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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5
작성일 : 18-12-31 11:54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2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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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신들의 걱정

 

 뮤센 구역의 행정센터.

 슈카르는 가벼운 흥분 속에 행정위원회 회의실로 향하고 있었다.

 ‘머스칸과 클렌시아가 이번 팀원에 포함됐을 줄이야.’

 회의실로 들어서자 앞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이 일어섰다.

 씩씩한 청년은 지리학자 머스칸이고 발랄한 외모의 여자는 해양전문가 클렌시아였다. 각자 연구 때문에 직접적인 대면은 드물었지만 수시로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에 오랜 동료와도 같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공과는 달리 의외로 보수적인 화성인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슈카르는 이 두 사람을 절친 동료로 삼고 있었다.

 “머스칸, 클렌시아!”

 슈카르가 환한 웃음을 띠며 각자의 이름을 부르자 두 사람이 동시에 다가섰다. 그들은 따뜻한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명했다.

 “아무리 화상통화로 대면해도 이렇게 직접 만나야 마음이 통해.”

 “맞아요, 슈카르 박사님. 아니, 지금은 팀장님이시죠.”

 클렌시아가 호칭을 바꾸자 활달한 성격의 머스칸이 아날로그식 경례를 취했다.

 “장비는 이미 모두 챙겨 놓았습니다, 팀장님.”

 “어떤 장비들이지?”

 “응급캡슐, 프리카, 제트드론, 해양탐사장비일체, 지진계측장치, 기상탐사장비일체, 대기질 측정 장비와 각종레이저 장비, 장기 체류를 위한 생활용품, 각종 매뉴얼, 비상장비, 그리고 만일의 안전을 대비해 감마봉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네가 지구에서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위치추적 장치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팀장님도 참. 제가 애입니까. 길을 잃게요?”

 “지구는 넓어. 어른도 때로는 길을 잃어, 하하.”

 세 사람은 해 맑고 크게 웃었다.

 슈카르는 일처리가 워낙 꼼꼼한 머스칸의 성격을 잘 알기에 탐사장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 그럼 내일 출발에 앞서 대표자님을 뵙기로 할까?”

 세 사람은 뮤센구역의 대표자 슈트켄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화상통화로 대지도자에게 보고를 하고 있던 슈트켄이 얼른 통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들 오게.”

 슈트켄은 이번에 파견하는 팀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머스칸과 클렌시아를 포옹하며 격려해 주었다.

 “자네들이 슈카르와 함께 팀원이 돼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감사합니다, 대표자님.”

 “임무나 연구도 중요하지만 특별히 안전에 유의해서 무사 귀환을 바라겠네. 본래 대지도자님께서 자네들을 직접 격려하시려 했지만 팀장이 나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내가 대신 이번 탐사 팀을 직접 지휘하고 배웅하게 되었네. 앞으로도 보고 과정을 통해 수시로 대화하게 될 거야.”

 “영광입니다, 슈트켄 대표자님.”

 “현재 화성인들은 지구로의 이주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니 좋은 성과를 기대하겠네.”

 탐사팀원들은 잠시 슈트켄과 지구의 탐사와 관련하여 얘기를 나누고는 집무실을 나섰다.

 팀장인 아들을 배웅하면서 슈트켄은 만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슈카르가 이번 지구 탐사를 통해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어.’ 행정센터에서 면담을 마친 슈카르가 집으로 돌아왔다.

 “마야, 나 왔어.”

 마야의 연구실은 여전히 꽃의 세상이었다.

 “이건 내가 주는 귀한 선물이에요.”

 마야가 특별한 꽃을 건넸다. 오색찬란하게 빛깔을 뿜어내는 꽃을 받아든 슈카르가 물었다.

 “이건 어떤 마법의 꽃이지?”

 “특별한 마법은 없어요. 대기 중에 약간의 수분만 있으면 시들지 않으니 우주선 내에서도 이상없이 꽃을 피울 거예요. 조종석에 놓아주면 조금은 나에 대한 위안이 되지 않겠어요?”

 “호오, 진짜 마법이네. 앞으로 이천 년 이상 탐사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 꽃을 볼 때마다 당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진짜 큰 힘이 되겠네.”

 슈카르는 마야를 따뜻하게 포옹했다.

 “이번 탐사에 나서면 한 번에 수 십 년 이상은 지구에 머물게 될 것 같아. 이주 프로젝트를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가는 상황이라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분석해야 되거든.”

 “결국 제2의 화성으로 이주가 확정하려나 보네요. 이제 화성인들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렸어요.”

 “그런 소리 마. 우리는 그저 팀 중의 하나일 뿐이야.”

 “그렇기는 해도 당신들이 핵심 팀이잖아요? 고향별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지만 당신이 이주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영광스럽기도 해도 부담이 커.”

 “그 부담을 내가 나눌게요.”

 마야는 슈카르의 목에 팔을 두르며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 덕분에 슈카르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모든 게 잘 될 거야.’

 

 다음날 우주기지에 도착한 슈카르는 팀원들과 합류했다.

 조장에 해당되는 머스란과 클렌시아가 이륙 준비를 철저히 해 놓았기 때문에 슈카르는 간단히 점검만 하면 되었다.

 모두가 탑승하자 지하기지의 천장이 열렸다.

 기이이잉.....!

 이번 탐사는 대표자 회의에서 의결된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우주선의 규모가 상당했다. 최근에 건조된 우주선은 이온추진 엔진을 갖추고 있어 지구까지는 약3시간 내에 당도할 수 있다. 우주선 내부에는 장기적인 운항과 생존에 필요한 장비와 설비가 갖춰져 있어 외부의 보급 없이도 10년 이상은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반 중력 장치가 가동되자 거대한 동체의 우주선이 가뿐하게 지하기지에서 이탈하여 이륙했다.

 화성의 궤도를 선회한 우주선은 아광속의 추진력을 이용해 우주비행을 시작했다. 가오리 형태의 매끈한 우주선은 이륙한지 30초도 안되어 초속 8,000km로 비행했다.

 멀리 푸른 별이 보였다.

 지구였다. 불과 5분 여 만에 240만km를 주파했으니 아광속에 가까운 비행이다.

 우주선은 지구의 대기권에 이르자 자동으로 비행 속도와 각도를 조절했다. 두터운 대기를 자랑하는 지구의 대기권은 웬만한 물체를 모두 태워버리기에 대형 우주선은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슈카르 일행들이 탑승한 신형 우주선은 최적의 속도와 각도를 찾아내 지구의 대기권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순간적인 고열로 인해 우주선 외부는 불덩이로 변하지만 더블 외피의 특수 냉각장치가 가동되면서 우주선의 내부를 안전하게 해주었다.

 대기권을 통과하자 우주선이 감속을 시작했다.

 슈카르는 비로소 실감나는 지구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물의 행성으로 불리어도 좋을 만큼 풍부한 바다와 호수, 넓은 강. 또한 대륙의 절반을 뒤덮고 있는 짙은 밀림이 언제나 부럽기만 했다.

 ‘지금의 화성도 과거에는 여기 지구처럼 좋은 환경이었어. 아무리 뛰어난 과학기술로도 화성을 예전처럼 만들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이번 지구 탐사에 주어진 슈카르 일행의 임무는 대규모 이주가 진행될 경우 구역별로 화성인들이 정착할 최적의 지역을 찾아내고 적응 상태를 위한 각종 생태환경 조사였다.

 현재 화성에서 10개 구역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화성인들의 주거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도 최소한 10개 구역의 정착지가 필요하다. 어떤 구역민들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하기에 특히 정착지의 환경 조사는 아주 중요한 임무였다.

 그리고 기존의 지구 연구기지를 통합 관리할 메인 연구단지가 건설되는데 첨단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작업속도를 감안하면 최저 1,000년 이상은 소요될 장기 프로젝트였다.

 착륙지가 가까워지자 슈카르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엡세나 연구기지와 교신했다.

 “여기는 지구 탐사팀장 슈카르입니다. 착륙을 허가 바랍니다.”

 “여기는 엡세나 연구기지. 착륙해도 좋습니다. 지구 방문을 환영합니다.”

 연구소장 게브의 환영 인사에 슈카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지구를 탐사할 때마다 게브와 교신을 해왔기에 오랜 동료처럼 느껴졌다.

 “반갑소, 게브 소장.”

 

 엡세나 연구기지.

 슈카르의 우주선이 착륙장에 정확하게 안착하자 착륙장이 통째로 하강하며 우주선을 지하격납고로 이동시켰다.

 이어 착륙장은 다시 상승하여 지상이 차단되고 지하기지를 완벽하게 은폐했다.

 자동문이 열리며 슈카르 일행이 연구기지로 들어섰다.

 게브가 연구원들을 대동하고 마중 나와 있었다.

 “또 뵙는군요, 슈카르 팀장님.”

 “잘 지내셨죠?”

 “그렇습니다.”

 “여기 두 분은 나와 함께 탐사를 지휘할 조장들로 지리학자 머스칸과 해양학자 클렌시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같이 수고 할 연구요원들입니다.”

 슈카르가 두 사람을 소개하자 게브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자, 들어가시죠.”

 슈카르는 연구원들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향했다.

 슈카르는 엡세나 연구기지를 이렇듯 직접 둘러보기는 처음이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거대한 지하도시가 만들었는지 감탄할 만큼 기지 내부는 웅장했다.

 ‘이주를 위한 지원기지로 확장되었다고 들었는데 엡세나도 시설이 개선되었나 보군.’

 연구기지에서는 화성에서 무선으로 송전 받은 전력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슈카르 일행은 무선 전력수신시설을 지나 회의실에 이르렀다.

 넓은 회의실에는 필요한 자료가 구비돼 있었다.

 사실 엡세나 연구기지는 오래 전 슈카르의 아버지 슈트켄이 지구의 화성인 생존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설계한 시설이었다. 그래서인지 슈카르는 왠지 모를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게브가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며 보고를 시작했다.

 “지구의 현재 생태계는 화성의 고생대와 비교해 동식물의 종류나 개체수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진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지구의 대기권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지구의 대기권은 비교적 견고해 작은 크기의 소행성이나 운석들은 대부분이 대기권 진입 시에 타버려 화성보다 훨씬 안전하지요. 슈트켄 대표자님께서 앞서 연구기지를 설계하신 덕분에 지구로의 이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정보가 상당수 축적돼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질적인 문제나 생태환경과 기상환경 등은 더욱 정교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클렌시아가 자료를 검토하면서 말을 받았다.

 “그래서 저와 머스칸 박사가 파견된 거지요. 훌륭한 분들과 함께 탐사에 임하게 돼 기대가 큽니다.”

 그러면서 편안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혹시 지구 임무 중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건 없나요? 화성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동물의 특이한 행동이라든가 그런 거 말이에요.”

 그녀의 맹랑한 질문에 회의실의 긴장된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오래 전에 작은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요. 확인된 사실은 아니니 그냥 재미로 봐 주세요. 지구에도 보낸 자료이기는 합니다만...”

 게브가 홀로그램을 통해 영상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체모가 약간 듬성듬성하고 피부색이 그리 검지는 않은 고릴라를 보여주었다. 밀림 상공에서 찍힌 영상이다 보니 촬영 각도가 너무 가파르고 화질도 선명치 않았다.

 그 영상을 보는 순간 슈카르는 가슴이 저려왔다.

 게브가 보여준 영상은 그가 15년 전 아버지 슈트켄과 함께 본 적이 있었다. 이곳 엡세나 연구기지에서 전송한 영상자료였다.

 당시 그는 돌연변이가 혹시 고릴라에 의해 납치된 자신의 아들 고드일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에 이미 잊은 지 오래였는데 또 다시 그 고릴라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보시다시피 렌즈가 나뭇잎에 가려지면서 영상을 보정하기도 어려워 더 이상 선명한 화질을 재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아무센 연구원은 “이후 돌연변이 고릴라를 다시 찾아내기 위해 주변의 밀림지대를 두루 탐색했지만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으니 그 돌연변이는 이미 죽었을 수도 있지요.”

 그러자 아무센 연구원이 웃음기를 띠며 말을 받았다.

 “소장님, 저는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데요?”

 “어, 그런가? 하하!”

 회의실에 가벼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클렌시아는 여러 각도로 돌연변이 고릴라를 살피고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제가 해양학이 전공이라 영장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물고기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녀의 맹랑하고 능청스런 조크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재미있어 했지만 슈카르만은 웃지 않았다. 돌연변이 고릴라를 단순한 농담거리로 삼기에 그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그날 밤 슈카르는 믿을 수 없는 악몽을 꾸게 되었다.

 밀림을 탐사하던 그가 갑자기 습격을 받게 되었다.

 검은 털이 무성하고 이빨마저 누런 고릴라가 사납게 외치며 달려들었다. 그러다 공포의 순간에 고릴라의 모습이 고드와 겹치면서 그는 아찔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겨우 잠에서 깨어난 슈카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왜 이러지? 이미 오래 전 가슴속에 묻어둔 고드를 다시 끄집어내다니......!”

 침대에서 내려선 슈카르는 혼자 연구실로 향했다.

 한밤중이기에 연구실은 텅 비어 있었다. 악몽 때문에 잠이 달아나 침대에 더 누워 있고 싶지도 않아서 지구의 지질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지구 몇 곳에 세워진 지진감지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홀로 그램을 통해 드러났다.

 지구의 대륙은 동적이라 판의 유동이 상당히 심했다.

 특히 가장 거대한 바다 주변의 대륙이나 섬은 판 위에 자리 했기에 언제든 지진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슈카르는 이주구역을 결정하는데 지진대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었다.

 “머스칸에게 지진에 안전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아내라고 해야겠어.”

 고드는 지구 밀림의 제왕이었다.

 그가 고릴라 무리들과 함께 지낸지도 벌써 120년을 넘어서 많이 늙어 있었다. 그의 아내였던 리아는 이미 수명을 다해 죽었지만 고드는 아직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주변의 밀림에서 웬만한 동물들은 고드를 알고 있다.

 주변의 고릴라 무리들은 고드가 다스리는 구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일부 사나운 맹수들도 오히려 고드 식구들을 두려워했다.

 고드와 리아 사이의 루시 이후에 여러 명의 새끼들이 태어났다. 그들은 난혼을 거듭하여 고드의 직계 후손들이 상당수 늘어났다. 루시는 리아 엄마가 죽자 매우 슬퍼하다가 어느 날 발정 난 암컷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고드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손들만 무리를 이루었지만 초기에는 그들도 침팬지나 오랑우탄 등 다른 유인원들과의 난혼으로 마구잡이 교배가 이루어졌었다.

 그렇게 태어난 다양한 종들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대륙 여러 곳으로 흘러들어가 원인들을 탄생시켰다. 이로 인해 지구의 원인들은 자연적인 진화에 비해 급격하게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 고드의 식구들은 여느 고릴라와 다른 주거 환경을 지녔다. 그들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비와 햇볕을 막아주는 주거지를 지어서 사용했다.

 또한 고드의 지휘 하에 나무와 돌로 만든 무기를 가지고 집단으로 사냥에 나서 짐승들을 손쉽게 잡았다. 본래 고릴라들은 일부 식물과 열대열매, 그리고 개미나 자그마한 벌레 정도만 먹을 뿐 초식이 주식인데 고드의 식구들은 잡식성이 되어 육식도 즐겼다.

 고드의 식구들이 남다른 건 여느 유인원에 비해 훨씬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돌과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가는 뼈까지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삼았다.

 “우우—우우!”

 고드가 길게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무리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그들은 아직 정해진 언어가 없었지만 몇 가지 공통된 소리와 울음으로 의사를 소통할 수 있었다.

 고드는 식구들이 가져온 사냥물과 채집한 열매를 모아서 공평하게 나눠 주었다. 그는 부상으로 다쳐 제대로 거동을 못하는 혈족에게 더 많은 먹거리를 분배했다. 잘 먹어야 부상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배는 여느 동물 집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었다. 일반적으로 다친 동료는 무리에게 짐이 되는 터라 배제되거나 축출당하는 게 일반적인데 고드의 식구들은 오히려 그들을 세심하게 보호해 주었다.

 그러나 보니 고드의 식구들은 결속력이 아주 강했다.

 개체수는 많지 않아도 능히 밀림을 호령할 수 있어 지구의 지배자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물론 그런 지배자를 만들어낸 존재가 고드이기에 그를 제왕처럼 떠받드는 것은 당연했다.

 고등생명체에서나 볼 수 있는 위계질서지만 고드의 식구들에게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위치가 형성돼 있었다.

 고드의 최고 참모는 침팬지 계열의 팬텀과 오랑우탄 계열의 프로테우스였다. 이들은 고드가 보기에 가장 영리했기 때문에 무리들을 지휘할 때 팬텀과 프로테우스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한편 고릴라 계열의 쿤테는 무리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 식구 간의 싸움이나 사냥 할 때 앞장서 나선다. 완력이 필요한 때는 쿤테를 보내서 일을 처리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쿤테가 다소 지능이 떨어지다 보니 과격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자주 사고를 친다는데 있었다.

 고드는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식구들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혈통을 이은 식구들이 한눈으로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함께 지내기에는 무리가 너무 많아 이러다가는 주변의 먹거리에 문제가 생길 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식구들을 독립시켜 내보내려면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다.

 그래야 독자적인 주거지를 확보해 맹수의 습격이나 다른 유인원의 침입 때 무리를 지킬 수 있다.

 고드는 자신의 혈족들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자신에게 있어 손자뻘에 해당되는 팬텀에게 무리들을 모아 사냥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했다. 팬텀은 침팬지 계열이라 체구가 크지 않았지만 도구 사용에 능했고 두뇌 회전이 빨라 사냥감 몰이도 뛰어났다.

 ‘팬텀이라면 식구하나를 이끄는데 문제가 없겠어.’

 고드는 자신이 신뢰하는 또 하나의 혈손을 눈여겨보았다.

 오랑우탄 계열의 프로테우스는 성격이 온순했고 집중력이 뛰어났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기에 가끔은 고드가 미처 생각지 못한 걸 일러주기도 한다.

 ‘프로테우스도 무리의 수장으로 손색이 없지.’

 고드가 걱정하는 대상은 쿤테였다. 먹을 것을 앞에 놓고 형제와 다투는 모습을 본 고드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쿤테에게 식구를 맡길 수는 없겠어. 좀 더 시간을 두고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해.’

 이때 무성한 정글의 하늘 위로 거대한 새가 날아갔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거대한 새는 순식간에 정글 위를 지나쳤다.

 고드는 근래 들어 고민이 깊어졌다.

 ‘빛나는 새들이 자주 밀림 일대를 지나쳐 날고 있어.

 저들이 사냥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뭘 하는 거지?’

 빛나는 새의 뱃속에 털 없는 동물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은 그도 대충 알고 있었다.

 고드는 그들이 자신과 아주 무관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는 느끼고 있지만, 이미 유인원들에 적응되어 버린 지가 오래여서 자신이 화성인이라는 사실을 머리에서 지은 지 오래였다.

 고드는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올려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걸까?’

 

  * * *

 

 뎅버드 박사 연구실.

 도그리온족과 더불어 미개종족으로 불리는 버드리아족을 담당하는 뎅버드 박사는 심각한 모습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그것 참, 자신들이 멸종될 수 있다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니... 그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화성인들의 대규모 이주 프로젝트가 가시화되자 도그리온족의 추장 세담은 아비누스 박사를 초대해 지구로의 이주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적극성을 보여 주었다. 화성에서의 생존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고 다른 세상에서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가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버드리아족 추장 앵머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종족 보존에 대한 결연한 의지조차 없었다.

 화성에서 버드리아족은 도그리온족이 사는 섬과 거의 반대의 지역에 거주한다. 인구수도 도그리온족에 비해 적어 지금과 같은 의식대로 생존하면 거의 멸종에 이를 위기에 처해 있었다. 뎅버드는 자신의 관심 대상인 버드리아족이 지속적으로 보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도그리온족보다 상대적으로 지능이 떨어지고 종족 보존에 대한 의지조차 박약한 버드리아족의 행태가 안타깝기만 했다.

 뎅버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는 버드리아족의 멸종시기를 확인하자 더는 방관할 수가 없었다.

 “비록 미개한 종족이라 해도 넓게 생각하면 화성 생명체의 한 가족이 아닌가. 어쩌면 이들에게 지구로의 이주는 멸종을 막고 번성의 기회마저 될 수 있어.”

 그는 나름 결심을 하고는 버드리아족이 사는 섬을 찾아갔다.

 버드리아족은 문명적으로 도그리온족보다 뒤떨어지기에 많이 낙후된 삶을 살고 있었다. 도그리온족 추장인 세담에게는 궁전이라도 있었지만 버드리아족 추장인 앵머스의 거처는 나무와 돌로 지어져 있어 도그리온족의 과거 시골집 같았다.

 상세한 방문 내역도 밝히지 않고 간단한 통보만 한 채 찾아간 뎅버드를 맞은 앵머스는 다소 난처해했지만 반가운 기색으로 맞이했다.

 버드리아족 역시 뎅버드 덕분에 화성의 행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종족을 유지해 왔던 터라 버드리아족에게 있어 앵머스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앵머스 박사님, 갑작스럽게 어쩐 일이십니까?”

 통나무 탁자에 마주 앉은 뎅버스는 앵머스에게 자신이 찾아온 연유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앵머스 추장, 멀지않은 미래에 화성이 멸망할 정도의 대형 혜성충돌이 있다고 합니다. 그 얘기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 있겠지요?”

 “떠도는 소문을 대략 듣기는 했지만 우리가 뭐 할 수 있는게 있어야지요? 혜성 충돌로 화성이 뒤집힌다면 그냥 함께 사라지는 거지요.”

 거의 체념하는 듯한 앵머스의 말투에 뎅버드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안쓰러움이 더 컸다.

 “추장, 화성인들은 혜성과의 충돌이 확실시 되면 지구로 대규모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요. 물론 그 계획에 버드리아족은 들어있지 않지요.”

 “그 말씀은... 이제 우리 종족을 버리겠다는 거로군요?

 그런 통보를 하려고 찾아오신 건가요?”

 앵머스 뒤에 서 있는 비서관 코린과 참모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뎅버드의 입만 바라보았다.

 “앵머스 추장은 왜 도그리온족의 세담 추장처럼 지구 이주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달라고 적극적으로 청하지 않는 겁니까? 버드리아족 전체가 한 목소리로 청원한다면 나도 대지도자님께 버드리아족의 이주를 강력하게 요청했을 겁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같은 화성 식구가 아닙니까?”

 “같은 화성 식구? 박사님이나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지 대다수 화성인들은 우리 종족을 하등동물로 취급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요청한다고 지구로 데려다줄 지도 모르고 설사 지구로 이주해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유지할 자신이 없습니다.”

 앵머스는 여전히 맥빠진 말투를 이어갔다.

 뎅버드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깊이 숨을 들이키고는 설득하기 시작했다.

 “추장, 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버드리아족이 살기에는 지구가 천국이 아닌가 싶군요. 지구에는 아직 문명을 갖춘 지적 생명체가 없을뿐더러 여태까지 진화하지 못한 여러분들의 옛 조상인 태초의 각종 새들은 물론 갖가지 동물들이 전혀 진화하지 못한 상태의 짐승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가시면 천하를 호령하며 살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멸되는 것 보다 지구로의 이주가 훨씬 현명한 결정일 겁니다. 여기에 비하면 이론상 생존 환경은 거의 천국과 같습니다. 오히려 삶의 질이 좋아 질 수도 있습니다.”

 앵머스와 참모진들은 이해를 할 듯 말 듯 하면서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지구로 이주해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다만 조건이 있어요. 이곳에서의 문명 시설은 거의 포기하고 지구에서 자연 상태로 생존하는 수준의 이주가 추진될 겁니다.”

 사실 뎅버드가 버드리아섬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목적은 버드리아족에게 이런 조건부 이주를 제안하기 위함이었다.

 100만 명도 넘는 화성인들을 통째로 이주시킬 프로젝트는 아직 검토 단계였다. 그전에 화성인들이 과연 지구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충분한 시험과정이 필요한 것도 있다.

 전체 3천여 명에 불과한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 정도는 대형 우주선 두세 척에 태워 지구로 먼저 이주시키는 것은 화성인들의 대형 이주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 것이다.

 두 종족의 지구환경에 대한 사전 적응과 생존 자료는 화성인들의 이주 프로젝트틀 진행하고 수립하는데 필요한 많은 자료를 제공 해 줄 것이다. 어찌 보면 두 종족은 지구환경에 대한 시험대상일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두 종족의 생존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종족이 화성인들이 제공해준 문명기술까지 포함하여 현재의 기술을 그대로 지구로 옮겨가다보면 혹시 모를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두 종족에게 문명을 버리고 자연 상태의 생존을 요구하지만 사실상 뎅버드나 아비누스는 지금까지의 두 종족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지만 전체 화성인을 대변하여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 상태로 이주해야 한다는 조건에 참모진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앵머스가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박사님, 화성인들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우리의 기술까지 포기하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심각한 위험과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과연 동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려 할까요?”

 “안심하세요. 지구에는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자연 상태로 존재하기에 여러분들의 체질과 식성이라면 살아가는데 조금도 지장이 없을 겁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버드리안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화성인들의 옛 조상들의 자료를 보면 일부러 문명을 떠나 깊은 자연속에서 오히려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장수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잠시 고심하던 앵머스가 뎅버드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

 “알겠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 종족을 관찰해 오신 박사님이 그런 결론을 내렸다면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도 보잘 것 없는 장비에 집착할 마음은 없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그럼 종족의 의견이 합치되면 연락주세요.”

 “알겠습니다. 즉시 구역장 회의를 열어 지구로의 이주를 논의해 보겠습니다.”

 논의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선 앵머스가 뎅버드의 손을 굳게 쥐었다.

 “우리 종족을 위해 이렇듯 신경 써주시는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

 

 “아비누스 박사, 오랜만입니다.”

 뎅버드의 화상통화를 받은 아비누스가 반갑게 응했다.

 “하하, 앵머스 박사. 나도 조만간 통화를 하려고 했습니다. 오히려 먼저 전화를 주셨군요.”

 “오늘 버드리아족을 만나 지구로의 이주를 제안했습니다.”

 “아, 그래요? 도그리온족의 세담 추장은 오래 전부터 지구로 이주시켜 달라고 먼저 제안해 왔었지요.”

 “저번 통화에서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두 종족을 한꺼번에 이주시키는 게 생존 환경을 관찰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오, 그렇겠군요. 두 종족은 각기 체질과 습성이 다르니 지구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기대가 큽니다.”

 “박사님도 그리 생각하신다면 대지도자님께 협조를 요청해야 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이번 건에 대해 제가 대지도자님께 이미 면담을 요청을 해두었습니다. 그 동안은 화성인들의 이주 프로젝트가 우선이기에 제 요청을 보류하셨는데 이번에 결정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대지도자님도 두 종족을 앞서 이주시켜 관찰하는 게 화성인들의 대규모 이주 프로젝트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쾌히 동의하셨어요. 시간이 되면 함께 가시지요.”

 “당연하지요. 면담 일정이 결정되는 대로 알려주세요.”

 화상통화를 마친 뎅버드는 아비누스와 의견이 거의 일치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아비누스 박사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군. 두 종족이 지구로 이주하면 같이 가서 당분간 이들을 관찰해야겠어.”

 다음날 아침 앵머스가 화상통화를 걸어왔다.

 “앵머스 추장, 이렇게 아침 일찍 연락을 주신 걸 보니 긍정적인 소식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박사님이 제안하신 대로 저희 종족은 지구로의 이주를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문명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에 논란이 분분했지만 지구의 생존 환경에는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하더군요. 저희는 종족의 미래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데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박사님의 설명이 우리 종족들의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향후 이주 계획은 박사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앵머스 추장, 버드리아족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며칠 뒤 대지도자님과 면담하게 되면 구체적인 이주 계획이 결정될 겁니다.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들을 하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네요.”

 통화를 마친 뎅버드는 두 종족의 지구 생활을 상상해 보았다. 먼 옛날 화성의 선조들 중 중병에 걸려 삶을 포기하기 직전의 사람이나 사업을 하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 또 마음을 비우고 살려는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일부가 첨단 문명생활을 포기한 채 농촌이나 깊은 산으로 들어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영위했었다. 문명의 혜택 없이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행복하며 오히려 장수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래. 어쩌면 도그리온족이나 버드리아족에게 지구의 이주는 그들에게 최고의 기회 될 수도 있을 거야.”

 

  * * *

 

 중앙행정센터.

 회의실에는 대지도자 고돌라를 비롯해 10개 구역의 대표자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여느 때와 달리 두 명의 박사가 업저버로 참석했는데 그들은 아비누스와 뎅버드 박사였다.

 대표자들을 둘러본 고돌라가 회의 안건을 발의했다.

 “오늘 회의는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을 관찰해 온 두 박사의 제안을 듣기 위함입니다. 대표들도 잘 아시다시피 두 종족은 우리 화성에서 그나마 지적생명체로 불릴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현재 그들은 우리 화성인들의 지원을 받아 그럭저럭 종족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대 혜성의 충돌과 같은 대재앙을 당할 경우 대피 능력이 없어 멸종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우리가 두 종족의 생존에 대해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지만 어쨌거나 오랜 세월 함께 화성에서 공존해 온 종족이다 보니 전혀 무시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10개 구역의 일부 대표들도 고돌라의 견해에는 어느 정도 동조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두 종족들을 미리 지구로 이주 시키자는 대안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최근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을 이용하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에는 지구가 우리의 생존을 책임져줄지도 모르는 것과 관련하여 이 두 종족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두 종족을 이용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두 종족이 살아남고 우리는 그 결과를 참고하는 것입니다. 이들 두 종족과는 어느 정도 합의를 보았습니다. 다만 지구 이주에 우리가 어느 정도 지원하는 게 타당한지 판단이 서지 않아 대표자들께 의견을 묻고자 회의를 열게 됐습니다. 그 전에 두 박사의 발언부터 듣겠습니다.”

 고돌라가 눈길을 보내자 아비누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와 뎅버드 박사는 각기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을 연구 하면서 친근하게 지내고 있지만 두 종족은 우리 화성인들과는 전혀 뿌리가 달라 화합이 불가능했습니다. 지금은 두 종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도 없으며 결국 비정한 결과를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의 지구 이주프로젝트를 보다 확실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종족이 지구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 지와 그들의 생존에도 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종족을 지구로 먼저 이주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데 뎅버드박사와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뮤센구역의 대표자 슈트켄이 물었다.

 “두 종족도 동의했나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두 종족의 추장을 만나 종족 전체의 동의를 받아냈습니다.

 “박사는 두 종족이 지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까?”

 “이론상으로는 확신합니다만 이곳 화성에서 격리돼 지내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생존할 수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뎅버스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동조했다.

 “저 역시 아비누스 박사와 견해가 일치합니다. 그리고 두 종족을 시험 대상만으로 삼는 건 아니지만 저들을 앞서 지구로 이주시키면 화성인들의 대규모 이주에 필요한 환경 적응 자료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종족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려면 상당한 물자와 노력이 요구된다. 화성인들에게 있어 별반 달갑지 않은 과제이지만 두 종족을 통해 환경 적응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화성인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자료가 된다.

 대표자들은 두 종족의 이주를 통해 화성인들의 안정적인 이주를 비교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에 긍정적인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우라노스 박스가 호의적인 어조로 말을 받았다.

 “켈리 혜성이 태양계로 진입하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기간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두 종족의 생존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긍정적이지 않던 다른 대표들도 설명을 듣고 나서야 두 종족을 지구로 이주시키는데 이견이 없었다. 이에 고돌라가 다음 과정으로 넘어갔다.

 “그럼 두 종족의 지구 사전 이주를 추진토록 하겠소.

 두 종족을 어떤 형태로 이주하느냐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뎅버드 박사로부터 제안 설명을 듣기로 하겠소.”

 “저와 아비누스 박사는 두 종족에게 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지구에는 자연적인 화력 말고는 상시 사용할 수 있는 불이 없습니다.

 두 종족의 생존을 위해 불과 같은 기본적인 문명을 허락해야 할 것 같구요. 기본적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일부 약재의 지원과 그 외에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 정도로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이는 운송문제도 있지만 차라리 자연그대로 생존을 시작함으로서 처음에는 많은 불편이 있겠지만 오히려 나중에는 더욱 자연스러운 생활이 될 것으로 저의 연구 결과로 확신합니다. 지금도 우리의 도움이 없으면 멸종되어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구와 같이 전혀 오염이 없고 먹이가 풍부한 자연에서의 생활은 높은 생명력을 부여 받을 것입니다.”

 고고인류학자인 슈트켄은 두 종족을 거의 맨몸으로 쫓아내는 것 같아 조금은 안쓰러웠다.

 “지구가 화성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데 조금은 가혹한 조건이 아닌가 싶군요.”

 “두 종족이 우리 화성인에 비해 미개인일 뿐 지구에서는 유인원들보다 훨씬 지혜롭습니다. 게다가 지구에서 생존 할 풍부한 천연 자원들을 스스로 취득 할 수도 있으니 생존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대표자들은 미개종족들의 이주 문제로 더는 고민하고 싶지 않은 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표자들의 표정을 읽은 고돌라가 결정을 내렸다.

 “그럼 아비누스 박사와 뎅버드 박사의 제안대로 두 종족이 지닌 현재의 문명을 제한해서 이주시키도록 하겠소.

 하지만 아직 정착지에 대한 환경 조사가 진행 중이니 저들의 이주 시기는 탐사팀이 귀환한 후 결정하겠소.”

 

  * * *

 

 도그리온족 추장 집무실.

 추장 세담은 캐닌 비서관과 참모진, 그리고 도그리온족 전체 구역장을 소집해 지구이주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는 지구 이주를 위해 우리의 문명 기술을 포기해야 하오. 아쉽게도 화성 지도부는 저들이 지원한 부분은 물론이고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각종 문명 기술 장비들을 이주계획에서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렸소.”

 비서관 캐닌이 싸늘한 분노를 표했다.

 “추장,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가 아닙니까? 화성인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변변치 못한 장비와 기술마저 제한하다니 말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대규모 이주에 따른 운송 문제도 엄청나기도 하지만 어차피 저들이 지원하고 있는 무선전력공급이 없으면 대다수 문명장비가 무용지물이 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과거 역사자료에 나타났듯이 당시 도시사람들이 문명생활을 포기하고 오염없는 청정한 자연속으로 돌아가 오히려 행복하고 건강하게 장수했다고 하는 기록을 보더라도 자연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 지구가 그런 곳이고 먹거리도 천지에 널려있다고 합니다. 지구에는 우리의 지능수준을 능가하는 것은 아무도 없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언제 화성인들을 위협한 적이 있습니까?

 뎅버드 박사의 말대로 지구가 아무리 환경조건이 좋아도 거기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입니다. 당연히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굳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기술 장비까지 버리고 가라는 건 추방과도 같은 조치입니다.”

 구역장 불독스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냈다.

 “추장님, 차라리 이주를 포기합시다.”

 “진정들 하시오. 여러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오.

 솔직히 나도 모욕감을 참을 수 없지만 우리는 화성인들에게 대항할 힘이 없소.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오. 우리 종족을 지구로 수송하는 일만도 사실 어마 어마합니다. 거기다가 모든 장비까지 수송하려면 힘이 들고 많은 애로가 따르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저들의 주장이 나쁜 감정을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닌 듯 합니다만... 다시 한 번 저들의 설명을 생각해보고 우리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성적인 판단을 해 봅시다. 비록 장비는 가져갈 수 없지만 우리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기술은 가져갈 수 있으니 지구에서 필요한 노력을 하면 되지 않겠소?”

 세담은 구역장들을 둘러보며 최대한 그들을 다독였다.

 “내가 화성 지도부에 부탁을 해서라도 꼭 필수품인 소규모 장비 정도는 챙겨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소.

 우리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작은 수모는 감수합시다.”

 

 반대편에 있는 버드리아족의 관련 회의는 보다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앵머스 추장은 자신들의 종족이 크게 내세울 게 없는 하찮은 문명 장비만 지녔기에 장비 운송을 제한한다는 통보를 받고도 별반 서운해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뎅버드가 설명해준 지구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은근히 만족 한 것이다.

 “도그리온족도 거의 맨몸으로 이주하게 됐는데 우리가 이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소. 지구의 환경이 훨씬 좋다고 하니 우리는 그곳에서 보다 자유롭게 살아봅시다.”

 대부분 지능이 떨어지고 게으른 구역장들이라 추장의 결정을 순순히 따랐다. 그들은 오히려 지구로의 이주를 독촉했다.

 “추장님, 뎅버드박사에게 부탁해서 최대한 빨리 지구로 이주했으면 좋겠습니다.”

 

  * * *

 

 지구 환경을 조사하기 위한 탐사가 오랜 세월 진행되고 있었다. 화성인들 모두를 수용할 10개의 정착지 선정은 고도의 판단을 요구하기에 지구의 연구기지에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름 그들로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거라지만 역사적으로 문명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여유가 많아진 사람들은 아무리 첨단 장비를 활용한다지만 신체를 움직이는 작업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일의 진행이 느려져 갔다. 간절하고 급한 것이 사라지고 없는 의식 때문이었다. 사실 슈카르 일행이 20년을 작업했다지만 먼 과거 같았으면 1년도 채 걸리지 않을 일이었다. 이는 슈카르 일행뿐만 아니라 화성인 전체의 보편적인 기준 이었다.

 슈카르는 새롭게 신축할 통합 연구단지 부지 선정을 위하여 오래전 지구여행 때 살펴봤던 주변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엡세나 연구기지의 정찰선을 타고 강변에 착륙했다.

 “머스칸, 자네는 연구원들과 함께 이 일대의 지질과 지하수맥을 조사해 보게. 지진측정기를 설치하는 것도 잊지 말고. 클렌시아 조장은 대원들과 함께 본류로 흘러드는 지류의 생태계를 조사하도록....”

 “예, 팀장님.”

 머스칸과 클렌시아가 소속 연구원을 대동해 주변으로 흩어졌다. 슈카르는 개인용 제트드론을 타고 지상 탐사에 나섰다.

 제트드론에서 내려다보이는 밀림은 끝도 없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지만 연구기지 부지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넓은 초원이 있는 시야가 확보되고 경계가 확실해 연구기지 건설에 적합했다.

 

 한편 고드는 주거지 주변바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물체가 보였다.

 ‘저건 털 없는 생명체들이 타고 다니는 새야.

 저렇게 작고 낮게 나는 것은 처음보네?’

 고드가 본 것은 공같이 생긴 슈카르의 제트드론이었다.

 제트드론은 밀림을 몇 차례 순회하고는 큰 강으로 날아갔다. 고드는 최근 빈번하게 출현하는 털 없는 생명체들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들이 자신의 서식지를 침범한다면 맞서 싸워야 할지 아니면 무리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도대체 저들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

 고드는 팬텀과 프로테우스, 그리고 쿤테를 대동해서 정찰에 나섰다. 쿤테는 만일에 있을 충돌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제트드론에서 내려선 슈카르는 아직도 머스칸이 지질장비를 전부 설치하지 않고 연구원들과 잡담을 하고 있었지만 슈카르는 빨리 이 지역의 자료를 확인하고 싶었다. 머스칸에게 장비설치를 독려하고 이미 설치 완료된 장비에서 표시되는 진동주파수를 살피고 있었다.

 “흐음, 이곳은 유동적인 대륙판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지진에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로군.”

 “그렇습니다. 강을 끼고 있어 수량도 풍부하고 온도 변화도 심하지 않은 점은 긍정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생태 환경만 더 조사해 보면 되겠어.”

 슈카르는 연구원들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계측기에 표시되는 신호를 점검했다.

 고드 일행은 조심스럽게 언덕 뒤에 숨어 수풀사이로 일행들 보다는 머리하나 더 내밀어 털 없는 종족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그들 중 슈카르를 보고는 괴성을 지를 뻔하였다.

 어렸을 적 기억을 모두 잊은 고드였지만 슈카르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절로 심장이 뛰면서 숨이 가빠졌다.

 ‘만일 저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전혀 알아 볼 수 없겠지. 어릴 때의 내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 되어 있으니까.

 아마도 보는 즉시 곧바로 죽일지도 몰라. 근데 지금 내가 왜 이럴까? 내가 저 생명체들과 뭘 어쩌자고?’

 슈카르는 계측 장비를 점검하다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의 시선이 밀림언덕의 수풀나무 사이로 고정되었다.

 “......?”

 비록 무성한 수풀에 가려 있어 상대편의 존재를 간파하지 못했지만 눈빛은 분명이 느낄 수 있었다. 고드와 슈카르의 눈빛이 교환되는 순간 고드는 자신의 위치가 탄로 났음을 직감하며 옆에 바짝 붙어있는 쿤테를 탁 치고는 일행과 함께 재빨리 달아났다.

 슈카르가 급히 숲으로 쫓아가 보았지만 무리 일행은 나무 사이로 멀어지고 있었다.

 ‘이상하군. 내가 알고 있는 고릴라 무리들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이야.’

 비록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했지만 도주하는 고릴라 무리들은 직립에 가까웠고 털의 양도 일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도주하는 와중에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사 분란한 움직임은 훈련된 조직처럼 보였다.

 슈카르는 순간적으로 마주친 상대의 눈빛을 떠올렸다.

 ‘야성을 지닌 유인원의 눈빛이 아니었어. 나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건 분명 짐승이 아닌 고등동물의 눈빛이야.’

 슈카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개인제트드론을 이용하여 주변을 다시 한 번 정찰해 보기로 했다.

 둥실 떠오른 공모양의 제트드론은 밀림 위로 바싹 붙어서 비행했다. 폭포수 아래 커다란 물웅덩이가 형성돼 있었고 주변의 바위와 동굴 입구로 고릴라 무리들이 보였다.

 “믿을 수가 없군. 이들의 모습은 태초의 원인과 비슷해.

 정말 일부 학자들의 주장한 설이 맞을 수도...”

 그리고 엉성하기는 해도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까지 갖춰져 있는 움집을 발견하고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럴 수가! 스스로 집을 지을 정도면 진화한 원인이 확실해.”

 그가 알기로 지구에서 돌연변이 형태로 진화한 고대 원인은 혜성충돌 등 대 재앙과 수차례 자연재해에 이어 빙하기 때 마지막으로 모두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렇듯 진화한 원인이 생존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충격이었다.

 슈카르는 일부 학자들이 주장한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원인이 있다고 한 주장이 설이 아닌 정설로 봐야 한다는 생각을 애써 하고 있었다.

 자신이 타고 있는 제트드론을 향해 돌을 집어던지려는 유인원들을 내려다보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직 화성보다 몇 배나 넓은 지구를 모두 탐사해 보지는 않았으나 이런 원인들이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었다. 아주 특별한 돌연변이일 수도 있으니 너무 확대해서 해석하지 말자. 지금 급선무는 이주를 위한 환경 조사야. 일단은 행정부에 보고는 해주고 시간을 봐서 다음에 조사를 해야지. 이들 유인원 무리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간을 내어 알아 봐야 돼.’

 슈카르는 많은 의구심이 있었으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임무와 일행들의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슈카르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이 슈퍼컴퓨터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작은 공 모양의 새가 밀림의 상공에서 멀어지자 고드는 지붕이 씌워진 움집에서 나섰다.

 여느 혈족들과 달리 멀어지는 제트드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는 적개심이 없었다. 제트드론이 완전히 사라지자 고드는 암컷들과 어린 새끼들에게 나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혈족들은 끼리끼리 둘러앉아 이름 모를 입소리를 하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하지만 고드는 나뭇등걸에 걸터앉은 채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기만 했다.

 

  * * *

 

 엡세나 연구기지.

 슈카르는 고드를 잃은 이후 조사한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화성인들에게 본부가 될 통합 연구기지 시설 최적의 지역으로 그동안 가장 많이 조사한 밀림지대로 결정했다.

 슈카르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은 머스칸이 약간은 냉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팀장님, 대륙 중부의 밀림지대가 연구기지 신축지로 좋은 여건은 많지만 최적의 입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체 화성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본부가 될 통합 연구기지를 건설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지구에는 많은 짐승 등 생명체가 존재하고 특히 팀장님이 설정한 지역은 밀림지역으로 불확실한 상황인데다 연구단지의 넓은 경계구역이 형성되면 경계시야가 수월하게 확보되지 않고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시야가 크게 확보될 수 있는 초원지대나 해안 등을 고려해봄이 어떨까 합니다만...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보다 상세한 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클렌시아 역시 슈카르 성급한 결정에 공감을 표명했다.

 “맞아요, 팀장님. 밀림지대에는 가장 많은 동식물이 분포되어 있어 화성인들이 이주할 경우 초기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화성인들이 이주해서 한번 정착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으니 조금 더 신중했으면 좋겠어요.

 팀장님의 판단을 존중합니다만 제 판단으로 조사 범위를 강이나 바다를 끼는 해안지역까지 확대 조사한 후 결정을 내렸으면 합니다.”

 두 조장의 반론에 슈카르는 자신이 결정이 너무 성급했음을 인정했다. 그것은 슈카르가 그 지역을 미리 결정을 해두고 맞춘 것이기도 한 것을 인정하여야만 했다.

 ‘그렇군. 그 밀림지역이 고드를 잃은 주변이라 내가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인 결정을 내렸어. 이는 탐사팀장으로서 공정하지 못한 판단이야.’

 “그래, 두 조장의 말대로 서둘러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우리 화성인들의 생존이 걸린 사안인 만큼 최적의 입지를 찾기 위해 조사 범위를 확대하지. 두 사람은 해안지역과 섬들도 환경과 생태계를 면밀하게 탐사해 봐.”

 두 조장은 존경심어린 마음과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팀장님.”

 회의를 마친 슈카르는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와 지구 연구기지에서 전송받은 자료를 다시 검토해 보기로 했다.

 

 <화성인의 지구이주에 관한 생존환경 보고서>

 보고서 검토를 마친 슈카르는 편히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의 뇌리 속에는 낮에 보았던 유인원 무리들의 군락이 고전 영상처럼 떠올랐다.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원인? 진화된 유인원? 돌연변이 고릴라? 과연 저들의 정체가 뭘까...?’

 

  * * *

 

 슈카르 일행은 엡세나기지 연구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화성으로 잠시 귀환했다. 화성의 지하기지에 도착한 그는 뮤센구역 대표자인 부친에게 일행들과 함께 도착보고를 하고 다음 면담 일정을 잡고는 탐사일행과 작별을 고했다.

 “다음 탐사 일정이 잡힐 때까지 잘 지내고들 있어.”

 머스칸과 클렌시아가 미소를 띠며 아날로그식 경례를 취했다.

 “옛써, 팀장님.”

 “형수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십시오.”

 머스칸의 형수님 호칭이 묘하게 다가 왔다.

 “슈카르!”

 정말 오랜 만의 해후에 감격에 젖은 마야가 슈카르를 포옹하며 마야가 볼을 비볐다.

 “이제 탐사 임무가 끝난 건가요?”

 “아직 임무 수행 중이야. 협의할 사항이 많고 보고드릴 사안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일시 귀환했어. 그래도 다시 지구로 떠나려면 대표자들이 보고서를 상세하게 검토하고 분석해야하니 한동안은 함께 지낼 수 있을 거야.

 “어쨌든 잘 왔어요. 예전같이 건강해 보여서 좋아요.”

 두 사람은 마야가 화초를 키우는 온실의 탁자에 마주 앉았다.

 “슈카르, 그동안 탐사는 별 일없이 순조로웠나요?”

 “응, 예상외로 이주 지역의 환경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됐어. 아버지가 앞서 지구에 설치한 연구기지에서 그동안 축적해 두었던 자료도 큰 도움이 되었지. 이를 참조하여 화성인들을 위한 지구 이주에 관한 생존보고서를 작성했어. 구체적인 내용까지 화성인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열람시킬 예정이야. 화성인들이 이를 본다면 이주에 관한 궁금증과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하지 않을까 싶어.”

 마야가 환한 미소를 띠며 남편의 노고를 칭찬해 주었다.

 “슈카르, 정말 대단한 공을 세웠어요. 당신의 연구는 우리 화성인들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미래의 생존에 관한 사안이에요. 이제 당신이 화성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부담주지 마. 괜히 어깨가 무거워져.”

 “아니에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또 고마워요.”

 마야의 포옹에 슈카르는 기분이 흐뭇해졌다.

 “그래, 마야가 이렇게 기뻐하니 내가 그동안 지구에서 수고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며칠 후 슈카르는 마야의 입맞춤과 함께 프리카에 올랐다.

 도심 상공을 가로지른 프리카는 뮤센구역 대표자 행정센터로 직행했다. 프리카는 곧바로 건물 내부까지 진입해 회의실 옆 파킹 스테이션에 멈추었다.

 슈카르가 투명한 게이트를 통과해 집무실로 들어섰다.

 “오, 슈카르!”

 “아버지, 오랜만입니다.”

 슈트켄은 아들을 반겨 맞이하며 탁자에 마주 앉았다.

 “네가 작성한 ‘화성인의 지구이주에 관한 생존환경 보고서’는 정말 훌륭했다. 크게 수정하거나 검토할 사안이 없어 이미 전 화성인들에게 배포돼 모두가 열람 중이다. 향후 지구로의 이주가 현실화된다면 너의 이번 연구는 상당한 지지를 받게 될 거 같구나.”

 “그런가요? 저는 즐겁게 임무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슈카르가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버지, 이번 지구 환경 조사 때 기이한 유인원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무리의 유인원들과 마주쳤는데 외양이나 보행이 여느 유인원들과 달랐습니다. 놀랍게도 스스로 지은 움집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제 임무 때문에 더 상세한 조사를 하지 못했지만 지구 이주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흐음, 혹시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설이 사실이라는 얘긴가?

 그게 사실이라면 대단한 발견을 한 것이다. 그런 특별한 유인원이 있다면 나도 보고 싶구나. 다음 탐사 때 자네와 같이 가보고 싶구나.”

 고고인류학이 전공인 슈트켄으로서는 신종 유인원의 존재에 크게 호기심이 갔고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슈카르의 말대로 진화한 유인원이 사실이라면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개념과 시각으로 관련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지구이주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빙하기의 대멸종을 거친 지금 지구환경을 감안하면 유인원들이 그렇듯 급속하게 진화했다는 건 이론적으로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맞아, 화성의 고고역사를 반영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대규모 자연재해와 빙하기를 거치고도 살아남은 원인이 존재 한다고 해도 진화과정이 너무 빨라. 그렇지만 지구의 진화 과정이 화성과 100% 일치할 수는 없으니 당장은 뭐라 판단할 수가 없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너무 빠른 진화가 영 마음에 걸리네요. 조만간 이주기지 조사 건으로 다시 지구에 가게 될 때는 아버지를 꼭 모시겠습니다.”

 “오냐, 만사를 젖히고 그 일정에 합류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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