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길중을 못마땅하게 여긴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다는 생각을 말이죠."
"내가 어떻게 그래? 생각해봐. 내 아들이 애물단지이긴 해도, 죽일 만한 능력이 있겠어?"
"그렇다면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까요?"
"좋을 대로 해. 분명히 말해두지만 여기 누군가 죽이려고 온 거 아니야."
"두고보면 알겠죠."
이미 죽은 하길중의 부친이 가져온 가방에는 성경책과 필기도구가 든 필통이 들어있었다.
"봤지? 난 하길줄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고."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겠죠." 나율 경호원이 모습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럴 수가. 지난 번에 본 그 경호원이구나!"
"맞아요. 행여나 행사장 근처에 위험인물이 나타나는 것을 막는게 임무거든요."
"그렇지......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그럼 성당으로 가도 괜찮겠지?"
"그건 안 됩니다. 이미 통제된 상태라서요."
"그렇구만.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 때문에 경호원에, 경찰이 이러는구만."
"이제 아시겠죠? 오! 지금 결혼식이 열렸거든요."
"알았으니 이제 좀 그만 해."
죽은 하길중의 부친이 가고, 교대역 근처 성당에서는 결혼식이 무사히 끝났다.
그 날 밤.
결혼식 피로연장이 열렸던 성당 입구에 한 사람이 성당으로 들어가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거기 누구죠?"
"으억!"
"혹시, 또 다시 하길중의 소행으로 몰고 가려고 성당에 오셨나요?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하하하! 상상력이 풍부하군. 그 이야기를 어느 누군가에게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그래요? 그럼, 맨 먼저 신촌로터리 근처에 있는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일어난 사건부터, 하길중이 살해를 당한 사건까지 쭉 말해드릴까요?"
"뭐? 그게 뭔 말이야? 이상한 경호원."
"오, 굳이 질문할 필요없네요. 이미 그 통에서 석유 냄새가 나니까요. 여기를 불바다로 만들어서 모두를 죽음의 공포를 일으키려고 한 증거를 말이죠. 그렇죠? 하길중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결혼식 피로연장에 일하려고 온 취업준비생들을 잔혹히 살해한 주세현 씨?"
"내가 무슨 재주로 불바다를 만든다고 석유를 구하겠어?"
"그럼, 판교에 있는 한 창고에서 발견된 죽은 최수아에 대해서도 말씀해보시죠! 한때 하길중에 대해서 알고, 모란역에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을 말이죠!"
"최수아라고? 너 지금 최수아라고 말했냐?"
"네. 당신이 최수아가 하길중과 관련됬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그 길로 모란역으로 갔죠. 하길중을 죽이기 며칠 후에 말이죠."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데?"
"모란역에 숨은 당신은 최수아가 모습을 보이자, 그 자리에서 납치를 한 후 판교에 있는 한 창고에서 목 졸라 살해했죠.
그런 다음, 준비해둔 최수아의 모습과 비슷한 가면과 여성 의류를 입은 후에 최수아인 것처럼 행세를 한 거죠."
"참 상상력이 풍부하네."
"저와 나율이 COEX에서 만난 건 우리들이 이번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저지하려고 한 거죠?"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
"주세현. 마른 체형을 지닌 자네에겐 안성맞춤이지. 그것도 변장해서 우리 모두를 속이려는 생각으로 말야." 로지 호프만이 말했다.
"로지! 여긴 어떻게 온 거죠?"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디애나."
"젠장! 또 다른 파리가 왔군!"
"오, 형사를 파리로 비유하면 안 되지. 이미 이 사실은 경찰에 알려졌으니까."
"뭐?"
"디애나의 추리 뿐일까? 신촌에 있는 한 교회에 공포를 조장하는 영상을 틀었잖니."
"제길! 어느 틈에 그 사실도 알아낸 거야?!"
"그래 맞아. 그러니 어디 도망을 갈 생각은 하지 마."
그리하여 주세현은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살인을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하길중하고, 최수아, 그리고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 대부분 인정하였다.
"이걸로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 살인 사건은 끝났죠?"
"그래. 주세현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적어도 한시름은 덜 수 있겠지. 하지만 코드네임 블랙웨딩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어."
"대체 누가 코드네임 블랙웨딩이라는 거죠?"
"우리가 알아봐야겠군."
그렇게해서 디애나 던 일행은 유치장에 갇힌 주세현을 면회하였다.
"내게 볼 일이 있는 모양이군."
"그래. 다른 일로 온 거야. 너무 오해하지 마라고."
"그 말이 맞기를. 첫 번째 질문은 뭐야?"
"코드네임 블랙웨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나?"
"코드네임 블랙웨딩? 그 사람이라면 행사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일 뿐이야. 이름은 모르겠고."
"이름을 모르는 인물이렷다."
"하길중...... 그 인간에 대해서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 뿐이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거든."
"그럼 왜?"
"갓 출소한 하길중에게 제안을 한 거야. 결혼식장 관련 업체를 열자고. 하지만 하길중은 처음부터 반대했어. 또 다시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 날은 그 친구의 아버지가 아예 작살을 낸다면서 말야."
"이에 격분한 당신은 그를 살해했고, 하길중이 한 것처럼 위장하면서 지냈고."
"으음......"
"그거 알아? 넌 절대로 해선 안 될 죄악이란 죄악은 골라서 했지. 그것도 인생 하나뿐인 결혼식장에서 아주 잔혹하게 말이야. 그게 너가 저지른 죄야."
"더 가혹한 결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기회를 주겠어. 그 코드네임 블랙웨딩이라고 불리는 이름. 누구야?"
"하길중이야. 다른 사람은 없어."
"오,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때? 하길중이 한 것으로 죄를 뒤집어 씌운 죄가 점점 커지기 전에 말야."
"헉!"
"하길중은 결혼식 피로연장과 관련한 참극을 바라지 않아. 거기에 최수아를 죽인 사람이 하길중이 한 짓으로 돌리려고 한 혐의도 있잖아."
"알았어, 알았어. 하영주야. 더 말을 할 것도 없다고. 정말이야."
"하영주라...... 그 사람을 만나서 알아보지. 재판이 있기 전까진 문제 일으킬 생각하지 마라고. 알았지?"
"아...... 알았으니까 제발 날 내버려 둬."
"그래...... 다시 마주칠 일은 없겠지. 연쇄 결혼식 피로연장을 피바다로 만든 쓰레기를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