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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08.
작성일 : 18-12-30 13:50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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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8.

 

 

 

  은발은 잘 가꿔 윤기나고 얼굴은 반점하나 없이 희다. 눈동자는 하늘색이라 연하지만 흰자와는 뚜렷이 구분된다. 길게 뻗은 콧대와 짙은 눈매는 사뭇 거친느낌을 줘도 전반적으로 화려한 미인상이다. 이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었다. 어색했다. 소름끼치게 이질감이 들었다. 이건 누구야? 어느새 모인 마력이 거울을 잘게 부수어냈다. 거울을 짚고 있던 손바닥에 조각이 다닥 박혀 들어갔다. 깨진 거울은 내 모습을 바로 비추지 못했다. 다행이야.

 

 "아가씨, 거기서 뭐하셔요? 세상에, 어디 좀 봐요."

 

 저번달에 새로 고용한 하녀인 안나가 놀라 달려왔다. 피가 뚝뚝 흐르는 손에서 거울 조각을 빼내며 치유마법을 읊었다. 금세 아물어 잔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해졌다. 꾹꾹 손바닥을 눌러 멀쩡함을 피력하는데 한구석이 딱딱한게 거울조각 하나가 박힌채로

 아물어버렸다. 다시 갈라서 치유마법을 걸면 되는 일이지만 안나가 눈치채면 곤란했다. 짐짓 문제 없는 척 발랄하게 목소리를 올렸다.

 

 "쨘, 멀쩡하지롱. 놀랐어?"

 "무슨 이렇게 위험한 장난을 치세요? 안 아프셔요?"

 

  멀쩡해진 손을 뒤집어 보면서 안나가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따듯하고 안온하다. 본채의 사람들은 노력에도 아직 어느정도 벽이 있는 것관 다르게 직접 내가 고른 별채의 사람들은 나를 이런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던, 그리던 것 이었다. 허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지독한 기아가 나를 휘감고 있었다.

 

 "응. 하나도 아프지가 않아."

 

 걱정하지 않도록 더욱 밝게 말하며 손을 감쌌다. 날카로운 것이 살을 파고드는 느낌과 부드러운 살이 맞닿는 느낌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거울은 내가 치울게. 이만 가봐. 바쁘잖아."

 

 자기가 하겠다며 말리는 안나를 반강제로 쫓아내곤 거울 조각을 주워담았다. 다시금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오히려 잘됐다. 손바닥을 헤집어 아물어버린 조각을 꺼냈다. 조각은 성공적으로 빼냈지만 대신 바닥이며 옷이 전부 피칠이 되버렸다. 일을 도와주려 한건데 일만 더 늘게생겼다. 어쩌지. 망설이다가 주운 거울조각을 종이에 뚤뚤 말곤 멍하니 방에 앉았다. 과거에 떠오른 전생의 기억을 되새김질했다. 아.

 

 "닭꼬치 먹고 싶다."

 

  닭꼬치, 닭꼬치를 먹으려고 나갔다가 탄을 만나고 결국엔 먹지 못했었다. 벌떡 일어나 시몬을 찾았다. 시몬은 뛰어난 요리사니까 설명하면 어떻게든 만들어 주지 않을까. 피투성이 손때문에 소란이 일었지만 시몬에게서 닭꼬치 비슷한 걸 얻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고기 꼬치는 맵고 달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고, 아가씨 왜 우심니까."

 "이 맛이 아니야,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먹고 울고 먹고 울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비슷한 맛이 났지만, 정확하지 않았다. 익숙하고 아끼는 이들 그 틈에서 웃고 떠드는 이 사람은 누굴까. 나는 누굴까. 아에리아 멜버른이 맞을까. 행동 태도 말투 가치관 도덕관념 모든 게 전생에서 비롯된 것인데. 옛 기억 속 오롯한 아에리아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버지는 여전히 무심했고 각하는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동생인 아히엘에게 신경이 쏠려있었다. 다른사람들은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 탄이 곁에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쁜 놈. 놈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뿐이랴 일 년이 지났는데도 소식 한 줄이 없다. 지구가 그립다. 무엇이든 보고싶다. 전생과 현생에 어중간하게 걸쳐선 어디에도 서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분명 둘 다 나고, 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렇게 엉망으로 꼬여갈까. 이게 전부 탄때문이야. 말도 안돼는 투정을 부리다가 눈물을 닦아냈다.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다. 이를테면 지독한 향수병은 같이 기억해주는 이가 있다면, 훨씬 덜 그리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생을 기억하는 이를 만들면 될 일이다. 처음내게 쓴 것을 제외하고 사용한 적이 없으니 잊고 지냈지만 내 고유마법은 전생의 기억을 돌려주는 거였다.

 

 "소피아. 혹시 전생을 믿어?"

 "전생이라뇨?"

 "전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걸 믿냐는 소리야."

 

  태평하던 소피아의 얼굴이 엄하게 변했다. 그도모자라 내가 한말을 다른 누군가가 듣진 않았는지 걱정스럽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피아가 이렇게까지 극적인 반응을 하는 건 손에 꼽을 정도라 신기했다.

 

 "아니요. 어디서 그런 말을 들으셨는진 모르겠지만, 다신 입에 담지마세요."

 "왜?"

 "전생이 존재하면 다음 생도 존재할테니 신 또한 그러지 않겠어요?"

 

  영적인 것에 강박적일 정도로 부정한다는 걸 깜박했다. 마법이 존재하면서도 이세계의 사람들은 기적을 믿지 않았다. 제국의 역사가 신살로 부터 시작되어서일까. 이세계의 종교는, 신은 모두 이단이었다. 내 고유마법이 알려지면 깜짝놀라겠네. 키득이다 심각한 소피아의 얼굴을 보고 관뒀다.

 

 "신은 초대 황제 폐하께 죽었고 부활하지 않아요. 절대 다른사람에게 이런 소리 하시면 안돼요. 아시겠죠?"

 

  소피아가 엄중히 경고했다. 나는 소피아에게 다시 전생의 ㅈ자도 꺼내지 못한 채 이를 경험삼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완곡하게 말을 돌려 물었다. 이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가 뭔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지 못했고 알아들어도 고유마법을 본인에게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내는 건 더 힘들었다. 그렇게 고생하며 적합한 사람을 찾아냈더니 정작 고유마법을 못 걸어 실패했다.

 

  내 고유마법은 타인에게 걸때 무지막지한 마력을 요구했다. 탈진으로 몇번 쓰러지고 나서야 불가능하단 걸 받아들였다. 내가 알기론 마력을 늘려주는 방법은 없었다. 하긴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진작에 떵떵거리며 살았을 거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이 세계에서 인류의 역사는 길고 전생을 기억해낸 사람이 나뿐이라는 건 오만이다. 그래야만 했다.

 

 가문소유의 상단으로 발을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안녕하세요. 그..."

 "후크씨라고 불러 주십시오."

 "네, 후크씨. 만나서 반가워요."

 

  희게 웃으며 맞은편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은색 머리칼과 진한 갈색 피부가 돋보이는 파나타왕국의 사람이다. 주름이 깊어지기 시작하는 중년이었지만 탄탄한 배와 근육으로 꽉 찬 팔은 현역 뱃사람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긴 글자가 적힌 책을 찾아달란 말씀입니까?"

 

 후크씨가 적어 온 한글,영어,일본어,한자, 아라비아숫자 등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전생의 모든 글자를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일단, 서고에 있는 책부터 찾아보겠습니다. 이런 특이한 문자를 사용한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후크씨는 장담과 다르게 어떤 흔적도 찾아 주지 못했다. 매번 갈 때마다 미안해해서 직접 원서를 모으고 고서까지 손을 뻗어봤지만, 무리였다. 후크씨는 유능한 사람이었고 그가 찾지 못하는 걸 내가 찾아내진 못했다.

 

 그나마 원서를 모으면서 났던 기운이 빠져나갔다. 이대로는 안된다. 하루하루 주변 사람들이 울망울망하게 나를 지켜보았다. 내가 중병 걸린 환자라도 된냥 감싸 매지 못해 안달이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예를 들면 내가 기록을 남기면 나중에 나 같은 사람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래도록 남기려면 돌을 파내서 새겨넣어야 하나 하다가 책장에 꽂힌 원서가 보였다.

 

 원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아티팩트와 호응하는 마도구로 온갖 유지마법과 훼손방지마법이 걸려서 오래도록 보존 되었다. 얼마 전에는 천 년 전 원서가 발견되었다던가. 종교서적이라 바로 금서로 지정되긴 했지만, 그것만 조심하면 이만큼 알맞는 게 없다.

 

 원서의 원재료인 마력지와 마력잉크를 잔뜩 가져와 바로 펜을 들고 빈 책을 펼쳤다. 우선 만들기 전에 안에 쓸 내용을 정해야 했다. 전생의 기억을 일기처럼 적어내리다가 적은 종이를 전부 찢어버렸다. 위인전도 아니고 평범한 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다는 건 부끄러웠다.

 

  다른 쓸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전생에서 심심풀이로 쓰던 소설이 떠올랐다. 딱히 자랑할만한 글솜씨는 아니지만, 적어도 일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전생을 반추하며 되새김질 할 나에게도. 혹시라도 나중에 보게 될 사람에게도.

 

  종이가 부드럽게 펜에 눌렸다. 제국어로 제목을 쓰려다가, 한글로 썼다. 오랜만에 쓰는 한글이 어색했다. 내용도 한글로 적으려다가 포기했다. 전생자가 한국인이란 보장도 없고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하는데 한글은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고작 반장을 쓰는데 몇십분이 걸렸다. 제국어로 쓰는게 읽기 편하고 쓰는 속도도 빨랐다. 대신 간간이 한글과 영어를 한두 마디씩 써 넣었다.

 

 지구를 배경으로한 소설에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었다. 있을 법한, 전생에 있던 일들이 얽혀서 글을 자아냈다. 글은 막힘없이 나아갔지만 극적인 장면이 없어 지루했다. 고민하다가 쓸 수 있는 걸 골랐다. 로맨스. 예전에 원래 썼던 장르도 로맨스다. 좋아. 만족스럽다. 이러면

 

 "로맨스 소설이네."

 

  원서를 계속 읽고 고치며 계속해서 소설을 써내려 갔다. 두꺼운 양장본이 까만 글로 가득 채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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