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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11.
작성일 : 18-12-30 14:24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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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1. 그걸 어떻게 확신해?

 

 

 라오넬 허커스. 황제를 아버지로 둔 그는 가장 황좌에 가까운 인물이나 원래라면 감히 황제를 넘봐선 안될 운명이었다. 황좌의 원주인이 그의 큰아버지, 대공이었기 때문이다.

 

 황제와 대공은 한살 차이로 자질 또한 비슷했다. 마법사로서의 경지, 정치력, 인망, 지략 그 외 모든 것이 둘 중 하나가 어느 일엔 우위를 보여도 다른 곳에선 반대로 뒤처졌다. 둘의 어정쩡함은 선황제가 황태자를 쉬이 고르지 못하게 했고 귀족들이 1황자와 2황자편으로 나뉘어 대립하게 만들었다.

 

  젊은 두 청년의 경쟁은 처음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십여년 가까이 되자 1황자파와 2황자파는 철천지 원수가 되어 무력충돌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즈음에서 선황제는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승자는 대공이었다.

 

 첫째 보다 못나지 않았어도 잘난 게 없는 둘째는 황제가 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황제는 좌절했고 대공은 기뻐했다. 더해 대공의 아내가 회임까지 하였으니 세상이 그를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하여 누구도 그 아이가 차기황제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대공의 아들이 가장 약한 고유문양인 불르를 지니고 태어났다. 두 해 먼저 태어난 라오넬은 사촌과 다르게 드하스티였다. 거기서 승부가 뒤집혔다. 그의 아버지는 대공을 밀어내고 황좌를 차지했다. 라오넬 본인은 기억도 안 나는 갓난아이 때의 일이지만, 황제는 그 사실을 잊을려야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황제가 라오넬의 약혼자로 아에리아를 주선했을 때 그는 라오넬에게 반드시 보고 오라 시켰다. 반은 아에리아로부터 이어질 차차기 황제의 주인이 불안했다. 미리 만나 본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이 없음에도 그리 말했다. 본인과는 다르게 그의 자식은 탈 없이 황제가 되기를 바랐다.

 

 정작 라오넬은 시키기에 강제로 아에리아의 아홉 번째 생일 축하연으로 향한 것이지만.

 

 게이트를 통해 수도를 떠나 멜버른에 도착해서도 라오넬의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아직 약혼식을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유난 떠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만나봐야 열 살도 되지 못한 아이와 무얼 할까. 만나서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있을까? 그가 생각하기에 아홉 살은 열셋인 본인에 비해 너무 어렸다.

 

 이런 상황에 써먹을 만한 적당한 화술을 배웠지만 그걸 어린애한테 써먹고 싶진 않았다. 그러니까 꽃에 비유하는 것이나 그 목소리가 새의 지저귐 같다는 제정신으로 하긴 힘들 것 같은 소리들, 차라리 정치계의 화두를 꺼내 볼까. 질색하며 귀찮게 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잔뜩 불만을 품은 채로 도착한 멜버른 남작가의 저택은 그 작위에 비해, 아니 비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나 호화로웠다. 웬만한 고위귀족의 저택보다 더 큰 것은 물론이요. 정원에 세운 조각상부터 시작된 장식은 연회장에 들어갈 때까지 온갖 값진 것으로 가득했다. 그 정점은 초대장을 주고서 들어간 연회장이었다. 연회장은 전체를 백금으로 칠한 듯 반짝여서 눈이 부셨다. 라오넬의 얼굴이 반사적으로 찌푸려졌다. 졸부의 모습을 묻는다면 바로 이곳을 보라고 할 것이다. 어째서 선황제 폐하가 약혼을 명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드하스티 그 문양의 강력함은 알고 있지만, 돈으로 혈통을 산 멜버른은 천박했다.

 

 연회에는 다른 귀족들과 손님 대접을 하는 멜버른남작과 안주인만 있을 뿐 이 연회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에리아가 없었다. 이 자리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은 그에게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당부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부재를 확인한 순간 바로 돌아갔을 것이다.

 

 주인공이라고 마지막에 등장하겠다는 걸까. 그가 영양가 없는 시간을 보내며 불만이 조금 더 쌓였을 때, 2층 계단 위에서 또각이는 소리를 내며 아에리아가 등장했다.

 

 길고 겹겹이 쌓인 옷자락이 무거워서인지 뒤에서 옷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이는 느릿하게 계단을 밟아 내려왔다. 평소라면 화가 났을 텐데 라오넬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되어선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이 잘 그려놓은 명화 같았다.

 

 은으로 짜낸 가늘고 구불구불한 머리칼과 여름의 청명함을 담은 눈동자. 피부가 눈만큼이나 하얘서 멀리서 보면 은색의 문양 때문에 얼굴이 빛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연회장의 사치스러움이 아이를 돋보이게 해줄 소박한 장식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은 아에리아를 위한 장소였다.

 

 라오넬은 멜베른가의 심미안에 대한 점수를 수정했다. 적어도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안목만큼은 인정해 줄 만했다. 연회장에 발을 들인 아이는 느리게 오른쪽을 한번, 왼쪽을 한번 살피더니 라오넬에게로 곧게 걸어왔다.

 

 "황금과 바다의 비호를 받는 자, 아에리아 멜버른입니다. 전하."

 

  의례적인 인사 후 아이는 본인의 손이 있어야 할 자리가 태초부터 라오넬의 손 위였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내밀었다. 거부라곤 눈곱만큼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태도였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그가 아이의 오만함에 손을 뿌리칠까 무시해볼까 하다가 손을 잡아당겼다.

 

 아홉 살과 열세 살. 고작 네 살 차이였지만 이 나이대에선 네 살은 어마어마한 성장의 차이가 있었다. 이를테면 아에리아의 키는 라오넬의 허리께를 겨우 넘었다. 아에리아의 손이 라오넬에게 잡혀 순식간에 만세 하듯이 사선을 향해 뻗어졌다. 그제야 만족한 그가 손끝에 입을 맞췄다.

 

 "비호를 내린 자, 라오넬 허커스. 내게 경의를 표해도 좋다. 너의 비호가 황가로부터 퍼진 것이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에리아가 손을 잡아뺐다. 애초에 붙잡고 있을 생각도 없었기에 아이가 자유를 되찾는 건 쉬웠다. 부끄러움과 분노로 아이의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장난도 짓궂으십니다. 경의는 예의 바르지 못한 제 아랫것에 대한 사죄로 올리지요."

 

  라오넬의 불친절함이 제 뒤에 선 하녀에게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라오넬이 상황을

 파악하기도전에 아에리아가 곧장 옷 시중을 들고 있던 하녀께로 돌아서 뺨을 내리쳤다. 그 가느다란 손에서 나왔다곤 믿기지 않을 만큼 강한 파열음이 연회장을 채웠다. 라오넬 뿐만 아니라 주위의 귀족들도 놀라 소란이 일었다. 아이는 그에 대해서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 아까까지만 해도 발간 낯이 평온을 되찾았다.

 

 "소피아. 무얼 하니, 어서 용서를 빌지 않고. 네 고개가 바닥에 닿지 않아 태자 전하께서 화가 많이 나셨구나."

 

 뺨을 맞은 하녀가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라오넬의 발치에 고개를 조아렸다. 이러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긴 하였으나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라오넬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기분이 상하였기로니 제 아랫사람에게 하는 태도가 몹시 거슬렸다.

 

 "잘못하였습니다. 미처 예를 보이지 못하였습니다."

 "전하. 저를 보아서라도 기분을 푸세요."

 

 아에리아가 태연하게 웃으며 라오넬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만 보면 오히려 화가 치밀 것만 같았으나. 방금 일이 일이었던지라 굳이 자극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녀의 비위를 맞춰준다기 보단 더러운 것을 피하는 심정에 가까웠다.

 

 "그러지. 그대를 보아서는 아니지만."

 

 다만 말이 삐죽하게 나간 것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만족했는지 감사의 말을 전했고 하녀는 라오넬의 자비로움을 칭송하며 일어나 다시 아이의 옷 시중을 들었다. 둘이 같이 있던 것은 지금 한순간 뿐이었지만 라오넬은 아에리아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만 같았다.

 

 라오넬은 하녀의 붉다 못해 시퍼레지는 뺨을 계속 보고 있기 힘들어 자리를 옮기고자 하였으나 아에리아가 그를 놔주지 않았다. 허릴 꼿꼿이 세우며 그의 옆을 따라붙었다. 그러며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 모습은 가관이었다.

 

  아이는 결코 먼저 다가서지 않았고 제게 다가오는 이들만을 상대했다. 본인을 낮추는 법도 없었다. 남작과 자작은 벌써 제 아랫사람 여기는 듯했고 그나마 백작 이상이어야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일관성 있는 태도였다. 그것 하나만은 칭찬해줄 만했다. 참다못한 라오넬이 먼저 말을 걸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지? 그대는 이 연회의 주인공이 아닌가."

 "괜찮습니다. 저들이 교양있는 자라면 이해하겠지요. 전하와 같이 있는 것을요."

 "그대와 내가 무슨 사이인데?"

 "미래를 함께 할 사이죠."

 "그를 확신하나?"

 "예. 확신치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아에리아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의 질문을 미리 알아 답을 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미래에 황제의 좌를 약속받은 라오넬조차도 저렇게 확신에 차 대답할 수 있는 답이 있진 않을 것 같았다.

 

 "내일 일도 모르는 게 미래인데."

 "저는 드하스티입니다."

 "그래서?"

 "황가의 여인을 제외한 전하께 유일하게 걸맞은 사람이지요."

 

 그렇게 대답하는 아에리아는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즈음에서 라오넬은 아에리아에 대한 판단을 끝냈다. 아쉽게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누군가 했는데, 이제야 기억나네. 영애. 모글리스공주를 닮았어."

 

 그의 바뀐 태도에 아에리아가 선뜻 갈피를 정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였다. 모글리스공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면 더욱 좋지. 라오넬이 처음으로 기껍게 웃으며 말하였다.

 

 "황녀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모글리스 공주는 본인이 가장 현명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강력한 마법사."

 

 라오넬의 말이 이어질수록 아에리아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 시큰둥하기만 했던 그가 드디어 본인의 가치를 알아보았노라 여기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꼭 손을 내밀면 먹이를 얻어먹게 교육된 개 같았다. 불행하게도 내민 손 앞에 주어진 건 달콤한 먹이가 아니었다.

 

 "인줄 알지. 전부 제 망상 속인 걸 모르고."

 

 아에리아의 주름 한번 져 본 적 없는 것 같은 미간이 짙게 파였다. 잔잔히 미소 짓고 있는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라오넬은 그런 그녀를 앞에 두자 소리 내 웃고 싶었다.

 

 "모글리스공주가 되지 마라. 멜버른."

 

 아름다운 외모가 가져다준 잠시간의 기대가 슬프게도 아에리아는 멜버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약혼을 주선했던 선황제가 승하하고 아에리아가 귀족이라고 부르기에도 뭣한 양의 마력을 개화하면서 직전까지 갔던 약혼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이후로 라오넬이 들은 아에리아의 소식은 없었다. 작정하고 알아본다면 알 수도 있었겠지만 그에게 아에리아는 그정도의 의미를 주지 못했다. 책을 보고 떠오른 일에 어쩌다 보니 아에리아가 휘말렸지만 다른 선량한 사람이 아니라 그녀라 다행이라고 여겼다. 라오넬에게 아에리아는 지금까지 죽 모글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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