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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1부 경쟁의 허상
작성일 : 16-09-26 16:30     조회 : 507     추천 : 0     분량 :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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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한다는 것은 세상의 참된 이치를 깨닫는 것이고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그 참된 이치를 행동으로 옮기며 사는 것이다.”

 

 

  준우가 사랑마을학교에 온지도 몇 달이 지났다. 준우는 마치 텃밭을 돌보기 위해 사랑마을학교에 들어온 아이처럼 농작물 재배에 몰두했다. 지운, 나영과 함께 감자를 재배 작물로 정하고 사랑마을학교를 들어온 첫날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더니 결국 지난 주에는 수확한 감자의 일부를 사랑마을학교 식당의 재료로 기부했다. 봉구가 기본적인 자문을 해주고 어느 정도의 가이드는 제시하기 때문에 사랑마을학교 대부분의 아이들은 적지 않은 수확을 거두고 수확물을 자신들의 계획대로 처리했다. 첫 수확이었던 준우는 그 뿌듯함을 감출수가 없었던지 그날 저녁에 몇 개의 감자를 삶아서 봉구가 있는 사무실로 가져왔다.

  - 지운이랑 나영이랑 함께 수확한 거에요.

  - 그래, 점심 때 반찬으로도 먹어서 잘 알고 있어. 마침 출출하던 참이었는데, 같이 먹자.

  - 아니에요. 저는 이것만 가져다 드리고 가봐야해요.

  - 꽤 많은 양의 감자를 수확한거 같던데, 어쩌려구?

  - 일단 저희들 부모님들께 보내드리구요, 그리고..음...비밀이에요! 저, 기타치러 갈거에요.

  - 기타 연주 실력도 많이 늘어난 거 같던데. 다음 주에 선생님 아는 친구 중에 기타를 좀 치시는 분이 여기 놀러 오실거야. 그때 궁금한거 물어보도록 해.

  -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봉구는 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자를 한입 베어 물었다. 햇감자라서 껍질이 얇았다. 이미 작년에 다른 아이들이 감자를 수확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지운 덕분에 감자는 수확량이 꽤 괜찮았다. 씨감자를 구입해서 정성스레 심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텃밭을 돌보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나영과 함께 한 결과이므로 봉구는 준우와 지운이 대견했다. 나영은 사랑마을학교에 온 지 일년이 조금 못되었다. 봉구는 상담을 하러 온 나영의 부모에게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거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나영의 부모는 완고했다. 봉구는 당시 사랑마을학교에 재학중이었던 열명 남짓의 학부모들에게 모두 동의를 구했다. 사랑마을학교의 학부모들은 전원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어차피 제도권 학교를 떠나 사랑마을학교를 택한 부모들이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기심이나 편협함은 다소 덜한 편이었다. 자신의 자녀가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랑마을학교에 대한 믿음이 큰 편이었다. 다행스러운건 나영이 기본적인 생활태도 소양은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동안 생활태도와 기초학력 면에서 맞춤 교육을 받은 탓에 사랑마을학교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평일 오전 수업을 다른 아이들만큼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수업시간에 얌전히 있었기 때문에 사실 같은 모둠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면 나영의 장애를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다. 아이들은 이런 나영에게 너그러웠고 나영은 아이들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같은 모둠이 되면 나영을 배려해서 작은 역할을 나영에게 배정해주고 나영은 여기에 최선을 다했다. 평일 오후 중 3일은 특수교육 담당 봉사자가 학교를 방문하여 나영이를 따로 지도했다. 사랑마을학교의 교육과정 특성상 나영의 장애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봉구는 사랑마을학교에서의 생활이 좋았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좋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도 다 좋았다. 무엇보다 봉구가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 무의미한 것들을 강요하지 않아도 되어서 봉구는 지금의 일상이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상돈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었다.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해서 사랑마을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할 터였다. 봉구의 휴대폰이 울렸다.

  - 저에요, 도 박사님. 집필 잘하고 계시나 확인 전화 드려봤어요.

  봉구가 집필하는 책들의 출판을 맡고 있는 출판사의 담당자였다.

  - 제가 인문학적 지식은 제 전공만큼 많지는 않아서 조금 시간이 걸리네요.

  - 이렇게 겸손하시다니까. 박사님 정도면 충분해요. 걱정하지 마시고 부담없이 집필하시면 되요. 마감 날짜는 꼭 지켜주시고. 저희 일정이 많아요.

  - 미안하지만 불필요한 스케쥴은 잡지 말아주세요. 괜히 얼굴 팔고다니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학교 수업있는 평일은 고려해주세요.

  - 그럼요, 박사님. 저희만 믿으세요.

  이번이 다섯 번째 책 집필이었다. 이번엔 출판사 쪽에서 먼저 제의한 기획이었다. 사랑마을학교의 운영 전반에 대한 소개를 인문학과 연계해서 서술해달라는 것이 출판사의 요청사항이었다. 봉구 역시 언젠가 사랑마을학교와 관련해서 책을 쓰려던 계획이 있었기에 흔쾌히 출판사의 요청을 수락했고 다음 달이 마감이었다. 대략의 집필은 끝내놓은 상태에서 인문학적 요소들을 검토하고 있던 참이었다. 봉구는 오래전부터 사랑마을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의무와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 평가와 줄세우기 및 경쟁이 없는 교육 여건 조성 등 사랑마을학교가 가진 가치와 철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것은 봉구가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교육의 본질이기도 했다.

 

  봉구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담임 교사와의 대화로 청소년기 그가 가졌던 ‘공부’에 대한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담임 교사가 봉구에게 해답을 준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바라보는 봉구의 시선과 일반적인 시선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중간고사를 치른 후 담임 교사는 봉구를 호출했다.

  - 저, 찾으셨다구요?

  - 그래. 앉아봐라.

  담임교사는 화학을 맡고 있었는데, 봉구의 중간고사 성적 점수를 펼쳐보였다.

  - 너, 화학 점수가 육십점대야. 알고 있니?

  - 네. 제가 공부를 조금 덜 했어요. 읽던 책이 있었는데 마저 읽어야 했거든요.

  - 아니, 아니. 내가 시험치기 전에 시험에 나올 것들을 얘기해 줬잖아. 그것만 서너시간 공부해도 아마 구십점 이상은 나올텐데.

  - 네. 제가 수업시간에 그 말씀 듣기는 했는데 저는 그렇게 단편적으로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

  - 내 수업말고도 다른 수업도 다 똑같아.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은 선생님들이 찍어주시는 것들이 있단 말이야. 그걸 중점으로 공부를 해야한다.

  - ...왜요? 왜 그래야 하는거죠?

  - 하.. 이 녀석아. 왜라니. 그게 공부니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맞으려면 선생님들이 찍어주는 것들을 외워야 해. 암기를 해야지.

  - 이해를 하면 안되는건가요?

  - 그래, 이해를 하면 되는데, 결국 시험에서 맞으려면 암기는 필수야.

  - ...... 선생님, 저는 이제까지 무언가를 암기 해본적이 없어요. 중학생이었을 때는 선생님들께서 숙제로 암기를 내주시는거 외엔, 시험을 친다고 암기를 해 본적이 없어요. 그냥 모르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아는 정도로 공부를 했어요.

  - 아... 그래서 네가 모의고사 성적은 뛰어났구나. 아무래도 수능은 그런 식이니까. 일단 공부에 대해서 잘 생각해. 내신도 중요하거든. 너 이런 식이면 내신은 엉망이 될 거야. 봉구야. 너 걱정되서 얘기하는 거다.

  - 네.

  봉구는 담임교사와의 대화 이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그간 공부를 하는 것이 단순히 시험 성적을 잘 맞기 위해 관련한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 후 봉구의 내신 성적은 들쑥 날쑥이었다. 학력고사에 출제되는 문제들이 학교 내신에서도 주로 나왔던 과거와 달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새로운 입시제도 시행을 앞에 두고 ‘수능’ 공부 따로, 내신은 결국 교과서의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고 이를 시험에 그대로 출제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봉구는 단편적 지식을 이해없이 그대로 암기하는 식의 공부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공부를 하는 덕에 늘 모의고사에서는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물론 수능 문제가 쌓이고 쌓인 지금은 수능 문제 마저도 암기식의 공부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수능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공부라는 것이 시험 성적의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데 봉구는 동의할 수 없었다. 어떤 시험도 사람의 능력을 모두 나타내지 못한다. 그것은 사람의 능력 중 극히 일부를 드러내 보일 뿐이며 이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가령, 봉구가 중간고사의 화학 시험을 육십점을 맞았다고 같은 시험에서 백점을 맞은 학생보다 중간고사의 범위였던 ‘물질의 구조’에 대해서 더 모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봉구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고 소신대로 공부했다. 물론 봉구가 대학 입시를 치르던 해에 두 번에 걸쳐 치러진 수능에서 봉구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내신은 신통치 않았지만 대학 입시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부를 할 때 평가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 제도처럼 줄을 세워서 경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늘 회의적이었다.

 

  교육부에서 봉구가 추진했던 수많은 정책들 속에서 봉구는 환멸과 좌절을 느꼈다. 기득권은 아이들을 배려해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오직 ‘조직의 존재’를 위해서 모든 것을 행했다. 기득권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유지하고 싶었다. 출산률의 저조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계속해서 아이들을 줄세워주기를 바라고 대학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교육부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기적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우위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공정한 경쟁'을 요구한다. 학부모, 대학, 교육부의 삼박자는 이 모든 것에 합의를 하고 아이들을 경쟁에 내몰았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정작 필요한 ‘인생’ 공부는 그 누구도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무한한 경쟁속으로 떠밀려졌다. 결국 어른들의 사회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주어진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 진정한 내면의 만족과 성취를 간과하며 살아간다. 봉구는 자신이 깨달은 삶의 이치를 실천하고 싶었다. 그러나 제도권 안에서는 그 실천에 대한 제약이 너무 많았다.

 

  어머니와 도봉구 선생님이 살아온 과거가 내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사랑마을학교로 들어오기 전 경험한 학교들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오직 남을 이기기 위한 교육이 의미가 있을까. 본질이 경쟁인 교육에서 나는 아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우리 삶의 본질이 ‘경쟁’이 아님을 굳게 믿고 있다. 그것은 내가 사랑마을학교를 선택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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