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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ast (Faith) - 1화
작성일 : 17-07-30 19:17     조회 : 431     추천 : 1     분량 : 19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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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ast (Faith)

 

 “어머니가 죽은 후, 나의 어린 시절은 불행하고 고통스런 삶의 연속이었다. 내 삶에서 선택은 때때로 그 안에서 존재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슬픔만이 내 곁에서 나를 위로했고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끝없는 깊은 웅덩이 아래로 사라질 뿐이었다. 내 속에 남아있는 것은 암흑,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끌어내리려 하는 슬픔뿐이었다. 때때로 눈을 감으면 그곳에는 검은 웅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내가 있었다. 그때 나를 안은 건... 다름 아닌 슬픔이었다. 색깔로도 형상으로도 형언하기 힘들었지만, 그것은 슬픔이었다. 슬픔은 그렇게 나를 어둠 속으로 몰아갔고 나는 그것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란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슬픔의 품속에서 진리를 외면했다. 그렇게 암흑 속에 갇힌 채 빛을 잃어가던 어느 날, 나는 보았다. 아직도 꿈만 같던 그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모두가 날 비웃었지만, 그날 그것은 분명 거기에 있었다.”

 

 오로르(룻) 가 15살때...

 

 드물게 하늘이 화창한 어느날 오후 오로르는 거리로 나와 해변으로 갔다. 영국의 노르위치는 일년 중 대부분이 구름에 덮여있다. 그 중 해변과 닿아있는 마을 그레이트 야머스는 해양 관광지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변들과는 달리 황톳빛을 띈다. 사람들은 물놀이를 하지 않는대신 바다 주위에 있는 상가와 호스텔들의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즐긴다.

 

 평소에 해가 잘 뜨지 않음에도 이곳에는 영국 특유의 분위기에 이곳만의 색깔이 합쳐진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이 영국의 작은 해변마을에 오로르라 불리는 한 소녀가 살았다. 소녀는 룻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오로르는 평범한 또래의 15살의 여자아이로서 또래의 아이들보다는 약간 키가 크고 마른 편이었다. 얼굴은 창백할 정도로 희고 코는 적당하게 오똑 솟아있었다. 긴 머리에 아름다운 연하늘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다만 그녀는 늘 우울한 분위기를 띄었다. 웃음도 적었고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 수업시간에 그녀는 자주 노트에 수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글을 쓰거나 음표를 그리곤 했다. 가끔은 학교에서 흥얼거리며 작곡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하였는데 이유는 집에 있는 낡은 피아노 때문이었다. 그녀는 무엇에든지 그렇게 열성을 띈 적이 없다. 피아노를 제외하고선… 그녀는 어떤 누구와도 그렇게 오랜시간을 같이하지 않았다. 그녀의 피아노를 제외하고선… 그녀는 무엇에든지 그렇게 사랑하거나 수줍어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의 피아를 제외하고선… 그녀는 피아노를 사랑했다.

 

 그녀의 집에서는 아침저녁을 떠나 그녀의 피아노 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슬펐다. 이웃들은 가끔씩 그녀의 집 앞을 지나다가 한동안 멈춰선채로 가만히 그녀 연주를 듣기도 했다. 누군가는 서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현관 앞에 말없이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녀의 연주는 신기하게도 경쾌하고 밝은 곡들마저 슬픔이 감도는 곡들로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외로운, 그리고 슬픈 연주를 좋아했다. 그렇게밖에 칠 수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이렇게 우울하고도 외로운 멜로디를 연주하게된 이유는 그녀가 어렸을때부터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그것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주된 이유인 것은 확실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이를 베기 힘든 몸에서 아이를 얻었다고해 성서에 나온 인물의 이름을 따서 그녀의 이름을 룻(Ruth)라고 지었다. 해변가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시던 부모님은 그녀가 어렸을 때 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4살이 되던 해 작지만 아름다운 피아노 하나를 사주었다. 오래된 중고 피아노. 피아노의 오른쪽 면에는 전 주인이 새겨놓은 글자가 있었다. 작고 평범했지만 그녀는 피아노를 처음 보자마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음악 자체를 좋아했다기보다 그 피아노가 좋아했다. 부모님의 사랑, 그 자체인 피아노가 좋아했다. 그녀는 모든 관심을 피아노에 쏟았고 자연스레 그녀의 실력은 시간이 갈 수록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부모님은 그들의 사랑에 행복으로 보답해주는 딸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그녀는 자신이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 하면 부모님이 더욱 사랑해주니 매일 매일이 행복했다. 부족한 것 없는 행복한 가정이었다. 흔히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었다. 사랑이 가득했고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로르가 7살이 되던 해 차가운 겨울 바닷 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영국에서 보기 힘든 겨울의 화창한 어느 날 오후, 그들 가정에게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이었지만 이상하게 하늘은 어두웠으나 오로르의 부모님 가게에는 검은 구름이 가득했다. 그 먹구름은 비 대신 사람들의 비명과 눈물을 뿌려대었다. 불꽃은 탐욕스럽게 가게를 먹어치우고 있었고 검은 구름을 끝없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게로부터 도망쳤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목재 건물은 불길 속에서 검은색으로, 그리고 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가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뛰쳐 나갔을 때 이미 불은 커질대로 커져 간판의 이름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다. Piano. 오로르가 피아노를 좋아하자 바꾼 가게 이름. 불타고 있는 나무조각이 그때까지 간판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것이 간판이었다는 사실조차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곧 검게 그을린 간판이 떨어졌다. 그리고 멀리서 여러개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온몸의 신경은 바짝 곤두섰고 긴장에 손에는 땀이 고였다. 약간의 두려움이 일었다. 그리고 동시에 흥분이 일었다. 그녀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그곳에 서 있고 싶었다.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을까? 잃는다는 것의 두려움을, 한 존재의 공백이 갖는 의미를, 그 허전함을 몰랐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은 되었지만 별로 심각한 것은 아닐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합리화 시켰다. 그리고 눈 앞의 두려움을 피하기위해 주위로 귀를 기울였다. 평온할 때의 기분은 좋았고 두려움은 피하고 싶고 싫었다. 어린소녀의 생각이었다. 주위에는 각종 고함과 웅성거리는 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와 오로르를 붙잡고 진정시키려는 어른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귀를 더 크게 열었다. 소리들의 향연을 들었다. 그녀는 그 연주와 함께라면 두려움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연주는 그녀의 슬픔과 당황, 좌절과 이성을 가게와 함께 불태워버렸다. 그 한데 모인 잿더미가 그녀의 잊혀지지 않는 후회가 될 줄도 모르고서… 그녀가 받은 음악적 재능은 죽음 앞에 놓인 어머니를 걱정하고 슬퍼할 순간을 빼앗아갔다. 어쩌면 어린 그녀가 그 커다란 슬픔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이 다행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순간은 그녀가 15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증오하고 드러내기 싫은, 그녀의 마음 가장 안쪽에 갇혀있는, 너무나 생생한 악몽이 되어버렸다. 이 날 이후 그녀의 집은 더 이상 화목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벌어놓은 돈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받은 보험금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를 너무 사랑했던 아버지는 이 상처를 잊지 못하고 술로 현실을 도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로르의 행복에서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마저 사라졌다. 상황은 2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고 주위 이웃들은 이같은 상황을 염려하여 법원에 알려 아이를 알콜중독 아버지와 떨어뜨려 놓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법정에 선 그녀의 아버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룻의 양육권을 포기했다.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웃들은 마을에서 모두가 사랑하고 부러워했던 한 가정에 이런 재앙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9살이던 그 해부터 행복했던 기억과, 부모님의 소중한 추억이 남아있는, 그러나 어린 아이에겐 너무나 큰 집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집과 피아노, 그리고 어렸을 때 그녀가 좋아해 매일같이 그녀의 어머니가 머리를 묶어주던 은 피아노 장식이 달려있는 머리끈이 전부였다. 그 아름다우면서도 저주스런 음악을 들은 후로 알콜중독인 아버지와 같이 사는 2년을 지내면서 그녀는 피아노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정확히 말하지면 피아노밖에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피아노를 치는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들은 그녀에게 어떠한 가치도 의미도 없었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외롭고 우울하였고 어머니가 그렇게 된 것도, 가정이 이렇게 된 것도 다 그녀의 탓이라고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녀 스스로를 더 깊은 곳에, 빛이 들지 않는 곳에 가두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녀를 끝없이 갉아먹었다. 이 시간동안 그녀는 더 우울해졌는데 피아노는 이런 그녀가 더욱 우울해지게 하는 동시에 유일하게 그녀를 위로해주는 존재이기도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날 그녀의 음악은 변했다. 완벽한 기술적 연주에 그녀의 우울함이 묻어난 연주는 때로는 지나치게 우울한 감이 있었지만서도 어린 소녀의 수준으로 이보다 더 훌륭할 수는 없었다.

 

 이 시기에 룻을 아끼고 불쌍히 여기던 마을 주민들은 룻의 집에도 자주 들러 말동무를 해주면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는 현재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작은 마을들만의 아름다운 미덕이었다. 대부분 어려서부터 음악에는 문외한으로 자라온 주민들이었지만 그들은 룻의 연주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녀의 연주에는 힘이 있었다. 정말로 그랬다. 그들은 점차 범상치 않은 피아노 실력에 우울함이란 지독한 고독의 감정이 묻어나는 그녀의 연주에 매료되어 종종 그녀의 집 근처를 배회하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연주를 찾아 모여들었다. 이때쯤 그녀에게 별명이 하나 생겼다. 오로르. 동네에서 그나마 피아노를 제법칠 줄 알고, 피아노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한 중년의 이웃, 미첼이 그녀의 연주를 듣고 지어준 별명이었다. 마치 슬픔의 아내인 것 같이 모든 음악을 슬픔으로 표현하는 룻, 감수성이 풍부하고 우울한 음악을 주로 작곡하였던 천재 음악가 쇼팽, 그리고 그의 연인 오로르. 미첼은 룻을 조르쥬 상드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소설가 오로르 뒤팽 같다며 그녀를 오로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 별명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는 룻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보다 오로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미첼은 또한 룻을 콩쿨에 내보내면 새로운 피아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그래서 새롭운 삶의 의미를 찾아 슬픔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마을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날 이후로 마을 주민들은 룻에게 콩쿨이란 곳에 나가면 기분전환도 되고 인생의 가치있는 일을 찾을 수도 있다고 그녀를 부추기기 시작했고 결국 죽은 그녀의 어머니와 막역한 사이였던 제인의 끊임없는 권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12살 룻은 그녀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콩쿨 대회에 나갔다. 런던에서 열린 작은 규모의 콩쿨대회에는 예상외로 수많은 관중들과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어느누구도 경력도, 배경도 알 수 없는 무명의 피아니스트 오로르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명문 가정 출신도 아니었고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운 학생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인사법이나 드레스코드 등, 그들만의 예의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차례가되자 오싹할 정도로 관중을 압도하는 연주를 선사했고 심사위원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더 이상 그녀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감출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연주가 끝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리고 악보를 들고 무대 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짙은 우울함이 묻어있는 그녀의 연주는 아직 대회장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공기속에, 그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녀가 무대뒤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그제서야 몇몇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박수소리는 점점 커졌고 곧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무대 뒤에서 그 박수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웃거나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또래의 도전자들은 서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멍하니,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 뒤에서 박수소리로 가득찬 연주장을 느꼈다.

 

 박수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무대의 조명은 찬란했다. 그녀는 연주하는 동안 머리에 묶고 있었던 낡은 은 피아노 장식이 달려있는 빨강 머리띠를 풀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잠시 무대 뒤의 커튼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어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순간을 만끽했다. 잠시 후 다음 피아니스트가 입장했고 무대는 그녀가 연주하기 전처럼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귀에는 아직도 박수소리와 그들의 환호성이 맴돌았다. 그녀는 그들의 연주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도 그녀의 귓속에서 또렷히 들리는 손바닥의 찬가를 계속 느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새 콩쿨의 최종 결과 발표시간이 되었다. 참가자들과 그 보호자들은 긴장감 속에서 서로 의미없는 속삭임을 주고받으며 호명의 순간을 기다렸다. 심사위원들은 천천히 3위부터 차례로 입상자들을 호명하였고 꿈에 한걸음 다가간 세명의 어린이들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서. 그들은 트로피를 들고 기뻐했으며 부모님과 함께 그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서. 오로르는 자신의 트로피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금색의 컵 처럼 생긴 자신의 트로피를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Third’ 라고 쓰여있는 문구와 콩쿨의 타이틀, 그리고 '미래의 훌륭한 피아니스트를 위한' 이라는 조그마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콩쿨에 참가하면서 수상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트로피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달리 가치 없는, 그리고 거리가 먼 대상이었다. 지금도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던 박수 갈채를 떠올리며 피아노를 치는 일이 그녀의 삶에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약간의 기대를 품어보았다.

 

 사진으로 그 순간을 영원히 가져보려는 노력의 시간이 지난 후 콩쿨이 완전히 끝났다. 오로르는 자리를 떠나 회장의 문을 통과할때 두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건네었다. 말쑥한 차림의 중년 남자는 심사위원들 중 한명이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오로르에게 그는 영국 최고의 음악학교에 특별입학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는 그녀가 아직 음악에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약간은 불안정하고 피아노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은 모르지만 이번 콩쿨에 참가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소질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다른 남자 역시 심사위원 중 한명 이었는데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는 그녀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린 나이의 도전자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최고의 명예였다. 그러나 한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르에게 있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아직은… 그들은 그녀에게 노르위치를 떠나 런던에서 공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들은 노르위치나 그레이트야머스보다는 런던에서 세계 정상급의 교수들과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녀를 설득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집이란 비록 슬픔이 가득한 기억이 있는 곳이지만 유일하게 행복을 느낄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정확히 그녀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들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피아노도 계속 쳐 왔던 것이었다. 그녀는 이 기회가 비록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그녀에게있어 고향, 그리고 집은 마지막 남아있는 행복으로의 동아줄이기에 그녀는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들의 제의에 정중히 거절한 후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3년 동안 한 가정의 행복을 앗아간 화재 사건은 차츰 마을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고 사고가 났었던 자리에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 시간이 흐르며 이 지역은 조금씩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갔고 관광객도 더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 마을의 모습도 제법 바뀌었다. 세월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많은 것들은 변했지만 오로르 속의 슬픔만은 그대로였다...

 

 그녀는 항상 한쪽 팔에 피아노 장식이 달린 머리띠를 차고다녔다.

 

 그녀는 어느덧 15살이 되었다. 큰 키에 깡마른 몸매는 그녀에게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내었고 옅은 하늘색 눈동자와 그것을 감싸는 긴 속눈썹, 작지만 매력적인 코는 그녀의 미모를 한층 빛나게 했다. 눈처럼 하얀 이와 더불어 얄쌍한 입술, 그리고 옅은 금발의 머리카락에 주근깨 하나없는 창백하리만큼 새하얀 그녀의 피부까지… 그녀는 마치 동화책에서 나온 요정같았다. 하지만 오로르는 마치 날개를 빼앗긴 천사처럼, 그래서 하늘로 돌아갈 수 없는 천사처럼, 늘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 말이 사실인 것처럼, 오로르는 어느새 부턴가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념 없이… 오늘도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레이트야머스 웰링턴 항구쪽 거리 한가운데서 그녀는 갑자기 넋을 잃은 사람처럼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그녀의 시선에 이끌려 종종 그녀와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나 오로르는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잃어버린 것이 하늘에서부터 지금 당장에라도 돌아올까 하는 것처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하늘을 쳐다보고있는 그녀 주위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든 노파 하나가 오로르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고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오로르는 그제서야 그녀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약간 놀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제인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걸어갔다. 무리에서 어느정도 벗어났을 때 오로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제인 할머니 놔주세요."

 제인은 그제서야 오로르의 손을 놔주었다.

 "언제까지 하늘을 볼 참이었니?"

 "..."

 오로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대신 팔목을 바라보며 어루만졌다.

 "나는 너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릴게다.”

 제인은 단호하게 말했고 오로르는 제인의 그런 성격을 이미 알고 있는지 짧은 침묵 뒤에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나를 쳐다봐 줄 때까지요.”

 제인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클라라는 돌아오지 않아. 클라라는 죽었어. 그리고 널 사랑했단다, 아주 많이. 마지막 순간까지 말이다. 몇번을 더 말해야겠니?"

 오로르는 마치 다른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가 다시 구름을 향했다.

 "오로르! 내 말 듣거라!"

 오로르가 약간 놀란 듯이 제인을 쳐다보았다. 제인은 오로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필립의 가게에 나갔다 오는 길이다. 네 이야기를 묻더구나. 그가 너를 '영혼을 잃은 아이' 같다고 하더구나.”

 오로르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아픔은 아니었다. 단지 말로 하기 힘든 작지만 기분 나쁜 덩어리 하나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니. 너는 소중하단다. 신이 널 지으실 때 이렇게 슬픔속에서 살라고 널 만들지 않았다. 너는 행복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 누구보다도 말이다."

 제인이 약간 지친듯, 그러나 강렬하게 말했다.

 “… ..."

 오로르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린아이가 쏟아내기에는 잔인하게도 깊은 슬픔이 한층 베어있었다.

 "또 사라의 가게에 가려느냐?"

 오로르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제인은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움에 못이겨 한숨으로 뱉어내려던 잔소리들을 대신했다. 오로르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끝없이 그날을 생각한다고 해도 그 시간이 돌아오지는 않아. 안좋은 기억일지라도 과거를 과거로 간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도 모르는 사이 너를 갉아먹어 버릴게다. 그리고 결국 어느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테지.”

 오로르는 마치 이런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 멀리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가거라, 내가 너를 말릴수는 없지..."

 제인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가끔씩 저 하늘을 바라보면,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아요. 오직 저 하늘위의 구름만이 보여요. 할머니, 왜 이곳의 하늘에는 늘 저렇게 구름이 가득한 걸까요?"

 제인은 그녀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영국의 하늘에는 늘 구름이 가득하단다. 내가 알기로는 영국 주변으로 흐르는 차가운 바닷물과 따뜻한 바닷물 때문이지. 게다가 여기는 해안이니까 구름이 더 많을 뿐이야. 그래도 오늘은 화창한 편이지 않느냐?"

 오로르는 대답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인은 그녀가 대답을 들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오로르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

 "가끔씩 그런 기분이 들때… 그러니까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저 멀리 있는 구름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있는 것 같아요. 그게 엄마라고,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리고 그녀가 나를 보며 웃는지 우는지, 혹은 원망하는지 그런 걸 생각하면… 슬픔이 가시지 않아요.”

 오로르는 오랜만의 햇살에 의해 눈이 따가왔는지…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할머니, 걱정해줘서 늘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오로르가 천천히 뒤돌아 걸어갔다. 살짝 떨리는 그녀의 어깨에 슬픔이 묻어있었다. 그녀의 평소같지 않은 말투에 제인은 오늘따라 그녀가 더욱 걱정되었다. 빨리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실 몇달전, 오로르의 부모님(클라라-아서)과 친했던 지인들은 한데 모여 오로르가 이런 슬프고 우울한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들은 의논에 의논을 거듭한 후에 오로르의 피아노 소리를 몰래 녹음해 영국의 몇몇 유명한 음반 회사에 보냈다. 그들은 음악에 대해서 무지했지만 오로르의 탁월한 음색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의 주위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녀의 상처도 점차 옅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삶을, 행복한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의 그런 선한 열의에 보답이라도하듯 지난주 3곳의 레코드 회사 중 2곳에서 정중한 거절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러나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듯이, 어제 나머지 한곳에서 신중히 고려하고 일주일 안으로 결과를 알려드리겠다는 편지가 도착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직 첫번째 날이었다. 이 한 주는 오늘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녀를 보며 제인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슬픔에 사로잡혀 눈을 감고 기도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신이시여, 오직 당신 손에 맡깁니다. 저 아이가 이렇게 슬픔에 갇혀 살기를 원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녀를 비록 내 태에서 난 내 딸은 아니지만 부디 저 아이가 당신을 알고 행복을 알기를 원합니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오로르는 이미 거리에서 사라진 후였다. 하늘은 화창했지만 여전히 구름으로 가득했다.

 

 바닷바람은 해변 여기저기를 뛰어다녔고 갈매기들은 그 위에서 노래했다. 황톳빛깔의 바다는 춤을 추었고 파도는 넘실대며 해변가를 찾았다. 웰링턴 항구가 있는 해변 근처에는 게이트볼 구장을 포함해 여러개의 스톨들이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호스텔들과 펍, 가게들, 영화관, 그리고 음식점들이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웰링턴 항구, 그러나 그곳에는 불타버려 사라진 고통의 과거도 공존했다. 오로르는 펍을 지나 해변가쪽으로 걸어가 한 스톨 앞에 도착했다.

 "오로르구나!"

 가게의 주인이자 오로르의 어머니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 사라는 마른 체형에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여자였다. 마을 사람들은 늘 어떻게 신앙심이 깊고 다소 소극적이며 여성스러웠던 오로르의 어머니가 여러가지로 너무도 상반되는 사라와 가장 친했는지 궁금해했다. 그녀는 매력이 넘치는 여자로 평소에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제멋대로인 머리를 대충 묶고 다녔고 젊은 이들이나 입을 법한 빈티지한 옷들을 자주 입었다. 게다가 그녀는 젊은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정확히 알고있었다. 그녀는 늘 커피와 담배를 달고 살았는데 이런 습관은 자식이 없던 사라의 가정에서 남편이 병으로 먼저 죽고 떠나자 생긴 것이었다. 무언가가 없어지면 허전해진 것을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능 때문인지도 몰랐다.

 "커피줄까?"

 반쯤 핀 담배를 물고 그녀가 오로르에게 물었다.

 "네."

 오로르가 짧게 대답했다.

 “그래, 저기 앉아있어라. 오늘은 언제 오나 기다렸어."

 희미했지만 충분히 기분좋게 만드는 미소였다. 오로르는 어쩌면 그녀의 이런 미소 때문에 여기를 찾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등받이가 없는 2~3인용 목재 의자에 앉았다. 이미 누군가가 앉아있을 때를 제외하고선 해변가가 잘 보이는 바깥쪽 자리가 그녀의 지정석이었는데 오로르를 아는 동네주민들은 가끔씩 일부러 그 자리를 내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나이가 연로하신 어른들이 작은 게이트볼 경기장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고 해변쪽으로는 화창한 날에 어울리지 않게 꽤 거센 파도가 힘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오로르는 오랜만의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긴채 파도와 갈매기가 주위의 모든 소리와 어울려 힘껏 노래하는 것을 듣고있었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 더러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대화하는 듯 했고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모두 제각각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고독과 슬픔에게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채 아무것도 없이 오직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 오늘따라 손님이 좀 있네.”

 사라가 깊게 내려앉은 정적을 깨고 두 잔의 커피를 든 채 그녀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의 잔은 새롭게 채워져 있었다.

 “커피... 그렇게 맛있어요?"

 "그럼. 인생의 쓴맛을 보지 않은 사람은 내 특제커피를 이해할 수 없지."

 오로르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커피는 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

 사라가 이해되지않는 표정으로 묻는 오로르가 귀여웠는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내가 커피에 대해 도사는 아니지만 말야. 너가 듣는 음악이랑 비슷한 거 아닐까? 나는 쇼팽을 연주하면 다 똑같은 쇼팽처럼 들리던데, 분명 너에게는 다른점이 들리겠지?"

 오로르가 약간은 이해가 가는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란다, 오로르. "

 사라가 크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 귀에도 너의 쇼팽은 다르게 들리던데?"

 오로르가 사라를 쳐다보았다.

 "오로르, 너 음악 정말 해볼 생각 없는거야? 세상에는 즐거운 일들이 가득해. 봐봐, 오로르. 나는 남편을 잃었고, 아기를 너무 사랑하지만 아기도 갖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삶이 즐거워. 때때로 힘들고 슬프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살고있어. 내가 아는 클라라 역시 그랬어. 내가 그 아이를 따라 교회에 처음 갔을 때도 그랬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그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의 말이기에 오로르는 사라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교회에 갔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내가 왜 이런곳에서 시간을 낭비해야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쳐 보였고 왜 눈물과 열정을 이런곳에서 흘리는지 알 수 없었어.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려해도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곳이 금방 좋아졌어.”

 오로르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무언가가 더 이어질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신앙이 없었던 나에게도 그들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지.”

 오로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약간 고개를 기울였다.

 “오로르. 음, 그러니까…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이야. 그들에게는 믿음과 사랑이 있기에 환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간절히 소망을 꿈꾸는 것이지. 이제는 나 역시 그래. 그것들이 삶의 원동력이야. 오로르, 너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무엇이니? 너의 소망은? 너가 지금 믿고있는 것은 무엇이니?"

 “믿고있는… 것요?"

 오로르는 아직 이해가 가지않아 말을 더듬거렸다.

 "담배를 물고 사는 엉터리 기독교인이 이런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한번 생각해봐. 도움이 될거야. 너가 내 딸이라면 이럴 때 담배를 권해보겠지만 너에게 했다가는 나중에 클라라에게 한소리 들을 것 같아서 못하겠어. 물론, 그건 내가 천국에 간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지.”

 사라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모금 들이마셨다.

 "이제 나는 일어나봐야겠다. 여기서 있는 것은 좋지만 이거라도 걸치고 있거라."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로르의 어깨에 가디건을 걸쳐주었다. 그리고선 가게 안으로 곧 사라졌다. 곧 사라가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오로르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주위의 소리는 또다시 그녀의 음악이 되었다. 게이트볼에서 이긴 팀의 환호성이 커피 뽑는 기계의 소리와 함께 요란스럽게 울렸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여전히 하늘은 여전히 화창했고 구름은 줄어든 듯 했다. 이런 날씨가 얼마만인가. 오로르는 바닷바람에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잔을 들고 스톨로 다시 향했다. 사라는 몇 잔 째인지 알 수 없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재떨이에는 그녀가 핀 담배가 수북했다.

 "한잔 더?"

 오로르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돈이 없어요."

 "돈은 생각하지마. 너가 굳이 내야겠다고 고집부리지만 않았더라면 너에게서 돈은 한 푼도 안 받았을거다. 똑같이 라떼맞지?"

 오로르가 잠시 생각하더니 식어버린 커피잔을 사라에게 건넸다.

 “네."

 사라가 크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날씨가 너의 고집을 꺾었구나.”

 

 커피기계는 또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세계 최고, 혹은 최악의 약물을 뚝딱 만들어냈다. 사라가 새로운 커피를 그녀에게 건네자 그녀는 잔을 받아 다시 그녀의 자리로 걸어갔다. 몇 걸음 내딛었을까? 그녀는 순간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한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사라의 담배연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구름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구름의 움직임에 그녀도 모르게 집중했다. 빠르게 움직이던 구름이 순식간에 거대한 구름 뒤로 사라지자 원래 그 구름 뒤에 있던 자그마한 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그랗고 새하얀 구름, 마치 털뭉터기처럼 푹신할것 같은 그 구름 위로 무언가 작은 것이 보였다. 작은 점 같은, 무언가가… 그 작은 형상은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오로르는 그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비행기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행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비행기라면 아마도 훨씬 더 커야했다.

 '그렇다면 무엇이지? 새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 그 작은 점이 움직이는 것을. 그 점은 아래에 있는 구름위로 뛰어내렸다. 그리고선 재빨리 움직였다. 오로르는 순간 놀라서 손에 들고있던 컵을 놓치고 말았다. 손에서 떨어진 커피잔은 소름끼치도록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져버렸고 그녀도 잠시 잊고있던 연주소리의 종말을 알렸다. 뜨거운 커피는 바닥 이곳저곳과 그녀의 다리에 튀겼고 그녀는 너무도 놀라 차가운 비명을 질렀다. 커피잔의 비명소리에 이어 오로르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라는 민첩하게 스톨에서 뛰어나왔다.

 "오로르! 괜찮니?"

 사라가 오로르의 바지를 재빠르게 수건으로 닦고 바지를 걷어올렸다. 사라만큼 오로르도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다리는 무사했다. 약간 빨개졌을 뿐이었다. 사라도 오로르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라가 오로르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어느새 오로르는 또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그런 오로르의 모습을 보자 사라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오로르!"

 화가난 사라는 거친 목소리로 오로르를 불렀고 그녀는 잠에서 깬 것 같은 표정으로 사라를 쳐다보았다.

 "도대체가 정신을 어디다가 팔고 다니는거야? 몸에 상처가 생길 뻔했잖아?! 하늘 쳐다보는게 그렇게 중요해?!"

 오로르는 사라가 화를내자 더 이상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땅을 쳐다보았다.

 “미... 미안해요, 사라. 컵을… 그러니까 일부런 깬 게 아니예요. 컵은 물어드릴게요."

 사라는 자신의 말 한마디에 기가 팍 죽어버린 오로르를 보자 안쓰럽고도 미안함이 들었다.

 "아니야. 괜히 화내서 미안해. 도대체 뭐를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던 거야? 뭐 신기한 게 있었어? 다리는 어디 걸렸었어? 조심했어야지.”

 하지만 오로르는 사라가 화를풀자 아무대답도 않은채 고개만 끄덕인 후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사라는 깊이 한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한번 저은 후 깨진 컵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오로르는 자신이 보았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을 찾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클라라) 였을까? 어머니가 구름 위에서 그녀를 바라본 것일까? 오로르는 매력적인 옅은 하늘색의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로르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늘을 쳐다보고있자니 사라도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았다.

 "똑같잖아..."

 오로르가 고개를 돌려 사라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하늘이랑."

 오로르는 사라에게 방금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사라, 방금…”

 "오로르!!!"

 고함에 가까운 거친 목소리에 오로르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50미터는 족히 떨어져있는 골목에서부터 제인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빨리 걷는 수준이었지만 제인에게는 거친 호흡을 대가로 할 만한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 몇몇은 제인의 큰 목소리에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는지 기대하며 시선을 집중했다. 오로르는 뛰어오는 제인과 사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사라의 미소에서 오로르는 그것이 나쁜일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인이 그들 근처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라는 제스처와 함께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사라는 고개를 숙인채 큰 미소를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제인은 사라의 담배 연기를 보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그녀는 천천히 그들 곁으로 걸어왔다.

 "오로르, 같이 갈 곳이 있다. 잠깐이면 된다."

 오로르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낮부터 갑자기 그녀에게 뛰어오더니 웃으며 어딜 가자고 하는 제인은 평소답지 않았다. 오로르는 자신을 위한 무언가가 준비되어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지만 무엇인지는 감이오지 않았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보았던 것에 대해 더 생각하며 오후를 보내고 싶었지만 지금 그럴 형편은 아닌듯했다.

 "잠깐이면 된다. 같이 가자꾸나. 날씨도 변하지 않았지않느냐?"

 오로르가 하늘을 향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언제 화창했냐는 듯이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이미 날씨도 어둑해져 당장에라도 비가 올 것만 같았다.

 "다녀와, 오로르.”

 사라가 작지만 진심어린 미소를 보내며 오로르의 등을 살짝 밀었다. 제인이 손을 내밀었다. 오로르는 잠시 가만히 서있다가 이내 어린아이처럼 잔뜩 흥분해있는 제인의 손을 붙잡았다.

 '잠깐이라니까, 뭐.’

 그녀는 제인을 따라 거리를 따라 걸어갔다. 사라가 거리 끝에서 사라져가는 그들의 뒤를 행복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을 때 하늘에서 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간의 빗줄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선 천천히 스톨로 돌아와 커피를 내렸다. 입안에서 참을 수 없는 미소가 흘러나오며 그녀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클라라, 너의 딸. 나 정말 저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항상 슬퍼하면서도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 지금은 저 아이가 잘 웃지도 않고 사랑이 뭔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사랑이 넘쳐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 이런 나의 기도라도 하나님이 받아주신다면, 그래서 저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신다면, 나 기도하고싶어. 클라라, 너가 늘 말했던 믿음과 사랑, 그리고 소망 있잖아. 저 아이가 너가말한 나의 믿음과 사랑과 소망인 것 같아.”

 

 오로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제인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제인의 집은 사라의 스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레이트야머스에서 몇 안되는 과거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집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호스텔을 운영하며 살고있는데 옛날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전통가옥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여행객들이 주로 찾아왔다. 제인의 집 문 앞에 다가서자 오로르는 서로 다른 톤으로 연주하고있는 마을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보자 환영의 소리를 마구 질렀다. 그들은 원형으로 서 있었고 그들 한 가운데에는 작지만 고풍스러운 빅토리안 양식의 탁자와 케익 하나가 있었다. 그들은 오로르가 가운데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오로르는 도대체 이 케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10명쯤 되는 마을 사람들은 지금 분명 그녀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축하한다, 오로르.”

 뒤에서 제인이 오로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오로르는 고개를 돌려 제인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러니까 뭘요?”

 하지만 제인은 다시금 터진 기쁨의 환호소리에 오로르의 말을 듣지 못했다. 오로르 뒤에선 키 큰 남자가 휘파람을 불자 집이 떠나가라 시끄러운 소리가 거실을 메웠다. 오로르는 급기야 제인의 귓 속에 속삭였고 그녀의 말을 들은 제인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미안하다만 우리는 너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너의 연주를 몰래 녹음해 런던의 몇몇 음반 회사에 보내봤다. 별로 좋은 음질은 아니라 걱정은 되었지만, 아무튼! 어제 그들이 너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이왔다. 원래는 일주일 안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너의 연주를 빨리 듣고 싶어 안달이 난 듯 하구나.”

 제인이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웃지 않았다.

 "물론 너가 싫다면 하지 말거라. 하지만 우리들은 이번 기회가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노력과 애정을 담아 내린 결정이었다. 너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할 지는 몰라도 이번 결정이 너에게 있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주위가 조용해졌다. 오로르는 제인과 자신을 주위로 동그랗게 둘러싼 이웃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너가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거야. 지금 여기 없는 다른 이웃들도 마찬가지야. 클라라의 딸인 오로르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르 '너' 가 행복해지는 것을 원해.”

 오로르는 그 말에 알 수 없는 평안을 느꼈다. 싫지 않았다.

 "고마워요 제인. 하지만 나는..."

 자신없이 말하면서 고개를 떨구는 오로르를 보며 제인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 정말로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이 곳은… 그러니까..."

 그녀가 말을 더듬거렸다. 그곳에 모인 주민들은 모두 말없이, 다음 말이 어떻게 이어질 줄 알면서도 그자리에 서서 그녀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니까... 내 전부예요. 떠나고 싶지 않아요. 미안해요. 나를 위해 이런 일도 해 주셨는데.”

 그렇게 말하는 오로르의 크고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흡사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같았다.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은 그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제인은 작은 한숨을 쉰 후 그녀를 추스렸다.

 "괜찮다, 오로르. 우리 누구도 너와 상의하지 않고 한 일이었고, 결정은 너의 몫이지. 괜찮다, 얘야. 울지마라… 이 할미가 잘못했다."

 앙상한 제인의 팔이 그녀를 감싸자 오로르는 마치 참고 있었다는 듯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 누구도 그녀의 결정에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다만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 꺼졌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더러는 그녀와 함께 고개를 떨구었다. 한 여자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같이 눈물을 적셨다. 그녀가 우는 것이 하늘도 슬픈지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도 같이 우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거에도 그랫듯, 현재와 미래를 포함해 그 언제나 마지막 희망은 단 한번도 인간의 손에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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