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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이돌x아이
작가 : LEEEUL
작품등록일 : 2018.12.30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배우 원태인의 죽음! 그것도 연극 공연 중에 벌어진 공개적 죽음이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고인가, 사건인가?
연예계와 매스컴은 태인의 죽음을 앞 다투어 재구성 하려한다. 삼류 연예지 ‘진실과 상상’의 기자 주채성도 그 중 하나. 채성은 태인의 평전을 써서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면서 자신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진실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아이돌x아이_기묘한 배우수업 1
작성일 : 18-12-30 16:50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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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다스 Ent. 연습생 월말 내부평가서

 

  성명 - 원태인 / 나이 - 만 17세 / 부문 - 연기

 

  ‧ 발성, 감정 처리, 표현력, 작품 이해도, 모두 최악.

  ‧ 전체적인 스타일도 촌스럽고 눈에 띄는 개성도 보이지 않음.

  ‧ 말수가 적고 사교성도 끼도 없음.

  ‧ 산정 자체가 불가하지만 굳이 점수를 매겨야한다면 5점 정도. (100점 만점임)

 

  총평 -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음.

  스타성 전무. 투자가치 제로. 조속한 포기 권유.

 

 

 

  “아닙니다! 태인이는 가능성이 충분한 녀석이에요!”

 

  목에 핏대를 세운 수왕의 항변이 미다스 기획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회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신인 발굴 프로젝트 회의였다.

 

  “그 가능성을 어디서 보셨는데요?”

 

  “얼마 전엔 대사 하나 딴 거 다들 아시잖아요? 당시 현장 반응도 좋았고요.”

 

  “그러니까 지금 겨우 엑스트라 경력 몇 번 가지고 데뷔 시키자? 우리가 몇 년 째 대기시키고 있는 애들은요? 걔들 기다리다가 목 빠져서 기린될 지경이에요.”

 

  “그래, 박 과장. 자네 촉도 믿고 능력도 알지만 말이야. 과욕은 패가망신의 프리패스야.”

 

  “사장님도 보셨잖습니까? 태인이 진짜 느낌 있는 얘에요. 진짜로 진짜라니까요. 저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모니터 팀에서 이렇게 평가하는데 답이 있나.”

 

  “그럼 특훈까지만, 그때까지만 이라도 기회를 주세요.”

 

  땅에 일반인이 살고 하늘에 연예인이 산다면, 그 사이에 사는 게 연습생이란 말보다 그들의 처지를 잘 표현해주는 말도 없다. 날아오르고 싶어 발을 뗐지만 날갯짓은 꿈에서나 가능할 뿐이고, 반쯤 붕 뜬 상태는 현실적인 삶도 어렵게 만든다. 그만큼 그들의 삶은 비현실적인 것들로 채워진다. 매일 땀으로 샤워를 하는 고된 훈련은 기본이요 두려울 정도로 불투명한 내일은 덤이다. 삼당사락. 네 시간 자면 떨어지고 세 시간 자면 합격한다는 입시의 격언은 그들에게도 적용된다. 연예 고시라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럼 그렇게 피나는 훈련과 노력이면 될까? 운칠기삼. 기술이 삼이요 운이 칠이라. 제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고 완벽하다는 연습생도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건 어디까지나 하늘의 뜻이란다. 하늘이 도와주기 전까지는 매일 불안에 떨면서 그 불안을 털어내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좌절과 거부의 연속 속에서 말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건 화려한 미래지만 눈앞에 있는 건 멈춰진 현재 뿐이다.

 

  수왕 형이 나를 지하에 있는 연습실로 데려가며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태인아, 이 세상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져. 선택하는 사람과 선택받는 사람. 근데 말이야, 그 양 쪽의 삶을 다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스타고 배우야.”

 

  선택한다, 선택 받는다, 양 쪽의 삶. 나는 선택 받았고 선택 했다. 내게 다른 삶이 주어지려 하고 있다. 나선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머릿속을 맴도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어둑한 지하에서 유일하게 환한 빛을 밝히고 있는 연습실 앞에 도착할 때까지.

 

  “자, 여기야. 우리 미다스의 미래 스타가 날아오르는 곳, 스타 발사대야!”

 

  날아오를지 추락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연습실의 첫인상은 발사대보다는 수족관을 연상시켰다. 정면, 양 측면, 천장까지 사면이 유리로 된 기묘한 느낌의 공간. 그 안에서 스무 명 남짓한 무리가 춤인지 싸움인지 모를 괴상한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뭔가에 취한 사람들처럼. 그들은 트레이너라는 사람이 손뼉을 친 뒤, 나를 소개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실내는 거울에 반사되어 훨씬 더 많아 보이는 무리들과 후덥지근한 열기로 가득 차있었고 나무로 된 바닥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눅눅했다. 들큼한 땀 냄새와 그들의 눈빛이 묘한 흥분을 불러왔다. 호기심과 의아함이 뒤섞인, 낯선 것을 대할 때의 그 눈빛들. 앞으로도 무수히 마주하게 될 그 눈빛들. 내가 이 삶의 끝까지 적응했어야할 그 눈빛들.

 

  “다들 주목! 새로 온 연습생이다. 원태인이라고 했나? 막내가 환규, 너지? 잘 가르쳐주고. 자, 다시 시작하자.”

 

  첫 날은 연습생들의 훈련이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연습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 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훈련을 이어갔다. 내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여기엔 자신들 뿐이라는 듯이.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곧 나도 이렇게 될 수 있다, 저들에게 섞여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고쳐먹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습생이란 무엇이냐? 그건,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거야. 무지, 무!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거야. 자넨 그럴 준비가 되어 있나?”

 

  내게 막내 바통을 넘긴 환규가 대걸레를 마이크 삼아 또 특유의 연설을 시작했다. 연습생 생활 반년 차라는 환규는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아는 척으로 떠들어대는, 유쾌하고 끼도 많은 녀석이었다. 훈련 외 시간에 유일하게 내게 말을 걸어주는 녀석이기도 했다. 연습실 청소, 식수 준비, 각 종 정리정돈을 가르쳐줘야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대개 실없는 농담이나 연예계 뒷담화 같은 걸 정보랍시고 들려주었지만, 아주 가끔은 마음에 담아둘 만한 이런 말을 해주기도 했다.

 

  “참을 인 자 세 개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그리고 결국 살아남는 놈이 데뷔하고 뜨는 거야. 태인이 넌 이름에 벌써 큰 인내심이 새겨져 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럴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지금까지는 그러질 못했을까. 어쨌든 믿어보고 싶어. 아니 정말 믿어, 그렇게 믿고 그렇게 해야만 해.

 

  마음은 그렇게 다잡았지만 몸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새벽부터 정비소에 나갔다가 오후까지만 일을 하고, 사장님과 할매에게는 못 다한 공부를 한다며 밤의 연습실로 향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이 기약 없는 이중생활은 한 체력 한다고 자부했던 나도 무릎이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밤낮 구분도 안 되는 공간 속에서 단 1분도 헛되이 쓰지 못하도록 계획된 훈련이 계속되었다. 인상적인 자기 소개법에서부터, 복식 호흡, 방송 안무, 표정 관리, 발음과 발성법, 체력 단련, 작품 분석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있는 줄도 몰랐던 수업들이 밀린 숙제처럼 쏟아졌고, 나는 허겁지겁 그것들을 헤쳐 나가야 했다. 헛구역질이 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속을 더 뒤틀리게 만드는 일들이 서서히 나를 조여오고 있었다.

 

  “야, 환규. 너 막내새끼 제대로 안 가르치냐? 바닥에 물기가 남았잖아 새끼야. 내 발목 나가면 네가 책임 질 거야?”

 

  연습생 하나가 환규에게 윽박을 질렀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지만 연습생들의 태도를 보면 월말 내부 평가일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괜한 신경질과 트집들이 독 오른 뱀처럼 사방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신경이 날카로워 진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내부 평가에서 낙제점을 기록했다고 했다.

 

  “내가 귀거머리로 보여? 나한테 직접 말하지 그래.”

 

  그렇지, 그렇게 쏘아 붙어야 나답지. 연습생은 콧방귀를 뀌며 자리를 떴다. 아무 말 없이 굳은 환규의 표정이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한심한 놈, 등신.

 

  연습생 무리 사이를 흐르는 미묘한 기류가 느껴졌던 것은 그즈음이다. 나를 슬쩍슬쩍 흘겨보는 시선들과 쑥덕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무리들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지 않은 이유도 그때 알게 되었다.

 

  “일종의 미신이지. 초짜 연습생과 말을 섞으면 그만큼 데뷔에서 멀어진다는.”

 

  거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은근한 정신적 압박이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눈을 감으면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뜨면 정비소거나 연습실이었다. 마침내 그 일이 터진 것은 연습실에서 눈을 뜨지 못한 어느 날이었다.

 

  “태, 태인아, 일어나! 어서!”

 

  차가운 물줄기가 갑자기 온몸으로 쏟아졌다. 나는 화들짝 깨어나 주위를 바라보았다. 잠이 든 건 연습실인데, 여긴 연습실에 딸린 샤워실이다. 어두컴컴한 샤워실에 연습생 멤버 전원이 모여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내리깐 채로. 샤워실 집합이라는 것이었다.

 

  “연습실 꼴 잘 돌아간다, 그치? 청소는 개판이고, 막내란 새끼는 연습실에서 자빠져 자고. 야, 환규. 요즘 즐겁냐?”

 

  연습생 중 최고참이라는 장발 머리가 살벌하게 비아냥거렸다.

 

  “우리 환규, 예전 기억 좀 되살려 줘야겠는걸? ……물어.”

 

  장발이 환규의 얼굴 앞으로 걸레를 들이밀었다.

 

  “환규야, 하지 마. 그만 해 다들,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같은 연습생끼리.”

 

  비 맞은 생쥐 꼴로 내가 외치자 장발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뭐? 같은 연습생?”

 

  순간 아차 싶었다. 어둠 속에서 동시에 나를 쏘아보는 수 십 개의 눈알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환규가 제일 강조하며 일러줬던 걸 대놓고 어겼기 때문이다. 연습생들의 암묵적인 불문율이라는 급수. 치명적 급소라는 급수.

 

  “급수라고 쓰고, 끕이라고 읽지. 이건 연예계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연습생 사이에도 끕이란 게 있거든. 그러니까 ABC로 나누는데, A가 데뷔를 눈앞에 둔 연습생이라면 B는 데뷔 가능성이 충분한 애, C는 좀 더 훈련이 필요한 애들이지. 우리? 우린 뭐 후회막급 정도 되려나? 하여튼 그 끕을 존중해줘야 돼. 그게 제일 중요해. 여기도 사회랑 똑같거든. 아니 그보다 더하지. 특히 저 장발 형이 A끕인데 말이야……”

 

  “근데 데뷔는 누가 먼저 할지 모르는 거잖아? 수왕 형이 연습 기간에 따라 데뷔하는 건 아니라고……”

 

  “쉬잇! 멍청아, 그건 당연한 거지. 이 바닥 일을 누가 아냐. 그러니까 거기에 더 목매는 거야. 가는 데 순서 없으니, 오는 순서라도 악착같이 챙겨먹자는 거지.”

 

  환규가 쓸쓸한 눈빛으로 덧붙인 한 마디가 뇌리에 박혔다.

 

  “지금은 동료처럼 보여도 결국 다 적이니까.”

 

  적이라며? 그럼 싸워서 밟아줘야지, 왜 당하고 있어?

 

  “그만하라고, 이 새끼들아!”

 

  벌떡 일어선 나를 연습생 무리들이 덮친다. 팔을 꺾고 몸을 짓눌러 꼼짝도 할 수 없다.

 

  “태인아, 가만있어. 이건 내 일이야.”

 

  환규는 그렇게 속삭인 뒤 걸레를 입으로 물었다. 그리곤 엎드려 바닥을 닦아나갔다.

 

  “아주 꼴값을 떠네. 밑바닥끼리의 우정 뭐 그런 거냐? 눈물 난다, 눈물 나. 막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건방지게 나대지마.”

 

  주먹이 나갈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결코 그러지 못했다. 무리들이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바닥을 닦고 있던 환규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입술이 터질 정도로 깨물며 겨우 나를 붙들었다.

 

  마지막이라고? 난 이제 인내심 한 개를 썼을 뿐이야.

 

  환규에 입에 물려 있는 걸레를 낚아채 집어 던져버렸다. 환규는 잠자코 엎드려 있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원태인, 잘 들어. 앞으론 우리 조심하자. 너도 그렇겠지만, 나도 꼭 데뷔하고 싶어. 살아남고 싶어. 무슨 말인지 알지?”

 

  살아남기 위한 경쟁, 오로지 살아남는 게 목적인 경쟁. 환규의 말은 이제 누구도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을 거란 뜻이었다.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야. 그래, 다 적이라며? 싸워, 이겨서 짓밟고 올라서. 그런데 이기면 누가 올려주기나 한데? 그럼 내가 왜 이 짓을 계속 해야 해? 아무 것도 확실한 게 없잖아. 아니 애초에 내가 왜 이 짓을 한다고 한 거지?

 

  정답 없는 자문들을 한껏 쏟아놓고 나면 그 밑바닥엔 언제나 포기해, 넌 안돼, 너란 놈이 그렇지 뭐, 라는 말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녔다. 정말 그런 거야?

 

  “노려 봐, 눈에 더 힘을 줘, 더! 카메라를 잡아먹겠다는 심정으로, 씹어 먹겠다는 각오로! 그렇지, 원태인 느낌 좋은데?”

 

 “자, 횡격막이 업된다, 성대가 막 떨린다, 함성 발사! 으아아아악! 오케이, 태인이 제대로 쏟아내는구나!”

 

 “13, 14, 15! 됐어! 이야, 원태인, 뭔 비결이야? 아주 악으로 깡으로 근육을 박살내네!”

 

  눈앞에 가시밭길이 뻗어 있다. 그 길을 혼자 걸어간다. 내가 택한 길이므로. 같이 걷는다고 아픔이 덜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픈 것도 피 흘리는 것도 나 일 뿐. 뒤돌아 가면 아픔은 더해질 것이다. 마음껏 짓눌러 봐,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 줄 테니까.

 

 

 

  “태인아. 생활은 좀 어때, 할 만해?”

 

  오랜 만에 연습실을 찾아 온 수왕 형이 안부를 물었다.

 

  “응. 아주 좋아, 최고야.”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며 힘이 넘치는 소년의 표정과 말투. 연습한대로 될까?

 

  “그래, 잘 적응하고 있는 같아 다행이다. 안 그래도 너 부쩍 실력이 늘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그런 의미에서 선물 하나 줄게.”

 

  수왕 형이 꺼내든 건 기획사의 특훈으로 준비된 배우수업 공지였다. 유명 연극 연출가가 지도할 뿐만 아니라, 이 수업의 최우수 연습생은 미다스 정식 소속계약은 물론 데뷔기회까지 주어진다고 했다.

 

  “데뷔 급행열차 티켓이야.”

 

  연습생들 신경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고, 나를 향한 공격은 그만큼 더 거세졌다. 대기실을 엉망으로 어질러 놓거나 연습복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건 애교였다. 연습 기간에 현장 경험이 전혀 없었던 몇 몇 연습생들은 틈만 나면 면전에서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연예인님 오셨어요?”

 

  “왜 엑스트라 몇 번 하고 나니까 벌써 뭐가 된 것 같아?”

 

  “박 과장 낙하산 타니까 기분 째지지?”

 

  눈앞에 다가온 기회가 무리들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것 같았다. 환규조차도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불쑥 이렇게 내뱉었다.

 

  “넌 그냥 소모품이야. 그거 알아? 진짜 배우를 만든다면 그렇게 막 굴리지 않지. 신선도가 떨어지거든.”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말없이 청소를 하고 찢어진 연습복을 입고 훈련에 빠져 들어갔다. 하지만 격한 군무 중에 발을 걸거나 운동 중에 갑자기 기구에 제동을 걸어 충격을 주기까지, 공격이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자 더 이상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응해야 했다. 내가 제일 잘 하는 방식으로.

 

  무리들 사이에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장발의 머리채를 잡아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 무리들은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당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녀석과 나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들 와. 특훈 못 받아도 상관없으면 말이야.”

 

  “이거 안 놔, 이 새끼야? 왜 이제 겁이 좀 나냐?”

 

  장발이 내 팔을 거칠게 뿌리치며 비웃었다. 다시 녀석의 멱살을 잡고 씨익 웃어주었다.

 

  “나 이제 하나 밖에 안 남았거든? 그러니까 이쯤 해둬.”

 

  “헛소린 집어치우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이번 특훈에 뭘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상도가 아니잖아.”

 

  “이렇게 오래 나랑 말 섞었는데 괜찮겠어, 그 쪽은?”

 

  “건방진 새끼.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 같은 게.”

 

  “굴러온 돌에 대가리 깨져봐야 아픈 줄 알려나.”

 

  그 때 계단 위쪽에서 방정맞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큭큭큭. 잘들 노는구나, 중생들아. 주먹질로 해도 될 걸 왜 입 아프게 말로 싸우고 있냐? 링이라도 만들어 주랴? 에너지가 그렇게 남아돌면 긍정적인데다가 좀 써보지 그래?”

 

  동그란 얼굴에 똥그란 안경을 쓴 거지꼴의 중년 남자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이 차 연출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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