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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1화)
작성일 : 19-10-01 22:12     조회 : 260     추천 : 1     분량 : 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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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균호 전직 국회의장은 기분이 좋았다.

  오늘 모임에서 오랜 지인들과 마신 반주 탓도 있었지만 자기가 꿈꿔왔던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오늘 저녁 내내 자신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모임 도중에 대통령이 전화로 자신에게 차기내각의 인선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모임에 참석했던 멤버들이 자기를 바라보던 시선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났다.

  모임에 참석한 멤버들은 하나같이 이 나라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었다. 정 의장과 같이 수 십 년 동안 정치를 해 온 노회한 정치인들도 많았지만, 검찰이나 재계뿐 아니라 언론계에서 나름의 권력과 지위를 이룬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선망어린 눈빛을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은 온 몸에 전율이 돋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이었다. 아마 내일쯤이면 여기저기에서 자기의 이야기로 끝이 없을 것이고, 자기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줄을 이을 것이다. 정말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오늘 저녁의 대통령의 전화 한 통은 누가 뭐라 해도 자기가 명실 공히 집권 여당의 제 2인자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대통령을 빼고 자기보다 앞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앞길에는 차기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를 역임한 뒤 적당한 시기에 그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권에 도전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지금도 언론에서는 자기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지만 지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이면 확실한 여권의 대권 주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정균호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아무도 자기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달리던 차가 멈추는 것 같았다. 무거운 차체에 가벼운 흔들림이 느껴졌다. 그 바람에 머릿속에 잔뜩 그려졌던 상념들이 일시에 흐트러졌다. 정균호는 슬며시 짜증이 솟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감았던 눈을 뜨려다 그만 두었다. 눈을 뜨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던 생각들마저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냥 털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 좋은 생각들과는 전혀 다른 서늘한 느낌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차량이 천만 대를 넘어서 사람보다 차가 더 많아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심각한 교통 체증은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그래서 가다 서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지만 정균호는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딱히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서늘한 바람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리며 가벼운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미미하지만 차가 멈출 때에도 부드럽지 못했던 것 같았다.

  정균호가 처음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지금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자신의 차를 몰고 있는 김 기사였다. 그의 운전에 익숙해진 정 의장이었지만 지금처럼 자신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았던 경우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정균호는 몸을 감싸는 싸늘한 느낌을 지우려는 듯 어깨를 움츠리며 뒷좌석 시트에 더 깊숙이 몸을 묻었다. 차가 교통 신호에 걸려 멈추든 말든, 김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든 말든 그런 자잘하고 잡다한 생각 때문에 거의 다 그려가던 머릿속의 원대한 생각들을 헝클어트리고 싶진 않았다.

  대권주자로서의 자신의 모습.

  정균호는 잡생각을 빨리 머릿속에서 밀어내버리고 자신의 벅찬 미래에 대한 생각을 흩트리지 않고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몸을 묻고 있는 차 시트에서 나는 기분 좋은 가죽 냄새가 그런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정균호의 바램과는 달리 생각이 이전처럼 잘 이어지지 않았다. 뭔가가 계속 자신을 신경 쓰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차가 멈춘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정체가 심할지라도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는 차가 움직여야 할 것 같았는데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더 이상한 것은 김 기사였다. 아무리 자기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손 쳐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해야 옳을 터인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생각이 자꾸 딴 길로 흐르자 정균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감았던 눈을 뜨고 김 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무엇인가 잘못 됐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첫눈에도 김 기사의 자세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핸들을 감싸 안은 것처럼 얼굴을 핸들에 묻고 쏟아질 듯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정균호는 김 기사를 부르려다 멈칫거렸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고급 외제 오토바이 한 대가 자신의 차에 바짝 붙어 있었고, 검은 헬멧을 쓴 남자가 차창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김 기사를 바라보자 김 기사 옆에도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였다. 정균호는 이들이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균호는 본능적으로 이들이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남자들이 타고 있는 오토바이에서 내뿜는 푸르스름한 연기가 낮게 부르릉 거리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함께 뭔가 급박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정균호는 자세를 바로 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때 정균호는 운전석 유리창이 반쯤 내려가 있는 것을 보았다. 서늘한 바람은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왜 창문을 열어 놓았지? 김 기사는 왜 저러고 있는 거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균호의 머릿속에는 갖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의문만 떠오를 뿐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만한 어떠한 판단도 떠오르질 않았다. 단지 검은색 헬멧 실드 너머로 자기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무서우리만큼 차갑고 매섭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다.

  정균호는 시트에서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황 판단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창문 너머로 어둠에 묻힌 한강이 보였고, 강변을 따라 세워진 아파트들의 무거운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도무지 여기가 어디쯤인지, 지금이 몇 시나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을 살피던 정균호는 앞 유리창 너머로 반포대교라고 쓰인 이정표가 보였다.

  이정표를 본 정균호는 조금 전보다 더 큰 의아심과 불안감이 들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신호등이 있을 리 만무했고 이 늦은 시간에 사고가 아니라면 자동차 정체는 더더욱 생각할 수 없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림픽대로는 앞뒤로 뻥 뚫려 있었고 주변을 지나는 자동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의 차가 멈춰 서있었던 것이다.

  “이봐! 김 형!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정균호는 자기보다 나이가 다섯 살 위인 김 기사와는 오랜 세월동안 같이 지내온 터라 사석에서는 편하게 김 형이라 불렀다. 정균호가 운전석 쪽으로 몸을 숙여 김 기사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김 기사의 몸이 정균호가 잡아 이끄는 대로 흔들리더니 힘없이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그 바람에 김 기사의 얼굴이 반쯤 뒤로 돌려졌고 정균호는 김 기사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김 기사의 이마에는 검붉은 피로 뒤엉켜있었고 흘러내린 피가 얼굴과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정균호는 기겁을 하며 몸을 뒤로 뺐다. 그때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남자가 다가와 차 문을 열었다.

 

  “정균호 의장님?”

  남자의 목소리는 외모에서 풍기는 차가운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그렇지만 자기에게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각인이라도 시키듯 짧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자기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 정균호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뜻이었고, 그것은 이들의 행동에 어떤 착오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순간적으로 정균호는 자기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노회한 정균호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다. 어째든 자기는 산전수전 다 겪은 6선의 지역구 현역의원이었으며 대한민국의 전직 국회의장이었다.

  비록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의 권력과 인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설령 상대가 힘깨나 쓰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쉽게 대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치명적이다. 오히려 자신이 그들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았다. 모략과 협박이 난무한 정치 세계에서는 약하다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정균호였다.

  “당신들 뭐하는 자들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헬멧의 짙은 실드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남자가 피식 웃는 것 같았다. 애당초 정균호의 허세에 넘어갈 자들이 아니었다. 남자가 품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이 보였다.

  권총이었다. 정균호는 순간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본능적으로 두 손을 얼굴위로 쳐들고 몸을 움츠리며 남자의 행동을 막아보려는 의미 없는 몸짓을 했다.

  그러나 남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에서 주황빛 불꽃이 번쩍였다. 정균호는 총구를 빠져 나온 총알이 자신의 두 손 사이를 가르며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이마에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고 이어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스르르 눈이 감기며 검은 나락 속으로 의식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느꼈다.

  쓰러지는 정균호를 바라보던 남자가 종이쪽지를 차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차문을 거칠게 닫은 뒤 부르릉 하는 굉음을 내며 반포대교를 향해 질주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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