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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05.
작성일 : 18-12-30 12:13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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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5.

 

 

 "가게부터 가자."

 "직접 만든다며."

 "재료부터 사 와야지.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니?"

 

 탄의 물음을 뾰루퉁하게 대꾸한 아에리아가 기세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얼마지나지 않아 둘은 시가지에 도착했다. 이번엔 정확한 목적지와 길잡이인 탄이 있어서 아에리아는 헤메지않고 쉽게 원하는 곳을 찾았다. 고소한 내음과 달콤한 향기가 유혹하고 폭신하고 쫄깃한 빵과 바삭한 과자가 반겨주는 곳. 제과점이었다.

 

 "파이반죽, 사과필링 전부 부탁하네."

 

  제과점에 몸이 다 들어 가기도 전에 아에리아가 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요리법을 물어본다든지, 재료를 물어본다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맛이라도 보는 줄 알았던 탄은 아에리아의 뻔뻔함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딱딱하게 굳은 탄을 보며 아에리아는 다시금 앞장서라는 듯 턱짓했다.

 

  한 개의 제과점으론 갑작스럽게 아에리아가 원하는 양을 준비할 수 없었다. 파이 그것도 사과파이만 고집하는 탓에 둘은 백인분을 맞추기 위해 제과점이란 제과점은 전부 돌며 모아야 했다. 짐은, 이 정도 대물 손님에게 배달은 심부름도 아니었다.

 

 탄은 이럴 거라면 그냥 사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 있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진짜로 처음부터 만들겠다고 나올까 봐 입을 다물었다.

 

 "먹고 맛있다고 놀라지나 마."

 

  별채로 돌아온 아에리아가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손을 걷어붙이며 부엌으로 향하는 모습이 일류 파티시에 못지 않았다. 탄도 당연히 끌려갔는데, 반죽과 내용물을 합치는 것만큼은 엄금이었다.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과 주변에서 다른 걸 도와주는 것, 기여도는 같은데 정성에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만 아에리아가 만족하므로 따져 묻는 것을 포기했다.

 

 아에리아는 정성을 다해 파이를 만들었다. 틀에 잘린 반죽을 놓고 사과필링을 채워 격자무늬 반죽을 얹었다. 그리고 탄이 열심히 분리해놓은 달걀노른자를 붓으로 발라 화덕에 넣고 기다리면 완성이었다.

 

 별채의 화덕은 중앙에 가장 큰 것이 하나 양옆에 작은 것이 둘로 백인분을 한 번에 구워내기엔 모자랐지만 만드는 속도와 비교하면 그럭저럭 전부 다 구울만했다. 이것만으로도 꽤 손이 많이 가서 전부 완성하자면 하루를 꼬박 화덕에 붙어있어야 했다.

 

  덕분에 둘의 기행은 소피아의 눈에 금방 띄었다. 달그락 대는 소리에 나와 본 소피아는 화덕에 파이를 가져다 넣으며 정리하는 탄과, 그 파이를 만들고 있는 아에리아를 발견했다. 소피아는 형용할 수 없는 특이한 생명체를 보듯 바라보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미심쩍다는 듯 아에리아를 불렀다.

 

 "아가씨?"

 "앗, 소피아."

 

 얼굴에 계란물을 묻히고 열중하고 있던 아에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조그마한 양손으로 만들고 있는 파이를 가렸지만 그래봐야 사방에 널린게 반죽과 완성되어 굽기만 하면되는 파이였다.

 

 "보면 안되는데..."

 "들켰잖아요. 도와드려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도움을 청하는 탄과 커다란 양눈을 도록굴리며 눈치를 살피는 아에리아를 가볍게 지나치며 소피아가 소매를 접어 올렸다. 아에리아가 만들던 파이를 지키 듯 품으로 잡아 당겼다.

 

 "안돼. 선물해 줄 사람한ㅌ, 헙. 이것도 안되는데."

 

 손으로 입을 감싸며 얼굴이 반넘게 가려진 아에리아가 소피아를 눈으로 쫓았다. 소피아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에리아를 바라보았다. 아에리아는 어쩌면소피아가 잘못 알아 듣진 않았을까하고 턱도 없는 희망을 가졌다가 이어지는 말에 곤두박질쳤다.

 

 "저한테만 주실 것도 아닌데요. 다른 건 도와줘도 될것 같은데요."

 "고마운데. 내가 직접 만들어야 돼. 그러고 싶어."

 

  진심을 담아 대답하는 아에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인 소피아가 금방 관심을 돌렸다. 구석 식탁에 놓인 봉투를 가리켰다. 봉투에는 빵과 과자가 들어 있었는데 하루 매출의 일부를 담당한 아에리아에게 제과점들이 준 덤이었다.

 

 "그러세요. 이건 먹어도 될까요?"

 "응?"

 "기러기제과가 솜씨는 최고죠. 같이 드실래요?"

 "아니. 많이 먹어."

 

  아에리아의 허락을 받은 소피아가 아예 자리를 잡고 봉투를 뜯었다. 울퉁불퉁하고 조그마한 슈크림을 꺼내든 소피아가 입으로 열심히 옮기며 계속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에리아에게 손짓했다.

 

 "계속하세요. 도와줄 생각 전혀 없으니까."

 "어..."

 

  소피아의 눈치를 보며 마무리한 파이는 망쳐버렸지만 아에리아는 곧 정상적으로 만들어냈다. 소피아가 정말로 먹기만 할 뿐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은 할말이 많아보였지만 아에리아의 눈짓 한번에 얌전히 만들기를 도왔다. 마침내 백인분의 파이가 전부 구워져 나왔다. 아에리아는 그 중 한개를 집어 나눠먹기 좋게 잘랐다. 이건 하루종일 고생한 탄과 아에리아 둘의 몫이었다.

 

 "어때?"

 "달다."

 "그리고?"

 "상큼?"

 "으응."

 "맛있어."

 

  끝내 맛있다는 말을 받아낸 아에리아가 행복하게 웃었다. 탄이 떨떠름하게 사과파이를 내려보았다. 물론 사과파이는 맛있었고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드문드문 살짝 타거나 덜 익은 게 있긴 했지만 그를 제외하면 완벽했다. 제과점에서 팔아도 될 정도였다. 멜버른영지에서 이십 년째 해오고 있다는 장인제과라든지, 갈매기제과라든지 어디서든 인기리에 팔릴 것이다. 남은 파이를 전부 해치운 아에리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 그럼 포장 할까?"

 "지금?"

 "응!"

 

 해가 지며 창문으로 그림자가 침범하는 시간이었다. 백개, 어찌 보면 몇개 안 되는 개수지만 아에리아든 탄이든 이런 포장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게 중요했다. 그렇다고 그냥 봉투에 집어넣는 게 끝이 아니라 자르고 조각마다 유선지에 감싸 나눠 포장하여야 했다. 마지막으론 그 모양이 아에리아 기준에 들어야 했다.

 

  눈이 높은 아에리아의 기준에 탄은 오늘내에 포장하기란 불가능 할 걸 알면서도

  힘없이 손을 놀렸다. 둘이 힘을 합쳐 열개의 포장을 끝냈을 땐, 그림자는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 끝낼 수 있는 건 맞아?"

 "아마도?"

 

  자신없게 대답하는 아에리아와 적성에 맞지않는 일에 지친 탄. 그 모든 걸한가롭게 구경하고 있던 소피아는 정각이 얼마 남지 않자 앞으로 나섰다.

 

 "방해되니. 비키세요."

  "어?"

 "착한 어린이는 잠에 들 시간이에요."

 

  식사하라며 챙겨준 것을 빼곤 존재감이 없던 탓에 소피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아에리아가 얼떨결에 자리를 비켰다. 포장지를 잡은 소피아는 엄청난 속도로 파이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둘이 몇십분을 걸려한 분량을 눈깜짝 할사이에 해치웠다. 포장 마무리까지 완벽한 것이 과연 별채의 유일한 하녀다운 다재다능함이었다. 덕분에 둘은 날을 넘기지 않고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날, 둘은 사과파이를 끌고 숙소를 다시 찾았다. 은화 주머니를 기대했던지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좋아했다. 긍정적인 반응에 힘을 얻은 아에리아는 매일 간식을 직접 사서 만드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백인분이면 준비하는데에만 하루를 꼬박 쏟아부어야 하는데 아에리아가 파티시에로 전직할 것도 아니고 무리한 일이었다. 따라서 일주일에 한번으로 그 횟수를 줄였다. 대신 시종에게 했던 말처럼 잠깐이라도 매일 숙소를 방문했다. 덕분인지 몇주가 지난 지금 아에리아를 피하는 이는 잘 없었고, 웃고 떠드는 사이까지 발전한 사람도 있었다.

 

 "낭트남작 첫째 영식. 그분도 적으셔야죠."

 "그건 잘못한 것도 아냐. 걔한테까지 사과하는 건 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실 거라면서, 사람 차별하고 그러심 안됩니다."

 "알았어. 낭트... 적었어."

 

  종이위로 유려한 선이 지나갔다. 종이에는 갓 써진 이름 외에도 많은 이름이 촘촘하게 쓰여있었다. 테이블을 두고 머리를 맞댄 두 사람 뒤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뭐해?"

 "탄 이 녀석. 너야말로 아가씨께 예의 없게 뭐 하는 짓이냐."

 

  뒤돌아서 인영을 확인한 시몬이 탄에게 강력한 꿀밤을 때렸다. 시몬의 두툼한 손은 그 값을 했다. 때리는 소리가 하도 경쾌해서 소파에 늘어져 자고있던 다른 사람이 깨어나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악, 아저씨. 아에리아가 그러랬다니까."

 "탄 말이 맞아. 그러지 말래두. 자꾸 그러면 여기에 시몬이 다시 쓰일 지도 몰라."

 "제가요?"

 

 사납던 눈이 금세 퉁방울 같아지며 시몬이 되물었다. 아에리아가 쓰고 있던 종이를 펜으로 짚으며 사악하게 웃었다.

 

 "시몬이 해준 음식. 전부 엎어버릴거야. 거기에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오라 그래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그건 뭔 음식입니까?"

 "얼음이 든 뜨거운 차를 요구할 거란 소리야."

 "그게 마시고 싶으십니까? 마법사를 불러올까요?"

 

 시몬이 당장에라도 나갈 것처럼 몸을 들썩였다. 마법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에리아가 감탄을 내뱉었다.

 

 "오. 마법이면 될까?"

 "그건 아가씨께서 더 잘 아셔야 하는 거 아임니까?"

 

  아에리아는 시몬의 말에 잠시 고심한 끝에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얼음에 보존마법을 걸고 집어넣으면 되는 일이니까. 마법은 생각보다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가능할 거 같아."

 "만들어오면, 또 은화 주머니를 주심니까?"

 "아니. 안 줘, 못 줘. 돌아가. 일햇!"

 

 눈에 힘을 준 아에리아가 단호하게 외쳤다. 돈을 뿌리는 건 생각보다 부작용이 심했다. 돈을 준 직후 이삼 일간 아에리아는 사람이 아니라 돈주머니가 되었었다. 교훈을 얻은 아에리아는 돈뿌리기를 봉인 시켰다. 시몬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주방으로 향했다.

 

  둘의 한담을 흘려들은 탄이 테이블 위의 종이를 들곤 훑어보았다. 수업시간마다 글을 배운 탄은 잘 쓰진 못해도 읽는 것만이라면 문제 없었다.

 

 "쥬... 히몬드...낭트? 뭘 쓰던거야?"

 "사과해야할 사람. 혹시 빼먹으면 안 되니까, 적고 있었어."

 "이거 다?"

 

  탄이 놀라 종이를 빼곡하게 채운 이름을 가리켰다. 사과해야 할이면 요즘 사과한 사람들은 해당이 안 될 터였는데도 이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남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더 있는데."

 

  아에리아가 여상하게 가리킨 곳에는 세 개의 봉투가 놓여 있었다. 탄이 슬쩍 들춰보니 다른 명단에도 이름이 빽빽했다. 질린 표정을 짓는 탄을 보며 아에리아가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나를 굉장히 문제아로 여기는 거 같은데, 기준을 엄하게 잡아서 그렇지. 사과 안해도 되는 게 태반이야."

 

 그리 말해봐야 보이는 건 족히 백이 넘는 이름의 향연이었다. 무시하는 탄을 째린 아에리아가 그에게서 종이를 거칠게 가로채며 봉투에 집어넣었다.

 

 "걱정 마. 이름은 많아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으니까. 별관 쪽 사람들만 만나면 끝이야."

 "별관?"

 "응. 너도 가본적 있지? 경비대랑 기사가 머무는 곳인데. 마법 단련실도 거기 있어. 내일 확실하게 구경시켜줄게."

 

 한손을 주먹까지 쥐며 다짐하는 아에리아를 보며 탄은 별채에 온 이튿날 특훈을 빙자한 저택 탐방을 떠올렸다. 그때 목표 중 하나는 별관에 있는 무기창고에 잠입하는 일이었다. 의외로 수월하게 침입에 성공했었다. 덕분에 흥미를 잃은 아에리아가 금방 다른 곳으로 갔었다. 이후 아에리아는 별관에 딱히 가지 않았고 탄도 자연스럽게 가보지 못했었다.

 

 폭은 좁지만 사층으로 별채보다 층수는 더 높은 별관을 탄이 바라보았다. 멀리서도 햇빛을 반사하는 병장기가 보이는 듯했다. 아에리아가 옆에서 같은 곳을 보다가 손을 쳤다.

 

 "아. 맞다. 오늘은 사과프리터야."

 

  이제 단골이 된 기러기제과점으로 가며 아에리아가 외쳤다. 아에리아의 사과에 대한 집착은 오늘도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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