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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0부 관계를 통한 변화
작성일 : 16-09-24 08:33     조회 : 427     추천 : 0     분량 : 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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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존재는 관계를 통해 변화한다 - 장자크 루소.”

 

 

  - ... 저는 한달에 한번 가족과 무료급식소에 봉사를 갑니다. 딸들은 아직 어리지만 거기서 작은 일들을 돕죠.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작은 활동은 저희 가족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삶의 작은 부분들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은 베풀수록 더 커지거든요. 여러분에게 주어진 작은 역할들도 소홀히 여기지 마세요.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학창시절에 주어진 시간은 나중에 돌이켜 놓고 보면 정말 소중하답니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쏟는 열정은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거에요.

  강당에 모여서 경호의 강연을 경청하던 사백 명이 좀 넘을 듯한 중학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 네, 이상 좋은 말씀 주신 목경호 교수님께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은 사회자의 멘트에 다시 한번 더 박수를 쳤다.

  경호는 자신의 노트북과 생수를 챙겨서 단상을 내려왔다.

  - 오늘 강연 너무 잘 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에서 칸트까지. 오늘 우리 학생들, 너무 배불러서 간다, 그렇죠? 목경호 교수님은 너무 말씀을 잘하세요. 진짜 감명받았어요.

  - 교수님 덕분에 우리 A시 아이들이 혜택을 제대로 봐요.

  - 아닙니다. 귀중한 시간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호는 교육청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자신의 차를 몰고 학교 연구실로 돌아왔다. 연구실에 도착할 즈음 영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 일정을 확인하는 전화였다. 일곱 살이 된 둘째딸의 생일이라 집 근처의 레스토랑을 예약해둔 터였다. 큰 딸을 영어 학원에서 픽업해서 오라는 영숙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큰 딸은 초등학교 사학년인 지금부터 영재학교 진학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부적인 것은 영숙이 알아서 하고 있으므로 경호는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지만 비용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A시가 아무래도 지방이다 보니 결국은 서울의 강남쪽으로 주말마다 강의를 들으러 가야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아이 몇을 모아 팀을 짜서 강사를 A시로 모셔올거라는 영숙의 얘기를 지난 주에 들었다.

  - 될 것 같아. 돈으로 안되는게 어딨겠어. 페이는 강남만큼 쳐주고 대신 교통비로 백만원 더 드린다고 하니 오케이 됐어요. 우리 아라랑 실력 비슷한 애들로 두명만 더 구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서.

  - 정말 확실하기는 한 거에요? 괜히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지 말고 알아서 잘 처리해요.

  - 걱정마요. 내가 누구야. 우리 학교 졸업한 애들 엄마들한테 다 정보 입수해 놨어. 확실해요.

  사립초등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일하는 영숙은 두 딸의 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했다. 두 딸의 교육과 관련해서는 경호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경호는 이를 존중하고 지지했다. 딸들은 엄마를 잘 따랐고 결과는 눈에 보였다. 두 딸은 어디에 내놔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발레, 피아노, 외국어, 학교 공부, 테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자람이 없었고 경호에게 애교가 많았다. 경호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금요일 저녁의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붐볐다. 1인당 평균 식사비가 십만원이 훌쩍 넘어가서 다소 비싼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완전히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곳은 A시에서 손꼽히는 상류층 허브 공간으로 통했다. 오픈된 공간과 클로즈된 공간이 구분되어 운영되었으며 예약자는 이를 골라서 예약할 수 있었다. 경호는 가족 모임이었으므로 오픈된 공간으로 예약을 했고, 벌써 서너팀의 지인들과 마주쳤다. 오픈된 공간을 예약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부부, 친척들간의 모임이었으므로 서로 거리낌 없이 인사하고 안부를 주고 받았다. 경호는 딸들에 대한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 아이고, 원장님. 이렇게 뵙습니다. 가족분들끼리 오셨습니까?

  - 목교수! 얼굴 까먹겠어. 요새 그렇게 잘 나간다며, 방송 잘보고 있어. 화면빨이 너무 잘 받아. 사람들 반응도 너무 좋더라고. 조만간 청소년 인문학 전문가 되겠어.

  - 저희 집사람이랑 딸들이에요. 저번에 한번 인사드린 적 있죠? 아라야, 유라야.

  아이들은 얌전히 인사했다.

  - 아이구. 저번보다 더 이뻐졌어.

  김원장과 헤어지고 예약된 자리에 앉은 경호는 애정어린 눈길로 아라와 유라를 쳐다봤다.

  - 지난 번에 뵌 적 있지? 한국역사진흥원 원장님이셔. 청와대 측근 인물이신데 여기 거주하시는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고향에서 어머니 돌보시려고 잠시 내려와 계시는거야. 아마 나중에 국회나가실거야.

  - 고향이 여기셨어요?

  경호는 영숙의 질문에 김원장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며 대학 선후배임을 잊지 않고 부연했다. 주문한 요리들이 셋팅되자 영숙은 경호에게 눈짓을 했다.

  - 유라야. 이번 네 생일을 맞아서 엄마와 내가 준비한 선물은 스키캠프야. 이번 7월에 뉴질랜드에서 개최하는거야. 아빠가 어렵게 구했어.

  - 와, 진짜요? 감사합니다.

  다섯 살때부터 스키를 배운 덕에 스키를 꽤 잘타는 유라를 위해서 영숙이 준비하고 경호에게 전달해둔 것이었다.

  - 거기가면 네 또래 애들이 열명쯤 있을거야. 대부분 서울에서 오는 애들이야. 그 중에 야구선수 제이김의 막내딸도 있대.

  - 그 막내딸이 운동신경이 그렇게 좋다면서요?

  유명 야구선수의 막내딸이 참가한다는 소식에 매진이 일찍된 스키캠프는 상당히 고가였다. 영숙은 두 딸을 위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아라와 유라는 영숙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이었다.

 

  영숙은 이십대 후반에 경호를 만나서 결혼했다. 영숙의 아버지는 A시에 초,중,고,대학을 모두 가진 사학재단의 이사장이었다. 영숙은 어릴 때부터 크게 똑똑한 아이는 아니었고 이를 알아본 아버지에 의해 피아노를 계속해서 쳤고 그 덕분에 아버지 재단 산하의 음악대학에 그럭저럭 입학할 수 있었다. 인지도가 크게 높은 대학은 아니었으므로 영숙이 어떻게 합격하든지 관심을 가지는 이는 별로 없었다. 교육대학원을 거쳐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은 아버지 재단의 사립 초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원래는 대학 본부 교직원으로 있었지만 초등학생인 큰딸 아라를 따라 근무지를 옮겨 벌써 오년 째 일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유라도 영숙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일단 초등학교까지는 영숙의 재단 학교인 사립초를 다니게 하고, 이후는 아라와 유라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예정이다. 경호와의 결혼에 아버지는 많이 반대했었다.

  -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놈을 만나냐고. 그 자식 알아봤는데, 애도 있어. 아들하나. 너보다 열 살이나 많고. 국립대학 교수? 필요없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

  - 아빠. 내가 좋다잖아. 나를 그냥 나로 봐줘. 그리고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해. 똑똑하고. 나는 그 사람이랑 결혼할거야. 어차피 전처한테 친권, 양육권도 다 줬대. 아무 문제될 게 없어. 나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고백했어. 나는 원래 알고 있었다구.

  - 정말 네가 단단히 돌았구나. 그래, S대 출신에 외모 멀끔하고 자기 힘으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국립대학 전임강사인것 까지는 좋아. 그런데 왜 하필 이혼남이냐고.

  - 이런 말 안할려고 했는데. 나 임신했어.

  영숙의 부친은 마지못해 결혼을 허락했고 결혼 후 몇 년 동안은 사위에 냉담했지만, 이 후 손녀들이 태어나고 경호는 국립대학 정교수가 되고 A시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 사람이 되자 지인들에게 사위자랑을 하기에 바빴다. 지역방송이긴 하지만 두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시민들에게 유명세를 떨쳐서 요사이는 차기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른바 '핫'한 인물이 된 것이다. 영숙과 경호는 A시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경호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메일이 왔던 것은 지난 봄이었다. 새학기 강의 준비로 한창 바쁘던 즈음 여느 날과 다름 없이 학교 연구실로 출근해 PC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던 참이었다. 낯설은 아이디와 제목없는 메일에 삭제 처리를 하려다가, 그 사이 부쩍 늘어난 자칭 ‘팬’들의 메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열어보았다. ‘목경호 교수님께...’라고 시작되어 있는 메일은 꽤 긴 분량의 메일이었다.

  준우였다. 십년도 더 된 이름이었다. 사실 경호는 그 동안 잊고 있었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는 무심했고 경호 역시 모든 게 완벽히 정리된 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동안 기억을 떠올려 본적이 없었다. 자신이 너무 바쁘고 힘들 때 승희가 가졌던 아이, 준우. 경호는 사실 준우의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준우의 메일은 꽤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준우를 낳고 산후우울증으로 갖은 포악을 부리던 승희가 준우를 데리고 서울로 떠났고, 경호가 준우를 다시 만났을 때는 준우는 경호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그를 바라보고 대했다.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었던 준우에게 그 대상은 하필 경호와 승희였다. 그들은 계속해서 다투었고 지쳐갔다. 경호는 A시의 국립대학에 전임강사로 임용되었고, 경호는 주저없이 A시로 내려왔다. 결국 경호와 승희는 이혼에 합의했고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포기하는 조건으로 부모님의 아파트를 승희에게 넘겼다. 그렇게 경호는 A시로 떠났고, A시에서 영숙을 만났다. 경호가 전임강사이던 시절 A시 소재의 대학 네 곳이 합동으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영숙은 사립대학 한 곳의 본부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뒷풀이 자리에 나타난 그녀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영숙의 적극적인 애정공세가 있었다. 영숙은 A시에서 유명한 사학재단 상속녀였고 부유한 만큼 자신있고 당당했으며, 여유가 넘쳤다. 경호는 이혼남인 자신의 처지를 모두 고백했음에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영숙에게서 위안을 얻었다. 그들은 아라를 가지고 어렵사리 영숙 집안의 허락을 얻어냈다. 영숙은 결혼 후 두 딸의 양육을 전적으로 도맡았고, 사학재단의 상속녀답게 두 딸도 최고의 클래스로 키우기에 경호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지금 A시에서는 경호의 과거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한 상태였다. 굳이 말할 것도 없었지만, 경호가 고의로 숨긴 것도 아니었다. 준우의 메일에 경호는 며칠을 고민했다. 이제 중학생이 되어 A시에 승희와 함께 왔다는 준우에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경호는 잠깐 고민했고 며칠을 찜찜해 했지만 결국 회피했다. 말그대로 준우와 할말이 없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이 균형을 깨기가 싫었다.

 

  A시에 내려와서 텔레비전을 통해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그 동안 아버지가 나를 찾지 않은 것은 기억나지 않는 내 어린 시절의 잘못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해왔다. 그 잘못에 대해서 사과하고 아버지에게 용서를 받는다면 아버지와 나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냉정했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와 나와 아버지의 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버지는 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일까. 이것을 내가 이해해야만 하는 것인가. 나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했고 내 생각만 하기로 결론을 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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