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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틸던
작가 : Indignation
작품등록일 : 2018.11.4

동이 트기 전까지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미스터리 sf)

 
2부 3. 구조
작성일 : 18-12-30 17:34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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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러나 그곳으로 가는 여정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태양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머리 위에서 정면으로 내리쬐는 열과 빛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가 내뿜는 열기에 온몸에서 땀이 났고 신발을 신었음에도 발이 대일 것 같았다.

  그건 세레스도 마찬가지였는지 가는 내내 연신 천 쪼가리로 이마를 닦아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 뜨거운 사막에서는 숨을 쉬는 것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수건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는 스스로의 머리를 치며 중얼거렸다.

  “이런 멍청한.”

  그는 곧바로 가방을 내리더니 옷가지 몇 벌을 꺼냈다. 아쉽게도 수건은 찾을 수 없었지만 대신으로 쓸 얇은 웃옷을 발견했다.

  “이거나 하나 써!”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코멧은 한 벌을 앞으로 던졌다. 그걸 받아든 세레스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비리비리한 줄만 알았는데 머리도 쓸 줄 아네?”

  그러더니 옷을 코 아래부터 목까지 둘둘 감았다.

  “고마우면 고맙다고나 할 것이지.”

  코멧은 툴툴거리며 자기도 옷을 얼굴에 둘렀다.

  “고마워!”

  순간 앞에서 한 마디가 들려왔고 고개를 들었을 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걷고 있는 그녀만 보일 뿐이었다.

  허탈하게 웃으면서 코멧은 가방을 다시 둘러메고 걸음을 서둘렀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수 십분 정도 더 걸었을 쯤 세레스가 멈춰서더니 한 쪽 손을 들어올렸다.

  “흐아! 일단 여기서 잠깐 쉬자.”

  코멧도 꽤 지쳤으므로 그 말에 반대하지 않고 근처로 다가가 주저앉았다.

  양손으로 지친 근육들을 풀어주고 있는데 세레스가 가방에서 찾은 뭔가를 들고 다가오더니 그것을 바닥에 푹 꽂았다.

  “뭐야?”

  “뭐긴? 파라솔이지.”

  그걸 왜 가지고 있는 거냐고 물을 새도 없이 세레스는 두 사람 정도가 들어갈 만한 그늘을 만드는 파라솔을 폈다.

  “혹시 몰라서 가져왔어. 난 시원한 데를 꽤 좋아해서. 도착지가 더운 곳이면 그렇잖아?”

  “그렇겠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그녀의 괴상한 준비성에 약간은 감탄하고 있었다.

  “아, 좋다.”

  코멧도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뙤약볕 아래에서는 이런 작은 피난처만으로도 확연한 기분전환이 가능했다. 아까까지 느꼈던 짜증과 고통이 약간은 가시는 듯 했다.

  “그런데 넌 어쩌다가 여기에 오게 된 거야?”

  “어쩌다가라니?”

  갑작스러운 질문이었고 그 내용으로 인해 코멧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히 나왔다.

  “난 뭐, 합격자가 되면 이것저것 받는 게 있잖아. 그것 때문에 왔어.”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코멧은 잠시 멈칫했지만 그냥 말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나도야. 혜택 때문이었지. 나는 엄마랑 여동생이랑 같이 살았거든. 그 둘을 위해서 합격자에 지원했어.”

  “그렇구나. 근데 뭣 때문에?”

  “뭐 때문이냐고? 그야 당연히...”

  그때 머릿속으로부터 안구에 이르는 무시하기 힘든 통증이 그를 덮쳐왔다. 그가 이마를 잡고 고통에 겨워 신음을 내뱉자 세레스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코멧은 그 물음에 대답하려고 입을 떼고 혀를 굴릴 때마다 손가락만한 길쭉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뇌를 콕콕 찌르는 생전 처음 느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겨우 한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했지만 절대 믿을 리 없었다. 거의 피를 토할 것처럼 캑캑대며 시뻘게진 눈을 내리깔고 가쁜 숨을 내뱉었다.

  두두두두...

  멀리서 공기를 난장판으로 가르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으나 미칠 것 같은 고통의 후유증으로 코멧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세레스...”

  “헬리콥터가 오고 있어.”

  전혀 놀라지 않은 듯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귓불에 따스한 공기가 와 닿았다. 그녀는 잘 안 들릴까 가까이 와서 말해주고 있던 것이다.

  고마웠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과 육체가 고단해져 있었다. 헬리콥터가 왜 오고 있는지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해볼 필요가 없었다.

  “우릴 데리러 온 거겠지?”

  “아마도 그럴 거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떨림이 감지됐다. 그녀도 저것이 구조 헬리콥터이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 사막을 횡단하는 헬기가 몇이나 있겠으며 혹여 다른 것이라 해도 그들을 구조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사이 두통의 여운이 많이 가셨다. 뇌는 아직도 두개골 내부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듯 흔들거렸지만 어떻게든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여기로 오고 있네.”

  “응...”

  분명 다행인 일임에도 그녀의 어투에는 그런 감정이 일체 들어있지 않았다. 아쉬움, 안타까움... 오히려 그런 것들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물어볼까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헬리콥터에 탑승하는 게 우선이었다.

  “여기요! 여기예요!”

  큰 소리로 헬리콥터를 부르면서 손을 흔들었다. 파라솔 밖으로 나오니 가뜩이나 멀쩡하지 못한 몸이 스스로를 가누기 힘들어 휘청거렸다.

  “조심해!”

  “혹시 우릴 못보고 지나칠 지도 몰라.”

  “그럴 리 없어. 바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걸. 그리고 그렇게 소리 지른다고 들리지 않아.”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사실 그 말이 맞았다.

  자신의 조급함이 부끄러웠다. 세레스는 헬리콥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차하면 뭔가를 해버릴 것처럼 헬기를 주시했다.

  그녀의 얼굴 위에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번져가고 있었다. 헬리콥터의 어둡고 거대한 그림자 또한 점차 커져가며 가까이 다가와 그들을 집어삼켰다.

  공중에 멈춰선 헬기에서 줄사다리가 떨어져 내려왔다.

  “어이! 어서 타라!”

  줄사다리 위에 있는 웬 남자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둘은 서로를 한 번 마주보고 세레스부터 차례로 줄사다리를 기어올랐다. 매끈한 줄사다리를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가자 슬슬 아래를 내려 보기가 무서워졌다.

  “빨리 안 올라오면 버리고 간다!”

  다시 한 번 들리는 외침에 코멧은 사다리에 오르는 것에만 열중했다.

  그들이 헬기 위로 올라타자 남자는 줄사다리를 걷어 올리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앞에 앉아있는 조종사에게 큰 소리로 ‘출발해!’ 라고 외치곤 자리에 앉았다.

  코멧은 그에게서 왠지 모르게 익숙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으! 술 냄새!”

  “이것도 맡다보면 꽤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어때, 너도 조금 마실래?”

  “아뇨. 됐어요. 전 술이라면 딱 질색이에요.”

  “뭐, 그럼 어쩔 수 없고. 너는?”

  남자가 코멧에게로 술병을 돌리며 물었다. 그는 눈앞에서 술병을 흔들었다.

  “얘가 무슨 술을 마실 것 같이 생겼어요?”

  “아니, 마실 줄은 알아. 아버지가 좋아하셨거든.”

  코멧은 잠시 술병을 노려보다가 대답했다

  술병을 받아들자 남자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좋아. 쭉 마셔.”

  미심쩍었지만 그도 마시던 걸로 봐선 위험할 리는 없었다. 코멧은 술병을 입에 대고 살짝 기울였다.

  “켁켁!”

  “좀 세지? 그래도 그 정돈 돼야 술이라고 할 수 있지.”

  “좀 많이 세네요. 여기요.”

  남자는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술병을 받아들고 한 번에 목구멍으로 모두 털어 넣었다. 목울대가 몇 번 출렁이더니 개운한 얼굴로 고개를 내렸다. 갈색머리가 어수선하게 내려와 눈가를 괴롭히는지 아무렇게나 정리하고는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그의 왼쪽 눈썹은 타버린 것처럼 반쯤 비어있었다. 그 위에 희미하게 하얀 흉터자국이 보였다.

  그가 술병을 옆에 두고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거칠게 트림을 했다.

  세레스는 옆에서 토하는 시늉을 해댔다.

  “역시 좋군. 네 이름이 뭐지?”

  “네?”

  “이름이 뭐냐고.”

  “코멧이요.”

  코멧에게 그건 뜻밖의 물음이었다.

  “뭘 그리 놀란 눈으로 보냐? 누가 이름 물어봐 준 게 처음이야?”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코멧은 옆의 세레스를 흘낏 살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턱을 괴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확실히 내가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은 몇 없어. 맘에 드는 놈, 죽일 놈, 그리고 내 술을 마신 놈. 딱 세 놈만 기억해두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술병을 집어 들었다. 이번엔 녹색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그림이 붙어있는 병이었다.

  “그러니까 영광으로 알라고.”

  그다지 영광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코멧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기대었다. 졸음이 몰려왔다. 조금씩 누적된 피로가 긴장이 풀리면서 그의 뇌와 육체를 쉬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밑에 있을 때는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을 보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좀 더 정상적인 사람을 만나고 나야 그의 궁금증이 해결될 성 싶었다.

  헬리콥터가 천천히 속도를 늦출 때까지 그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는 필요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남자는 아무튼 이곳까지 그들을 옮기는 데까지가 임무일 터였다. 그 이후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세레스는 별개로 같은 합격자이고 도착지에 내려 같이 이곳을 다녀야 했지만 그녀가 말 걸지 말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거의 다 도착했다. 저기 저거 보이지? 저 네모난 박스. 저게 너희가 앞으로... 그러니까 몇 년 간 지내게 될 곳이야.”

  그 말에 코멧은 밑을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말끔한 하얀색으로 된 네모난 상자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이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게 멀쑥이 서있었다.

  “내 이름은 하우티다.”

  그는 소매로 입을 쓱 닦아내더니 쩝쩝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셨다.

  “이곳의 관리인이기도 하지. 망할 곳에 온 걸 환영한다.”

  코멧은 순간 그의 회색빛 눈이 섬뜩하게 번쩍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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