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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아키아, 말락, 제제(1)
작성일 : 17-06-23 18:58     조회 : 459     추천 : 0     분량 : 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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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아키아!”

 아키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바탕 깊은 꿈을 꾼 느낌이었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를 닦은 아키아는 자신을 부른 하스론을 바라봤다.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점멸하며 곧 하스론에 대해 떠올랐다.

 하스론은 어깨에 한가득 짐을 들고 아키아를 재촉했다.

 “곧 포르들이 들이닥칠 거야. 빨리 출발해야 해.”

 “어? 어.”

 포르? 두통과 함께 포르가 무엇인지 떠올랐다.

 1m 내외의 크기를 지닌 쥐를 닮은 몬스터. 포르가 무서운 이유는 이들이 한두 개체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으면 백, 많으면 천 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은 한 개체로서의 힘은 약했다. 하지만 무리의 특성상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지체하다가는 잡아먹히기 일쑤였다.

 “포르 따위 그냥 퍽퍽 치면 깔끔하게 청소되지 않나? 아. 청소하기 더러워서 그런가?”

 “너 머리 다쳤냐?”

 하스론은 아키아의 머리에서 나는 피를 바라봤다. 찬장 밑에 떨어져 있는 철편(鐵篇)으로 시선이 옮겨간 하스론이 말했다.

 “저거에 집착하지 말라니까. 말을 안 들어요.”

 “저건?”

 “이거 들고 못 도망가니까 이건 여기에 숨겨놓자.”

  하스론은 나무 바닥 한쪽을 뜯어내어 철편을 넣었다.

 “깔끔하지? 이제 튀자.”

 하스론에게 휘말린 아키아는 정신없이 뛰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가문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코스모탄 대륙에서 변경지역은 언제 죽어도 하소연할 데 없는 곳이다. 아키아와 하스론이 숙식을 해결하던 마을도 주민들이 몬스터에게 잡아먹힌 지역이었다. 다섯 채밖에 없는 소규모 마을은 벽면에 핏자국이 흥건했다. 변경에는 이와 같은 마을이 대다수였다. 뭉치면 먹잇감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꼴 밖에 안 되기에 셋에서 다섯 가족이 숨어사는 집들이 많았다.

 마을에서 찾아낸 먹거리에 반색했던 일은 잠시뿐이었다. 하스론은 멀리서 다가오는 포르들을 발견하고 마을을 버리고 도망쳤다.

 아키아는 하스론 옆에서 계속 주먹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이렇게 뻗으면 다 뒈질 것 같은데?”

 아키아는 정면에 보이는 나무를 향해 힘차게 주먹을 뻗었다.

 “으악!”

 “너 계속 멍청한 짓 하지 말고. 체력 분배에 신경 써. 그러다가 포르한테 잡히면 네가 뒈지는 거야.”

 아픈 손을 감싼 아키아는 고통에 하스론의 말을 흘려들었다. 그 때문에 아키아는 등 뒤에 다가온 포르의 기척을 눈치 채지 못했다.

 포르는 짜리몽땅한 앞발톱을 아키아의 가방에 박았다. 무게 중심이 쏠려 아키아는 뒤로 넘어졌다. 넘어진 아키아의 목을 물어뜯으려한 포르를 물리친 건 하스론이었다. 하스론은 들고 있던 짐을 둔기처럼 휘둘러 포르의 머리를 후려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얼이 빠진 아키아는 일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고, 고마워.”

 “고맙긴 뭘, 지금부터가 큰일인데.”

 상황 파악이 끝났을 때는 이미 포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하스론은 길을 뚫기 위해 정면만 보고 뛰었다. 날카롭게 갈린 단검을 허리춤에서 꺼낸 아키아는 하스론의 왼편에서 달려드는 포르를 쳐냈다.

 아무리 뛰어도 포르들의 포위망은 점점 두터워져 갔다.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의 속도는 줄어가는데, 피를 본 아키아는 포위망을 뚫는 것보다 포르들을 죽이는데 집착했다.

 “정신 차려. 아키아! 여기서 죽고 싶냐!”

 하스론의 외침에 아키아의 정신이 일순 돌아왔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던 거지?’

 포르의 피가 묻은 칼날에 아키아의 얼굴이 비춰졌다. 잔혹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보인다.

 하스론은 아키아의 어깨를 누르며 두 눈을 마주쳤다.

 “흔들리지 마. 넌 내 등만 바라보고 오면 돼.”

 하스론의 말에 아키아는 점차 차분해졌다. 그 후 아키아는 하스론이 뚫어놓은 길을 따라 정신없이 달렸다.

  “하이베롱은 아직도 먼가?”

 꽤나 지친 듯 피곤한 표정으로 하스론은 말했다.

 앞에서 튀어나오는 포르들은 드물었다. 다만, 그들 뒤로는 끈질기게 따라오는 포르들이 아직 있었다. 이빨을 들이대는 포르들을 향해 하스론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놈들을 정리해서 포르들의 추격을 끊고 가자.”

 체력이 부쳐서 숨이 턱까지 찼던 아키아도 하스론의 말에 동의하며 단검을 포르를 향해 내밀었다.

 하스론은 유려한 동작으로 포르들을 상대했다. 몬스터 분류법에 의해 포르들은 수(數)가 많은 종족을 묶어놓은 오데오 종(種)에 속했다. 이 말은 포르들이 무리의 힘 외엔 능력이 없음을 뜻했다. 약하기 그지없는 포르들은 하스론의 동작을 빛내는 촉매가 되었다.

 다시 피를 보며 조금씩 흥분해가던 아키아는 하스론의 동작을 보고, 흥분하던 자신의 모습도 잊고 멍하니 바라봤다.

 “그 동작은 어디서 배웠어?”

 “옛날에 자칭 소드 마스터라고 하던 할배 기억나? 그 할배가 알려줬잖아.”

 “어? 나는 배운 기억이 없는데?”

 “그럼 내가 알려줄게.”

 대수롭지 않게 하스론은 말했다. 그 와중에도 하스론의 검에 포르들은 양단되어 쓰러졌다.

 이변을 알아차린 건 하스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키아였다. 그동안 포르들을 죽이며 흘러내린 피에 이끌린 슈락 종(種)의 몬스터, 카르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기를 흡수하는 몬스터를 지칭하는 슈락 종은 까다로운 몬스터들이었다.

 그 중 카르곤은 점액으로 이루어진 유선형의 신체를 이용해 먹이의 체액을 빨아들인다. 카르곤이 지나가는 땅에 포르들이 흘린 피가 말끔히 지워진 것은 물론이요, 삐쩍 말라 미라처럼 보이는 포르들의 시체가 널브러졌다.

 “하스론! 뒤! 카르곤!”

 하스론은 아키아의 말을 듣고, 뒤로 돌아 검을 내질렀다. 검은 카르곤의 몸통에 박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몸통의 점액질로 검을 문 채, 카르곤은 두 팔을 휘둘렀다.

 카르곤에게 박혀 빠지지 않는 검을 놓고 하스론은 급히 물러났다. 하스론이 피하는 바람에, 하스론 뒤에 있던 포르가 카르곤의 손에 잡혔다. 점액질이 포르의 신체를 타고 흘러내린다. 점액질을 따라 포르의 피가 몽글몽글 맺혀 카르곤에게 흡수되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포르들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미라로 변하는 동족을 목격한 포르들은 이내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내지르고는 왔던 길을 따라 도망을 쳤다.

 카르곤은 맛없는 포르가 도망치건 말건 상관하지 않았다. 아키아 일행을 향해 다가간 카르곤은 몸에 박힌 칼을 중력을 따라 떨어뜨렸다. 점액질은 곧이어 구멍을 메웠다.

 눈살을 찌푸린 하스론은 고민하는 기색이 여력 했다.

 “저건 불로 지지지 않으면 상대할 방법이 없는데······.”

 인간 특유의 냄새에 군침을 흘린 카르곤은 신체를 방사형으로 퍼뜨려 하스론을 덮쳤다. 설렁설렁 움직이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하스론이 반응할 새도 없는.

 아키아는 하스론을 향해 본능적으로 다가갔다. 정면에 가방을 들어 방패처럼 막고 하스론을 밀친다. 밀쳐난 하스론의 팔뚝에 카르곤의 점액질이 스치며 지나갔다. 점액질이 묻은 부분의 피부가 괴사하며 핏방울이 맺혔다.

 아키아는 더 심했다. 가방으로 막았지만 완전히 몸을 보호하지 못했다. 카르곤의 점액질이 팔뚝과 등을 뒤덮어 피부를 괴사시켰다.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뒤로 물러났지만, 아키아는 모로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

 ‘크. 내가 미쳤나 봐. 거길 왜 뛰어 들어서······. 아니지. 하스론을 내가 구하지 않으면 누가 구하겠어? 아프니까 정신도 오락가락하네.’

 아키아의 귀에 하스론이 다가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점액질의 영향으로 정확한 단어가 들리지 않고,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이내 아키아의 시야도 흐릿하게 변해갔다.

 

 ***

 

 오이모스 부족의 말락은 3일 동안 풀숲을 노려봤다. 해가 뜨고 지고 석양에 빛이 노르스름하게 변했다가, 이내 숲이 어둠으로 묻힐 동안 한자리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

 풀숲은 잔잔한 바람결에 흔들릴 뿐이었다.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오이모스 부족 사람들도 말락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아무도 말락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마도 부족 사람들 대부분은 말락이 움직이지도 않고 한 곳만 노려보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우롱 할멈만이 말락에 대해 관심을 가져 물어봤다.

 “이 멍청한 녀석아. 어떤 멍청한 일을 벌이려고 그러고 있누?”

 “할멈은 몰라도 돼.”

 “이 멍청한 녀석아. 네가 했던 멍청한 일들은 잊었단 말이냐? 이 할미 속 썩이지 말고 어여 집으로 들어와.”

 하우롱 할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락은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켰다. 회색 칠한 신체가 덩치를 부풀리며 뭉친 근육을 풀었다. 돼지탈을 쓰고 자연을 상징하는 온갖 타투로 온몸을 도배한 말락은 근육질의 신체가 더해져 사람을 위축시키는 위압감이 있었다.

 “이제 집으로 가는겨?”

 “아니, 이제 무덤으로 갈 거야. 카마로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이 멍청한 녀석아. 이 할미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누? 카마로가 환각으로 과거의 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몬스터긴 하지만 그 환각이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이야.”

 말락은 한쪽에 놓여있던 짐 꾸러미와 칼을 챙겨들고 풀숲으로 향하다가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

 “할멈. 집에 가만히 있으면 부족 사람들이 날 받아줄 것 같아?”

 말을 마친 말락은 다시 풀숲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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