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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사랑하기까지
작가 : 서희린
작품등록일 : 2017.6.21

25살 건후는 첫눈에 반한, 가슴 두근거리는 그녀를 만나 불타는 사랑을 했다. 3개월 후 유학을 가야했던 그는 결혼을 하겠다며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에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7살 유화는 난생처음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 불같은 사랑을 했다. 하지만 유학을 앞둔, 아직은 창창한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던 유화는 결혼이란 핑계로 그를 놓아주었다. 유화를 잊지 못하던 30살이 된 건후 앞에 다시 나타난 그녀를 향한 그의 집착이 시작되었다. 건후로 인해 흔들리는 유화에겐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1화. 이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작성일 : 17-06-21 00:40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8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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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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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얼굴에 관리를 받았는지 윤기가 흐르는 긴 웨이브 진 머리카락,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큰 눈망울. 160정도의 키에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들 만큼 여린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유화는 가녀린 어깨를 잘게 떨며 흐느끼듯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물끄러미 보았다. 설이는 손수건을 쥐고 있을 뿐 눈물을 닦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작 울고 싶은 사람은 그녀인데. 울어야 할 사람은 저인데 왜 네가 울고 있니? 심장이 갈라질듯 고통스러운 사람은 자신인데....

 

 왜 네가 더 서럽게 울고 있니?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그 사람을 너에게 보내줘야 하는 나는? 네가 선수 치듯 먼저 울어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얼마나 울었는지 조막만한 설이의 입술은 퉁퉁 부어있었다. 혀로 마른입술을 핥고는 달싹거리더니 목메는 소리가 설이의 입술사이로 흘러나왔다.

 

 

 “언니... 미안해요. 제발.... 건후오빠를 놓아주세요. 오빠는..... 언니에게 헤어지자는 말.... 절대 못해요..... 언니가 먼저... 흑..... 제발요.....”

 

 

 애원하며 말하는 설이의 모습에 유화는 자신이 꼭 가해자가 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들어 주먹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면 되는 거니?”

 

 

 비참한 마음을 숨기려는 듯 유화의 얼굴은 더욱 딱딱했고 무표정했다. 유화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만 만지작거리는 설이를 보는 유화의 눈은 차가웠고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언니..... 건후오빠는.... 아직 어리고..... 며칠 후면 저와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 했어요..... 그런 오빠를..... 유학 갔다 올 때까지..... 언니가 기다릴 수 있겠어요? 1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 오빠가 언니에게 기다려 달라고 하면 기다릴 수 있어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이 유화를 보며 말하고는 말이 끝나자마자 눈을 깜빡거려 다시 볼 위로 눈물을 또르르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우는 것도 어쩜 저리도 예쁘게 우는지.

 

 이 상황에서도 그녀보다 4살이나 어린 젊고 예쁜 설이의 우는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한심해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입을 꾹 다물고 참았다.

 

 그래... 설이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해가 바뀐 지금 자신은 28살이고 건후는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할 26살이다. 그녀는 지금 당장 결혼을 한다고 해도 문제될게 없는 28살. 그렇지만 아직 앞길이 창창한 건후는.... 내 옆에 있어달라고 붙잡을 수도, 유학을 가지 말라고 막을 수도 없었다.

 

 그와 만난 지 고작 3개월. 3개월 동안 행복했으면 됐다. 3개월 동안 불같은 사랑을 했으며 유화는 그걸로 만족했다.

 

 앞으로.... 이런 사랑 해보지 못하겠지..... 날 이렇게 사랑해줄 남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놓아주려.... 한다.

 

 눈을 감으며 생각을 정리한 유화는 천천히 눈을 뜨고 그녀의 결정을 기다리며 불안하게 앉아있는 설이를 똑바로 마주봤다.

 

 

 “네 말 알아들었으니.... 가. 다시는 찾아오지 마. 건후에게는 내가 말할게.”

 

 “고마워요. 언니.”

 

 

 설이는 유화의 손을 잡았지만 유화는 설이의 손을 뿌리치고 무릎위로 내려놓았다.

 

 따뜻한 설이의 손이 싫다. 내 손은 이렇게 시리도록 차가운데 나의 마음을 위로하듯 따뜻하게 감싸주면 널 미워할 수가 없잖아. 네가 차라리 화를 냈으면 했는데. 착한 네가 더욱더 싫다.

 

 

 “미안해요. 언니. 내 얼굴보기 힘들 것 같아 이만 가볼게요... 건후오빠에게는 저 만났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알았어. 걱정 말고 가.”

 

 

 설이는 유화를 남겨놓고 주저하듯 일어나 커피숍을 나갔다. 유화는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차디차다. 그녀 마음같이..... 커피의 맛이 쓰도록 차다.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내린다. 하얗게 흩날리는 눈바람이 유화의 마음을 얼음장같이 차갑게 적셔댔다.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울진 않을 거다.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으니. 이렇게 될 줄.....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건후에게 이렇듯 무섭게 빠져버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건후는 그녀보다 두 살이나 어렸고 유화는 연하에게 남자란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다.

 

 동생이라 생각하며 가볍게 만나려고 했는데. 건후는 그녀에겐 첫사랑이었고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건후와 행복할수록 불안했고 사랑받을수록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같이 있어도 허전하고 무언가 부족하다 느꼈고 기쁠수록 마음은 슬펐다.

 

 훗. 뭘 기대한 거야. 김유화.

 

 유화는 그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그를 향한 마음을 조금씩 비워갔다.

 

 

 ***

 

 

 할 말이 있다며 만나자는 유화를 기다리던 건후는 이참에 유학 얘기를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랜 생각 끝에 건후는 유화와 함께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아니, 처음 유화를 만난 날 그녀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미 마음속으로 같이 가기로 결심을 굳혔는지도 모른다. 유화와 같이 유학을 간다는 들뜬 마음이 건후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웃음이 자꾸 나왔다.

 

 커피숍 문이 열리며 유화가 건후를 향해 다가오자 그의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유화는 건후의 웃는 얼굴을 가슴에 새기듯 눈을 떼지 못하고 그의 앞자리에 앉으며 슬픔을 숨겼다.

 

 평소와 달리 웃지 않는 유화의 얼굴이 많이 야위어 보였고 굳어 있었지만 건후는 추운 날씨 탓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왔어? 춥지?”

 

 “조금.”

 

 

 차가워진 유화의 손을 따뜻한 건후의 손으로 감싸고는 비벼대자 유화는 손을 빼어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유화의 차가운 행동과 심각해 보이는 얼굴에 웃고 있던 건후는 웃음을 지우고 유화를 보았다.

 

 

 “무슨 일 있었어?”

 

 “헤어지자.”

 

 

 건후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유화는 빨리 끝내고 쉬고 싶었다. 몸과 마음이 다 너무 지쳐버렸다.

 

 

 “유화야?”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건후는 충격 받은 얼굴로 유화를 봤다.

 

 

 “우리 그만하자고.”

 

 “왜?”

 

 “나..... 결혼 할 거야.”

 

 

 건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결혼을 할 거라니? 누구와? 자신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그와 있을 때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기에.

 

 건후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고 곧 있으면 유학도 가야하는데 결혼이라니.

 

 언젠가는 결혼을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유화와 할 것이고 그녀가 아닐 거라 단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다. 그 만큼 유화를 사랑했다.

 

 유화에게 유학을 같이 가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건후는 입도 벙긋 못하고 머릿속이 텅텅 비어버렸다.

 

 그녀 나이 28이면 결혼할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이렇게나 빨리. 도대체 누구와 결혼을 한다는 거지?

 

 건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유화를 바라보았다.

 

 

 “결혼할 남자는 있고?”

 

 “있어.”

 

 “뭐?”

 

 

 건후가 놀란 얼굴로 유화를 쳐다봤다. 유화는 담담한척 건후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 만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거야?”

 

 “아니. 다른 사람이 있으면서 널 만난 거겠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건후가 유화를 보았다. 그와 만났을 때 보았던 유화는 결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두 남자를 만날 만큼 영악한 여자는 아니었다.

 

 아니었나? 그래. 아니야, 유화는 그런 여자가.

 

 

 “거짓말 하지 마.”

 

 “회사.... 사람이야. 사실은.... 내 첫사랑인 남자야. 너와 만날 때는 잠시 떨어져 있었어. 결혼하기 전 서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거든. 그런데 네가 나타났고 너와 만나면서 그 사람과 비교하며 내가 아직 그 남자를 잊지 못했다는 걸 알았어. 그 사람도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해.”

 

 

 당연히 거짓말이다. 결혼할 남자 따위 없었다. 건후는 유화에게 첫사랑이었고 아직도 그를 사랑했다.

 

 유화는 고통스러운 마음에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3개월 동안 서로 즐거웠으면 됐잖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내가 너의 첫 남자였잖아?”

 

 “그게 뭐?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어. 그 사람과 결혼하기 전에 다른 남자도 한번은 만나보고 싶었으니깐. 내가 경험이 없다는 걸 그 사람은 모르고 있고 내가 처음이 아니어도 그 남자는 이해해줄 사람이니깐.”

 

 “유화야!!!”

 

 

 유화가 말 할수록 건후의 눈은 상처로 물들고 악다물고 있는 그의 실룩거리는 턱이 얼마나 화를 참고 있는지 보여줬다. 그녀에게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걸 참는지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럼 너 당장 나랑 결혼할 수 있어? 모든 걸 포기하고 나랑 결혼해서 살 수 있어? 너 이제 고작 26살이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고 실패를 해도 일어날 수 있는 남자로서는 한창일 나이지. 그러면 나는? 번듯한 직장도 없는 너를 내가 뭘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너 하나만 믿고 무모하게 기다리면서 시간 낭비할 나이는 아니란 말이야.”

 

 

 유화의 말을 듣고 있던 건후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맞는 말만하는 유화의 말이 건후의 가슴을 후벼 팠다. 유화의 입장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같이 유학을 가자고 하면 될 줄 알았다. 같이 가자고 하면 유화가 가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건후는 지금 결혼할 수도 없었다. 어머니께서 남겨준 유산이 있었지만 번듯한 직장도 없고 그는 공부를 마쳐야할 의무가 있었다.

 

 유학은 어머니의 바람이었고 유언이었다. 거스를 수 없었다.

 

 절망적인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며 커피 잔만 만지작거리는 건후를 보며 유화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화를 내고 나쁜 년이라고 욕을 했으면 했다. 너 같은 건 다시 보지말자며 먼저 나가줬으면 했다.

 

 

 “유화야......”

 

 

 같이 가자. 제발... 나랑 같이 가자. 날 버리지 마. 유화야.

 입안에서만 계속 맴돌았다.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면서.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사랑해. 유화야....”

 

 

 미친 자식.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사랑이란 말로 유화를 얽매이려고?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유화를 붙잡고 싶다. 유화와 함께이고 싶었다.

 

 

 “이래서 연하는 안 만나려고 했어. 사랑이 밥 먹여주진 않아. 현실을 직시해.”

 

 

 상처받은 검은 눈동자가 습기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자 유화는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약해져 거짓말이라고 가지 말라고 내 옆에 있어달라고 애원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만하자. 구질구질해.”

 

 

 유화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건후는 유화를 붙잡지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냉정하게 돌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유화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딸랑 소리를 내며 커피숍 문이 닫히자 건후의 눈앞에서 유화는 방울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건후의 머리가 고통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르르 아래로 향했다.

 

 내가 아직..... 어리구나. 널 잡지도 못하는 내가..... 아직은 진정한 남자가.... 아니구나.... 내가 더 어른이었다면...... 결혼하자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남자였다면.... 널 놓치지 않았을 텐데...... 유화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건후의 눈에서 눈물이 테이블위로 툭하고 떨어지며 자국을 남겼다.

 

 

 ***

 

 

 ‘띠리리리리’

 

 

 계속 울려대는 전화에 유화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유화야......김유화......]

 

 

 잠시 정적이 흐르며 괴로워하는 건후의 숨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할 말 없으면 전화 끊을게.”

 

 [자....잠깐만.... 유화야.... 너 왜 이렇게 매정하니? 난 너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

 

 

 술에 잔뜩 취한 건후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그만해.....”

 

 [나랑 같이 유학가자. 유화야. 너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잖아. 내가 도와줄게. 제발..... 같이 가자.]

 

 

 건후와 만나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환경 때문에 전문대를 나온 유화는 공부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았었다. 건후가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같이 간다고 할 거지? 응? 나랑 같이 갈 거지? 왜 대답이 없어? 유화야?]

 

 

 애원하듯 절절한 그의 목소리에 유화의 마음이 아파왔다.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냉정하게 쏘아댔다.

 

 

 “왜 내가 너랑 같이 유학을 가야 되는데? 네 도움까지 받으면서 유학갈일 없어.”

 

 [유화야...... 흑....... 사랑해..... 사랑해 유화야......]

 

 

 더 이상 듣고 있기 힘들었던 유화는 흔들리려는 마음을 붙잡고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허공을 향해 있는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전화 좀 받아.>

 

 <결혼하지 마. 다른 남자에게 널 보낼 수 없어.>

 

 <제발..... 나랑 같이 유학 가자. 너랑 같이 가고 싶어. 유화야.>

 

 <대답해. 같이 가겠다고!!! 젠장. 김유화!!!>

 

 <난 너밖에 없어.>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전화라도 좀 받아. 넌 나 없이 살 수 있어?>

 

 <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내 사랑이 많이 부족했나 보다. 너에게 결혼하자란 말도 못하고 기다려달란 말은 더더욱 할 수가 없어. 나는 아무것도 포기 안하려고 하면서 너에게만 포기하라고 하는, 믿음도 주지 못하면서 같이 유학이나 가자고 하는 난 이기적인 남자였어. 미안해. 이런 못난 남자라서. 행복하란 말은 못하겠다.>

 

 <사랑해. 유화야.>

 

 

 이 문자를 끝으로 일주일째 건후에게서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았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끝..... END"

 

 

 끝이란 말이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지.

 

 건후를 잊지 못해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운 유화의 눈은 퀭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2주 사이 4키로나 빠져버렸다.

 

 유화는 마지막 문자를 넋 나간 사람처럼 보며 계속 되뇌었다.

 

 사랑해 유화야. 사랑해. 사랑해. 그래. 사랑해. 건후를. 난 건후를 사랑해.

 

 왜 건후를 따라서 가면 안 되는 건데? 건후가 간절히 원하잖아. 너도 원하잖아. 건후와 같이 있고 싶잖아. 뭐가 두려운 건데? 설이 때문에? 아니면 건후에게 버림 받을까봐?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벌써부터 포기하는 거야?

 

 다른 건 다 떠나서 건후만 생각하자. 오로지 건후만.

 

 복잡했던 유화의 머리가 어느 순간 맑아졌다.

 

 건후 옆에 있고 싶어. 욕심났다. 하건후란 남자가. 이때까지 모든지 포기하면서 살았잖아? 단 하나 욕심낸다고 그녀를 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 가자. 건후랑 같이 가자.

 

 유화는 핸드폰을 들어 건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더니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사서함으로 넘어 가는 걸보니 일부러 안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화는 생각할 겨를 없이 코트와 목도리를 들고 밖으로 나와 건후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건후야. 나 너랑 같이 갈게. 우리 같이 유학가자. 지금 오피스텔로 가고 있어. 사랑해. 건후야.>

 

 

 오피스텔에 도착한 유화는 건후가 집에 없는 걸 확인하고 항상 주차하는 곳에 가보았지만 그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오는 건후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유화는 무작정 주차장 입구에서 그를 기다렸다.

 

 빨리 오길 바라며, 조금만 더 기다리자 생각하며 벌써 3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따라 날씨는 흐렸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대 유화의 코는 빨개지고 볼은 얼얼해져왔다.

 

 유화는 핸드폰을 들어 다시 전화를 해보았다. 몇 번의 신호가 가더니 드디어 건후가 전화를 받았다.

 

 

 “건후야. 나야 유화.”

 

 [언니..... 저 설이에요.]

 

 “설이가 왜 건후 전화를.....”

 

 [지금 건후오빠랑 유학준비하면서 같이 있어요. 마음잡고 정리 끝낸 오빠 흔들지 말아주세요. 오빠 대신 제가 전화 받은 거 보면 모르겠어요? 전화도 그만하구요. 부탁할게요.]

 

 “서...설아? 잠깐만...”

 

 

 건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유화가 한심스럽다는 듯 설이의 깊은 한숨소리가 유화의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건후오빠와 언니는 사는 세계가 달라요. 이런 말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미국 가서 오빠랑 같이 지낼 거예요. 돌아오면 바로 결혼할거구요. 오빠도 알고 있는 상황이고 집안끼리 벌써 끝난 말이에요. 언니도 건후오빠 잊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요. 전화 끊을게요.]

 

 “하아......”

 

 

 끊긴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유화의 머리위로 툭하니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어느새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유화는 믿을 수 없다며 아닐 거라며 건후와 만나서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유화의 마음도 몰라주는 눈은 너무도 예쁘게 조용히 내려 바닥에 조금씩 쌓여갔다.

 

 쌓여가는 눈을 보며 새벽녘까지 유화는 건후를 기다렸다. 하지만 건후는 끝끝내 오피스텔에 오지 않았고 유화는 독감에 걸려 출근을 하지 못해 회사에서 잘리고 말았다.

 

 건후는 졸업과 동시에 설이와 함께 유학을 떠났고 유화는 한 달 동안 끙끙 앓다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해야 했다.

 

 

 이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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