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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2. 밤은 길어. 그 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게.
작성일 : 19-10-26 11:23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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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고독한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그의 동공이 풀려 있었다.

 

  지수는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뒤에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계속 부딪혔다. 눈앞에 방이 계속 좁아졌다. 꽉 들어찬 사람들로 공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나가... 밖으로..."

 

  그녀는 들리지 않는 그의 말을 용케도 알아듣고 그를 데리고 급하게 거울의 방을 빠져나갔다.

 

  그는 거울의 방을 빠져나왔음에도 여전히 숨을 편하게 쉬지 못했다. 그의 손가락이 힘겹게 밖을 가리켰다.

 

 "정원으로 나가자고요? 알았어요. 조금만 참아요!"

 

  지수는 그의 손을 꽉 붙잡고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확 트인 정원의 맑은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그의 얼굴색이 차츰 원래대로 돌아왔다.

 

 "괜찮아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고독한은 지친 숨을 내쉬며 막무가내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요? 여기는 자전거나, 카트 없으면 힘들어요."

 

  그는 말없이 땅만 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멋진 조각상과 거대한 분수대, 열 맞춰 서 있는 나무와 잘 가꾼 잔디를 향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그저 어디론 가로 걸을 뿐이었다.

 

  지수는 그에게 몇 번이나 말을 걸었지만 냉담한 그의 태도에 움츠러들었다. 한참을 말없이 걷던 고독한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는 처음으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봤다. 그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여기는 정원 안에 있는 대운하에요. 이 강은 원래 없었는데 사람들이 직접 물을 길어서 만들었다고 해요. 정말 대단해요."

 

  그의 뒤를 바짝 따라오던 지수가 주눅 든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러자 고독한은 뒤돌아서서 그녀의 눈 아래에 시선을 두며 물었다.

 

 "왜 나를 여기로 데려온거야?"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처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지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이제야 그런 걸 물어보냐고, 궁전 안에서는 왜 그랬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그때 강 어귀에 놓여진 작은 보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보트 탈래요? 내가 팔 힘이 얼마나 좋다구요."

 

  그녀는 아무일 없는 척 보트로 향했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그녀를 뒤따라갔다.

 

 "어서 타요. 여기 와서 이런 경험 안 해보면 어디가서 해보겠어요."

 

  그녀가 먼저 보트에 앉은 채로 그를 보지 않고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그에게 닿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도 뒤따라 보트에 앉았다.

 

  그들은 보트에 마주 앉아서 강을 건넜다.

 

 "이 강이 사람들이 직접 물을 길러서 만든 거래요. 아까 전에 말했었나."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열심히 노를 저으며 아무 말이나 쏟아냈다.

 

 "재미없어요? 베르사유 궁전 말고 다른 데 가볼래요? 여기서 나가면 바로 옆에 노트르담 성당도 있어요. 아니면 가고 싶은 곳 있어요? 한국인은 실제로 처음 봐요. 한국 팝송이나, 드라마로 한국말을 배웠는데. 한국은 어때요? 오늘 날씨는 삼 월 치고 따뜻한 편이에요."

 

  지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무심하게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왜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설명해달라고 부추기는 듯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강물 곳곳에서 빛무리가 솟아올랐다. 그때 그녀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쪽이 개처럼 보여서 그랬어요!"

 

  그녀가 말을 뱉고 나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어지럼증이 전보다 더 심해졌다.

 

 "아, 아니. 고독한 씨가 개라는 게 아니라. 뭔가 주인 잃은 개처럼 보였는데. 그, 그게 개라는 뜻은 아니고. 버려진 개를 보면 주인을 찾아주는 버릇이 있어서. 아, 절대 개라는 게 아니라. 버려진 개를 보면..."

 

  지수는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로 빠르게 노를 휘저었다. 그의 침묵이 이별을 예고하는 것만 같았다.

 

  등 뒤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따라 그의 스카프가 휘날렸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바람을 피했다. 앞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그의 옆태가 드러났다. 누구라도 첫눈에 반할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더 둘러보고 가죠. 다른 곳 가기에는 좀 피곤한데."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무심한 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요? 아, 배고파요? 빵 먹을래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바게트 빵을 찢어서 그에게 건넸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빵을 받았지만, 빵을 먹자 조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꽤 맛있는 것 같은데."

 

 "여기 더 있어요. 난 배불러요. 이것도 먹을래요?"

 

  그녀가 들뜬 얼굴로 헤이즐넛 크림 슈를 꺼냈다. 그가 전보다 더 놀란 눈으로 순식간에 쿠키슈를 먹어치웠다.

 

 "이게 뭐죠?"

 

 "그게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림이 들어가서 촉촉한 헤이즐넛 크림 슈라고 하는 거예요! 카라멜파리에서 산 건데, 엄청 유명한 세프, 아니 그 뭐라고 하더라, 요리사 말고."

 

 "세프라고 해도 알아듣는데."

 

 "엄청 유명한 세프가 만든 쿠키슈에요. 진짜 맛있어요?"

 

  고독한은 무심한 얼굴로 손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냈다. 지수는 방긋방긋 웃으며 힘차게 노를 저었다.

 

 "한국말을 꽤 잘하는데. 어릴 때 프랑스로 이민 온 건가요?"

 

  그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물었다. 주위에는 넓은 잔디밭과 정성들여 가꿔놓은 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 강 주변에는 자연 경관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궁전 안의 사치스러운 벽화와 조각물을 보고 난 후라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이 탄 보트는 매끄럽게 강을 가로질렀다. 잔잔히 흔들리는 수면 위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됐어요. 아주 어린 아기일 때."

 

  보트는 서서히 느려지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보트 옆으로 백조가 지나갔다.

 

  고독한은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었다.

 

 *

 

 "프티 트리아농.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전이에요. 그 당시에 가면무도회나 각종 행사를 대부분 여기서 했다고 해요. 한 번 들어가 볼래요?"

 

  지수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고독한은 궁전을 지나쳐 숲속으로 걸어갔다.

 

 "여기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정원이에요. 사람들은 흔히 사치의 대명사로 앙투아네트를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녀가 꽤 검소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정원도 꽤 소박하게 꾸며놨어요. 저기는 초가집, 또 저기는 물레방아도 있고요."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

 

 "네?"

 

 "프랑스에 오면 여기를 꼭 와보고 싶었거든요."

 

  고독한은 호수를 따라서 천천히 왕비의 촌락으로 들어갔다. 왕가의 정원이라기에는 초라한 시골 풍경이었다. 초가집과 물레방아, 우물, 그리고 키우는 닭이 보였다. 베르사유 정원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소박한 정원이었다.

 

 "하루아침에 머리가 새하얗게 백발이 되는 증상. 그런 증상을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이라고 하

 죠."

 

 "들어본 적 있어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당하는 날, 하루 사이에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고."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 알아봐도, 그 병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진 건 없고. 단지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것밖에 밝혀진 게 없어요."

 

  그는 어느 때보다 왕비의 정원을 유심하게 둘러봤다.

 

  지수는 그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모른 척 이곳에 따라온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늦은 것 같은데. 이제 가봐야겠어요."

 

  고독한은 날이 저무는 것을 보고 뒤돌아섰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말도 없이 호텔을 빠져나온 것을 로이가 알면 큰일이었다.

 

 "미안한데, 호텔까지 데려다주면 좋겠는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그의 눈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어제 저녁 호텔에 도착했을 때, 피곤해서 바로 잠든 것이 생각났다.

 

 "프랑스의 삼 월은 해가 빨리 져요. 아직 세 시도 안 지났을 걸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어떻게 만난 예쁜 왕자인데 이렇게 헤어질수야 없지. 아직 그의 연락처도 못 물어봤는 걸. 그러나 그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속삭였다.

 

 "지금 당장, 호텔로 데려다줘."

 

  지수는 갑작기 훅 들어오는 그의 얼굴에 당황해 했다. 그의 뽀얀 피부가 눈 앞으로 확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쁜 얼굴이었다.

 

 "알, 알았어요. 호텔 이름이 뭐예요?"

 

 "호텔 이름? 그러니까 호텔 이름을 모르는데."

 

 "호텔 이름을 모르는데 어떻게 데려다줘요."

 

 "핸드폰에 있어."

 

 "그럼 보고 알려줘요."

 

  그녀가 그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시선을 옮겼다. 스치듯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한 표정이 아닌 처음 보는 그의 다른 얼굴이었다.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초조해 하는 얼굴. 그가 찡그린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배터리가 없어서. 핸드폰 충전 어디서 해?"

 

 *

 

  고독한은 일반 주택 앞에서 멈췄다. 낯선 사람의 집까지 따라가는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사는 집이에요."

 

  지수는 프랑스의 평범한 주택을 소개하며 집 앞에서 우물쭈물 했다.

 

 "아까 얘기한 거 기억나요? 어릴 때 입양 됐다고 한 거."

 

  그녀가 집 앞으로 걸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뒤돌아섰다.

 

 "조금 놀랄 수 있겠지만, 너무 놀라지 마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 밖으로 우르르 뛰쳐나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지수는 방긋 웃으려 했지만 이미 눈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리아! 뒤에 있는 그 남자 누구야?]

 

 [남자 친구야? 우리 딸이 드디어 남자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거야?]

 

 [호들갑 떨지 마, 안드리아. 리아가 다 말해줄 거라고.]

 

 [이래서 집에 데려오기 싫었는데. 빨리 들어가요! 아빠들!]

 

  지수는 앙칼지게 불어로 소리치며 다시 방긋 웃었다.

 

  고독한은 멍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봤다. 왠지 그녀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들어와요. 바로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나는 아빠가 둘이에요."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그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녀 옆으로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이 붙어서 뒤에 따라오는 고독한을 주시했다.

 

 [리아! 저 사람도 한국인이야? 어디서 만난 거야? 관광객?]

 

 [혹시 위험한 사람은 아니겠지? 아무나 집에 데려오면 안 된다.]

 

 [가브리엘! 한국인 중에 위험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거기다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위험할 리가 있겠어.]

 

 [잘생기긴 무슨. 아주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겼구만. 너 원래 저런 취향 아니잖아. 그새 바뀐 거야?]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들어가요, 좀!]

 

  지수는 얼굴을 붉히며 아빠 둘을 부엌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고독한을 데리고 도망치듯이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간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티냐! 알렉스! 너희들이 왜 여깄어?]

 

  거실 소파에는 이미 알렉스와 티냐가 앉아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알렉스가 먼저 뒤돌아서 가볍게 인사했다.

 

 [리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뭐야? 저 사람 누구야?]

 

 [뭐해, 알렉스? 야! 너 때문에 졌잖아! 뭔데 그러는데?]

 

  티냐와 알렉스가 소파 뒤로 얼굴만 빼꼼히 내밀었다. 둘은 실눈으로 처음 보는 낯선 이를 경계했다.

 

 [뒤에 있는 사람 누구야? 내가 아는 한, 너한테 저렇게 잘생긴 남자 친구는 없는데. 외국인 유학생? 아니면 길 잃은 관광객?]

 

  티냐가 예리한 눈썰미로 고독한을 빠르게 관찰했다. 알렉스는 안경을 고쳐 쓰며 상황을 분석했다.

 

 [내가 보기엔 길 잃은 관광객 쪽이라고 생각해. 일단 유학생 치고 옷이 너무 화려하고, 저 사람 표정을 봤을 때 불어를 하나도 모르는 것 같으니까. 어디서 또 주인 잃은 애완 동물을 주워온 거구만.]

 

 [알렉스!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그럼 말해봐.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알렉스가 안경 뒤에서 번뜩이는 눈으로 고독한을 가리켰다. 어느새 안드리아와 가브리엘도 거실로 들어왔다. 고독한은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모른 채로 지수를 봤다.

 

  지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사람은...]

 

  모두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이야!]

 

 [뭐!]

 

  그녀의 대답을 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딱 한 명 고독한을 빼고.

 

  그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낯선 이의 발소리가 거실로 향했다. 발소리가 점점 크게 울렸다.

 

 "한!"

 

 "로이?"

 

  고독한은 거실로 들어온 로이를 보고 놀랐다. 로이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를 품에 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노려봤다.

 

  다른 사람들은 새롭게 나타난 낯선 사내의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낯선 사내는 젊지만, 머리가 새하얀 백발이었다. 그의 피부는 또 어찌나 창백한지 드라큘라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당신들 뭐야. 우리 한을 납치라도 한 거야?"

 

 "잠시만. 납치라니. 그러는 당신은 누구지?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왔으면 그쪽이 강도 같은데."

 

  가브리엘이 침착한 어조로 따졌다. 그러자 로이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희들! 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이거 국제 납치야!"

 

  거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고독한은 다급하게 로이를 말렸다.

 

 "로이. 그러지 마."

 

 "가만있어! 넌 바보같이 납치나 당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거 아니야.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잠시 이 집에 온건데. 설명하자면 길어."

 

  고독한은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간 얼굴로 찬찬히 설명했다. 로이는 그의 설명을 듣고도 의심을 풀지 않았다.

 

 "이봐. 우린 당신들 납치할 생각 없어. 그러니까 길 잃은 네 친구 데리고, 당장 우리집에서 꺼져."

 

  가브리엘은 굳은 얼굴로 로이와 고독한을 거실 끝자락으로 밀어붙였다. 로이는 분한 얼굴로 씩씩 거리며 고독한의 팔을 붙잡고 빠르게 집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고 난 뒤에도 거실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안드리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리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설명 좀 해줄래?"

 

  거실에 남은 이들이 모두 지수를 쳐다봤다. 지수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였다.

 

 "몰라! 난 오늘 첫사랑을 잃었단 말이야!"

 

  그녀를 뺀 나머지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얼었던 거실 공기가 서서히 녹아들었다.

 

  그녀는 첫사랑을 잃은 슬픔에 울상을 지었다. 눈 앞에 그의 아름다운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렇게 예쁜 왕자를 놓치고 마는 걸까.

 

 *

 

  로이는 화가 난 걸 과시라도 하듯이 한 마디 말도 않고 호텔로 향했다. 고독한은 그에게 팔을 붙잡힌 채로 방까지 끌려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로이가 붙잡고 있던 고독한을 침대에 과격하게 넘어트렸다.

 

 "잠시만, 샤워라도."

 

 "하게 둘 것 같아?"

 

  로이는 넘어진 그의 어깨를 양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그의 목에 메인 스카프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고독한이 힘겹게 스카프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로이..."

 

 "잠자코 있어. 몇 번이나 경고했지. 내가 얼마나..."

 

  로이가 풀어헤친 스카프를 양손에 쥐고 길게 펼쳤다. 늘어트린 스카프로 그의 눈을 가렸다.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똑같이 느끼게 해줄게."

 

  로이의 미성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럴 땐, 로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고독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저었다.

 

 "밤은 길어. 그 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게."

 

  갑자기 로이가 한 손으로 고독한의 목을 졸랐다. 그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때 로이의 뜨거운 숨결이 입속으로 쏟아졌다. 동시에 로이가 목을 조르던 손의 힘을 풀었다.

 

  고독한은 힘겹게 그의 숨을 들이켰다. 그의 혀가 쉽사리 숨을 쉴 수 없게 방해했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렸다. 어둠 속에서 붉은 핏줄이 터지는 듯 했다.

 

 "이제 시작이야. 내일은 없어."

 

  로이의 목소리가 어둠 속을 울렸다. 어둠이 빨갛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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