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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푸른점의 아이-그 사람
작성일 : 19-10-02 16:04     조회 : 411     추천 : 0     분량 : 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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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두 남자, 사십 대 중반의 김 치호 부장의 눈이 살짝 졸린 듯 감긴다. 졸린 것이 아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 그의 눈은 늘 그렇게 고요하게 떠있다.

  -이제 시작해야지?

  김 치호는 맞은편에 서 있는 윤 경영에게 말을 건넨다. 경쾌하면서도 중후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다.

  -어떻게 데려와야 할까요?

  윤 경영은 상사인 김 치호에게 사뭇 긴장된 목소리로 묻는다. 이십 대 후반의 나름 세련되고 댄디한 분위기를 풍기는 감색 슈트가 오늘따라 유난히 패셔너블한 느낌을 준다.

  -내가 그것까지 가르쳐줘야 하나? 내가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그럼 이 친구를 한 대 쳐도 되는 건가요?

  -내가 너한테 손을 냈나?

  -기억은 당하는 사람만 하는 거죠.

  윤 경영이 장난스럽게 웃음을 흘린다. 김 치호는 피식 웃으며 그건 다 네 탓이라는 혹은 네 팔자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만나서,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니 이제 우리와 함께 일해야 한다. 그게 너의 숙명이다, 뭐 그렇게 말하면 간단한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 헌데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인데 세레모니가 있으면 좋잖아. 우리 선배들이 굳이 절차를 만들어 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겠어! 캐스팅, 헌팅, 스카우팅. 너 나름대로 각본을 짜서 한 번 재미진 그림을 만들어 보라고. 각인, 선명한 각인이 잠들어 있던 그들의 기억을 수면으로 끌어오는데 효과적이니까. 이를테면 충격요법.

  -각인이라... 충격요법이라......

  -간혹 우리를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있어.

  -하긴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그 말을 믿고 바로 따라오기는 힘든 구석이 있죠. 하지만 이 얼굴로 꼬시면 뭐 어렵진 않을 거에요.

  -도대체 넌 네 얼굴이 어디가 마음에 드는거냐?

  -부장님, 솔직히 부러워하시잖아요. 아닌 척 하시기는.

  -그래, 부럽다 부러워. 얼굴 두꺼운 게.

  -내가 누구보다 빨리 이 친구를 스카우팅 해올 겁니다. 최고 기록 한 번 세워 본다고요.

  -나무아미타불.

  -성공하면 소고기 한 번 쏘시는 겁니다.

  -나 힌두교야.

  그들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 세 장의 사진이 펼져져 있다. 사진 속에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고등학생인 여자애 그리고 이십대 초반의 여자가 있다. 그 세 장은 모두 동일한 한 사람의 사진이다. 기관에서 오래전에 찍어두었던 인물이다. 이제 김 치호가 그 여자애를 처옴 보았을 때부터 십이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윤 경영은 테이블에 놓인 세 장의 사진과 A4용지로 철이 되어 있는 서류 파일을 들고 김 치호 부장을 향해 두 주먹을 들어올려 파이팅을 외치며 그 방을 나왔다. 자리로 돌아온 윤 경영은 책상에 앉아 사진 속의 여자애를 들여다 본다. 귀엽게 생긴 여자애다, 라고 생각했다. 그는 파일을 들추어 사진 속의 여자에 관한 기록을 읽어 내려간다.

 

 

  일 년에 한 번 학교에서 하는 신체검사. 키, 몸무게, 시력, 청력 등등의 검사다. 검사지에 적힌 란에 <특이 사항 기록- 의학자료용>란이 있는데 혈액형 RH-, 2.0이상의 시력, 비정상 청력, 그리고 동전크기 이상의 점,을 적게 되어 있다. <특이 사항 기록>에 적힌 학생들의 자료는 우선 지역 보건소에 모이는데 그 중에서 비정상 청력과 동전 크기 이상의 점이 적혀 있는 검사지는 다시 <국립 문헌 정보 연구원>으로 최종 집결한다. 최종 집결에 모이는 신체검사 기록지는 고작 몇 십장 안팎이다. 거기다 동전 크기 이상의 점이 기록되이 있는 경우는 대체로 희박하다.

  그럼에도 <국립 문헌 정보 연구원>이 굳이 학생들의 신체 검사서를 조사하는 이유는 바로 동전 크기 이상의 점이 있는 학생을 찾으려는 것 뿐이다. 혈액형 RH-, 2.0이상의 시력, 비정상 청력 기록란이 있는 이유는 동전 크기 이상의 점이 있는 아이를 가려내기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특이 사항 기록>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의학 자료용이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말뿐이다. 거기다 동전크기의 점이 의학 자료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다들 하라고 하니 할 뿐이고 그 안에 숨은 저의는 국가만이 알아서 할 일이다.

  신체검사를 통해 푸른 점이 있는 아이를 다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하는 신체검사의 정밀도의 한계 탓이다. 여러분! 몸에 이렇게 생긴 푸른 점이 있는 학생은 손을 드세요! 하고 물어보면 끝날 일이지만 숨길 게 많은 국가 기관이라 대국민 발표는 먼 나라 아니 우주의 이야기다. 그래도 이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상이다. 그래서 2007년, 강 차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왼쪽 팔뚝에 동전만한 크기의 푸른 점이 있는 아이. 그들이 찾는 <그 사람>일지 모른다.

 

  김 치호는 우선 강 차리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보험 설계사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접촉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치호는 희영이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남의 고리를 한 번 엮으면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쉬운 직업, 순전히 김 치호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물론 강 차리가 <그 사람>이어야 하지만.

  -00 보험 김 희영 설계사님이신가요? 저는 김 치호라고 하는데요, 보험을 좀 가입하려고요. 지인한테 김 희영 씨 소개를 받고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세요. 생각하고 계신 보험이 있으신가요?

  김 희영은 전에 누가 이런 적이 있었는지 누구한테 소개를 받았는지 묻지도 않고 일체의 경계 없이 상냥하게 전화를 받는다.

  -저축보험을 좀 들어볼까 생각중인데요.

  -네 그럼 우선 기존에 가지고 계신 보험의 보장 내용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김 치호는 김 희영의 메일로 가입되어 있는 보험 내용을 보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이후 보험 가입을 이유로 치호는 김 희영과 몇 번 전화를 주고받았고 어느 날 희영이 다니는 보험 회사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강 차리의 엄마 김 희영은 사십 대 초반에 한 눈에 보험 설계사다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고 김 치호는 생각했다. 정장 왼쪽 깃에 보험 회사 배지를 달고 서류가 든 가방을 든 모습이 누가 봐도 그럴 것이라는 인상. 김 치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동원해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김 치호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FC 김 희영이라고 해요.

  커피 전문점 직원이 그들 테이블로 와서 아메리카노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보험 일을 오래하셨다고 들었어요. 아주 베테랑이라고.

  -베테랑은요 뭐. 오래 하다보니까 여기저기 소개가 많이 들어오기는 하지요.

  김 희영은 보험의 필요성과 위대함을 설파했는데 치호는 열심히 듣는 척을 하느라 나름 애를 먹었다. 월 10만원을 내는 저축 보험 하나 가입하는데 은퇴를 준비해야 하느니 노후자금이며 간병이 어쩌구저쩌구.

  -결혼은 아직 안하셨어요? 직업도 좋고(별정 공무직 연구원이라고 전화로 미리 말했다) 외모도 반듯하시고 성격도 좋으신데.

  -결혼할 사람 있어요.

  -그러시군요. 역시. 그럼 언제 와이프 되실 분 보험도 한 번 정리해드려 볼까요?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물고 들어지는 아줌마군, 억척스러워)

  -네. 나중에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

  -대단하세요. 하시는 일에 자부심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애를 둘이나 키우려면 열심히 해야죠.

  -자녀분이 몇 살인데요?

  -딸애가 열세 살이고 아들애가 이제 막 초등학교 들어갔어요.

  치호는 김 희영과 수다의 꽃을 피웠다.

  (아줌마가 되어야 한다, 나도)

  결혼 생활, 자식 키우는 얘기, 남편이 벌이가 시원치 못해서 자신이 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 하다못해 빨래 세제는 어떤 게 좋고 어떤 회사 세탁기 성능이 어떤지 등등 한 시간 넘게 신변잡기의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치호는 김 희영이 자신을 퍽이나 편안하게 여기고 있다고 거의 확신했다.

  -설계사님,

  -아이고, 설계사가 아니고 FC라니까 그러네. 보험아줌마라고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니까.

  어느새 말을 슬쩍 놓는 김 희영. 치호는 밀어붙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자녀분들 공부는 잘 해요?

  -우리 애들 공부... 그냥 그래. 큰 애는 어릴 적에는 걔가 신동인줄 알았다니까. 세상에 어디서 그런 걸 배웠는지 어른들도 모르는 것을 알아서 하잖아.

  -그래요? 뭐를 하는데요?

  -나도 할 줄 모르는데 김장을 무슨 전문가처럼 떡 하니, 그것도 아주 모양을 내서 담그는 거지. 집에서 잔치를 한다고 뭐를 만들면 애가 와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나한테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라고 하더라니까. 언젠가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한문을 읽는데 깜짝 놀랬지.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었을 때인데.

  -대단한 아이네요.

  (그 사람인가)

  -어릴 때 신동이라고 했던 애들이 뭐가 잘못됐는지 커서는 그냥 평범해지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제가 하는 일이 교육부 쪽인데요 몸에 커다란 점이 있는 아이들이 보통 신동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와 있거든요.

  -어머! 어머! 우리 애가, 우리 큰 애가 그렇잖아. 걔가 여기에 점이 큰 게 있어. 푸른 색점, 이만한 거, 이만한 거.

  (그 사람이다!)

  -언제부터 있었나요?

  -태어날 때부터. 처음에는 콩알만했는데 그게 자라면서 점점 커지더라고.

  -제가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교육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영유아 때 천재나 신동들이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사실 그 아이들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않거든요. 아주 오래 전 1960년대에 박 호섭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이 뛰어난 영재라서 일찍 미국으로 건너가서 NASA에 까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적응하지 못하고 지금은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고 계시죠.

  -그럼 우리 딸도 그런 건가?

  얘기치 않은 횡재다. 강 차리의 푸른 점을 어떤 식으로 볼 수 있게 될지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말이다. 술에 물탄 듯 술술 굴러가는 시나리오. 치호는 속으로 미친 듯 환호성을 질렀다.

 

  푸른 점이다. 우리가 찾는. 치호는 강 차리의 왼쪽 팔에서 그것을 보았다.

  -아프진 않지?

  -안 아파요.

  강 차리는 처음 본 아저씨에게 팔뚝의 점을 보이는 게 싫은지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엄마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보여는 준다는 듯 서둘러 소매를 걷어 내렸다.

  -네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는 증표야.

  치호는 그날 이후 자연스럽게 김 희영과 보험 설계사와 고객으로 친분을 이어갔다. 간간히 지인들에게 김 희영을 소개해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준 덕에 김 희영은 치호를 무한 신뢰했고 그로 인해 너무도 자연스럽게 강 차리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관찰에 의하면 강 차리는 대한제국 전후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고종의 부드러운 말투와 온화한 성품을 옆에서 본 듯이 그렸고 명성황후의 한숨을 잘 알고 있었다. 고종의 궁녀 두 명이 소리 소문 없이 죽어나갔다는 것, 허약한 순종의 손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던 명성 황후의 독한 죽음을 끌어냈다. 영친왕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엄상궁이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도 아는 듯했다. 저쪽에서 강 차리는 궁에 있었다.

  이쪽에서 강 차리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00대학 조리학과에 입학했고 졸업을 한 후 한정식 대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지금은 <장예원>이라는 한국음식점 주방에서 양파를 다듬으며 한 걸음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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