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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10.
작성일 : 18-12-30 14:19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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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 이 책이 네 책이냐?

 

 

  저택에서 마차를 얻어 타고 십 분쯤 지나자 후크씨 본점에 도착했다. 시가지 중심에 있는 본점은 5층짜리 건물로 완공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아 번쩍거렸다. 특히 한쪽 벽면은 통유리로 만들어져있어서 덕분에 안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휜히 보였다.

 

 레이씨를 찾으려 통유리벽을 통해 훑다가 표정을 굳혔다. 본점 전체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어렵지 않게 찾아낸 레이씨도 본인의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단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조심스럽게 유리창에서 몸을 떼고 눈치를 살피는데 고맙게도 나를 발견한 레이씨가 밖으로 나왔다.

 

 "아, 아가씨.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네?"

 "백랍 도서관 때문에 오신 것 아니셨습니까?"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면서 레이씨도 마찬가지로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랍 도서관은 황태자비 궁의 도서관으로 이번에 책의 유통을 맡은 레이씨가 칠일 뒤 특별히 원서를 구경시켜주겠다고 약속한 일로 내가 굉장히 고대하고 있는 일이다. 여전히 갈피를 못잡고 바라만 보고 있자 상황 파악된 레이씨가 조금 곤란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없어도 직접 챙겼어야 하는데, 다시 한번 사죄드리겠습니다. 백랍도서관은 아예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제2도서관을 개방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어 아무래도 원서를 직접 보시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저런, 어쩌다."

 "제 잘못이 큽니다. 백랍 때문이 아니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안타까워 하는 말에 레이씨가 무거운 분위기를 밝게 환기시키며 말했다. 당만오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내 원서의 행방이 궁금하긴 하지만 물어볼 만한 상황이 아닌 듯싶었다. 일단 당만오 4권의 복사본도 있고, 결과적으론 책을 유통하겠다는게 이뤄진 거긴 하니까. 과정은 루이즈에게 물어보면 정확하진 않아도 신나서 말해줄거다.

 

 "별일 아니에요. 바쁜 것 같은데, 저는 이만 갈게요."

 "고객을 상대하는 건 상인의 본분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고객을 내팽개쳐선 안 되죠. 게다가 아가씨의 일인데요."

 

 고객접대용 미소를 최대치로 지으면서 레이씨가 나를 붙잡았다. 좋은 상인의 자세다. 마음 속으로 엄지를 세운 나는 나가려고 여민 로브자락을 풀어서 목함을 꺼냈다. 끌러낸 책을 본 레이씨는 미소만 그대로 유지하며 안색만 급격히 거무죽죽하게 변하는 진기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상한 반응이다.

 

 "이 마법도서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저도 흥미가 가는 부분도 있고요."

 "4권 말입니까. 그 마법도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저도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괜찮아요. 제가 물어볼 건 충분히 대답해 줄 수 있을 거라. 레이씨는 왜요?"

 "황태자 전하께서 그 마법도서의 전권이든 저자든 찾아오는 자에게 도서관을 개방해주시겠다 하셨거든요."

 

 로맨스 소설과 황태자. 간극을 따라갈 수가 없어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렸다. 황태자가 왜 로맨스 소설을 찾아? 레이씨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레이씨가 허허 할아버지 웃음을 지으며 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삼일 전 발행한 황태자궁의 원서를 반환하면서 내가 실수로 놓고 온 당만오 완결권이 섞여 들어갔고 다음날 무려 황태자가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곤 약속했던 백랍 도서관의 원서 개방을 취소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본점이며 창고까지 싹 뒤집어 놓고 갔다는 것이다. 덕분에 후크씨네 상단은 비상에 걸려 지금까지 동분서주 중이라고 한다.

 

 "그 원서만 없었어도 전 직원이 야근은 커녕 백랍도서관 덕에 들어올 상여금이 얼마일지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하다못해 작가라도 알았으면 문제를 해결이라도 노력하겠죠. 도대체 여기 쓰인 글자는 어느나라말이랍니까?"

 

  당만오의 표지를 험하게 내려치며 레이씨가 한참을 떠들었다. 하소연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째 시간이 갈수록 레이씨 혼자 중얼거리는 모양새가 돼서 알아듣기 힘들게 변했지만, 굳이 알아들으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음험한 목소리만으로도 내가 저 내용을 알아들으면 들을수록 양심이 콕콕 쑤시다 못해 가시밭 위로 굴려질 거란 게 뻔했다. 책을 왜 놓고 왔을까, 원서를 잃어버린 것만 해도 뼈아팠는데 알고 보니 여기 나보다 몇 배는 아프다 못해 뼈가 부서진 사람이 있다. 그것도 직원 전체를 합치면 몇 명이나 될지 차마 세기가 두렵다.

 

 "그만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아가씨께서 물어보신다는 건?"

 "전부 해결됐어요. 레이씨는 이만 쉬는 게 어떠세요."

 "황궁에서 되돌아온 서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서 한동안 여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책에 관해서 알게 되면 어떤 거라도 좋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마지막까지 당부한 레이씨가 흐느적거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나라 차마 힘내라는 응원조차 하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별채로 돌아갔다. 밤이 다 되도록 잠 못 이루며 고민을 거듭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문제가 된 책의 작가며, 원서를 흘려 놓고 온 사람으로서 결단을 내렸다. 이건 어떻게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

 

  몸이 찼다.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몇 번이고 와 본 장소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의식적으로 머리칼을 잡아당기다가 손에 은색 실타래가 반짝이는 걸 보고 그만뒀다. 이러다 탈모가 생기면 어쩌지. 울상을 지으며 손을 대강 털어냈다.

 

 나는 후크씨네 창고에 잠입해 있었다. 사흘 전에도 똑같이 몰래 왔던 곳 이것만 어째서 떠는 진 모르겠다. 차갑게 언 손을 비비며 등에 둘러맨 가방에서 물건을 끄집어냈다. 당만오의 완결권을 제외한 1,2,3권 전권이었다.

 

 각 권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엔 한글과 영어로 적힌 내 이름과 주소가 선명했다. 이걸 퍼트리는 게 어째 레이씨들과, 루이즈들을 위해서로 목적이 바뀌었지만, 그게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겸사겸사 내 목적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쓰다듬었다. 원서를 품에 안고 아티팩트를 향해 걸어갔다. 아티팩트는 철로 만든 목성을 닮았다. 두 개의 띠가 떠있는 본체의 커다란 구를 중심으로 뱅글뱅글 돈다. 속도에 맞춰 본체에 붙어있는 사다리를 내리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여기에 맞는 열쇠는 갖고 있지 않지만, 창고와 이 아티팩트는 후크씨가 상단을 독립할때 우리 가문에서 대여해 준 물건이다. 그건 할아버지가 물려 준 내 열쇠 아티팩트가 통한다는 소리다. 창고에 침입할 때도 써먹은 열쇠를 박아넣고 돌렸다. 생겨난 문문양으로 소리없이 안으로 침입했다.

 

 안에는 중앙에 저울이 세워져 있고 벽에는 마법식이 빼곡하다. 언제 봐도 아름답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장소지만 감상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 갖고 온 세 권을 저울 위에 가지런하게 올려놓았다가 생각을 바꿔서 바닥에 떨어뜨려 놓았다. 아마도 4권도 이런 식으로 놓였을 테니, 최대한 비슷하게 놓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위치를 잡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태자 전하도 참. 여길 왜 순찰하라시는 지."

 

  하던 일을 멈추고 쭈그려 앉아 문을 향해 기어갔다. 희미한 틈 사이로 눈을 가져다 대니 그들이 들고 있는 마법등 덕에 그럭저럭 밖이 보였다. 흰바지에 붉은 상의. 달린 장식을 보니 황실 경비복이다. 수는 둘. 방금 말한 사람은 진한 갈색 머리에 키가 좀 작고 삼십대 중반쯤 된 것같다. 옆에 있는 사람은 키가 무척 커서 머리하나쯤 더 달린

 것 같은데 뒤돌아 있어 얼굴은 안 보였다. 그나마 겉모습을 묘사 할수 있는 머리는 연갈색에 곱슬기가 있는 머리카락이다. 잠깐, 누구랑 똑같은 뒤통수잖아?

 

 "저 혼자서도 괜찮습니다."

 "신참을 뭘 믿고."

 

  목소리도 굵고 낮아지긴 했지만 똑같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게 찾게 될진 몰랐는데. 아니다. 얼굴을, 얼굴을 봐야 했다. 저 사람이 탄인지 아닌지. 그동안 비슷한 사람을 몇번이나 봤었던가. 기대하고 실망하고, 기다리고. 그저 살아있으면 그래도 언젠가 탄이 살아있다고 소식을 전하겠지 싶었는데...

 

  빠져드는 상념을 털어내며 얼굴을 보는 것에 집중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탄놈 아니랄까봐 야속하게 뒤통수만 보여줄 뿐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더 바짝 붙어서며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인다! 상황도 잊어버리고 급하게 움직였다가 문을 발로 차버렸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문에서 거리를 벌리고 주저앉으며 입을 막았다. 지금 들키면 빼도 박도 못하게 도둑놈이다. 아니 작가라고 밝혀지고 잡혀가려나? 지금이라도 열쇠를 반대편에 박고 튀어버릴까. 별별 생각을 하다가 탄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가 들리는 말소리에 몸을 납작 엎드렸다.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제가 실수로 뭘 밟은 모양입니다. 순찰이나 계속 돌죠."

 

  탄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말을 끝으로 인기척이 점점 멀어졌다. 잠시 뒤 후들거리는 몸을 겨우 바로 하며 아티팩트 밖으로 나왔다. 탄이 서 있던 자리에 서서 소리 낼 만 한 게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바닥에는 내가 잡아 뜯은 머리카락만 반짝였다.

 

 ***

 

 다음날이 돼서야 백랍 도서관이 취소된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황제와 귀족들이 모두 모인 의회에서 황태자가 파혼을 선언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국혼날짜를 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었다는 걸 고려한다면 황태자의 파혼은 뜬금없고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 때문인지 제국 전체가 황태자이야기로 뜨거웠다. 어느 사람은 단순한 촌극일 뿐 파나타 공주가 국혼을 위해 귀국한 것이라고 했고 다른 누구는 파나타국의 공주가 다른 귀족과 눈이 맞았다고 했다. 황태자가 알고 보니 남색가더라는 추문도 돌았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건 곧 파나타국과의 전쟁 때문에 둘의 결혼이 깨진거라는 음모론적인 소문이었다.

 

 난리인 가운데 정작 사건의 중심인 황실은 조용했다.

 

 ***

 

 안나가 혼비백산해서 내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어젯밤 탄을 만난건지 착각인지 심란해서 늦게 잠들었던 터라 점심때까지 침대 위에서 뒹굴 예정이었던 나는 불만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나. 오늘은 깨우지 말라고 했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당장 내려가셔야, 아니 당장 옷부터!"

 "무슨 일인데, 아버님이라도 오셨니? 그게 아니면 황제 폐하라도 오셨어?"

 "두 분 다 아닌데, 비슷한 분이세요."

 "비슷한, 뭐 황태자 전하?"

 

 웃자고 건넨 농담에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맞다고? 침대에 뭉개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안나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소리쳤다.

 

 "네. 태자 전하께서 오셨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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