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흑백의 세계
작가 : 새벽빛
작품등록일 : 2022.1.2

이 세상에는 오로지 흑과 백만 존재한다.
흑과 백으로만 보이는 세계,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세계.
이 세계에서 악을 물리치기 위한 전쟁과 그 전쟁 가운데에서 선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사정.
이 전쟁의 끝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빛 혹은 어둠? 선 혹은 악?

 
0. 프롤로그 + 1. 흑백의 시작
작성일 : 22-01-02 12:5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723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 프롤로그

 

 “아빠, 얼른 이야기마저 해주세요.”

 “하하하.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네!”

 “그래. 소년과 소녀는 악마를 무찌르기 위해서 악마를 찾으러 나섰단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악마가 나타나 그들을 향해 공격을 했단다.”

 “어떡해!”

 

 눈이 아름다운 소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가 표정을 바꾸고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소녀가 소년을 대신해서 공격을 맞았기에 소년은 살았지만 안타깝게도 소녀는 목숨을 다하고 쓰러졌지.”

 “힝. 너무 불쌍해.”

 “하지만 소녀의 희생 덕분에 소년은 악마를 무찌르고 세상을 구했단다.”

 “뭐야. 소녀가 불쌍해…….”

 

 소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자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녀 덕분에 모두가 살았잖아.”

 “그래도 나는 둘이 왕자님, 공주님처럼 행복하게 결혼했으면 좋겠는데 죽어서 슬플 것 같아.”

 “……, 만약에 아빠는 우리 딸을 구할 수 있다면 목숨도 내어줄 수 있어. 이 소녀도 그런 마음이었을 거야.”

 “흠.”

 “진정한 사랑은 자기 목숨까지도 내어줄 수 있는 것이란다.”

 

 

 짹짹짹-

 

 

 “또 이 꿈이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얼굴에 내리쬐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간질였다.

 한가로운 휴일 아침, 잠에서 깬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지난밤의 꿈을 생각했다.

 

 “계속 같은 꿈이야. 아빠는 저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는데.”

 

 그녀는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내려와 부모님과 아침 인사를 하고 식사를 마친 후 산책을 하기 위해 마을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

 “어머, 얘들아~ 놀러 왔니?”

 “네!”

 “잠깐만, 여기 왜 이렇게 검게…….”

 “검게?”

 “아니, 붉게 올라왔네. 어디 부딪히거나 그랬어?”

 “아~ 아까 넘어져서 그런 가 봐요~ 하나도 안 아파요! 근데 선생님 왜 검정색이라고 했어요? 이건 빨간색인데!”

 “그러게. 선생님이 실수 했네~”

 

 그녀는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았고 조심히 놀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저기 벌써 꽃이 피었다고 해서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그래? 선생님도 뒤따라갈게.”

 “네!”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앞장서서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으며 아이들을 따라 갔다.

 

 깨끗하고도 시원한 바람이 그녀를 향해 불었고 그 바람에 실린 향기가 그녀의 코끝에 맴 돌았다.

 

 ‘뭐지? 이 향기는……?’

 

 자신을 감싸는 공기가 달라진 기분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나온 골목의 끝에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그가 있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구나, 너는.”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당신이 하는 말 듣고 싶지도 않고 믿을 생각도 추호도 없어. 나는 오로지 당신을 증오하고 저주하기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갈 거야.”

 

 “…….”

 

 

 리한은 입을 다물었고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때 내가 본 그의 모습은……,

 칠흑 같은 어둠 그 자체였다.

 

 

 이 세계가 백(白)이라면 그는 흑(黑),

 완전한 어둠, 악이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목에 검 끝이 닿았고 그의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과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이 공간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태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누군가 그랬다.

 목숨이 그렇게 쉽게 버려질 것 같으냐고,

 그 누구도 자신이 원치 않는 죽음의 상황에 던져 지면 살고 싶어진다고.

 

 맞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목숨까지도 포기할 각오가 된 사람은 두려울 것이 없다.

 

 그러나 세상 그 어떤 사람도 죽음에 맞닥뜨리면 두려움이 올라오는 것처럼,

 나 또한 영웅이 아닌 그저 그런 사람에 불과했다.

 

 다시 마주한 죽음의 두려움은 여전히 나를 잠식해왔다.

 

 하지만, 신이 있다면 저 자를 벌하기를,

 나의 이 목숨이 세상을 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

 

 

 “신이시여,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1. 흑백의 시작

 

 모든 것의 시작은 그였다.

 

 평화로운 일상에 금이 가고,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우리를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밀어 넣은 사람, 그가 이 세계 바꾸었다.

 

 [990년 1월 1일]

 

 쾅!!!

 

 

 “주안! 얼른 일어나!”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 눈이 부셔 뒤척이고 있을 때, 나의 귓가로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주안! 큰일 났다. 전쟁이야! 얼른 대피해야 해.”

 

 어머니가 몸을 흔들며 일으켜 세우며 하는 말에도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눈을 부비고 있자 어머니는 안 되겠다는 듯 나를 안아 들고 집에서 나서기 시작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주안 우린 지금 전쟁이 나서 대피를 하고 있는 거야.”

 “대피? 전쟁?”

 

 평화로운 세상에서만 살던 나에게 생소한 단어들이 오가는 그때,

 

 쾅! 우르르-!

 

 어머니에게 안겨 바라보던 나의 마을이 희뿌연 흙 먼지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꿈 같았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콜록콜록! 엄마 눈이 따가워.”

 “조금만 참아!”

 

 그때 골목에서 연합군의 군사가 튀어나왔다.

 

 “이쪽으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군사는 어머니에게서 나를 받아 안아 들고 어머니와 함께 성 문 대피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연합군은 미처 대피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대피소 안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문 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아이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혼란함과 두려움이 바깥에서도 느껴졌다.

 

 “거의 도착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그를 본 군사는 나를 어머니에게 맡기며 자리를 떠났다.

 다시 어머니에게 안겼던 나는 옷 자락을 꽉 부여잡았다.

 

 어머니는 나의 머리를 감싼 채 문을 향해 달렸고 성의 문이 닫히기 전,

 

 바로 그 순간, 다시 한 번 큰 굉음이 들렸다.

 

 굉음이 울려 퍼지고 땅에 균열이 일어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며, 그로 인해 날리는 흙 먼지에 맑았던 하늘과 온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는 그 어둠 사이를 가르며 다가오는 그를,

 

 그의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눈을 마주했을 때를,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이 세상을 모두 빼앗겨 버린 절망감을 그는 절대 모를 것이다.

 

 

 그렇게 온 세상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

 

 

 “주안, 주안!”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냐 아무것도.”

 “선포식 시작하려고 한다.”

 “응.”

 

 998년 1월 1일, 신년선포식과 한 달에 한 번 신께 올려드리는 제사를 위해 11대륙 연합국이 모였다.

 

 쨍한 회색빛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데라 왕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평온해 보여 온 대륙의 사람들이 들떠있는 오늘의 분위기와는 이질감이 들었다.

 

 데라 왕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신년선포식을 이어갔다.

 

 “우리를 배반한 1대륙은 8년째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루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시간이 지나면 1대륙 서서히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니 신년을 기쁘게 맞이합시다! 우리에게는 평안뿐입니다!”

 

 8년 전의 사건으로 인해 12대륙은 1대륙과 나머지 11대륙 연합국으로 파가 나뉘었다.

 

 1대륙의 군사장이었던 리한 세테르의 반역으로 인해서 1대륙의 왕이었던 므디르 왕이 죽게 되고 리한은 1대륙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모든 교류를 차단하여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다.

 

 11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1대륙을 드나들 수 없게 되면서 11대륙 간의 이동은 쉽지 않게 되어 보다 많은 시간을 써서 둘러가야 하게 되었고 무수한 자원과 가장 발전되었던 나라로서 1대륙이 각 대륙에 주었던 모든 혜택 또한 사라졌다.

 

 

 그러나 분명 단절된 채로 연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해. 이렇게 안일하게 있어서는 끝이 안날거야. 하루라도 빨리 이 고통을 끝내야해.’

 

 주안은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살아가는 11대륙의 왕들과 백성들 모두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연합국의 신년선포식이 끝나고 돌아온 집에는 주안 앞으로 편지가 한 통 도착해있었다.

 

 

 <연합군사대학 입학허가서>

 성명 : 주안 에르시

 소속 : 연합군사대학 마력 3반

 위 사람은 연합군사대학 998년도 입학 허가 및 마력 3반 배치되었음을 통지합니다.

 

 

 “주안! 축하한다!”

 “마력 3반이구나. 제일 강한 3반에 배치되었다니. 자랑스럽구나.”

 “주안! 축하해! 너 꼭 가고 싶어 했잖아. 잘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드려요. 아서 너도 고마워.”

 

 18살이 된 해에 드디어 바라고 원했던 연합군사대학에 가게 되었다.

 

 군사대학은 더 존재하지만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는 2대륙의 연합군사대학에 가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자 앞으로의 삶이 조금은 순조로워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부모님과 나의 친구인 아서의 축하를 들었고 이후에 아서와 함께 잠깐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서, 넌?”

 “나…….”

 “넌 다른 곳으로 가는 거야?”

 “음……. 사실은 나도 합격했어!”

 “정말?”

 “어!”

 “축하해! 그럼 넌 무슨 반으로 가게 된 거야?”

 “난 전략반으로 배치 받았어.”

 “역시! 그럴 것 같더라! 너 성적도 엄청 좋았잖아.”

 “다행이지. 난 마력이 없으니까 사실 갈 수 있는 확률이 적어서 열심히 공부한 건데 결과가 좋았네.”

 

 연합군사대학에는 총 다섯 개의 반으로 분류되어 있다.

 

 마력, 치유, 연구, 전략, 군사반으로 마력반은 약 300명, 치유반 100명, 연구반 100명, 전략반은 30명, 일반 군사반은 150명으로 구성되어있다.

 

 마력이 있는 학생은 마력반, 치유사는 치유반, 그 외 세 개의 반에는 마력과 치유력이 따로 없는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경쟁력이 높았고 특히 전략반은 소수정예로 뽑기에 들어가기에 가장 어려운 곳이다.

 

 “네가 열심히 한 덕분이지. 어쨌든 같이 간다고 생각하니까 좋네.”

 “난 좀 징그러운데? 얼마나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 거야?”

 “하하하. 나야말로!”

 “그럼 입학식이 한 달밖에 남았으니까 잘 준비하고.”

 “그래.”

 

 

 ***

 

 

 [입학식]

 

 

 “단결!”

 

 

 설레기도 하지만 약간은 지루한 입학식이 끝나고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각 대륙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 속에서 나의 부모님을 찾을 수 있었다.

 

 

 “주안!”

 “어머니! 아버지!”

 “우리 아들이 대표로 뽑힌 모습 보니까 너무 좋구나.”

 “하하.”

 “지금부터가 실전이니 잘 하고, 주말에 집에서 보자꾸나.”

 “네. 조심히 가세요. 자주 갈게요.”

 

 부모님과 인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돌려 기숙사로 향했다.

 

 ‘여기가 내가 쓰게 될 방…….’

 

 방을 이곳저곳 둘러보며 짐을 정리하고 있자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안녕? 너 주안 에르시 맞지?”

 

 

 옅은 곱슬머리를 가진 남자는 내게 다가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어? 어. 맞아. 내 이름을 어떻게……?”

 “당연히 알지~ 수석 입학생 주안 에르시. 아까 대표로 구호도 외치고 선서도 하고 했잖아~”

 “아~ 그렇구나. 근데 넌?”

 “내 소개를 안했구나! 나는 너와 룸메이트가 된 가브리엘 레브, 편하게 가비라고 불러!”

 

 가비는 아주 해맑았다.

 

 겉모습도 밝고 생글생글 웃음과 장난 끼가 많아 보였고, 말도 많아서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하는데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기도 했다.

 

 “너 마력 3반이지?”

 “아. 응.”

 “나도 3반~ 같은 반끼리 같은 방 쓰게 되어 있나?”

 “그러게.”

 “아무튼 너랑 지내게 되어서 좋다. 우리 잘 지내보자~”

 “그래. 잘 부탁한다.”

 

 짐 정리를 끝내고 나니 이미 밤이 되었고, 가비는 정리와 말을 동시에 하다 보니 지쳤는지 먼저 잠들었다.

 

 ‘흠…….’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앞으로의 생활에 기대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던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간질이고 풀내음이 코에 닿자 알 수 없는 기분에 나는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높지 않은 위치에 방이 배정되어 있어 마력을 사용하여 뛰어내렸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낮에 잠깐 교내를 둘러보았을 때, 눈 여겨 보았던 오래된 공원으로.

 

 

 교내에는 많은 공원과 운동장이 있었지만 이 공원은 가장 오래되어 노후화되고 구석에 위치해서 인적이 드물다고 들었다.

 

 특히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도 사용했던 공개적인 공간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에 이끌려 공원으로 향했던 것이다.

 

 공원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했다.

 

 “딱 이네.”

 

 벽돌로 쌓아 만들어진 벽에는 아이비와 같은 넝쿨 식물들이 휘 감싸고 있었고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오랫동안 손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그리고 입구를 통해 들어가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저 멀리에 웬 검은 형상이 보였다.

 

 “아 깜짝이야.”

 

 놀랐지만 조용히 읊조리며 다가간 검은 형상은 사람으로 보였다.

 

 “뭐지? 잘 안 보이는데…….”

 

 마력으로 꺼져있는 가로등에 불을 켜자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여자?’

 

 다가가자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과 쌔액 거리며 울고 있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큰일이군. 우는 여자는 감당 못할 것 같은데…….’

 

 “휴.”

 

 뻘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도 켜 버리고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저기……. 무슨 일 있으세요?”

 “…….”

 

 ‘아,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그게 혹여 오지랖이 되지는 않을지 생각하다보니 한참을 적막 가운데서 보냈다.

 그렇게 바라본 하늘은 빽빽한 회색빛 구름 사이로 달빛이 은은하게 비춰 왔다.

 

 “하늘이 흐리네요. 비가 올 것 같은데…….”

 “…….”

 “흠……. 달을 보면 참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스스로 빛을 낼 수 는 없지만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이 어두운 밤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죠. 우리 인생이 이 밤하늘과 같아서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달처럼, 어둠을 밝혀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여자는 대답이 없었지만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전 어두운 거 싫어하거든요. 제겐 이 현실이 캄캄한 밤처럼 절망적일 때가 있었어요. 그래도 단 한 가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도 충분히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토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 온다! 얼른 저쪽으로 가요.”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서 어쩔 수 없이 그 여자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워 비를 피할 수 있는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입구 정문에서 잡았던 그녀의 손목을 놓고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내 또래로 보였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나는 모습과 상반되게 밝은 눈동자에는 공허함이 담겨있고 절망적인 표정을 하고 있어 더욱 위태롭게 느껴졌다.

 

 빗방울은 멈추지 않았고 우산을 가지러 갔다 오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외투를 벗어 걸쳐주었다.

 

 “전 연합군사대학 학생이거든요. 금방 갈 수 있으니까 이 옷 덮고 가세요.”

 “…….”

 “혹시라도 옷을 돌려주실 마음이 있다면 주안 에르시를 찾아오세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아직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그녀를 뒤로한 채 돌아가려는 그 순간,

 

 “다시 만나.”

 

 빗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던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6 46. 당신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22 / 2 / 27 181 0 5019   
45 45. 떨어지는 붉은 꽃(3) 2022 / 2 / 27 187 0 5422   
44 44. 떨어지는 붉은 꽃(2) 2022 / 2 / 27 185 0 5568   
43 43. 떨어지는 붉은 꽃(1) 2022 / 2 / 23 185 0 5348   
42 42. 은총(3) 2022 / 2 / 23 194 0 5300   
41 41. 은총(2) 2022 / 2 / 23 193 0 5193   
40 40. 은총(1) 2022 / 2 / 23 185 0 5115   
39 39. 평범한 것의 가치(2) 2022 / 2 / 12 206 0 5363   
38 38. 평범한 것의 가치(1) 2022 / 2 / 12 196 0 5135   
37 37. 함정과 계략(4) 2022 / 2 / 5 207 0 4975   
36 36. 함정과 계락(3) 2022 / 2 / 5 197 0 5048   
35 35. 함정과 계략(2) 2022 / 2 / 5 206 0 5285   
34 34. 함정과 계략(1) 2022 / 2 / 2 200 0 5312   
33 33. 길을 인도하는 자 2022 / 2 / 2 218 0 5313   
32 32. 새봄을 기다림(2) 2022 / 1 / 24 205 0 5098   
31 31. 새봄을 기다림(1) 2022 / 1 / 24 208 0 5258   
30 30. 변화의 시작 2022 / 1 / 23 195 0 4995   
29 29. 나를 잊지 말아요. 2022 / 1 / 21 206 0 5005   
28 28. 찬란한 세계 2022 / 1 / 21 210 0 5302   
27 27. 흑과 백, 백과 흑 2022 / 1 / 19 211 0 5095   
26 26. 이끄시는 대로(2) 2022 / 1 / 19 221 0 5048   
25 25. 이끄시는 대로(1) 2022 / 1 / 19 196 0 5314   
24 24. 악에서 구하소서 2022 / 1 / 16 205 0 5097   
23 23. 몽상(4) 2022 / 1 / 16 204 0 5182   
22 22. 몽상(3) 2022 / 1 / 14 196 0 4970   
21 21. 몽상(2) 2022 / 1 / 14 211 0 5425   
20 20. 몽상(1) 2022 / 1 / 14 210 0 5168   
19 19. 발견(4) 2022 / 1 / 13 219 0 5258   
18 18. 발견(3) 2022 / 1 / 13 212 0 5056   
17 17. 발견(2) 2022 / 1 / 13 209 0 496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완벽한 나의 하
새벽빛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