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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9화
작성일 : 16-09-21 11:35     조회 : 495     추천 : 0     분량 : 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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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_마청과 A조_합작_160824

 

 

 9.

 

  마청과의 A조가 있는 마법청소년과 기숙사 501호의 풍경은 오늘도 비슷했다.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역시 한소래담이었다. 늘 긴장하고 있는 그녀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가 가슴을 꽁꽁 동여매고 나오면 기숙사실은 한창 소란스러울 때였다.

 

  “좀 일어나라고!”

 

  첫 일주일 동안 혜달은 채소한을 매우 자상하게 깨웠지만 채소한은 단 한 번도 제 시간에 수업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채소한을 열심히 깨우던 혜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8일째 되던 날, 혜달은 좋은 말로 해서는 채소한이 잠에서 깨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그리하여 혜달은 지금 잠에 빠진 채소한의 멱살을 쥐고 짤짤 흔드는 중이었다.

 

  “방금 눈 떠놓고 또 자냐! 이건 무슨 짐승도 아니고...”

 

  그 소란에 이우비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으음! 짐승이라는 말만큼 우리 미니멈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는 것 같아. 언제나 본능적이지.”

 

  이우비는 잠기지도 않은 목소리로 킥킥거리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우비가 한소래담의 뒤를 이어 501호 화장실로 들어가고 나자 5층의 공용화장실에서 세면을 한 시아랑이 501호에 돌아왔다.

 

  혜달은 울컥한 표정으로 채소한의 등을 철썩 때렸다.

 

  “너 때문에 나까지 지각한다고!”

  “무시하면 되잖아.”

 

  시아랑이 교복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짧게 말했다. 혜달은 시아랑과 채소한을 번갈아 보다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얘를 왜 깨우는 걸까?”

  “오지랖 때문에.”

 

  가방을 챙기며 시크하게 대꾸하고 시아랑은 제일 먼저 기숙사를 나갔다. 혜달은 그 뒷모습을 보며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한소래담이 머리를 말리고 시간표를 확인할 때쯤이 되니 그제야 채소한이 부스스 일어났다.

 

  “으. 나. 이번에 화장실 들어갈 거야. 나.”

 

  잠이 덜 깬 채소한이 눈앞의 혜달을 꼭 껴안으며 칭얼거렸다. 채소한은 원래 친구들에게 하는 스킨십이 잦았다. 익숙해진 혜달이 채소한의 등을 팡팡 때렸다.

 

  “그래그래, 빨리 정신 차리고 일어나.”

  “으응...”

 

  채소한은 눈을 거의 뜨지도 않고 침대에서 내려와 이번엔 한소래담을 껴안았다. 벌써 몇 번이나 겪은 일이지만 한소래담은 이 스킨십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채소한은 한소래담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숨을 크게 쉬었다. 한소래담의 어깨가 딱딱하게 굳었다.

 

  팔을 푼 채소한이 이번에는 막 화장실에서 나온 이우비를 껴안았다. 이우비가 채소한을 거의 부축하듯 잡고 화장실로 옮겨 놓았다. 채소한은 변기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결국 다시 한 번 출동한 혜달이 채소한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채소한은 그제야 양치질을 시작했다.

 

  혜달이 한숨을 내쉬며 공용화장실로 나가고 나면 한소래담은, ‘오늘 아침도 무사히 넘어갔구나’ 하면서 가방을 메는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아침이지만 한소래담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생활이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

 

  입학한 지 일주일도 넘었지만 한소래담이 그나마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건 혜달 뿐이었다. 혜달이 워낙에 자상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둘의 특활1 시간표가 겹친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버프 실습반, 아니고, 전략 연구법, 아니고, 마법청소년의 역사, 아니고...”

 

  채소한은 특활1 시간이 되어 교실을 옮기고 있었다. 그에게 이 학교는 몇 날 며칠이 지나도 미로랑 다를 게 없었다.

 

  “끄응, 길이 왜 이렇게 복잡한 거야?”

 

  특활1의 수업을 고르는 날 채소한은 늦잠을 잤다. 채소한이 ‘흑도종의 연구’ 특활 수업을 받게 된 게 그런 이유였다. 흑도종 연구반은 마청과의 전투와 큰 관련 없는 이론 위주의 수업인 데다 난해하고 어렵고 쪽지시험까지 많아 학생들 사이에선 기피 과목이었다. 하지만 채소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무슨 수업을 듣든 잠이나 잘 테니까.

 

  “어, 여긴...”

 

  ‘올바른 마법 아이템 사용법’.

 

  한소래담과 혜달이 듣는 특활 과목이었다.

 

  채소한이 벌컥 문을 열었다. 앞문이라 순식간에 시선이 집중됐지만 채소한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혜달이 채소한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어? 웬일이야?”

  “헤헤. 그냥 지나가다가.”

 

  순진무구한 대답에 혜달이 픽 웃었다. 집에 두고 온 여동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혜달은 자연스럽게 채소한의 구겨진 옷깃을 똑바로 다듬어주었다. 채소한 역시 누나가 있었기 때문에 혜달의 보살핌이 어색하지 않았다. 돌아서라는 손짓에 순순히 몸을 돌리며 묻는다.

 

  “근데 맨소래담은 어딨어?”

  “한소래담이야.”

  “응.”

 

  혜달이 채소한의 등에서 구깃구깃해진 셔츠를 쫙 당겨 주며 대답했다.

 

  “요즘에 좀 바쁜 것 같던데. 잡초 뽑기 때문에.”

  “그래? 같이 놀고 싶은데.”

  “야, 너넨 그 놈을 왜 그렇게 신경 쓰냐?”

 

  채소한이 낯선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혜달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채소한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 학생도 같은 마청과 학생이었고, 혜달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조원이니까 신경 쓰는 거지.”

  “누가 그걸 몰라서 묻냐? 너네한테 비교하면 짐덩이잖아. 조별 과제도 많을 텐데. 꼭 실력도 딸리는 것들이 노력도 안 한다니까?”

  “그만 해.”

 

  혜달은 그쪽을 보지도 않고 채소한의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 주었다. 하지만 남학생 쪽에서는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다.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이대로 가면 나중에 실전 뛸 때 사고 날걸. 차라리 선생님한테 ‘열등생 신고’ 먹여버려. 그런 애들끼리 모아서 밑바닥 조 만드는 거 있잖아. 방법 알려줄까? 내가 아는 선배도 그렇게 해서...”

  “그만...”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채소한이 혜달의 말을 끊었다. 남학생을 보는 채소한의 눈살이 찌푸려져 있었다. 살벌한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남학생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혜달은 한숨을 내쉬고 채소한의 두꺼운 팔을 툭툭 쳤다.

 

  “종 치겠다. 얼른 가.”

  “응.”

 

  채소한이 금세 순한 얼굴로 돌아와서 혜달을 향해 홱 돌았다.

 

  “근데 나 길 잃어버린 것 같아!”

  “...또?”

 

  드르륵.

 

  혜달이 잠시 말을 잃은 사이에 뒷문이 열리며 한소래담이 들어왔다. 소매가 완전히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잡초보다 벽돌을 뽑고 있던 거였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혜달은 그녀의 성실함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선생님은 검사도 안 할 일을 저렇게 성실하게 하고 있다니. 저런 녀석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리가 없지.’

 

  한소래담이 안다면 양심이 남아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왔어?”

 

  혜달이 한소래담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뒷담을 했던 남학생은 아무 일 없던 척 자리로 돌아가 수업 준비를 했다. 혜달은 한소래담의 소매에 묻은 흙을 털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고생했다.”

  “괜, 찮아.”

 

  한소래담이 어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손길을 거절했다. 그리고 흙먼지 묻은 소매를 직접 문질렀다. 채소한이 두 사람을 보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둘이 같은 수업이라 좋겠다.”

 

  채소한은 곧 결연한 얼굴로 혜달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나도 이 수업 들을래!”

  “...내가 못살아.”

 

  혜달이 땡깡을 피우는 채소한을 교실로 데려다놓는 동안 한소래담이 자기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의 시선이 몰렸지만 한소래담은 개의치 않았다. 시선이 몰린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마청과 남학생과 혜달, 채소한의 대화가 교실에 돌아오는 중이던 그녀에게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와서 우울해질 필요는 없어. 이미 알고 있던 얘기였잖아.’

 

  말마따나 그녀도 자신의 평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전교에 한 반 밖에 없는 데다 언론에도 많이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마법청소년’이었다. 소문이 퍼지는 것은 금방이었고, 당연히 그것을 듣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침울해진 그녀는 조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시아랑의 용기, 혜달의 자상함, 이우비의 능청스러움이나 채소한의 천진난만한 인상까지 모두 그녀가 원하고 바라왔던 ‘친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러나 가질 수도 없고 지켜볼 수도 없었다. 이미 그녀가 아빠와 이야기했던 2주째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어쩔 수 없어. 혹시 내가 도망친 것 때문에 조원들이 망신을 당해도, 그러다가 시험도 망치고 졸업도 못하고 실습도 제대로 못해서 나 때문에 다들 백수가 돼도, 어쩔 수 없는 거야. 난...’

 

  혜달이 교실로 돌아왔다. 한소래담은 생각에 잠겨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혜달은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채소한이 너 주래.”

  “아?”

  “이건 내가 주는 거고.”

 

  한소래담의 손바닥 위에 알파벳 초콜렛 두 개가 올라왔다. 손끝이 떨리며 바스락거리는 비닐소리가 났다. 한소래담이 손을 꽉 쥐었다. 그녀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가슴 속에 작은 돌이 달그락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한소래담의 첫 번째 탈주는 시아랑에게 걸려 무산되었다.

 

  ***

 

  시아랑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는 도중까지도 한소래담은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 일로 한소래담이 A조에서 퇴출당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한소래담은 이미 한번 시아랑에게 밉보이지 않았던가. 아니, 퇴출로 끝난다면 차라리 나았다.

 

  ‘혹시 도주 시도가 학교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한소래담은 마른침을 삼켰다.

 

  여권 위조가 끝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작 이 학교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경비원의 순찰 일정이나 학교 바깥부터 시내까지의 약도 같은 것도 진작 알아놨어야 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어.’

 

  선생님들은 모르지만 교장은 한소래담의 특수한 이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이 예드람의,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학교 탈출은 물론이거니와 밀출국도 물 건너가 버릴 게 뻔했다.

 

  “시아랑.”

 

  이것저것 생각만 하는 대신 한소래담은 시아랑의 이름을 불렀다. 시아랑은 여느 때 같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소래담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왜 부른 거냐는 당연한 질문도 꺼내지 않았다. 한소래담이 짧게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 말하지 마.”

 

  시아랑은 대답 없이 다시 앞서 걸었다. 뒷모습만으로는 그가 화가 난건지 무심한 건지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소래담은 뒤늦게 초조해졌다.

 

  ‘좀 좋게 말할 걸 그랬나?’

 

  불안감이 피어올랐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고 내뱉은 말이다. 한소래담은 떨리는 마음을 억지로 다잡았다.

 

  시아랑은 마청과 기숙사 501호의 방문을 열었다. 채소한은 이미 코를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와?”

 

  혜달이 빨래를 개며 물었다. 한소래담의 말을 무시하며 온 시아랑은 혜달의 질문도 무시하고 자신의 2층 침대에 올라갔다. 옆 침대의 이우비가 읽던 만화책을 덮고 배꼼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 들어온 거야?”

 

  시아랑은 이우비의 질문까지 무시하고 이불을 덮었다. 그는 완전히 자기 세상이었지만 한소래담은 질문 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덜컥 덜컥 내려앉았다. 시아랑이 언제 그녀의 탈출시도를 말할지 모르니까.

 

  “뭐야, 비밀? 둘이 데이트라도 하고 온 거야?”

  “남자끼리 무슨.”

 

  한소래담은 이우비의 질문을 애써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자기 침대에 올라갔다. 혜달이 기겁하며 그녀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야 뭐하는 거야! 옷 갈아입고 자!”

 

  한소래담이 제 옷을 내려다보았다. 흙 위에서 포복 전진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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