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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1. 내 이름은... 고... 독한...
작성일 : 19-10-26 11:22     조회 : 157     추천 : 0     분량 : 7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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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나는 꼭 숲속의 공주를 깨우는 멋진 왕자가 될 거야!

 

  내가 일곱살 때 했던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다만 왕자가 될 수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렸을 뿐이지만.

 

 "리아. 혹시 내 체크 양말 못 봤니?"

 "안드리아 아빠. 지금 제가 널고 있어요."

 

  그래도 괜찮다. 멋진 왕자가 될 수 없다면 멋진 공주가 되면 될 테니까. 숲속의 공주가 아니라 예쁜 왕자를 찾으면 될 테니까.

 

 "리아. 설거지는 일 갔다 오면 내가 할게. 빨래 널어줘서 고마워."

 "괜찮아요. 지금 늦은 거 아니에요? 오늘 비 소식은 없어요."

 "벌써 시간이! 나 늦었어. 먼저 갈게. 갔다 와서 보자, 리아."

 "다녀오세요, 가브리엘 아빠."

 "나도 간다. 나중에 보자, 리아."

 "네. 다녀오세요, 안드리아 아빠."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소란스러웠던 아침이 금세 조용해졌다.

 

  이른 아침, 나는 빨래를 다 널고 옷을 갈아입었다.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 날씨는 겨울에 가까웠다. 나팔 청바지와 흰색 목티를 입고, 야샹 패딩을 걸쳤다. 신발을 두고 현관 앞에서 오랫동안 고민해봤지만 딱 뭐가 좋다는 직감이 오지 않았다.

 

  구두? 어그부츠? 힐은 아니야. 슬립온을 신을까? 안 돼! 늦으면 바게트가 다 팔렸을지도 몰라!

 

  서둘러 편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비췄다. 거리마다 빼곡히 들어선 석조건물이 하얗게 빛이 났다. 삼 월치고는 포근한 날씨였다.

 

 "리아, 안녕!"

 "안녕하세요. 리처드 아저씨."

 

  집에서 오 분 거리에 위치한 빵집 사장님 리처드 아저씨다. 리처드 아저씨의 민머리가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셨다. 리처드 아저씨는 반갑게 인사해줬지만 나는 리처드 빵집을 모른척 지나쳐갔다.

 

  리처드 아저씨, 미안. 오늘은 기필코 카라멜파리 점의 헤이즐넛크림 슈를 먹고 말거야! 오늘을 위해서 일주일이나 참았단 말이야. 헤이즐넛크림 슈의 그 몽긍몽글한 크림과 촉촉한 빵, 달콤한 카라멜까지.

 

  걸어서 삼십분 정도 걸리지만 전혀 상관이 없었다. 센강 다리를 건너고, 에펠탑을 지나서 드디어 도미니크가의 카라멜파리 제과점에 도착했다.

 

  으흐흐, 유리창 너머로도 빛나는 저 맛있는 자태. 역시나 카라멜파리 제과점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고소한 빵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기다 달콤한 카라멜 향까지. 금세 입에 침이 고였다. 진열장에는 키슈, 피스타치오, 타르트, 브리오슈, 크로아상, 쇼콜라 뿐만 아니라, 명품 세프가 개발한 빵까지 진열장에 보석처럼 예쁘게 반짝거렸다.

 

  꺄아! 이 빵집에서 죽어도 좋아! 뭘 먹지? 키슈? 크로아상? 쇼콜라? 하지만 오늘은 헤이즐넛크림 슈를 먹기로 했어!

 

 "저기, 이걸로 포장해주세요."

 

  점원은 헤이즐넛크림 슈와 갓 구워진 바게트를 포장지에 담았다. 그의 손에서 멀어진 크로아상과 쇼콜라가 자기들도 데려가달라고 소리치는 듯했다. 하마터면 그들의 애원에 못 이겨 함께 데려갈뻔 했지만, 다행히 점원이 빵을 담은 봉투를 건넸다. 갓 구워낸 바케트의 빵냄새가 식욕을 부추겼다.

 

  와! 고소한 냄새! 빨리 집에 가서 먹어야지!

 

  나는 뜀걸음으로 뛰어갔다. 뛸 때마다 고소한 빵냄새가 계속 올라왔다. 되돌아가는 길은 신이 났다.

 

  그때 앞을 제대로 못보고 길에 서 있는 누군가와 부딪쳤다. 품에 안긴 바케트가 위아래로 출렁였다.

 

 "꺄아!"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텨져나왔다. 다급하게 바케트를 꽉 움켜잡았다. 바케트는 무사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의 소중한 바케트를 위협한 원흉을 찾았다.

 

  누가 길 중간에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도대체 누구야!

 

  눈앞에 잘생긴 공주가 서 있었다. 아니, 예쁜 왕자가.

 

 "제가 앞을 못 봤어요. 미안해요."

 

  그는 아무말도 안하고 서 있었지만 내 입에서 먼저 미안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촉촉하게 젖은 듯한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를 피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스쳐지나간 시야로 그의 목에 걸린 스카프가 휘날렸다.

 

  남자야? 여자야? 왜 저렇게 예뻐.

 

  그에게서 조금 멀어지자 가슴이 차츰 진정됐다. 걸음을 멈추고 살짝 뒤돌아봤다.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 황 빛 피부.

 

  그는 동양인일까. 그렇다면 일본인? 중국인? 혹시...

 

  발걸음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길을 잃어버린 듯이 방황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쩌면 동화 속에도 없는 예쁜 왕자를 내가 찾은 걸까?

 

 *

 

  금빛 햇살이 침실 끝자락에 닿았다. 기울어진 햇빛 사이로 먼지가 오르락내리락 피어올랐다. 삼 월의 햇살 치고는 따사로웠다.

 

 "일어났어?"

 "응. 로이. 지금 몇 시야?"

 

  고독한은 이불을 끌어안으며 푹신한 솜이불의 감촉을 느꼈다. 그러자 솜이불을 조심스레 걷으며 백발의 사내가 나타났다. 어깨까지 닿는 그의 긴 생머리가 찰랑거렸다.

 

 "한. 지금부터라도 시차 적응을 해야지."

 "어차피 며칠 뒤에 갈꺼잖아."

 "그래도 내일 나랑 프랑스 관광을 하려면 조금이라도 적응을 해야할 걸."

 "오늘은 왜? 어디가는데, 로이."

 

  고독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뜬 눈 사이로 멋지게 차려입은 로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로이는 그의 볼에 손을 얹으며 침대에 비스듬히 앉았다.

 

 "점심 약속있어. 오후 늦게 미팅 있고. 좀 늦을 거야."

 

  로이가 화사하게 웃으며 고독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독한은 누워서 아무말 없이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로이가 고독한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눈짓했다.

 

 "이번엔 안돼."

 "왜?"

 "오늘 중요한 일이야. 원래 내일 있었던 미팅을 오늘로 당긴 거라고. 내일은 하루종일 같이 있자."

 "그럼 오늘은?"

 "어차피 시차 적응 하려면 방 안에만 있는게 좋잖아. 아무데도 가지 말고 있어."

 

  로이는 헝클어진 고독한의 머리카락을 정돈시킨 후,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고독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정 심심하면 호텔에 있는 수영장이라도 가던가. 사고는 치지 말고."

 "알았어. 갔다 와."

 "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괜히 골치 아프게 하지마."

 

  그 말을 끝으로 로이는 밖으로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 고독한은 다시 솜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여독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온몸이 무거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몸은 움직이기 싫은데 정신은 말짱한 느낌이었다.

 

  그는 침실에서 이십 분 남짓 잠과 씨름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테라스로 이어진 유리창에서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하늘색은 같네."

 

  반나절 가까이 비행기를 탔을 뿐인데,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파란 하늘이 반가웠다.

 

  고독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 앞에 섰다. 프랑스 파리의 멋진 건물들과 센 강, 그리고 에펠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중 에펠탑은 멀리서도 그 위용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도심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었다.

 

 "에펠탑..."

 

  그는 에펠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갑자기 가까이서 에펠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이는 집에만 있으라고 했지만, 이미 소파에는 오늘 입을 외출복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슬림 기모 바지와 흰색 목티, 체크 와이셔츠, 체크 코트, 빈티지 부츠, 마지막으로 이에 어울릴 스카프까지. 언제나처럼 그가 입고 나갈 옷이 먼저 준비된 상태였다.

 

  고독한은 빠르게 나갈 채비를 마치고, 준비해 놓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로비로 나가자 지배인이 알아서 그를 택시 앞까지 배웅했다.

 

  택시는 순식간에 그를 에펠탑 앞까지 데려다줬다. 철골로 이루어진 에펠탑을 가까이서 보니 정말로 거대하고, 컸다. 단지 그뿐이었다. 다른 아름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별론데."

 

  고독한은 금세 거대한 철골물에 질려버렸다. 에펠탑 주위로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녔다. 그들은 하나같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에펠탑을 뒤로한 채 사진을 찍었다.

 

  그는 뒤돌아서 센강 쪽으로 걸어갔다. 센강을 따라서 택시가 지나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강에는 유람선이 줄지어 떠다녔다. 어딜가나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그러나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는게 우선이었다.

 

 "복잡해."

 

  그의 발걸음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그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낯선 사람과 부딪친 후였다. 낯선 사람은 알 수 없는 프랑스어를 내뱉으며 옆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스쳐지나간 바람 결에서 고소한 빵냄새가 났다.

 

  고독한은 빵가루가 묻은 코트 앞자락을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주위에는 2, 3층 높이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건물이라서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길을 잃고 방황했다.

 

  그때 그의 앞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방금 맡았던 고소한 빵냄새의 주인이였다. 금빛 단발머리, 검은색 눈동자, 백인이라고 하기에는 샛노란 피부.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천천히 말을 걸어왔다.

 

 "익스큐제 무아. 부세 페쥬르?"

 

  바케트를 품에 안은 낯선 아가씨가 프랑스어로 물었다.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고독한은 하나도 못 알아 듣는 불어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낯선 소녀가 웃으며 다시 말을 걸었다.

 

 "니하오? 오하요고자이마스? 헬로우? ... 안녕하세요?"

 

  그의 눈이 그녀의 마지막 말에 반응했다. 그러자 낯선 아가씨가 입을 큼지막하게 벌리며 그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혹시 한국인이에요?"

 

  그녀가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말을 했다. 고독한은 당혹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넋을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아가씨는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나도 한국인이에요. 내 이름은 지수. 당신 이름은 뭐예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아가씨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고독한은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를 보며 난감해했다. 여자에게 고백받은 적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 당돌하게 다가오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내 이름은..."

 

  그가 여자의 눈을 깊이 응시했다. 그녀의 눈망울은 파리의 하늘만큼이나 맑았다. 여자 눈을 이토록 오랫동안 마주 본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처음 겪는 일이 많았다. 로이 말을 어긴 것부터, 여자와 이렇게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여서 그런 걸까.

 

  눈앞에 그녀는 해맑은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왠지 이 여자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이름은... 고... 독한..."

 

  그의 음성은 보기와 다르게 낮은 목소리였다.

 

  스스로 이름을 밝힌 지수는 민망할 정도로 그의 얼굴을 빤히 살펴봤다.

 

  그를 보고 처음 떠오른 건 사춘기를 막 시작할 즈음의 소년이었다. 뽀얀 피부와 반항기 섞인 눈빛, 긴 눈썹과 적당히 솟은 콧대, 연분홍빛 입술과 뾰족한 턱선,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음울한 분위기까지. 가냘픈 몸선이었지만, 자세는 반듯했다.

 

  때맞춰 바람이 불어왔다. 그의 목에 메인 스카프가 바람결에 흔들렸다. 고급스러운 자수가 새겨진 스카프가 그와 참 잘 어울렸다.

 

 "무슨 일이죠?"

 

  고독한은 지수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지수는 문득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말을 쏟아냈다.

 

 "혹시 길 잃었어요? 프랑스에 여행 온 거예요? 혼자 왔어요? 며칠 머물다 갈 거예요? 오늘 계획 있어요? 에펠탑 보고 오는 길이에요? 아니면 에펠탑에 가려고 하는 거예요? 언제 파리에 왔어요? 루브르 박물관은 가봤어요? 몽마르트르나 몽생미셸은요?"

 

  그는 그녀의 수많은 물음에 두통을 느끼며 한걸음 물러났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멀어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베르사유 궁전은 가봤어요?"

 "아, 아니..."

 "내가 소개해줄게요. 따라와요!"

 

  고독한은 그녀를 거부할 새도 없이 그녀의 손에 이끌려갔다.

 

  지수는 머릿속에 오색빛깔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그를 도와준다는 일념으로 가득 찼다. 입가에 웃음이 사그라들지가 않았다.

 

  그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녀는 그를 붙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그는 한 시간을 넘게 끌려다니다가 어느새 눈앞에 근사한 궁전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래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비수기인데다가 이른 시간이라서 금방 입장할 수 있을 거예요."

 

  베르사유 궁전 앞 넓은 광장에는 관광객이 다수 보였다. 지수는 고독한을 데리고 궁으로 들어가는 줄 뒤에 세워놓고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다른데 가지말고 여기 있어요. 티켓 사서 금방 올게요."

 

  고독한은 자기 멋대로 사라진 지수를 멍하니 봤다. 어느 순간 자기는 영문 모를 줄 가운데 서 있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라질까봐, 빨리 왔어요. 사월이었다면 분수쇼를 볼 수 있었을텐데. 아직 삼월이라 분수쇼는 안 해요. 대신 가격이 싸니까 다행이에요. 아, 물론 돈은 내가 냈어요. 괜찮아요, 그렇게 안 비싸요."

 

  지수는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면서도 말을 쉬지 않았다. 그녀의 볼에 홍조가 가득했다.

 

 "베르사유 궁전에 대해서 얼만큼 알아요? 이 궁전은 루이 14세 때 만들어졌어요. 면적은 정원까지 포함해서 전부 보려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커요. 궁전만 해도 엄청나요. 저기 궁전 끝에서 끝까지 가는 것만 해도 한 시간이 걸린다니까요."

 

  그녀가 쉴 새 없이 설명하는 사이, 궁전 입구에 다다랐다. 금박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정문이 그들을 반겼다. 정문을 지나자 궁전으로 둘러싸여진 대리석 광장이 나타났다.

 

  지수는 그를 자연스럽게 예배당 쪽으로 이끌었다. 그는 다시금 그녀의 손에 붙잡혀 끌려다니다가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예배당은 천장이 굉장히 높았으며, 천장에는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천장 벽화에는 아기 천사와 선남선녀가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다.

 

 "아름답죠? 예배당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저 천장 벽화가 거울의 방 다음으로 유명해요. 예배당은 1층, 2층이 나누어져 있는데. 1층은 귀족이 사용하고, 2층은 왕족이 사용했대요. 저기 정면에 보이는 오르간도 전부 황금으로 덧칠한 거예요."

 

  그녀가 예배당을 설명하면서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녔다. 기둥 뒤에 숨기도 하고, 이 층 난간에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오르간 앞에서 오르간을 치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고독한은 넓은 예배당을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는 그녀를 눈으로 좇았다. 그녀의 신난 얼굴은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다 봤어요? 굉장해요?"

 

  지수가 갑자기 그의 눈앞에 나타나 다시 그의 손을 붙잡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예배당을 지나 왕의 처소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방 천장에도 엄청난 크기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는 헤라클레스 방이에요. 앞으로 여섯 개 방이 더 나오는데, 각기 방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천장에 그려져 있어요. 헤라클레스 방은 어떤 공주하고, 스페인 왕자가 결혼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방이래요.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여기는 풍요의 방. 여기저기 왕들 사진이 많아요. 다음은 비너스의 방.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의 방. 아폴론의 방, 마르스의 방."

 

  그녀는 지치지 않고 방을 둘러보며 이동했다. 갈수록 좁은 방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녀의 손에 막무가내로 끌려 다니는 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제 거울의 방으로 들어갈게요! 여기서부터는 진짜 잘 따라와야해요. 아마 사람이 엄청 많을 거라서."

 

  고독한은 서서히 몸이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이마 옆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뒤늦게 그녀에게 붙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봐요! 진짜 대단해요! 아름다운 샹들리에며, 방 끝까지 이어진 천장 벽화, 그리고 300개가 넘는 거울! 옛날에는 거울이 귀해서, 이렇게 거울을 많이 설치해놓는 게 막강한 권력을 상징했다고 해요. 어때요?"

 

  지수는 순수하게 감탄한 얼굴로 뒤돌아봤다. 그를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고독한 씨! 갑자기 왜 이래요! 괜찮아요?"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이번에 스토리야에 연재하게 된 G.굴비 입니다. 제 개인 블로그에 놀러오시면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요. 주소는 https://blog.naver.com/gloryrnfql 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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