는 자의 손이었다. 아래층의 북적이는 생활소음 위로 낮고 고요한 호숫가에 흐르는 물소리가 흘렀다.

 

 “이렇게 잡으면.”

 “잡으면?”

 

  데메릭이 무언가 하기 전에 계단 아래서 누군가가 올라왔다. 인기척을 느낀 데메릭과 내가 뒤돌아봤다. 뛰어왔는지 얼굴이 빨간 안나였다. 안나는 한손에 얼음이 든 양동이를 다른 손엔 응급상자를 들고있었다.

 

 "얘기 중이셨어요?"

 

 서재 앞 복도에 서 있는 데메릭과 나를 보며 안나가 물었다. 황태자 일만으로도 충분해서 더 이상 소문에 시달릴 생각이 없는 내가 허튼 소릴 못하도록 데메릭에게 눈짓했다. 데메릭은 반대로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내가 빼려는 손에 더 힘을 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아에리아, 오늘은 갈게. 장소가 안좋네."

 

 그러곤 잡은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게 아쉽다는 듯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떼어냈다. 마침내 자유의 손이 된 데메릭은 눈을 찡긋하며 벨벳상자를 난간 위에 올려놓곤 홀연히 계단을 내려갔다. 옆에 선 안나가 양동이를 떨어뜨리며 어머머 하고 입을 가렸다. 양동이에서 튀어나간 얼음은 눈에도 안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가 안나와는 다른 의미로 굳은 사이 1층에 도달한 데메릭이 소리쳤다.

 

 "부담없이 받아. 다음에 줄 선물이 진짜니까."

 

 1층의 사람들이 전부 쳐다보도록 소리친 데메릭이 문을 닫고 사라졌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쏠린 이목에 잽싸게 상자를 집어들고 바로 옆 서재로 피신했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사건에서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자 한숨이 나옴과 동시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계약."

 

  설마 이딴 일로 하루만에 깨진 건 아니겠지. 다행히 마력은 별 문제없이 모였다. 불가항력이라는 걸 인정해 주는 모양이다. 아무렴 나는 약혼을 유지하려 최선을 다했다. 데메릭 이 인간은 이러다 약혼이라도 깨지면 책임이라도 질건가.

 

 "책임, 지겠다고 하겠지. 결혼하자는데."

 

  데메릭의 마지막 퇴장은 황태자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길 노린 걸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와의 결혼을 바라고 있으니. 진짜로 왜지. 그와 나의 비슷한 상황은 어디까지나 호기심은 가져도 청혼의 이유로는 알맞지 않다. 부족한 걸 채워줄 수 있다고 했었나? 부와 권력의 결합? 하지만 나나 데메릭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후계자일 뿐더러 대공쯤 되면 돈을 아쉬워할 위치는 아니다. 가문에서 거대상단을 운영한다지만 만족할 만큼의 금을 제공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고. 남은 건 고유문양인데, 각각 특출난 점이 있더래도 결핍은 결핍으로 남을 뿐이다.

 

 "잠깐만, 대공에게 후계자는 한명일 텐데?"

 

  본인이 하위마법사라도 높은 작위를 계승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후계자의 자식이 작위에 걸맞는다면 거처가는 징검다리로서 역할은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모르겠다. 몇년 전에 관심 끊은 귀족가의 정보를 취합하기엔 새로운 정보도 굳어버린 머리도 모두 부족했다. 머리를 마구 헝크리며 쭈그리고 앉았다.

 

  이런거 따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데메릭만 보면 괜찮은데. 특히 손. 마법에만 매달려 유약한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검을 쓴다는 점이 가장 좋다. 하지만 결혼하면 시어머니가 어머니잖아. 무슨 끔찍한. 들고 있던 상자를 내팽겨 쳤다.

 

  덜컥이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린채 뱅글뱅글 돌았다. 돌려줘야 한다는 게 생각나서 급하게 상자를 붙잡았다. 흠집이라도 나면 안되는데. 안에 내용물을 살피는데 상자 안에 든 건 아까 본 반지가 아니었다.

 

 "목걸이?"

 

  드레스보단 평상복을 주로 입는 내가 평소에 하고 다녀도 과하지 않을 기본에 충실한 아쿠아마린 목걸이다. 부담없이 받으라더니. 확실히 반지에 비해선 부담스럽지 않지만... 한참 만지작 거리던 목걸이를 상자안에 넣고 닫았다. 서재 서랍에 잘 놓고 나가려는데 손이 허전했다. 장미가 없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난리치느라 떨어져 방치 된 장미가 보였다. 장미는 바닥을 굴렀어도 신기하게 무른 곳없이 멀쩡했는데 색은 아니었다. 반쪽이 검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데메릭의 마력과 같은 색이다. 아까 들은게 공명음이었나? 그 상황에서 마법을 쓰려고 했다고?

 

 가까이 다가가 구석에서 활짝 핀 장미를 잡았다. 장미는 여전히 향기로웠으나 딱딱했고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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