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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1. 사자의 세계 (1)
작성일 : 17-06-17 19:33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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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찬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아주 차가운 비였다.

 

  비명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펼쳐진 채 비스듬히 기울어진 우산. 깜빡이는 빛. 부산스러운 걸음. 높아지는 목소리. 다급한 움직임. 모든 것은 한 소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얀 원피스는 빗물에 젖어들었고, 바닥을 몇 바퀴 구른 탓에 얼룩덜룩했다. 선홍빛 핏물이 비와 섞여 서서히 퍼져나갔다.

 

  솔은 원피스를 내려다보았다. 옅은 핏물이 파스텔처럼 번지고 있었다.

 

  흠뻑 젖은 바닥이 차가울 법도 한데 쓰러진 소녀는 일어날 줄 몰랐다.

 

  비는 쉴 새 없이 바닥을 두드렸다. 흩뿌려진 소음 사이로 차가운 적막이 파고들었다. 몇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소녀를 돌아본다.

 

  떨리는 숨을 몰아쉬는 사람. 무겁게 다시 걸음을 떼는 사람.

 

  소란스러운 빗속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은 것 같아”

 

  솔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였다.

 

 

 

 

  “응?”

 

  솔은 몸을 돌렸다. 어디선가 총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던 솔은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내려와 손가락에 걸터앉았다.

 

  “어디서 난 소리인지 알아봐줘.”

 

  새는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금세 돌아왔다. 새가 속닥이는 소리를 듣고 솔은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다다른 곳은 어느 좁은 골목이었다. 골목은 그늘과 그늘이 겹쳐 으스스하고 어두웠다. 직선으로 된 길 뒤편으로 한 블록 너머의 거리가 보였다. 그리고 초저녁처럼 어두운 골목 한 가운데 누군가 서 있었다.

 

  솔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뒤늦게 고개를 든 그가 솔을 발견했다. 솔은 그의 손에 들린 은빛 총을 보고 가볍게 목례 했다. 남자 역시 금방 솔에게서 날아간 새를 보았기에 같은 행동을 취했다. 둘은 모두 탑의 사자였다.

 

  솔은 남자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아까의 총소리는 그가 쏜 것이었을 테지만, 그 결과물을 기대하진 않았다. 진즉 어둠에 잠겨 지하로 떨어졌을 테니.

 

  그 대신 자리 잡은 것은 어느 버려진 건물의 입구였다. 아마도 이곳이 골목이 되기 이전의 건물이었던 듯했는데, 높은 건물들이 세워진 후로 쓰이지 않게 된 모양이었다. 지금 선 자리에서 보이는 거라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뿐이었는데 그 길도 얼마안가 어둠에 잠겼다. 뭐라도 튀어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것처럼 새카맸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소.”

 

  남자 역시 다시 건물을 바라보더니 중얼댔다.

 

  “대체 무엇을 가져야 그 욕심이 끝이 날까.”

 

  솔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리 오래 살지 않았고,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이 아는 것이 없었다. 반면 남자는 얼만큼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걸까?

 

  “세상을 가져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솔은 그제야 그럴 듯한 대답을 했다. 남자는 되묻는 듯한 눈으로 솔을 돌아보았다.

 

  “제가 그리 오래 살아 본 건 아니지만, 세상을 갖고 싶다는 건 전부를 갖고 싶다는 뜻인데, 세상을 갖고 싶을 만큼의 욕심이 있던 자가 세상을 가졌다고 끝이 날 것 같진 않은데요. 세상 이외의 것을 본다면........”

 

  솔이 말끝을 흐리자 남자가 웃었다.

 

  “그럼 그 욕망은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

 

  “이해해야 하죠. 그 전부를 내가 가질 수 있다 하더라도, 꼭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세상이란 게, 내 방이나 내 침대처럼 나만 들어오거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설령 왕 같은 게 되어서 세상을 가질 수 있다고 해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역시 알아둬야죠. 왕이란 존재는, 또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기에 왕이 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럼에도 가지려고 발악하고, 끝내는 착취하고, 세상 또한 그렇게 흘러간다면?”

 

  집요한 질문에 솔은 당황했다. 남자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당신 같은 생각을 가졌더라면 우리의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소.”

 

  “그런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로군.”

 

  “맞아요, 그리고 저는.......”

 

  솔은 말을 멈추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몸에서 부드러운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가시는 거예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남자가 미소 비슷한 것을 지었다. 어딘가 개운한 얼굴이었다.

 

  “한 가지 당부해둘 것이 있소.”

 

  오늘 남자를 처음 보았지만 이별이 당연한 이 세계에서 낯선 일은 아니었다.

 

  “나는 사람이 의문의 납치를 당하는 일을 조사하던 중이었소.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네가 그 일을 이어줬으면 좋겠소.”

 

  이런 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다. 그가 그리 긴 말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자세한 것은 도현이라는 자에게 들으시오.”

 

  남자는 잠시 동안 솔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자 역시 조심하시고.”

 

  도현은 솔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남자의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하얗게 새어나오는 빛이 점점 강렬해졌다. 이어 남자의 몸이 빛의 입자가 되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도현은 조심하라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솔은 의문을 삼키고 그를 향해 외쳤다.

 

  “단이오.”

 

  “잘가요, 단.”

 

  떠나는 이를 향한 인사에 남자, 단의 미소가 처음으로 밝아졌다.

 

  “다음 세계에서 먼저 가 있겠소.”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빛이 부서져 사라졌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자 번화한 길이 나타났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어깨에 스쳤다. 솔은 천천히 거리를 둘러보았다.

 

  살았던 삶과 같은 삶, 그리나 어딘가 다른 또 다른 삶.

 

  이곳은 죽음을 맞이한 자들이 모인 세계, 죽은 자들의 세계이다.

 

  죽은 자들은 이 세계에 살아있다. 살아있을 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산 자들의 세계가 끝나면 살았을 적엔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그 삶에서 한 때 살았던 자들은, 또 한때 죽었던 자들은, 한 삶의 기억을 간직한 채 오로지 이 세계를 떠나기 위해서 다시 살아간다.

 

  한 삶을 마친 그들에게 삶이 다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이 세계를 떠날 무렵 알 수 있으리라.

 

  그것을 깨닫기 위해 죽은 자들은, 솔은 오늘도 이 세계를 살아간다.

 

  산 자들의 세상과 같고도 다른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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