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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 아귀
작성일 : 17-07-09 21:56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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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짙게 깔린 먹구름을 빨아먹고 붉은 달이 피어났다.

 

  불어난 수면 위에도 붉은 달이 피어났다.

 

  붉고 탐스러운 그 열매 아래에는 매혹적인 미끼를 드리운 아귀가 사냥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찬 유속을 가르며 아귀는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에서 내려앉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아가리를 벌린 채였다.

 

  그것은 아귀라기보다 아구를 벌린 악귀에 가깝기도 했다.

 

  그리고 아가리 위를 일직선으로 유영하는 먹잇감을 포착했다.

 

  [왱 왱 왱 왜애애애앵]

 

  다리 위로 새빨간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질주했다.

 

  얼마나 빨리 물살을 가르는지 나란히 늘어선 가로등이 양옆으로 이리저리 파도치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새빨간 피라미의 눈깔에서 뻗어 나온 하이빔이 붉은 열매에 먹히기 시작했을 때 피라미는 아가미를 뻐끔뻐끔하였다.

 

  “저거 가지고 싶다.”

 

  활짝 열린 차창 너머로 매섭게 뺨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에 노란 금발이 흩날렸다.

 

  그녀는 창백해 보일 정도의 하얗고 가녀린 지느러미를 비늘 밖으로 빼내어 자랑하듯 질주하고 있었다.

 

  피라미의 썩은 눈은 흐리멍덩한 채로 풀려있었지만 붉은 열매를 갈망하며 관망하고 있었다.

 

  “저거 진짜로 가지고 싶다.”

 

  그녀가 두 번째로 붉은 소망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저게 가지고 싶어?”

 

  어디선가 그녀의 혼잣말을 방해하는 말이 뒷좌석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백미러를 통하여 힐끔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태연히 혼잣말을 이었다.

 

  “헤헤 독백인줄 알았는데 방백이었네”

 

  그녀의 중얼거림이 끝나자 어김없이 형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히히힛 너는 안 놀라는구나.”

 

  “그럼 지금 내가 놀랄게 뭐 있어. 오히려 네가 나를 알면 놀랄걸.”

 

  “그래? 네가 누군데?”

 

  “나? 몰라서 묻는 거야? 너는 집에 tv도 없니? 됐다 말을 말자. 부끄러워서 자기 모습도 안 보이며 나를 놀리는 무례한 사생팬에게는 더 해줄 말이 없다”

 

  “내가 보고 싶어?”

 

  “내가 너를? 아니 딱히 별로”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런 목소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뭐래 목소리는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꼬맹아 너 그러다 언니한테 호오온난다. 언니가 tv에서 보이는 것처럼 막 착하고 천사 같지만은 않아. 근데 예쁜 건 맞아. 헤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일순간 어린 여학생의 모습을 떠올려 목소리에 대칭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뒷좌석에 앉아있는 앳된 모습의 여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야 모습을 보여줄 용기가 난거니? 헤헤 마치 카멜레온 같다야”

 

  잠시 동안 그녀는 여학생을 지긋이 응시하긴 했지만 이내 흥미가 떨어진 듯 무심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다시금 붉은 달이 포개어졌다.

 

  막 그녀가 그 속에 파묻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여학생이 또 다시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너도 저게 가지고 싶어?”

 

  “그럼 이 세상에 저렇게 붉고 커다란 루비를 거부할 여자는 없을걸. 마치 내 몸 안의 모든 피들을 응고시켜 빼낸 것처럼 시뻘겋잖아”

 

  “키히히힛 그렇지? 나도 그래서 저 루비가 좋아. 하지만 저건 내거야. 아무에게도 그냥 줄 수 없어.”

 

  “헤헤 저게 네 거라고? 너 같은 꼬맹이보단 언니처럼 예쁜 사람에게 더 어울리지 않니? 하긴 상관없지. 그게 뭐든 누구 거든 난 신경 안 써. 빼앗으면 그만이니까. 어려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난 내가 갖고 싶은 건 뭐든 빼앗았어. 그게 내 방식이란다. 꼬마야”

 

  여학생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를 띠며 그저 창밖의 루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여학생을 따라서 그녀도 영롱한 빛을 내며 번쩍이는 보석을 허망하게 쳐다보았다.

 

  “이런 말해서 뭐하니... 애초에 닿을 수도 없는 신기루인걸... 저걸 가질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걸 주어도 괜찮을 텐데...”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때 여학생이 상반신을 그녀에게 바짝 붙이며 물었다.

 

  “키히히힛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너 같은 꼬맹이 보단 이 언니가 가질 때 보석은 더 가치를 발하는 법이란다. 내가 아닌 이 세상 누구도 저 보석에 어울리지 못해. 오직 나만이 가져야 하는 거지.”

 

  “아니 그딴 거 말고 정말 너의 모든 걸 다 걸 수 있냐고”

 

  “그딴 거라니! 그게 진리인건데... 너는 참으로 딱한 우매하고도 무례한 중생이구나... 어쨌든 저걸 가질 수 있다면 내 모두를 주겠다는 거야. 저 정도 보석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키히히힛 좋아. 거래는 성립됐어. 저 루비는 네가 가져도 좋아.”

 

  “헤헤 얘 뭐래니. 나도 지금 미친 상태지만 너도 완전 맛이 갔구나. 네가 뭔데 저걸 준다 만다야. 꼬맹아 너 누구냐?”

 

  차량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그녀가 몸을 돌려 여학생을 처다보았다.

 

  “키히히히힛 나? 그냥 아귀라고 생각해”

 

  “헤헤헤 그래 아기야. 아귀든 뭐든 내 세상에서 제일 미친년은 바로 나여야 하거든! 이제 그만 내 세상에서 꺼져줄래? 슬슬 짜증이 날거 같거든!”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하지만 내가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해서 말이야. 저걸 건네줘야 우리 사이 볼일이 매듭지어질 테니까.”

 

  “그러니까 저걸 어떻게 줄건데?!”

 

  그녀는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러나 그 기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키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힛”

 

  여학생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며 그녀를 압박해왔다.

 

  그녀는 양 귀를 틀어막고는 비명을 질렀다.

 

  여학생은 핸들을 꺾어 지나쳐온 수면위의 붉은 달을 향해 내달렸다.

 

  그녀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새어나왔고 온몸의 털들이 곤두섰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탈출해야한다는 생각만이 가득 찼다.

 

  감히 여학생의 행동을 저지할 수 없었다.

 

  하반신은 이미 굳어 액셀레이터를 밟은 상태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고 손가락만이 부르르 떨며 열리지 않는 문고리를 애석하게도 몇 번이나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녀가 간신히 문을 열었을 때 그녀의 몸이 함께 붕 떠올랐다.

 

  새빨간 피라미는 시뻘건 미끼를 향해 빨려 들어갔고 그 순간 아가리를 벌리고 있던 아귀가 껍데기를 한 입에 집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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