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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2. 투신
작성일 : 17-07-10 06:50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3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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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거리는 여전히 고요했다.

 

  그 적막을 가르며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검은 밴 차량은 규정 속도는 모두 어겼지만 신호등의 정지 신호는 착실하게 준수하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첫 버스가 마주쳐 지나가자 가로등의 불들이 전부 꺼졌다.

 

  밴은 쓰레기 청소 차량 앞에 정차하여 어느 건물 앞에 섰다.

 

  그리고 한 남자가 차량에서 급히 내렸다.

 

  남자는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출근을 안 했다기보다는 모두가 퇴근한 후였기에 모든 층의 불은 꺼져있었지만 가장 꼭대기의 단 한 창만이 불이 켜져 있었다.

 

  남자는 낮게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건물을 들어섰다.

 

  남자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남자의 더벅머리는 하도 긁어댄 탓인지 산발이 되어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 되어 퀭하였다.

 

  턱수염은 정돈되지 않아 거뭇거뭇 우후죽순으로 돋아있었고 얼굴 전체가 땀범벅이었다.

 

  남자는 벨트를 끄르며 런닝을 바지 속으로 다시 집어넣었고 꼬질꼬질하게 구겨진 와이셔츠의 단추를 끝까지 잠그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남자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대표실이었다.

 

  남자는 흐르는 땀을 와이셔츠 소매로 훔치며 남은 한숨을 마저 토해내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대표님 동재입니다.”

 

  “들어와”

 

  낮게 깔린 목소리를 따라 동재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동재의 코끝을 찌르는 담배연기가 그의 목을 졸랐다.

 

  하지만 그보다는 무겁게 감도는 사무실 안 공기에 질식할 것 같았다.

 

  대표는 동재의 인기척에도 뒤를 돌아보지 앉으며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

 

  동재는 속으로 어서 빨리 이런 숨 막히는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하였다.

 

  “사실이냐?”

 

  대표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게 깔려있었지만 짧은 문장 속에서도 굉장한 감정 절제가 느껴졌다.

 

  동재의 등줄기를 타고 땀이 삐질 흘러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입술은 떨리기 시작했고 목구멍에서 어떤 바람도 흘러나오지 못했다.

 

  불과 수초의 태풍 전야의 고요가 마치 억겁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곤 세찬 바람 한줄기가 귓가를 강하게 때리며 지나갔다.

 

  [쨍그랑]

 

  바닥엔 대표가 던진 유리 재떨이가 벽에 부딪쳐 두 동강난 채 나뒹굴었다.

 

  “야이씨 대답 안하냐! 내가 지금 사실이냐고 묻잖아!”

 

  대표가 죽일 듯이 노려보며 악을 고래고래 질러댔다.

 

  동재는 겁에 질려 움츠렸던 고개를 재빨리 빼내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게 대표님 그... 그러니까 그게 그런.. 그런 것 같습니다.”

 

  동재는 예지했지만 예비하지 못한 상황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숨을 가쁘게 쉬었다.

 

  “아 나 이 새끼 진짜... 그러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런 것 같은 건 또 뭔데?!”

 

  “화 확실합니다. 제 제가 확인 했습니다.”

 

  “내가 걔 잘 감시하라고 했지! 넌 그때까지 뭐 했어!”

 

  대표가 거칠게 다그쳤다.

 

  “저로서도 최 최선을 다했습니다. 진짜입니다. 대표님. 그 그게 그 클럽에서 나와서 아니 나왔는데 안 들켰는데 들켜가지고 그 차가 고물이라서... 아니 그러니까 은아는 신호도 안 지키고 또 스포츠카라서 빠르게 달리는데 그래가지고 거기서 놓치는 바람에 막 찾으면서 돌아다녀도 없어가지고... 근데 어쩌다 대교를 지나는데 가드레일이 부셔져있고 그래서 누가 생을 마감했나보다 했는데 그 주변에 발살 난 차 파편이 빨개가지고 그 아시다시피 은아의 새빨간 스포츠카는 우리나라에 한 대밖에 없을뿐더러 제가 또 은아는 안 좋아하지만 그 차는 또 좋아하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그래가지고 그... ... 면목 없습니다.”

 

  동재는 입에 걸리는 대로 마구잡이로 장황하게 나열하였다.

 

  동재의 말을 끝까지 듣던 대표는 한숨을 길게 쉬며 정리하였다.

 

  “그러니까 네가 병신같이 은아를 놓쳤는데 늦게 가보니 다리 위에서 갑자기 투신했다는 거지?”

 

  “바로 그겁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건 아니지만 모든 정황이...그리고 저는 신호를 지켰습니다... ... 은아는 못 지켰지만”

 

  “뭐 이 새끼야!”

 

  대표는 달려들어 동재의 뺨을 후려갈겼다.

 

  “나랑 지금 장난하냐!”

 

  “아닙니다.”

 

  “그래서 그 다음엔 어쨌어?!”

 

  “그 그래가지고 은아 걱정에 경찰에 바로 신고했습니다.”

 

  “기자는 안 꼬였어?”

 

  “예... 아직은 모르겠지만 차가 차다보니 금방 걸릴 것 같습니다.”

 

  대표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불을 붙였다.

 

  “이제 막 상장시켜 놨는데... 어떻게... 이사놈들한테는 뭐라고... 아아아악! 아침이면 기레기들 또 몰려들텐데 아아아 씨발”

 

  대표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야! 현장엔 영진이 보낼 테니까 넌 집에서 조용히 근신하고 있어. 입단속 잘하고 그냥 가만히 집에 처박혀 있어 알겠어!”

 

  “예...”

 

  “그럼 당장 꺼져!”

 

  대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동재는 뒤도 안돌아보고 방을 도망치듯 나왔다.

 

  동재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흐르는 땀을 씻어냈다.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모두 씻겨 내렸지만 분노만은 좀처럼 흘려보낼 수 없었다.

 

  “아니 은아 고년이 나쁜 년이지 내가 뭘 잘못했어. 그년은 처음 입사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지가 인기 좀 있다고 사람이나 깔보고 말이야. 얼굴 좀 반반하면 다야? 아니지 얼굴은 우리 다연이가 훨씬 예쁜데... 건방지게 약이나 하고... 죽어서도 사람 짜증나게 만들고... 그런 약쟁이는 잘 죽었다. 막말로 내가 죽였어? 아니지 자살은 지가 지를 죽인거지!”

 

  “내가 나를 죽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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