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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고름
작가 : 사사삭
작품등록일 : 2020.1.3

어느날부터 매일 같은 꿈을 꾼다.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속에서 누군가에게 쫒기며 도망가는 꿈.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지만 희미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 어?!. 그리곤 잠에서 깬다.
김가온. 나이 32. 이제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청년.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오늘도 무거운 몸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1화. 환영(幻影)
작성일 : 20-01-03 22:57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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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이다.

 

 그렇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나는 돈을 벌어야지.

 

 아침부터 기분 잡치게 또 악몽을 꿨다.

 

 축 처진 모습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가온.

 

 " 아이고. 아들~~ 왜 이리 힘이 없어?? 또 안 좋은 꿈 꾼 거야? "

 

 " 몰라~ 진짜 이놈의 회사 그만 둘까 봐. "

 

 " 누가 들으면 화낸다. 이놈아. 우리나라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빛나는 금성을 다니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

 

 " 그럼요. 누가 다니시는 곳인데~ 아침부터 아빠 자랑하시는 거예요? "

 

 가온의 아버지는 현재 금성 기업의 중요 이사로써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아들~ 왜 그래? 누가 괴롭혀?? "

 

 " 그래. 누가 힘들게 하면 아빠한테 바로 말해. 무슨 일 있었어? "

 

 " 아니에요~ 그러다가 또 누구 하나 잘려나가게? 됐습니다. 그냥 얼마 안 돼서 그런 거지 뭐. "

 

 " 얼른 준비하고 와서 밥 먹어요. 네가 좋아하는 갈비찜 해놨어. "

 

 " 네~ 알겠습니다. "

 

 

 ' 안녕하세요~ FM 라디오 좋은 아침입니다......'

 

 차 안에서 라디오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언제나 그렇듯 습관처럼 커피 한 잔을 들이켜며 라디오 소리와 함께 운전을 하는 가온.

 

 오늘은 해외 바이어와 미팅이 잡힌 날이라 더욱더 신경이 쓰였다.

 

 " 김가온 씨 내일 우리 중요한 미팅 있으니깐 자료 좀 미리 찾아와요. "

 

 갑자기?? 늘 이런 식이다.

 

 내가 무슨 요술봉을 들고 다니나...

 

 후... 매일이 그냥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다.

 

 그나마 악몽 덕분에 일찍 일어났나??

 

 잠을 거의 자지 못한 탓일까? 요즘 부쩍 자주 악몽에 시달린다.

 

 예민해진 탓인지 오늘 따가 다른 운전자들 상태가 말이 아니다.

 

 ' 야 이. 깜박이는 좀 넣고 들어와라... 오토바이 새끼들 진짜 저러다 곧 저승 가지... '

 

 아침부터 전쟁통이 따로 없다.

 

 우회전을 해야 하기에 백미러를 바라보는 순간.

 

 !?

 

 뭐지??

 

 너무 놀라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다시 쳐다보니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온은 잠깐 차를 갖길에 멈춰세우려 하는데 그때 전화가 울린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 여보세요? "

 

 " 아. 나야 정대리. 지금 어디쯤이야?? 오고 있는 거 맞아? "

 

 " 아. 네.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미리 자료는 이메일로 보내드렸는데요. "

 

 " 아. 그래? 그럼 보냈다고 말을 해야지~ 됐고 빨리 와.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 리허설해보게. "

 

 " 네. 알겠습니다. 한 5분 내로 도착하겠습니다. "

 

 " 어. 야. 다들 이미 도착했는데 너이씨 막내가. 어우~ "

 

 ......................

 

 후... 야 이 새끼야. 그거 다 내가 준비한 거잖아.

 

 쓰레기 새끼.

 

 가온은 자신이 방금 뭘 본 건지 공포를 느낄 시간조차 주지 않는 정대리의 전화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 요즘 기가 많이 약해졌나?

 

 뭐지?? 이제 헛것이 다 보이네...

 

 흐음...

 

 주차 후 잠시 숨을 고른 후 모두 모인 장소로 발길을 옮긴다.

 

 

 " 어? 김가온 씨? 여기예요~ "

 

 화사한 차림으로 가온을 반기는 동기이자 우리 팀의 활력소 정소희였다.

 

 " 수고 많았어요. 자료 보니깐 완전 아까 정 대리님 가온 씨 대단하다고 칭찬 일색이었어요. "

 

 " 하. 그래요? 늦는다고 잔소리는 들었어도 잘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었는데... "

 

 " 에이~ 오늘 미팅이 엄청 중요하다 보니 조금 예민해 지신 모양이에요. 가온 씨 아니었으면 이번 프레젠테이션 엄청 힘들었을걸요?? "

 

 기분 좋게 이야기해주는 소희 씨 덕분에 가온은 기분이 그럭저럭 좋아졌다.

 

 " 근데 오늘따라 핼쑥해 보이시네? 잠을 많이 못 잤어요? 하긴... 이번에 너무 급했잖아요. 저도 도움드리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 고마워요. 얼른 들어가죠. "

 

 안에서는 한참 프레젠테이션에 쓸 자료와 PPT를 확인 중이었다.

 

 이번 미팅에는 새로 출시되는 모델을 해외 바이저들에게 먼저 소개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아마 이따가 중요 이사분들 몇 분도 참석한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대리님과 과장님까지 긴장하고 계신듯하다.

 

 " 저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

 

 " 아. 아니야~ 이번에 김가온 씨가 거의 다 준비했다며? 정대리가 아주 자네를 맹신하고 있더구만. 덕분에 이번 프레젠테이션 아주 잘 성사되겠어. 수고했네. "

 

 어깨를 토닥이는 박 과장.

 

 넌지시 정대리를 바라보는 가온. 그래도 자기가 했다고 안 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고마웠다.

 

 " 아닙니다. 다 정 대리님이 알려주신 대로 했기에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

 

 " 하하. 아주 맘에 드는 친구구먼. 우리 팀이 앞으로 승승장구하겠어. "

 

 박 과장은 한시름 놓았는지 잠시 자리를 나서고 정대리가 다가온다.

 

 " 김가온 씨. 앞으로는 좀 더 일찍 나와. 아직 몰라서 그랬겠지만 지금 이사님들도 이미 다 출근하셨다고. 내가 김가온 씨 뭐라고 하려고 그런 게 아니고 윗분들한테 자기소개해줄라치면 이런 자리만큼 좋은 게 어딨어?? 생각 좀 하지~ "

 

 맞는 말인데 어쩜 저렇게 기분 좋게 말을 하실까 기분이 날아가겠어.

 

 "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일찍 나오겠습니다. "

 

 사실 정대리는 다른 사원도 있지만 유달리 김가온을 챙기기는 한다.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신입인 가온에게는 부담이었던 것이다.

 

 " 가온 씨. 저쪽에 가면 간단하게 먹을 간식이랑 음료 있어요. 아침 드시고 오셨어요? "

 

 " 네. 저는 아침 먹고 나옵니다. 소희 씨는 몇 시에 나오신 거예요? "

 

 " 아. 저는 오늘 조금 일찍 나왔어요. 이런 날 일찍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

 

 가온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이미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편파적인 대우가 있기는 했다.

 

 반면 아무 빽도 없는 일반 사원들은 늘 가온보다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물론 가온도 가온 나름의 압박이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업무가 끝이 났다.

 

 " 그동안 다들 잠도 설치고 힘들었을 텐데 그만 퇴근들 하지. 내가 과장님께는 잘 말씀드릴 테니. "

 

 " 정말요?? 그래도 돼요? 아직 점심밖에 안됐는데... "

 

 " 응. 오늘 일이 잘 마무리될 거 같다고 과장님이 일찍 보내라고 그러시네. 아니면 이따 같이 회식하자고 그러는데 퇴근할래? 회식할래? "

 

 " 네. 감사합니다.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

 

 요즘 분위기는 회식을 권하는 분위기가 아닌지라 회식보다는 조기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 김가온 씨? 가온 씨는 잠깐 위에서 보자고 하니깐 나랑 조금만 있다가요. "

 

 " 네? 저만요? "

 

 " 어. 아까 이사님이 자기 찾았는데 늦게 와서 내가 화장실 갔다고 그랬거든. 왜. 인사하기 싫어? "

 

 " 아. 아닙니다. "

 

 오늘 일찍 끝나면 동기들과 한잔하기로 했는데...

 

 이따가 합류하던지 해야지.

 

 " 소희 씨. 이따가 제가 연락드릴게요. 먼저 가 있어요. "

 

 " 네. 그럼 이따 봐요. "

 

 왠지 가온만 특급 대우하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동기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듯한데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잠시 후

 

 " 아. 자네가 김 이사 아들인가? "

 

 " 네. 안녕하세요. 전에 한번 저희 집에 식사하러 오셨었는데 오랜만에 뵙습니다. "

 

 " 기억하고 있구먼. 오늘 프레젠테이션 정말 맘에 들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아주 김 이사가 아들을 잘 키웠어. "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대 저 혼자 다 준비한 건 아니고 같이 동료들과 팀원들 덕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

 

 " 하하하. 누가 뭐랬나? 앞으로도 그렇게 잘 해주게나. 정대리는 나랑 같이 가야지? 지금 다들 기다린다고. "

 

 " 네. 알겠습니다. 김가온. 내일 회사에서 보자. 들어가라. "

 

 " 네. 내일 뵙겠습니다. "

 

 인사를 마친 후 회사 근처 호프집으로 향한다.

 

 이미 한창 낮술을 즐기고 있는 동기들.

 

 " 이야~ 오늘의 주인공 김가온이 들어옵니다. "

 

 " 어머~ 가온 씨 축하해요. 부럽다. 우리 솔직히 배 아파요? "

 

 다들 가온에게 즐겁게 인사를 하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 아까 백미러로 본듯한 사람이 가온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흠칫 놀라는 가온을 보며 오히려 당황하는 동기들.

 

 " 왜 그래요? 우리가 너무 심하게 환영했나? "

 

 " 뭐야~ 가온 씨 우리가 그렇게 싫어요? "

 

 "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방금 거기 누구였어요? "

 

 " 네?? "

 

 " 어머~ 가온 씨 진짜 장난도 진짜 같아. "

 

 " 못 말려. 정말 진지청년이라니깐. "

 

 다들 웃으며 가온을 환영하는데 가온은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듯했다.

 

 차 안에서 볼 때보다 더 선명한 느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에 떠밀려 어느새 맥주 한 잔을 마신 가온.

 

 머릿속에서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어릴 때 기억인가?? 갑자기 왜??

 

 노랫소리는 여러 어린이들의 합창같이 들렸다.

 

 멍~ 하니 앉아있는 가온에게 다가오는 소희.

 

 " 가온 씨 괜찮아요?? 진짜 많이 피곤했나 보다. 이마에 땀 봐. "

 

 " 아. 요즘 사실 통 잠을 못 자서... "

 

 " 왜요? 이번 준비하느라 잠을 많이 못 자셨나? 하긴... 다들 부러워 하긴 하지만. 너무 지나칠 만큼 대리님이 가온 씨만 부려먹는 거 같긴해요. "

 

 " 아... 그게 아니고 요즘 자꾸 쫓기는 꿈을 꿔서... "

 

 " 이제 당분간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을 테니깐 걱정 마요. 일이 정말 힘들었나 봐. "

 

 소희는 가온의 이마의 땀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그때 아주 어릴 적 누군가 자신의 이마를 닦아주던 손이 생각난다.

 

 ' 00야. 괜찮아? 얼굴에 뭐가 묻었어. '

 

 뭐지?? 이게 언제 기억이지??

 

 가온은 한참을 그렇게 동기들과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간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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