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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차원전기
작가 : 레드레곤
작품등록일 : 2017.8.14

세개의 차원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주인공 등장.

각자의 환경에 처한 상황에 맞추어 자신들 만의 정의를 관철한다.

현대와 무림, 판타지세계

어느순간 부터인지 차원간의 길이 열리며 세개의 차원은 하나의 차원으로 통합되어지기 시작한다.

각 차원에 서서히 다른 차원의 구멍이 뚫리며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차원의 몬스터들의 침입이 서서히 진행된다.

각 차원의 여건에 맞추어 대응을 하면서 인간관계 및 사고방식에 의해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며 다른 차원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삼차원전기-1화 미지와의 조우.
작성일 : 17-08-14 21:14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10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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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미지와의 조우.

 

 

 황량한 사막.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열사의 사막이 아니지만.. 풀 한포기 나지 않는 황토의 사막은 말 그대로 황량하기 그지없다.

 

 이따끔 불어오는 바람엔 메마른 흙부스러기만 날리는 그 곳에.. 고즈넉히 떠 있는 달 빛만 온 사막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달빛 속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멍하니 서서 어디인지 모를 곳을 쳐다보고 있던 사람의 눈에.. 어느 순간 촛점이 잡히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갸우뚱 해보며 이리저리 흔들어 보더니

 

 "제기랄, 어디야 여기..?"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건.. 황폐한 지평선 멀리 산그림자 뿐이다.

 

 '아나.. 썩을 놈. 냅두고 가더라도.. 좀 도시 근처에나 놔 두고 가지'

 

 '하긴 인적 있는 데였으면.. 내가 더 곤란할 수도 있겠군.. 쪕.'

 

 " 그나저나.. 어디야 여기..?"

 

 - 위도 47.?? 경도 105.?? 몽골지역 알타이산맥 서남쪽 3?Km 지점입니다.

 

 "뭐.. 뭐야.. 너..!!"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찔한 철호는.. 몸을 부르르 떨며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해보았다.

 

 "저.. 기.. 가신 거 아녔.. 나요..?"

 

 - 저를 지칭하신 건가요.

 

 "아.. 네. 지금 말씀 하시는 분요."

 

 철호는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생각으로만 해도 되지만.. 소리내어 이야기를 하였다.

 

 "떠나시는 걸로.. 알고 있었고.. 제 몸도.. 음.. 움직여 지는데.. 어떻게 가지 않으시고.."

 

 철호는 막막함에 횡설수설 하듯 말을 얼버무렸다.

 

 - 저는 씨커의 잔재입니다.

 

 "네..? 잔재요..?"

 

 ".........."

 

 "그 말씀은.. 씨커는 떠났고.. 남아서 제게 말하시는 분은 씨커의 찌꺼기라는.. 뜻 인가여..?"

 

 - 찌꺼기란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 저는 씨커의 씨앗 혹은 베이스프로그램 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겁니다.

 

 "음. 그러니까.. 가면서 알 까놓고 갔다는 거네요.. 날 또 써먹을려고.. ㅆ발..!! "

 

 - 욕을 하신건가요. 저에게 욕을 할 만한 일은 없었는데요.

 

 "아 ㅆ발..! 그니까.. 니가 남아서.. 날 또 조종하겠다는거 아냐.. ㅆ발..!"

 

 - 잘못 판단 하시는 거 같습니다. 저는 당신의 다른 자아입니다.

 

 "???.. 뭔 소리야..!"

 

 - 저는 씨커의 프로그램에 의해 생성되었던. 당신의 사용되지 않는 뇌의 일부분을 사용하는 무의식 자아에 의한 연산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당신의 뇌와 의식의 일부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까 너는.. 씨커가 아니고.. 분신도 아니고.. 애쌔끼도 아니고.. 그냥 날 사용할 때 만들어졌던 내 뇌의 일부분 이라는.. 그냥.. 한마디로 내 머리속에 존재하는 컴퓨터와 같은 거.. 라는거야?"

 

 - 그렇게 생각하셔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물어볼께.. 씨커 갔냐..?"

 

 - 네.

 

 "너는 씨커와 상관이 없고, 내 몸의 일부냐..?"

 

 -네.

 

 "하..."

 

 철호는 그제야 온 몸의 긴장을 풀고,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씨커를 만난 건 5년 전이다.

 

 나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백수다. 내 나이 40에 아직까지 제대로 다녀 본 직장이 없다.

 

 물론 일을 안 한건 아니다. 이것 저것 안해 본 일이 없는 만능 재주꾼이다. 좋게 말해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한 다는 것 뿐.

 

 남들은 그런 날보구 백수라 하지만.. 내가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큰 돈을 버는건 아니지만 돈을 안 버는 것도 아니다. 단지 쉬는 날들이 좀 더 많을 뿐이지.

 

 내가 일을 잘하지 않는 것은.. 남들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냥 사는데 아둥바둥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돈이 많다면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좀 더 즐기며 여유있게 살겠지만 없는데 뭐. 그냥 있는 데로 맞춰 사는거지.

 

 사람이 태어나서 세번의 기회가 온다는데.. 언젠가는 운이 찾아와서 잘먹고 잘살게 되겠지.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대학가고 군대갔다오고, 어찌어찌 결혼해서 애 낳고 살다보니.. 내 나이 마흔이 넘어있고, 어느순간 빈둥거리며 노는.. 백수 취급 받고 있는 중년의 한량이라는 거.

 

 안돼. 이게아냐.

 

 나는 뭔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나이고 싶었는데.. 이대로는 그냥 지구라는 행성에 기생하는 수십억 인간 중에 지나가는 사람 1, 2 일 뿐이야.

 

 결국 며칠을 고민했던 나는.. 생각을 바꿔 성실한 가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포기하고, 배낭에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고.. 산으로 수행을 떠나는 것으로 결정해 버렸다.

 

 그게 바로 5년 전이고.. 산으로 들어 간 나는 10여일을 버티다.. 먹을 게 떨어지자 이대로 포기하고 산을 내려 가느냐. 아니면 사냥이나 칡뿌리를 캐서 먹고 버티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사냥이란 건 말도 안됐고, 칡뿌리는 커녕 풀뿌리 몇 개 캐서 먹다.. 배만 아파서 설사만 하다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아..! 잘못하면 죽겠다.' 싶어 하산 하려는데.. 아 ㅆ발. 너무 깊게 들어 왔네.

 

 괜히 사람들 눈에 띄면 쪽 팔릴 거 같아서.. 외진데 찾다보니 너무 깊게 들어왔다.

 

 결국 가장 가까울 것 같은 노고단 산장으로 방향을 잡아.. 힘겹게 배낭을 챙겨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정말 하늘이 노래진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았다.

 

 아는 산이래 봐야.. 그나마 가장 만만한데가 지리산이라 여기로 왔는데, 막상 허기져서 힘든 상황에 산장을 찾아가려니.. 이게 방향이 맞는지 길이 맞는지 판단이 어려웠다.

 

 어렵사리 정상에 서고 보니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다. 날은 이미 저물고 정상에서 바라보니.. 여기가 아닌가벼.

 

 그나마 추운 날씨도 아니고, 우중충한 날씨도 아닌게 다행이다. 하지만 사위가 어둠에 휩싸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자 서서히 마음 한구석에.. 이대로 헤메다 죽는게 아닌가 더럭 겁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자 진짜 세상에 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력감이 온 몸을 휘감아 온다.

 

 점차 현실감이 사라져 가며 꿈을 꾸는 기분이 든다. 그냥 이렇게 내 삶을 놓아버릴까.. 맥이 풀리면서 뒤로 벌렁 넘어져서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새까만 하늘에 별들 만이 총총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만이 내 눈 가득 들어왔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변하지 않겠지.

 

 그러면서 주마등 비슷한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음도 편해지고, 내가 이세상과 하나가 된 느낌도 들고.. 이제 나는 갑니다.

 

 그렇게 온 우주와 교감을 하며 떠날 준비를 하는데..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별이 하나 움직이더니 차츰 나에게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나를 데리러 오는 가 보다.' 싶어.. 그 별을 갈망하며 서서히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어렴픗한 의식속에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환한 빛무리에 휩싸인 그는 신인지 사자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에게 정중하게 물어 왔다.

 

 - 당신을 잠시 사용해도 될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비몽사몽간에 '그렇게하세요. 당신 뜻 대로 하세요.'

 

 그렇게 생각하고는 결국 의식을 잃어 버렸다.

 

 

 ***

 

 

 내가 깨어난 건 한참이 지난 후 였다.

 

 잠에서 깨듯이 서서이 눈을 뜬게 아니라.. 깨어보니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사막에 쭉 뻗어 있는 지평선까지 닿아 있는 그런 도로에.. 스포츠카를 몰고 반짝이는 선그라스를 끼고, 옆에는 진짜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금발의 미녀와 함께 희희낙락하면서.. 운전대를 한손으로 잡고 한손은 미녀의 어깨동무를 하고? 멋지게 드라이빙을 하던 중이었다.

 

 '어 뭐야.. 이거 뭐야!'

 

 꿈은 결단코 아니다.

 

 분명 이건 현실이 맞는데.. 피부에 느껴지는 바람과 햇볕의 따가움이. 이건 진짜라고 말하고 있었다.

 

 한데 지금 옆에 타고 있는 미녀와 웃으며 이야기하는 나는.. 나는 분명 아니다.

 

 이 기묘한 느낌.

 

 정말 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가 없다.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내가 아닌 나가 하는 말과 행동을..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고 있다.

 

 - 어. 깨어났어.

 

 그가 나에게 말을 해왔다. 하지만 입으로 말한게 아니라, 생각으로 직접 의미가 전달되어 왔다.

 

 - 말이 없네.

 

 -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 봐.

 

 '너.. 뭐야..!!'

 

 - 나.

 

 - 나는 뭐라 해야될까. 그래 씨커라고 불러.

 

 '아니.. 너 뭐냐고!'

 

 - 아. 이 상황을 묻는거야. 나는 씨커고 옆에 여자는 LA에서 사귄 여자친구 티나. 그리고 우리는 지금 라스베거스에 놀러 가는중이야.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이거 이게 무슨.. 어떻게.. 이게..'

 

 - 음. 잠시 진정하고.. 생각이 정리된 후에 대화를 하는게 좋겠군.

 

 그리고 그는 옆에 티나라는 금발미녀와 정말 희희덕 거리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내 영어가 짧은 관계로.. 다 알아먹진 못하지만 대략적인 의미는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티나는 나에게 홀딱 반해서.. 만난지 하루만에 여자친구가 되어 라스베가스로 밀월여행을 가고 있는 것이다.

 

 내용상 나의 능력? 에 완전히 푹 빠져서 연신 애교를 떨어댄다.

 

 아니아니 이게 아니잖아.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구.

 

 내 기억에 분명 나는. 지리산 꼭대기에서.. 허기져 쓰러져 죽느냐 사느냐 중이었는데..

 

 아. 내가 죽어서 영혼만 떠돌고 있는건가. 지금 이건 내가 다른 사람.. 씨커라는 미국놈 몸에 빙의가 되어서 지켜보는건가. 아니 아닌데. 이 감각은 분명 내 몸이고, 내가 살아 있는 느낌인데..

 

 하지만 내 생각과는 별개로.. 나는 유창한 영어를 씨부리며 능숙하게 드라이브 중이다. 이런 유창한 내가 알아먹기 힘든 영어는. 이건 내가 아닌데.

 

 다시 생각해 보자.

 

 맞아.. 의식을 잃기 전에 누가 나한테.. 뭔가 말을 했던거 같은데.

 

 - 나야. 내가 너에게 물어봤잖아. 너를 내가 사용해도 되겠냐고.

 

 - 그리고 너는 나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대답했었잖아.

 

 '내가.. 내가 너에게 날 사용하라고 했다고..!'

 

 - 그래. 분명 넌 나에게 널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어.

 

 '나는.. 말한적 없어. 그런적 없다구!'

 

 - 너의 의지로 분명 나에게. 그 뜻을 확실하게 전달했어.

 

 '넌.. 도대체 누군데.. 누군데 나를.. 니 맘대로 움직이는거야!'

 

 - 음. 나는 씨커. '찾는자' 라 할 수 있지. 나도 내가 어디서, 어떻게, 왜,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는 몰라. 다만 내 프로그램에 인식되어진 규칙에 의해 우주와 차원을 돌아다니며 탐구하고 있을 뿐이지.

 

 '아니.. 그건 상관없고..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내 몸을 내가.. 아니 니가 사용하는데.. 아니 왜.. 왜 나냐구..!!'

 

 -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거 같군.

 

 - 나는 우주와 차원을 돌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너희말로 그냥 프로그램되어 움직이는 정보수집자야. 누가 나를 만들었는지는 몰라. 알 필요성도 없고. 단지 내가 이 곳 차원의 우주를 지나는데, 이 곳 태양계의 행성에서 나를 이끄는 신호가 발견되어 다가가보니. 이 곳엔 문명이 있었고 나는 이곳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나를 이끈 신호에 있었던. 이 행성의 사고체인 너를 사용하여 현재 정보 수집 중인거야.

 

 '그러니까.. 왜 나냐구..? 왜.. 내 몸을 사용하는데..!!'

 

 - 이 곳의 생명체나 사고체를 사용하는게 정보수집에 용이하니까. 그리고 나는 너희 말로 빛으로만 이루어진 물리적인 주체가 없는. 단순 정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보를 구할려면 사용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육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곳에 나를 부른 신호가 너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너에게 동의를 구하고 너를 사용 하고 있는 중이야.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되는데.'

 

 - 나의 정보 수집이 끝나고, 내가 떠나게 되면. 너의 몸은 다시 너의 의지에 통제 될 꺼야.

 

 '그게.. 언제 끝나는데..?'

 

 - 이곳 시간으로 5년에서 10년 정도면 충분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럼 끝나면.. 나는 원상태로 돌아가는거야.. 확실해..!!'

 

 - 그래. 나는 한 곳에 머물 수 없어. 또 다른 곳의 정보를 찾으러 가야 해.

 

 

 

 ***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어떤 외계인이 만든 우주와 차원를 떠도는.. 정보수집용 프로그램에게 내 육체를 5-10년 동안 대여해 준 것이다.

 

 처음에는 이 기묘한 상황에 제대로 판단도 안되고 적응도 안되어 불편했지만, 사실 처음 얼마동안은 불안하고 미칠거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슬슬 적응이 되어.. 유령같은 이 생활에 재미도 있고, 내가 아닌 내가 하는 행동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마치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거 같은 희안한 경험에.

 

 간혹 내가 할 수 없는 로맨스를 할 때면..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물론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처음 1-2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행하고 독서하고 인터넷하고 하면서.. 그냥 '아. 정보 모으는구나.' 했다. 나름 괜찮네.

 

 하지만 이 놈은 지내보니.. 그냥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놈.

 

 그런데 그래서 어쩔 땐. 더 무서웠다.

 

 그건 인간정보를 모으는데, 책이나 인터넷에서 충분한 정보를 모았을 텐데도.. 확인이나 빠진 걸 알아 본다고 할 때였다.

 

 잠시 지켜보다가 결국 자버리는 걸로 넘어가긴 했지만.. 만약 잠드는 방법을 알기전에 그랬다면 아마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동물정보 모으기를 먼저해서.. 내가 잠드는 법을 익히게 한 게 배려한 것일까.

 

 우연인지 일부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쨋든 잠드는 방법을 안 후에 해 준게 고마울 뿐.

 

 잠이 안들 때 이상한 행동을 할 거 같으면.. 내가 그렇게 부탁하고 협박해도 안 통한다.

 

 그냥 달관한 고승처럼. 이건 그냥 영화 보는거야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그 느낌과 감각을 공유하는데 그게 되냐고. ㅆ발.

 

 특히나 싸움이나 전쟁에 간혹 참가 할 땐.. 정말 정신 놔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건 어떻게 말해야 될까.

 

 이 세상이 내가 알던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물론 나의 상황에 비춰 볼 때 "뭐. 그럴수도 있겠지." 하겠지만.

 

 내가 상상했던 책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모든 상황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존재하고 있었다.

 

 

 ***

 

 

 "야..! 너. 이름이 뭐냐?"

 

 - 전 당신의 다른 자아입니다.

 

 "그니까.. 이름이 뭐냐구?"

 

 - 전 이름이 불린 적이 없읍니다. 씨커의 요청에 의해 저장하고 분류하고 연산을 했을 뿐입니다.

 

 - 씨커가 존재하는 동안 보조의 역활을 하였기 때문에 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당신이 저를 부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은 겁니다.

 

 "그럼 아직.. 이름도 없어..? "

 

 - 네.

 

 "그래. 그럼.. 찌꺽이로 하자"

 

 - 그 이름은 당신의 자아를 스스로 낮추는 겁니다.

 

 "됐어 임마. 어차피 씨커하고 나하고 찌꺼기 모아서 만들어 진거 잖아."

 

 - 알겠읍니다. 이제부터 제 이름은 찌꺽이로 하겠읍니다.

 

 "그래..! 그리고 아까.. 여기가 어디라구?"

 

 - 위도 47.?? 경도 105.?? 몽골지역 알타이산맥 서남쪽 3?Km 지점입니다.

 

 "몽골..? 그럼 중국 위쪽인가..?"

 

 - 네.

 

 어디를 둘러봐도 황량한 사막이다.

 

 공간이동으로 왔는지.. 주변에 탈 것은 커녕 생수병 하나 없다.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될까..?

 

 무작정 걸어 갈 수도 없고.. 물론 이자식이 날 사용하면서 육체강화도 시켜놓고 해서 걸어 간다해도 아마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둘러보니 막막하다.

 

 도시가 있는 방향이라도 알면 좋겠는데.

 

 - 북서쪽 58Km 방향에 마을이 있읍니다.

 

 "뭐."

 

 "가만.. 너 여기 위치 어떻게 알았어?"

 

 - 좌표상으로 알고 있읍니다.

 

 "아니 그니까. 그 좌표를 어떻게 알았냐구..!"

 

 - 인공위성으로 관측하여 알고 있읍니다.

 

 "인공위성..!!"

 

 "너.. 인공위성에 연결 되는거냐..?"

 

 - 네.

 

 "그럼.. 혹시 사용도 가능..?"

 

 - 네.

 

 "그.. 그럼.. 텔레포트도..?"

 

 - 네.

 

 "헉..!!"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철호는.. 한동안 말이 없이 머리만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철호는 좀 전의 그 긴장감을 다시 느끼며..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저.. 그럼.. 너.. 혹시.. 아공간도.. 열수.. 있냐..?"

 

 떨리는 철호에 목소리가 무색하게 찌꺽이의 대답은 바로 나왔다.

 

 - 네.

 

 "헉.. 뜨..!"

 

 "그.. 그럼..! 또.. 또.. 뭘.. 뭘.. 할 수.. 있냐..!!"

 

 - 전 씨커의 프로그램을 베이스로 만들어 진거라. 씨커의 활용도의 1/100 수준 밖에는 아직 능력 개방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크.. 헉..!!"

 

 철호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털썩 무릎을 꿇더니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외쳤다.

 

 "씨~~ 커~~ 님~~ 감~ 사~ 합~ 니~ 다..!!!!"

 

 

 ***

 

 

 서울. 평창동의 어느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회색의 담벼락이 마치 수용소 마냥 높이 솟아 50m 가 넘게 이어져 있다.

 

 뜰인지 정원인지 제법 큰 연못에는.. 연잎이 커다랗게 징검다리 마냥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성인 팔뚝보다 커다란 울긋불긋한 잉어들이 유유히 돌아다닌다.

 

 연못옆에 파르스름한 잔디를 짓밟고, 풍경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노란색 파라솔 밑에.. 사우나에서나 볼 법한 하얀 접이식 누운 의자에.

 

 한 남자가 구리빛 몸매에 탄탄한 배의 복근을 자랑하며..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마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듯이.. 여유로운 자세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쪽쪽 빨고있다.

 

 '찌꺽아.'

 

 - 네.

 

 남자는 몽골에서 씨커를 떠나보내고 울부짖던 철호였다.

 

 찌꺽이가 씨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바로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한국의 안가로 날라 온 것이다.

 

 미국으로 갈까 했었지만.. 그래도 고향인 가족이 있는 서울로 온 것이다. 물론 현재 이 곳이 가족이 있는 집은 아니다.

 

 이곳은 씨커가 한국에 있는 동안 사용하던 안가이다.

 

 말이좋아 안가이지.. 씨커가 대략 서울 중앙쯤에 대충 쓸만한 집을 골라 들어가.. 이집에 살고있는 모든 이들을 자신의 종으로 만들어 버린 것 뿐이다.

 

 어떤 방법을 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씨커가 시키는 대로 진짜 주인 모시듯이 한다.

 

 찌꺽이 말로는.. 대략 마법과 유사한 형태의, 무의식의 저변에서 링크를 걸어.. 이들의 의식과 동조시켜 프로그램상으로 인식시켰다는데.. 나도 보긴 했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이들은 찌꺽이가.. 씨커와 동일한 링크를 사용하고, 패턴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를 씨커로 인식하고, 주인으로 모시고 있다.

 

 아마 찌꺽이 없이 나만 왔다면.. 분명 아는 사람인데 하고 고개만 갸우뚱 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내가 씨커님을 찬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중에 하나가 이들이다.

 

 이러한 안가가 세계 각국에 존재한 다는 사실. 더불어 이들이 한마디로 상위 1%에 들어가는 이들이며.. 힘깨나 쓰는 이들 이란 것이다.

 

 그러한 이들이 세계 각국에 점조직으로 뿌려져 있는 것이다. 만일 이들을 모두 모아서 회합이라도 연다면 아마 세계가 주시하게 될 것이다.

 

 그 파워가 미칠수 있는 영역은.. 경제는 물론 국가간의 구도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일테니까.

 

 뭐 씨커도 그랬지만.. 나 또한 이들을 이용해서 뭘 하고자 하진 않는다.

 

 다만 움직이는데 불편이 없을 정도만 이용하는거 뿐. 그리고 이들은 다른자들을 알지 못한다.

 

 씨커가 시키는 일만 하고 받들어 모시기만 할 뿐..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은 똑같이 영위하도록 인식되어져 있어서.. 내가 한데 모아서 "니들은 다 같은 주인의 종이다. 협력해라." 하기전에는 서로 인지하지 못하고 박터지게 싸울 수도 있다.

 

 '창고 목록 좀. 띄워 봐!'

 

 - 네.

 

 대답과 함께 눈 앞에..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모양의 창이 떠올랐다.

 

 이것은 씨커가 내 기억에서.. 내가 가장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정보를 뽑아 저장하고,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 논 것이다.

 

 물론 내가 아니고 다른이 였다 해도 엇비슷 했을 것이다.

 

 창고목록에는 아공간에 저장되어 있는 물품들이 칸 형태로 주르룩 나열되어 있었다.

 

 먹거리는 물론 탈것, 무기, 용도불명의 도구 그리고 금괴와 보석류 심지어 플루토늄까지.. 확인만 하는데도 입이 벌어지고 침이 흐를 것 같았다.

 

 씨커가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이런 걸 왜 모아 놨을까 싶지만.. 그냥 단순하게 사용하거나 연구중에 생긴 것들을 말 그대로.. 그냥 모아 둔 것 뿐이다.

 

 이것들은 아공간에 들어있다. 여기서 아공간은 마법적인 공간이 아니다.

 

 단순히 아공간으로 부를 뿐.. 실제로는 내 몸 속에 들어 있다.

 

 이것들은 원자보다 더 작은 단위로 분해되어 일정한 패턴에 의해 내 몸 속 공간에 떠돌아 다닌다. 그리고 어떠한 수식에 의해 다시 결합되어 진다.

 

 그러니 씨커의 프로그램이 없다면.. 이것들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하지만 찌꺽이가 사용 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게 바로 찬양 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것은 내 몸의 사용방법이다. 씨커는 나를 가지고.. 심해는 물론 지저 용암, 지구의 핵까지도 돌아다녔다.

 

 간혹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지만, 순수하게 내 몸을 강화시켜서 사용한 것이다. 이건 슈퍼맨은 물론이고, 초초싸이어인도 따라 올 수가 없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가 필요하다 싶으면, 몸 안의 대충 단전 쯤에 생체 핵융합로를 만들어서.. 몸의 세포들을 분해하여 플루토늄 대신 사용하고, 핵융합을 하여 그 에너지를 무한정 사용했었다.

 

 어떠한 도구가 필요하다 싶으면.. 그 재료부터 공기중에 떠도는 원소를 모으거나, 흙이나 돌을 원자이하로 분해하고 재배열 하여 재료 자체를 만들어 사용했으니.. 아마 인간을 흙으로 만들려고 했으면 만들진 않았지만 가능했을거라 생각된다.

 

 이건 뭐.. 가히 신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정도였다.

 

 물론 이러한 능력을 사용하려면, 씨커의 프로그램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찌꺽이가 프로그램을 사용 할 수가 있단다. 아직 1/100 이지만.

 

 백분의 일. 말이 백분의 일이지.. 그 정도면 슈퍼맨하고 맞짱 뜰 만한 능력이다.

 

 단지 내가 완벽하게 사용 할 때의 일이지만. 어쨋든 현재로서는 쓸 일도 없고,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거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게 씨커가 떠나면서 '별로 쓸만한게 아니다' 판단된 정보들을 버리고 갔다는 것이다.

 

 씨커의 입장에서야 불 필요한 정보였지만.. 현재 지구 문명에서 볼 때는 몇 백년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하물며 다른 차원의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다는데.. 이걸 어찌해야 될 지도 고민이다.

 

 "찌꺽아"

 

 - 네.

 

 "니 능력치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되냐?"

 

 - 저는 당신의 자아의 일부분 입니다. 당신의 자아가 커지면 저의 능력도 커집니다.

 

 "그니까.. 어떻게 자아를 키우냐고?"

 

 - 간단합니다. 도를 깨달으시면 됩니다.

 

 "도..?"

 

 - 인식할 수 있는 개념으로 말한겁니다.

 

 "인식이 안되는데..? 쪕."

 

 - 다른 방법으로는 무한한 상상력을 키우시면 됩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키우시면 됩니다.

 

 "그냥.. 너 혼자 알아서.. 크는 건 안될까?"

 

 - 저와 당신은 하나의 자아입니다. 저는 당신의 자아의 일부인 연산자일 뿐입니다. 저 혼자 커지진 않습니다.

 

 "알았어.. 그나저나 이제 뭘 해야 될까."

 

 - 결정하는 주체는 당신입니다.

 

 ".........."

 

 "일단.. 집에는 가야겠지..?"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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