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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06.
작성일 : 18-12-30 12:55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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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6.

 

 

 돌이 쌓여 투박하게 만들어진 울타리와 장정들이 휘두른 검에 베인 지푸라기가 흩날리는 곳. 수천 혹은 수만 번의 발길로 다져진 흙바닥 위에서 탄은 검을 보았다. 결을 타고 흐르는 궤적, 그 현란하고 아름다운 선을 직접 만들고 싶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탄의 눈이 동선을 바삐 따라 그렸다.

 

 아에리아가 간식을 돌리며 용서를 구하고 돌아왔을 때도 탄은 검술에 몰두해 있었다. 코앞에서 빤히 쳐다보아도, 검술을 행하던 기사가 멈춰도 잔상을 다른 누군가의 검을 쫓았다.

 

 한참을 조용히 곁에 앉아있던 아에리아는 훈련이 끝나 모두 돌아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탄을 흔들어 깨웠다. 하늘엔 푸른 기 하나 없이 저무는 햇빛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검, 배우고 싶어?"

 

  아에리아의 말에 비로서 상념에서 벗어난 탄이 고개를 저었다. 예전 목검에 손을 댔다가 깊게 파인 상처가 떠올랐다. 팔에 아직도 보기싫은 흉터로 남아있었다. 노예에게 뭘 가르치는 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술자가 노예가 되어 계속 그 일을 맡으면 몰라도 노예가 뭘 배워 기술자가 되는 일은 없었다. 하물며 검술이라니, 노예에게 절대로 가르쳐선 안 되는 일이었다. 아에리아가 막지는 않겠지만 탄은 팔을 감싸 쥐며 물러났다. 위협할 것이라고 여긴다기 보단 흉터가 생긴 그날 본능에 각인 된 움직임이었다.

 

 "싫다고?"

 "어. 싫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얻어맞으면 신물이 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탄이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전 주인에게 탄은 그저 단순 노동을 위힌 살아있는 도구이자 주인의 화풀이 대상이었다. 그보다 더 나쁘면 살아 움직이는 표적 취급을 받기도 했다.

 

 아에리아가 지그시 탄을 바라보았다. 탄이 말한 건 뻔한 거짓말임을 쉽게 눈치 챘지만, 그사실을 굳이 일깨우지 않았다. 정확한 사정은 몰랐지만 탄이 감싼 팔의 흉터는 본적이 있었다. 아에리아가 벌떡 일어나 붉게 지는 해를 가리고 섰다. 석양 때문에 은발인 머리가 빨갛게 보였다.

 

 "그래? 난 배우고 싶은데."

 

 아에리아의 마음이 머리 못지않게 붉게 타올랐다.

 

  아에리아의 행동력은 대단해서 다음날부터 검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승은 하슬란으로 빼어난 검술실력을 가진 경비 총책임자였다. 마력이 없을 뿐 검술자체는 손에 꼽히는 실력자라 황가에서 검술교관으로 임명했을 정도다. 마법으로도 치료 불가능한 부상으로 일년만에 은퇴했지만, 황가에서 인정했다는 것만으로 어머니가 넘치는 부를 약속하며 멜버른으로 초청해온 게 벌써 오년 전 이었다.

 

 "아가씨는 힘도 좋고 체력이 꽤 탄탄하군요. 던지기 운동을 많이 하셔서 그런가요"

 "하슬란."

 

 아에리아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경비대장, 하슬란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옛 소문이 생각나 섬칫한 하슬란은 큼큼 목을 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가씨께 맞는 목검은 롤랑이 곧 사 올겁니다. 일단 고무공을 드릴 테니 먼저 잡는 연습부터 시작하죠."

 

 하슬란이 두 개의 누런 공을 내밀었다. 아에리아가 받은 공을 주물댔다. 너무 물컹하진 않고 적당히 힘을 줘야 뭉개졌다. 검을 배운다고 했을 때 떠올릴만한 도구는 아니었다. 의심스런 어조로 아에리아가 물었다.

 

 "공으로?"

 "예. 먼저 고무공을 잡고 탄성을 느끼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주십시오. 먼저 소지와 약지, 중지를 감고 검지와 엄지로 가드를 받치듯이 잡으시면 됩니다."

 

 하슬란이 설명하며 똑같은 누런 공을 잡았다. 공일 뿐인데 진짜 검을 잡은 것처럼 절도가 잡혀있었다.

 

 "잘못된 파지법은 손목을 쉽게 상하게 합니다. 검을 계속 다루실 거라면, 잡는 법을 익힐 때까진 평소에도 공을 들고 다니면서 연습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하슬란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며 아에리아가 공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얼추 모양이 비슷하다고 여겨지자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걸 한다는 표정으로 탄이 앉아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홱 돌렸다.

 

 "어때 탄, 해보고 싶지 않아?"

 "아가씨.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윽. 미안. 근데 잠깐만."

 

 발랄한 아에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슬란의 엄중한 경고가 내려앉았다. 슬금 다시 몸을 바로한 아에리아가 공을 쥔 양손을 모아 사죄를 표시했다. 낮게 숨을 뱉은 하슬란을 보곤 허락이라 여긴 아에리아가 제국어 교본을 보고 있는 탄에게 종종거리며 다가갔다.

 

 "타아안. 있지이."

 "안 해."

 "나 혼자 하려니까 너무 외로워."

 "그래서 여기 있잖아."

 "내 또래 대련 상대도 필요하고."

 "검은 잡아봤어?"

 

  아에리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탄이 받아쳤다. 흡사 검에 대해서라곤 티끌만큼의 흥미도 없는 자의 태도였다. 하지만 어제 일을 본 이상 아에리아는 포기할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방법을 달리해 탄을 도발했다.

 

 "어제 몇 시간이고 검만 봤잖아."

 "신기해서."

 "거짓말."

 

  탄의 눈이 책에서 아에리아로 옮겨갔다. 자세까지 돌리며 아에리아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에리아는 시선에도 수백 년 된 나무처럼 자신의 자리를 곧게 지키며 섰다.

 

 "좋아하는 거잖아."

 

  아에리아가 테이블 위에 고무공을 내려놓고 위아래가 바뀐 제국어 교본을 바로 돌렸다.

 

 "이걸 모를 정도로."

 "싫은거야. 미안. 검은 너 혼자 배워. "

 

  말을 일축한 탄이 제국어 교본을 보지도 않고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채 쪽으로 걸어가는 탄에게 아에리아가 빠르게 읊조렸다.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말해."

 

  거칠게 걸음을 옮기던 탄이 마침내 멈춰섰다. 곁에까지 다가 온 아에리아가 손에 힘을 주며 탄을 붙잡았다. 아에리아의 작은 체구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욕심내고, 탐하고 갈구해서 손에 넣어. 싫다고 거짓말 하지말고, 포기하지 말고."

 

  아에리아가 고무공을 들어 탄에게 내밀었다. 둥근 공이 칼처럼 날카롭고 강철과 같이 굳세 보였다.

 

 "나도 그럴거야. 그리고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

 

  탄이 고무공을 쥐었다. 고무공은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딱딱했으나 따듯했다.

 

 

 ***

 

 

 "검은 사람을 죽이는 무깁니다.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선 안 되죠. "

 

 하슬란의 앞에 서 있는 건 둘이었다. 아에리아와 탄. 둘은 롤랑이 갖고 온 목검을 하나씩 꼬나쥔 채 하슬란의 말을 경청했다.

 

 "목적을 이루셨으면 이제 그만 두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가씨."

 

  하슬란이 눈짓으로 탄을 가리켰다. 그렇게 티를 냈으니 목적을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양심에 찔린 아에리아가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나 기사위는 받을 텐데. 기본적인 검술은 할 줄 알아야지."

 "검술이 기사에게 권고되는 사항이긴지만, 검 한번 잡아보지 않아도 됩니다."

 "기산데?"

 

 아에리아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녀는 어릴 적 부터 촘촘히 짜인 일정에 따라 수업을 받았지만 기사에 대해선 기본적인 걸 제외하고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예비 황태자비에게 기사는 평민과 귀족은 별 차이가 없었다.

 

 "예. 신살의 무기를 기리기 위해 검을 들 뿐, 기사는 다른 귀족처럼 마법을 주력으로 검은 보조로 삼습니다."

 "급소를 칼에 찔리면 다 죽잖아? 몇 번 쓰지도 못하는 마법보단 나을 것 같은데."

 "찔린다면 확실히 그렇겠습니다만."

 

  아에리아는 마력탓에 많아봐야 세번, 보통은 두번 쓰면 마법은 끝이라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 칼은 몇번 휘둘렀다고 무뎌지는 것도 아니고 너도 한방 나도 한방 공평하지 않은가. 납득하지 못한 아에리아를 보며 하슬란이 말끝을 흐렸다.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날 선 검이 햇빛에 반짝였다. 검이 아에리아의 팔을 노리고 날아갔다.

 

 탄이 움찔거리며 목검을 뻗었지만 기본적인 능력치가 모자랐다. 검은 방해 없이 목표에 닿았다. 아에리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찾아올 고통에 대비하며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ㄹ..."

 

  잔뜩 힘을 준 비명을 내질렀으나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느새 몸에서 밝게 빛나는 문양이 검을 가로막고 있었다. 검 끝을 따라 팔의 피부가 눌려 들어 갔을 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아에리아가 팔을 더듬거렸다.

 

 "ㅁ...멀쩡하잖아?"

 "검이 왜 필요 없는 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검을 거둔 하슬란이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을 이어했다.

 

 "보신 것처럼 검사는 마법사를 죽일 수 없습니다. 암습은 마력에 막히고 그 후엔 마법에 검사가 죽습니다. 아가씨의 경우 마력이 있으니 상황이 다르겠지만 마력이 떨어지면 같은 결과가 나올겁니다. 검은 아가씨에게 필요없습니다."

 "그래. 하지만 하슬란."

 

 하슬란의 가라앉은 눈을 아에리아가 잔뜩 힘을 줘 바라보며 양손을 말아 쥐었다.

 

 "나한테 불만있어? 칼을 날릴 정도로? "

 

  반항적으로 시작한 목소리가 끝에가선 갸냘프게 떨리고 부릅 뜬 눈엔 촉촉한 습기가 어렸다. 말아쥔 양손이 서로 찰싹 붙어 가슴팍에 닿았다. 최대한 불쌍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에리아를 보며 하슬란이 실소를 터트렸다.

 

 "칼에 죽는 마법사는 없습니다. 제가 아가씨를 죽일 이유도 없고요. 설명을 한다는 게 과했던 모양입니다."

 "응. 너무 과했어."

 "죄송합니다. 무서우셨다면 지금에라도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배울래. 제국 제일검에 사사받는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제일 검이라니. 과찬이십니다. 스승님을 뛰어넘지 못했으니, 제 이검으로 하시죠."

 "그럴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탄만이 불손한 눈으로 하슬란을 바라보았다. 눈길을 감지한 아에리아가 탄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하늘같은 스승님에게 어딜, 탄이 맑은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럼 베기부터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하슬란의 말에 맞춰 아에리아와 탄이 목검을 곧추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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