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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14.
작성일 : 18-12-31 00:14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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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4.

 

 

 "결투. 좋지."

 

 그러니 이 악물어라. 동생아. 마법결투보다 더 좋고 빠른 게 있단다. 빙긋 웃으며 이녜즈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마법을 쓰기 시작하면 내가 진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마법을 못쓰게만 만들면 이긴다는 소리도 되었다.

 

 "꺅."

 

 이녜즈가 연약한 소릴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넘어지면서 뒤편에 부딪힌 터라 테이블 위에 있던 촛대에 드레스 어깨 부분이 죽 뜯어졌다. 아까워라. 드레스 말고 촛대가. 비싼 건데 흠은 안났는지 모르겠다.

 

 "이게 ㅁ..."

 

 쓰러진 이녜즈가 입만 나불거렸다. 이때 방어를 해야하는데, 마법만 믿고 살아서 그런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기만해서 손쉽게 발로 걷어찼다.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이녜즈가 반항 할 생각도 못 하고 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끝내 주진 않는다.

 

  내가 중립이라는 걸 알아듣게 만들 필요가 있다. 만날때마다 어찌나 피곤하게 구는지 모른다. 이녜즈 탐스러운 머리칼을 쥐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갸냘파서 그런지 한 손으로도 쉽게 끌려온다. 세상에. 볼이 벌써 퉁퉁 부어올랐다. 그럼 반대쪽에도 균형감 있게 한대, 손바닥찜질에 정신을 차린 이녜즈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미쳤어?!!"

 "내가 미친건 너도 아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보기만 하면 신경을 긁어"

 

 깔깔 웃으면서 한대 더 싸대기를 날렸다. 드디어 주먹에 얻어맞은 볼과 비슷하게 부어올랐다.

 

 빵빵해진 뺨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데, 찢긴 드레스 너머로 붉게 빛나는 문양이 비쳤다. 마법을 쓰겠단 말이지. 제법 근성 있다. 칭찬의 의미로 머리를 바닥에 박아줬다.

 

 융단이 푹신해서 별로 안 아플 거다. 그렇다기엔 울리는 소리가 심히 경쾌하지만 나는 모른다. 몇 번 더 내리쳤다가 사라진 문양을 확인하고 다시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천한 것들도 아니고, 마법을 ㅆ.."

 

 아직도 기죽지 않고 외치는 이녜즈를 융단과 재회 시켜줬다. 이제 좀 조용하다.

 

 "나는 그냥 결투라고 했는데 귀가 안 좋은 모양이구나. 그리고 여기선 마법 못 써. 아무렴 내가 너한테 그냥 덤볐겠니."

 

 바닥에 막혀있으면서도 할말이 많은 듯 웅얼거리는 이녜즈의 얼굴을 들어 올려 왼쪽 벽면을 보도록 고개를 꺾었다.

 

 "저기 마법진 보여? 여기선 일정 이상의 마력은 봉인 돼. 원서 보관 때문에 설치한 건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이건 물론 허세다. 저 마법진은 평범한 습도 조절용이었다. 자세히 봐서 들통 나기 전에 꺾인 목을 정면으로 돌렸다. 마력봉인 마법진이 얼마짜린데, 돈은 어찌 낼 수 있다 해도 황제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내 서재에 있는 건 불가능하다.

 

 "거짓말."

 

 역시 안 믿는다. 아예 마법 쓸 생각을 단념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참 곤란하다. 막말로 이녜즈가 이악물고 마법 한번 크게 날리면 바로 게임끝이다. 다 이겼는데 막판에 마법한번에 뒤집히면 얼마나 억울할까.

 

 "좋아. 방해 안 할 테니 한번 써봐."

 

 내게 머리만 잡힌 이녜즈는 경계하면서도 마력을 천천히 공명시켰다. 나도 동시에 마력을 집중해서 이녜즈와 닿은 손으로 보냈다. 동시에 은색 문양이 타는 듯 환하게 빛났지만, 이녜즈가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보지 못한다. 마력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몰라 당황하며 날 노려보기만 할 뿐이다.

 

 문양의 절대성. 상위문양은 하위문양을 지배할 수 있다.

 

 많은 마력이 필요해서 오랫동안은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살을 맞대고 있으면 몇 분은 묶어둘 수 있다. 덤으로 나는 마력이 적어서 대상과 접촉한 부분, 손에만 집중해서 사용가능 하다. 유일한 적은 마력의 장점이라 할만하다. 이녜즈의 예쁜 초록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벌써 울면 안 되는데. 여리긴.

 

 "언니 말을 의심하면 안 되지."

 

 내 마력이 떨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바닥에 머리를 박아 짓누르며 양쪽으로 비벼줬다. 들린 이녜즈의 얼굴이 물기 없이 뽀송뽀송하다. 아이고 개운하겠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아마 무사할거다. 계약이 있는 이상 세달간은 황태자가 기를 쓰고 막아줄테니. 협박에도 표정변화 없이 마주하자 닦아 준 보람도 없이 이녜즈 눈에 물기가 맺혔다. 그래도 이게 동생이라고, 이녜즈의 손가락으로 향하던 방향을 바꿔 딱밤을 때렸다. 부러뜨리는 건 곱게 자랐을 귀족영애에게 너무 자극적이지 않겠나.

 

 "무사할 걸? 내 약혼자 알잖아? 근데 계속 그렇게 굴거야? 마법은 못쓸 테고 아무도 오지 않는데. 너랑 나 둘뿐인데?"

 "익."

 

 이녜즈가 딸꾹질하며 몸을 옆으로 질질 끌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행동이겠지만 나한테 붙잡힌 이상 자기 머리 뽑기밖엔 되질 않는다. 멍청하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원래도 맞아서 빨갰지만 이녜즈의 얼굴이 빈 곳 없이 붉게 달아올랐다.

 

  죽일 듯이 노려본다. 이게 아닌데, 웃음을 멈춰 애써 무표정을 만들어냈다. 내 목적은 내가 니 적이 아니에요인데, 요 며칠일로 스트레스 푸는데 너무 집중해버렸다. 이래서야 이녜즈가 난리쳐도 할말이 없다.

 

 "왜 이렇게까지 날 싫어하니?"

 "그게 궁금해? 그런데 어쩌나. 말해줄 생각은 없ㄴ..."

 

  이녜즈는 말하지 않겠다 했지만 괜찮다. 말해 줄 생각이 생길 때까지 바닥과 몇번이고 재회하면 된다. 몇번이면 끝날 줄 알았더니 수십번에도 꿈쩍도 안한다. 와 독해. 도대체 누굴 닮았지. 확실히 생김새도 그렇고 각하는 닮지 않은 것 같다. 부계 쪽 판박인가?

 

 "한 시간쯤 이러고 있으면 생각이 바뀔까."

 

 나도 지쳐서 다정하게 중얼거리며 이녜즈의 퉁퉁 부은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따끔거리는지 움찔거리는 게 보인다.

 

 "고운 얼굴에 흉지면 안되는데."

 

 새어나간 내 진심어린 걱정에 이녜즈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마법덕에 흉하나 지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역시 멍청하다 싶지만 그래서 사랑스러운 면이 있으니 다행이다.

 

 "왜 싫어 하긴, 어머니도 전하도 도무지 이해가 안가. 겨우 이런 여자 때문에."

 

 이녜즈는 처음이 힘들었지 뒤로 갈수록 말이 술술 나왔다. 초반에는 귀기울여 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거기서 거긴 소리라 흘려들었다. 대충 황태자를 동경하는 모양이다. 평소 각하께서 날 귀이 여겨 주신것도 불만이고, 하지만 오늘 선을 넘은 건 황태자 때문인 것 같았다.

 

  머리채에서 손을 뗐다. 빨간색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녜즈는 오늘 맞아도 쌌지만, 열 일곱 소녀의 순정을 망쳐 놓은 것 같아 찜찜했다.

 

  가짜 약혼인데, 황태자도 이녜즈 생각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고. 물론 이녜즈도

 착하다 하긴 그렇지만. 좋은 생각이 났다. 이녜즈가 황태자를 좋아하고 황태자는 연애를 하고 싶어한다.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닌가.

 

 "이녜즈. 황태자 전하를 소개 시켜줄까?"

 

  명안에 박수까지 치며 외쳤다.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황태자를 팔아서 사이도 좋아지고 잘하면 계약도 일찍 끝나고 일타쌍피다. 상쾌한 웃음이 나왔다. 이녜즈가 진짜로 미친년 보듯 본다. 우위를 쥔건 난데 충혈 된 눈이 무섭다.

 

 "지금 날 조롱해?"

 "아닌데, 싫으면 말아."

 

  어디까지나 호의로 한 말인데 괜한 권한 듯 싶다. 콧김을 씩씩 내뿜는게 이녜즈는 이제 내가 뭔짓을 해도 말을 들어 먹을 것 같지 않다. 하여간 황태자는 뭐 도움이 되는 게 없다. 마무리나 해야겠다. 바닥에 눕다시피한 이녜즈 때문에 같이 쭈그리고 있던 다리를 폈다.

 

 "치료는 알아서 하고 오늘 일은 다물어. 누가 묻거든 혼자 자해라도 했다고 해."

 

  오늘은 실패다. 저 성격을 봐선 하루종일 드잡이질을 해도 될지 안될지 모르겠고 나중에 파혼하고나서 어르며 새롭게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대답.”

 

 이녜즈의 꽉 다 물린 입이 열릴 생각을 않는다. 조각상이라도 된 듯 가만히 앉아서 째려볼 뿐이다. 한숨 쉬며 당근 하나를 내밀었다.

 

 "한 삼개월 후에도 너가 결투하겠다면 해줄게. 오늘은 끝내자."

 

  그땐 검을 들고 와야지. 진짜 팔 하나 날려야 날 언니로서 대접해주려나. 치유마법 엄청 비싼데. 비상금을 털어야겠다.

 

 "좋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고 이녜즈는 자신이 봐주는 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도도하게 일어나는데 그래봐야 얼굴이 엉망이라 불쌍해 보일 뿐이다. 옷은 하녀들이 힘내주는 덕분인지 바닥을 굴렀는데도 어깨부분을 제외하면 구겨지기만 했을 뿐 의외로 깨끗하다.

 

 이녜즈가 휘청거리면서 걸었다. 서재 문을 열자 동시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재는 특별히 방음에 신경 쓴 덕에 저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원래 이곳에 없었던 집사장 경비원들까지 부를 수 있는 인원은 다 모여있다.

 

 먼저 방 밖에 보낸 하녀들이 걱정돼서 한 일인가 본데 몇 분만 더 있었어도 방에 들이닥쳤겠다. 그전에 마무리해서 다행이긴 한데... 수군대는 사람들을 보며 이녜즈가 치욕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엉망진창인 몰골로 뒤돌아 나를 노려보았다. 이건 내가 설계한 게 아닌데, 오해란다. 노려보는 걸 피해 시선을 외로하는데 뒤에 있던 이들이 각기 경악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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