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07.
작성일 : 18-12-30 13:2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26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07.

 

 

  별채의 아침은 평소보다 가벼웠다. 식사 후에 잡힌 검술수업 때문이다. 하슬란은 첫 수업시간 내내 그 시간에 마법을 단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에리아의 결심은 변함 없었다. 마력이 적어서 이론만 주야장천 해야 하는 마법은 재미없을뿐더러 실력을 키우기도 힘들었다. 마법이 최고라고 하지만 검술이라고 어딘가 써먹을 곳이 없겠는가.

 

 "아에리아. 고유문양은 마법사만 있는 거지?"

 

 뜬금없는 소리였다. 그 엇비슷한 화제조차도 식탁 위에 오르지 않았는데. 탄의 질문에 갸웃한 아에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의 문신이 떠올랐지만 이런 걸 물어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응."

 "열살 이후엔 마법을 쓸 때만 문양이 나타나고."

 "음. 실제론 개화식 후엔 문양이 사라지고 마법을 쓸때 마력이 문양을 따라 흘러서 보이는 건데, 대충은 네 말이 맞아."

 

  아에리아의 대답에도 탄은 입고 있는 긴 팔의 소맷자락을 만질 뿐 답지 않게 망설였다. 조용히 제 몫을 먹고 있던 소피아도 의아한 눈길을 보내었다.

 

 "왜?"

 "그,"

 

 탄은 입을 뗐지만, 매듭짓지 못했다. 어느새 홀 안에 들어온 중년의 사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탄을 따라 시선을 돌린 아에리아가 그를 보며 아는 체했다.

 

 "오랜만이에요. 어쩐 일로 왔어요?"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 아가씨."

 

 고개를 숙이며 집사장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동시에 그의 못마땅한 눈이 왼편에 앉은 소피아를 훑었다. 겸상에, 어쩌면 유일한 하녀로서 해야 할 손님맞이를 무시한 것 등... 찔리는 게 많은 소피아는 먹던 그릇을 통째로 들어 쪽문에 이어져 있는 간이 부엌으로 피신했다. 그 행동이 집사장의 심기를 더 거슬리게 하는 일이었지만, 숨어버린 소피아는 알 수 없었다.

 

 "펠루즈부인께서 방금 저택에 도착하셨습니다."

 "각하께서요?"

 

  아에리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펠루즈백작은 아에리아의 계모지만, 여느 이야기와는 다르게 친절하고 다정했다. 개화식 이후 아에리아가 홀로 있을 때에도 유일하게 따듯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아에리아는 식기를 내려놓고 당장에라도 뛰어갈 것처럼 일어났다가 탄을 보고 멈춰 섰다.

 

 "다음에, 같이 인사하러 가자. 하슬란한텐 먼저 가."

 

 둘 다 좋은 사람이었지만 만나게 하는 건 생각해 볼 문제였다. 탄이야 걱정 되지 않지만 펠루즈 백작의 경우는 그녀가 갖고 있을 신분에 대한 가치관, 정확히는 노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정도는 먼저 알아봐야 했다. 아에리아가 안채에 도착했을 땐 펠루즈백작이 행장을 풀고 막 차림새를 단정히 하고 있었다.

 

 "각하."

 "아에리아, 간만이구나."

 

 아에리아를 본 펠루즈백작의 눈이 둥글게 휘어졌다. 아에리아의 눈도 따라서 곡선을 그렸다. 만약 강아지였다면 꼬리가 남아나지 않을 듯 반가워했다.

 

 "어제부터 검을 배운다지. 선생이 하슬란이라던가?"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에리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재혼 후 멜버른의 영지에 겨우 한 달을 머물고 두 달을 본인의 영지에 있다가 온 사람의 정보력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고 빨랐다.

 

 "전부 방법이 있단다. 남작께 가는 길인데, 같이 가겠니?"

 

  펠루즈 백작의 제안에 아에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멜버른 남작이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한 건 없었지만 무관심만으로도 아에리아는 그를 허물없이 대하기 힘들었다. 평생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곧 수업도 있고, 잠시 인사를 드리러 온거라서. 저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꾸나."

 

  펠루즈 백작이 안채를 떠나는 아에리아를 배웅했다. 아에리아가 떠나자 펠루즈는 언제 웃었냐는 듯 무표정을 고수했다. 떠오르는 귀족파의 참모, 다정한 계모가 아에리아가 알고있는 그녀의 대내외적인 모습이었지만 진짜 모습은 따로 있었다. 권력의 독사. 펠루즈. 그녀는 권력에 인생을 건 사람이었다.

 

  펠루즈의 첫 결혼 상대는 마라반후작이었다. 유서깊은 후작가에 혈통은 좋았지만 선대가 국경의 영지를 지키지 못하고 망하면서 영지조차 없는 허울뿐인 귀족으로 영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무능한 마라반은 반등의 기회조차 노리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민 건 펠루즈였다. 마라반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았다. 결과는 글쎄. 그녀의 딸인 이녜즈는 마라반 후작가의 유일한 적장자로 후계가 되었고 마라반은 결혼 삼년만에 죽었다.

 

 "불타리라."

 

 펠루즈가 가방에서 꺼내든 서류를 꺼내 태웠다. 다른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것만 절묘하게 종이 외의 것은 타지 않았다. 마법이기에 할 수 있는 묘기였다. 그렇게 타들어가는 종이뭉치엔 아에리아를 비롯한 멜버른 남작가의 상황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그녀의 시종인 류이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류, 얼굴을 보는 건 간만이구나. 잘지냈니? "

 "예, 각하께서도 무탈해 보이시니 다행입니다. 저, 저번에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아에리아에게 돈을 받은 것?"

 

  류이가 눈을 크게 뜨며 바닥에 엎드렸다. 펠루즈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채 바람을 일으켜 타고 남은 재를 창문밖으로 인도했다. 류이가 계속 바닥에 맞닿은채로 입을 열었다.

 

 "죄...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렴. 전에 말했잖니. 내버려 두라고. 너는 가끔. 미련할 정도로 내 뜻을 헤아리려 하는구나."

 

  펠루즈가 손수 류이를 일으켜 세우며 그에게 맡겼던 일을 떠올렸다. 그건 매우 단순한 일이었다. 아에리아를 고립시키는 것. 아무리 신분제가 공고하다고 해도 처벌할 사람이 없는데 지킬이가 얼마나 될까. 그것도 패악을 피해 단순히 무시하는 것 뿐이라면, 오히려 자신이 도망다니는 가련한 피해자라고 여기지 아에리아를 벼랑으로 몬다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의외로 멜버른 남작이 아에리아를 생각보다 신경쓰는 것 같았지만 그의 눈을 가리는 것은 쉬웠다.

 

 멜버른의 안주인은 뤼미에 펠루즈 였으니까.

 

 "류, 아에리아를 괴롭히는건 내 목적이 아니란다."

 "예? 그러면 어째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낳은 피붙이에 대한 단순한 미움으로 여긴건가. 류이의 순진한 반응에 펠루즈가 낮게 웃었다. 그런 영양가도 없는 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도움만 된다면 남작에게 직접 여자를 바칠 생각조차 있는 걸.

 

 "글쎄, 왤까. 다시 말하지만 냅두렴. 지금은, 나중에는..."

 

 제거해야 할지 모르지만, 펠루즈는 뒤엣말을 웃음으로 가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배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태아의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아에리아는 뒤늦게 검술 수업이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도, 오전 내내 할 일을 미루며 찾아봐도 탄과 그를 가르치기로 했던 하슬란을 찾을 수 없었다.

 

 둘만 특훈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던 생각이 슬슬 걱정으로 바뀔 무렵, 펠루즈 백작이 저녁을 같이 하자며 찾아왔다. 직접 온 펠루즈 백작을 아침에 이어 두 번이나 거절할 수는 없어서 아에리아는 본채에 가 멜버른 남작까지 셋이서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식사 후 둘만 남은 자리에서 아에리아는 펠루즈 백작이 노예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 지 물을 수 있었다.

 

 "노예?"

 "네."

 "너는 어찌 보니. 그들을."

 "불합리해요."

 

  입가에 가져가려던 찻잔을 멈칫하며 내려놓은 펠루즈의 고양이과 같은 노란 눈이 아에리아를 꿰뚫 듯 쳐다보았다. 그녀의 온화한 입술과 다르게 금색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너가 귀족인것도 그렇게 생각하니?"

 "네?"

 

  펠루즈의 날선 어투에 아에리아가 당황해 되물었다. 펠루즈는 대꾸 없이 차분히 차를 한모금 들이키곤 언제 그랬냐는 듯 자애로움으로 무장했다.

 

 "내 어릴 적 같이 자란 친우가 노예출신의 백작이란다. 젤 스콸로르. 아버지께서 직접 후원 하셨지. 걱정말고 네 친구를 소개해주련."

 "네."

 "밤이 늦었구나. 이만 가봐야 하지 않겠니?"

 

  명백한 축객령에 아에리아는 백작의 방을 나섰다. 뒷맛이 개운치 않았지만 탄과 펠루즈백작을 만나는 게 하는 건 문제 없으므로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정작 문제는 탄이었다. 밤이 돼서야 나타난 탄은 오자마자 떠나야 함을 알렸다.

 

 "어딜 가는 건데?"

 

  아에리아가 입을 삐죽였다. 걱정한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간다는 통보라니 도통 맘에 들지 않았다. 삐졌다는 걸 아에리아가 온몸으로 표현 했지만 탄은 반쯤 다른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만날 사람이 있어."

 "누구."

 "노예 때 알던 사람."

 

  신경써 주지 않는 탄이 서운해서 무어라고 말하든 쏘아붙이려 하던 아에리아의 입이 다물어졌다. 둘이 만나기 전에도 탄의 시간은 있었을 텐데, 그 사실이 너무나도 생경하게 다가왔다.

 

 "금방 올거니까. 걱정마."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탄에게 아에리아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고개만 끄덕이다가 헤어졌다. 방에 들어와 침대에 뻗은 아에리아는 후회했지만 곧 그게 최선이었다고 긍정했다. 마음이야 탄이 어디도 가지 못하게 옆에 두고 싶었지만 가지 말라고 할 명분이 없었다. 지인을 만나겠다는 걸 친구 사이에 뭐라고 말린단 말인가. 몸값을 치렀으니 주인이라고 탄이 노예라고 여기며 소유욕을 갖는 걸까? 아에리아는 첫 만남 때 탄의 눈이 떠올라서 몸을 부르르 떨다가 내가 따라가면 되지. 하고 가볍게 결론을 내리곤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건 이뤄지지 못했다. 아에리아가 아침에 찾아갔을 땐 탄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 하루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탄은 오지 않았다.

 

 노예시절 사람을 만나라 갔다더니 억류된 건 아닐까. 용병을 고용해 찾아나서려는 아에리아를 말린 건 탄이 떠나던 날에 맞춰 휴가를 다녀 온 하슬란이었다.

 

 "탄이 전해 달라고 한 편집니다."

 

  하슬란이 내민 봉투는 장식하나 없이 밋밋했다. 아에리아가 기민하게 봉투를 열었다. 안에 든 편지는 흔히 시중에 풀리는 종이에 적어 까끌까끌했다. 검은 잉크로 쓴 필체는 삐뚤빼둘하고 두꺼웠다 얇았다 엉망이었으며 내용도 간단했다. 하지만 분명 탄의 친필이었다.

 

 "가족을 만나서 떠난다고? 찾지 마?"

 

  그게 편지하나로 전할 일인가. 누굴 피해 도망가는 사람도 아니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에 대답해줄 탄은 옆에 없었다. 아에리아는 탄의 바람에 따라 그를 찾진 않았지만 그럴수록 의문이 쌓여서 가슴 한구석이 꽉 틀어막혔다.

 

  어느날에 아에리아는 탄이 걱정되서 잠못이루다가 갑자기 배신감에 치를 떨며 탄을 찾아달라 의뢰를 넣었다. 하지만 결국엔 그리워하며 그의 행복을 기원했다. 이제 탄에게 해줄 수 있는것이 그 뿐이었다. 해주고 싶은것도 같이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전부 이룰 수 없는 미련이었다.

 

  다시금 소피아와 둘만 남은 별채에 새로운 사람을 들이기도 했지만 아에리아는 탄처럼 가까이 지내지 못했다. 계약으로 이룬 관계라서기도 했지만, 아에리아가 새로운 사람을 탄처럼 여기지 못했다. 그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떠날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벽하나를 두루고 상대했다. 그럴수록 아에리아의 우울감은 깊어져 갔다. 본채에 홀로 존재하는 사람같았다. 요람을 벗어나야만 했던 그때처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017. 2018 / 12 / 31 230 0 6218   
17 016. 2018 / 12 / 31 233 0 5090   
16 015. 2018 / 12 / 31 229 0 4557   
15 014. 2018 / 12 / 31 248 0 4261   
14 013. 2018 / 12 / 30 234 0 5868   
13 012. 2018 / 12 / 30 232 0 5774   
12 011. 2018 / 12 / 30 227 0 4995   
11 010. 2018 / 12 / 30 218 0 5042   
10 009. 2018 / 12 / 30 238 0 5937   
9 008. 2018 / 12 / 30 232 0 4349   
8 007. 2018 / 12 / 30 249 0 5269   
7 006. 2018 / 12 / 30 218 0 4512   
6 005. 2018 / 12 / 30 218 0 5472   
5 004. 2018 / 12 / 30 216 0 6188   
4 003. 2018 / 11 / 27 227 0 7358   
3 002. 2018 / 11 / 23 216 0 6875   
2 001. 2018 / 11 / 21 241 0 7369   
1 000. 2018 / 11 / 20 401 0 602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