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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0. 6개월 전의 어느 날
작성일 : 17-07-15 22:17     조회 : 417     추천 : 0     분량 : 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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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암 로플린은 지하가 싫었다. 짙은 어둠과 쾨쾨한 냄새가 아버지가 일한 탄광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동료 형사들이 따라오고 있지만 않았더라면 벌써 손전등의 불빛을 최대로 올렸을 것이다.

 ”내가 신호 하면 뛰어. 아니. 정 급하다 싶으면 신호하기 전에 뛰고.”

 “좀 진지해 져 보세요.” 동료 형사가 말했다.

 “나는 언제나 진지해. 근데 주변이 너무 캄캄해서 내 신경을…….”

 “경감님.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바로 뒤에서 뒤따라오던 여경이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드디어 끝인가. 끔찍한 시간이었다. 리암은 문으로 가로막힌 계단의 끝을 보았다.

 “알았어. 다들 이제 입 다물고 있도록.”

 리암은 입가에 검지를 대고 쉿 소리를 내곤, 계단 끝자락에 발을 디뎠다. 나선계단의 끝, 굳게 닫힌 나무문 사이로 하얀 빛이 새어나왔다. 리암은 먼저 문가로 다가가 귀를 대 보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무어라 주문을 외는 합창소리가 들려왔다.

 “몇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까?”

 뚱뚱한 체격의 신참 순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보다는 많은 것 같아.”

 “어떻게 하죠?”

 “길게 생각할 여유는 없어. 저놈들이 언제 의식을 마칠지 모른다고. 내가 먼저 밀고 들어갈 테니까 바로 따라와. 상대는 우리가 은신처를 찾아냈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으니, 기습적으로 공격한다면 어떻게든 될 거야.”

 어떻게든 말이지. 리암은 코트 안주머니에서 낡은 리볼버를 꺼내 쥐었다. 리암의 행동에 맞춰 다른 경찰들도 하나 둘 권총을 뽑아 쥐기 시작했다. 신참 순경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문을 흘기며 물었다.

 “하지만 듣기로는 저 놈들 교주가 마법을 부린다는데요.”

 마법이라. 리암 역시 알고 있는 정보였다. 저주 받을 고대의 지식은 그걸 알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너무 널리 퍼져 있었다. 리암은 다소 확신하지 못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놈도 총에 맞으면 죽고, 겁을 먹는 인간이야. 우주 괴물이라도 소환한 게 아니라면 아무 일 없을 거다.”

 리암은 문에 발을 올렸다.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셋. 둘. 하나.

 발에 채인 낡은 나무 문짝이 단번에 부서져 넘어졌다. 리암은 권총을 안으로 겨누면서 뛰어들어갔다.

 “깜짝 선물이다, 친구들!”

 “경찰이다!”

 놀란 교주의 고함. 리암은 은신처의 풍경을 보았다. 둥근 형태의 방. 바닥에 그려진 기하학적인 도형들. 벽을 감싼 촛불. 그 속에서 뒤에 따로 선 교주를 제외한 열 명 정도의 신자들이 둥글게 서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둥글게 선 신자들 가운데에는 팔다리가 묶인 채 물이 가득한 유리 수도에 갇힌 젊은 여자가 있었다. 허우적거리던 젊은 여자는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걸 깨닫고 필사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리암은 놀란 신자들이 서로의 손을 푸는 사이 수조를 향해 재빨리 총탄을 쏘았다.

 “안 돼!”

 이름 모를 신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유리 수조가 산산이 부서졌다. 수조에 담겨 있던 산제물 여자가 쏟아지는 물과 함께 바닥으로 나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살려주세요!”

 물론 살려줘야지. 여기에 뭐 하러 왔는데. 리암과 뒤따라 들어온 형사들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코트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려던 신자 몇 사람이 어깨와 무릎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으로 거꾸러졌다. 문에서 가장 먼 쪽에 서 있던 교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이놈들이. 이놈들이 감히!”

 교주는 손에 쥐고 있던 나무 지팡이를 재빨리 리암에게 겨누었다. 아. 이런. 리암은 교주의 팔을 향해 총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교주 쪽이 빨랐다.

 세상이 뒤흔들리는 충격. 리암은 머리 위에 보이지 않는 바위가 떨어진 것 같은 감각을 받았다.

 “아아악!”

 이마가 깨지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리암은 주저앉았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법에 눌린 몸이 짓이겨지는 것처럼 아파왔다.

 리암은 바닥에서 헛구역질하면서 교주를 노려보았다. 교주는 손에 쥔 지팡이를 허둥지둥 바닥에 내던지고는 벽에 걸린 촛불 하나를 떼어냈다. 그 순간 한쪽 벽면이 무너지며 작은 비밀통로가 드러났다.

 그래. 전형적인 악당들 비밀기지라 이거군. 하지만 지금 도망칠 수는 없을 거다. 리암은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교주의 다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리볼버의 탄창이 헛돌았다. 그래. 오늘 운수 한 번 끝내주는 군. 교주는 어두운 복도 속으로 달려 금세 사라졌다. 노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쌘 발놀림이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산제물이 될 뻔한 사람은 구해냈다는 것이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여자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리암은 총을 코트 안주머니에 찔러 넣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른 신자들은 이미 전부 제압된 후였다. 리암은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머리를 손등으로 누르면서 걸었다.

 “다들 괜찮아?”

 “죽을 것 같습니다.” 신참 경찰이 말했다.

 리암은 고개를 돌렸다. 경찰들이 바닥에 드러누운 채 좌우로 구르고 있었다. 한 명의 경찰은 바닥에 헛구역질까지 하고 있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이거 나 혼자서 해 봐야 하는 상황 같은데. 리암은 여자를 돌아보았다.

 “다른 경찰들이랑 같이 있어요. 저놈들이 정신 차리면 묶인 밧줄 어떻게든 해 줄 겁니다.”

 “고맙습니다.”

 다른 경찰들에게 총탄을 받아갈 수도 있었지만, 바닥에서 파닥거리며 허우적거리는 저 녀석들이 제정신 차리기를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리암은 교주가 떨어트리고 간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비록 마법사가 아닌 리암이 지팡이의 힘을 쓸 방법은 없겠지만, 적어도 호신용 몽둥이로는 쓸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치고는 꽤 빠르게 달리기는 했지만, 리암은 아직 젊었다. 아무리 시간을 조금 지체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교주를 쫓는다면 여유가 있을 것이다. 리암은 지팡이와 손전등을 각각 한 손에 쥐고 어두컴컴한 복도로 몸을 던졌다.

 “망할 자식, 팔다리를 꺾어서 재조립을 해 줄 테다.”

 리암은 전력으로 달리며 어두운 지하 복도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얼마 되지 않는 지하 복도의 끝은 꽉 막힌 벽돌 벽으로 틀어 막혀 있었다. 교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깐. 이거 설마 순간이동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리암은 손전등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벽돌벽에 손을 밀어 보았다.

 “뭐야?”

 리암이 내민 손은 벽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다. 잠깐. 이거 내 팔을 잡아 먹는 거 아냐? 리암은 재빨리 손을 뒤로 뺐다. 문제 없이 빠졌다. 벽도 여전히 제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무튼 이 벽이 정상적인 벽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 보였다.

 이 벽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지기에는 남은 여유가 없었다. 리암은 심호흡하고는 뒤로 물러서, 그대로 벽 안으로 뛰어들었다.

 “우와아악!”

 볼썽사나운 비명소리와 함께 벽을 넘어선 리암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바닥에 거꾸러진 리암의 턱이 그대로 지상을 내리찍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리암은 고개를 들었다. 잘 차려입은 남녀들이 모여 있는 레스토랑의 풍경이 나타났다. 식당에 모인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리암에게 쏠려 있었다. 이거 참. 이러고 있으니 무슨 락스타라도 된 기분이군. 리암은 손을 흔들었다.

 “뭐,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편하게 식사 하시죠.”

 리암은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을 돌리자 방금 전 자신이 뚫고 나온 큼지막한 풍경화가 보였다. 순간 이동을 하는 비밀 문들을 만들어 놓는다.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경찰의 추적을 피해올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서빙을 하던 웨이터 로봇이 딱딱한 말투로 리암에게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방금 전 저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노인네 한 명.”

 리암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로봇은 감정이 섞이지 않은 무기질의 목소리로 말하며 창문 밖을 가리켰다.

 “그 분은 방금 나가셨습니다.”

 “아. 그래. 방금이라고 했지. 좀 다행이로군.”

 리암은 바닥을 굴러다니던 지팡이를 다시 주웠다.

 “자. 갑작스러운 등장에 다소 놀라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액자에서 튀어나오는 형사 보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공짜로 좋은 구경 했다고 생각하세요.”

 리암은 웨이터 로봇에게 눈을 찡긋했다.

 “주문은 다음에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또 오십시오.”

 리암은 웨이터 로봇의 말을 받으면서 문을 밀고 나갔다. 레스토랑은 3층 건물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잡을까. 아니. 그냥 달리자. 리암은 계단 난간을 붙잡고 몸을 던지듯이 뛰었다. 성큼 계단을 몇 칸씩 뛰면서 달리자 세상이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1층에 거의 다다르자 막 건물 밖을 뛰어나가는 교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아무리 잘났어도 그 나이에 그렇게 오래 달릴 순 없는 법이지. 리암은 지팡이를 꼭 쥔 채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먹구름이 낀 에든버러 도심의 풍경이 보였다. 적어도 스코틀랜드 바깥까지 날아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너는 나를 잡을 수 없다!”

 교주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면서 길가에 세워 놓은 소형차 운전석에 뛰어들었다. 자동차의 시동이 켜지며 불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다가는 놓치고 말겠다. 다급해진 리암은 급한 대로 지팡이를 겨누면서 외쳤다.

 “당장 멈춰!”

 리암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그와 함께 지팡이 끝이 떨렸다. 잠깐. 이거 뭐야. 마법 지팡이는 마법사 아닌 사람은 못 쓰는…….

 “우와아아아악!”

 교주의 비명소리. 자동차가 찌그러지는 굉음과 함께 막 시동이 걸리려던 소형차의 지붕이 단번에 내려앉았다. 차의 좌우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며 네 바퀴가 터져 주저앉았다. 운전셕 옆면의 문이 찌그러져 바깥으로 뜯겨나가자, 놀란 리암은 재빨리 지팡이를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사람 살려!”

 교주는 울먹이는 소리를 내면서 차에서 굴러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디에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하늘 위로 경찰 소속 무인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리암은 당황을 억누르려고 애쓰며 교주에게 달려가 팔을 붙잡아 꺾었다.

 “차랑 같이 안 찌그러진 거, 운 좋은 줄 알아.”

 리암은 교주의 고함을 배경음 삼아 두 팔을 결박해 차에 밀어놓았다. 마법이라. 리암은 바닥을 굴러다니던 교주의 마법 지팡이를 돌아보았다.

 어째서 내가 저 지팡이의 힘을 쓸 수 있었던 거지. 교주가 썼을 땐 나를 바닥에 주저앉히는 정도였던 지팡이가 왜 저 차를 단번에 찌그러트릴 수 있었던 거지. 리암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나도 마법의 재능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리암은 주먹을 다시 굳게 쥐었다.

 “이거 참. 대소식은 대소식이구만. 너네 신이 나한테 행운을 줬다던가, 뭐 그런 건가?” 리암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헛소리 하는 군.”

 교주는 신경질을 냈다. 그런 신경질마저도 리암은 그저 즐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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