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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4화
작성일 : 16-09-05 00:17     조회 : 644     추천 : 0     분량 : 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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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한 학년 당 30명이 전부인 마법청소년 학과(통칭 마청과)는 수업시간과 기숙사 생활 동안 모두 5인 1조로 생활한다. 즉 24시간 내내 한소래담에게 혼자 있을 시간은 없다는 뜻이다. 성별과 출생을 숨겨야 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일정이었다.

 

  한소래담은 졸린 몸을 억지로 세웠다. 긴장을 풀지 못한 몸이 안쓰럽게 굳어 있었다.

 

  “이 학교는 참 좋은 것 같아. 아침으로 제육볶음이 나오다니. 게다가 점심에는 찜닭이 나오더라고!”

 

  채소한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한소래담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떠들었다. 한소래담의 17년 인생에 이렇게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색하지만 고맙고, 고맙지만 그 와중에도 긴장을 풀 수가 없어 한소래담은 시종일관 복잡한 기분이었다.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말없이 고개만 한번 끄덕한다.

 

  “맞아. 나도 밥이 든든하게 나오는 건 좋더라.”

 

  한소래담의 옆자리에 앉은 혜달이 대신 대답했다. 채소한은 한소래담이 대답하든 혜달이 대답하든 그저 좋은 모양이었다. 결국 그들 사이의 대화는 채소한이 한소래담에게 묻고 그 말에 혜달이 대답하는 이상한 구도가 되었다. 한소래담도 이 일이 어떻게 돼가는 건지 모를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혜달은 다 같이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해.’

 

  날 때부터 매서운 인상이었던 데다 말주변도 없어서 제대로 된 친구가 생긴 적이 없었던 한소래담은 그런 혜달이 매우 고마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야 실전에 나가서부터는 서로 목숨을 맡기는 관계가 될 테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한소래담은 어쩔 줄을 몰라 다시 고개만 끄덕거렸다.

 

  “잠깐 교무실 좀 갔다 올 테니까 같은 조끼리 앉아 있어.”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세 사람은 멀뚱히 서로를 쳐다보았다. 분명 5인 1조인데 한 명은 아직 안 왔고 한 명은 저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구석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책만 넘기고 있는 시아랑은 세 사람이 있는 자리까지 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때 한소래담의 팀원 중 보이지 않았던 한 명이 교실 뒷문을 벌컥 열었다.

 

  “늦어서 죄송... 한데 선생님 안 계시네? 그럼 안 죄송하지.”

 

  이우비가 살랑거리는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왔다.

 

  “오, 안녕.”

 

  한소래담과 눈이 마주친 이우비가 태연하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자연스럽게 채소한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는다.

 

  “오랜만이야, 미니멈. 별명은 여전해?”

  “당연하지!”

 

  이우비와 친구라고 했던 채소한의 말대로 둘은 꽤 친근해 보였다. 뭐라 대화가 이어지려는 타이밍에 선생님이 돌아왔다. 한소래담이 저도 모르게 선생님과 이우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우비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소리를 냈다.

 

  “자, 주목! 조례는 아까 했으니 됐고, 마침 1교시가 내 수업시간이네. 오늘은 첫날이니 특별히 야외 수업이다.”

 

  야외수업을 좋아하는 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자 선생님이 교탁을 내리치고 말을 이었다.

 

  “8시 58분까지 다들 실습장으로 나와. 지각하면 벌점 있다.”

 

  혜달이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지금 55분인데요.”

  “그래. 그러니까 58분까지 오라고.”

  “.......”

 

  선생님은 운동장 쪽 창틀에 한 발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지각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선생님은 그대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채소한이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내다봤다. 선생님은 3층에서 뛰어내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착지해 있었다.

 

  ‘선생님도 마법소녀였구나...’

 

  한소래담은 잠시 말을 잊었다. 마청과의 여선생님이었지만 정말 마법소녀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저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짧게 감상에 젖었다.

 

  “우리도 가자!”

 

  채소한이 씩씩하게 창문에 발을 걸쳤다. 혜달이 채소한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래. 계단으로.”

 

  혜달이 채소한의 등을 떠밀며 교실을 나갔다. 우왕좌왕하던 다른 학생들도 그들을 따라 달렸다.

 

  한소래담은 멀어지는 뒤통수들을 보며 진심으로 안도했다. 눈에 띄지 않으려면 마법을 쓸 줄 안다는 걸 숨겨야했다. 하지만 달리기는 억지로 못하는 척 하지 않아도 된다. 덧붙여, 그녀는 달리기를 ‘정말’ 못 했다.

 

  못하는 척을 하는 건 어렵지만 정말 못하는 걸 못하는 건 편하다. 그냥 못하면 되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소래담은 느긋하게 걸었다. 방해자만 없었어도 훨씬 좋았겠지만.

 

  “왜 안 뛰어?”

  “.......”

 

  이우비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는 이우비도 걷고 있었다. 한소래담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걷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한소래담 맞지? 나는 이우비야. 어제 봤지? 근데 너 피부 관리 좀 하나보다, 엄청 말랑말랑하게 생겼네.”

 

  ‘이름을 알려준 기억은 없는데.’

 

  한소래담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걸음이 점점 빨라지다 못해 이제 거의 전력질주를 하는 수준이 되었지만 이우비는 아직도 여유 만만한 모습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한소래담을 졸졸 따라와 끈질기게 말을 걸어댄다. 실습장에 도착해 있던 학생들과 선생님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쟤네 뭐하냐?”

  “한 놈은 치근덕거리고 한 놈은 철벽을 치는 것 같은데요?”

 

  남학생 한 명이 대답했다. 멀리서 이우비가 번쩍 손을 들었다.

 

  “저요! 제가 치근덕거리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빨리 안 와?”

 

  선생님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소래담이 후닥닥 뛰어 혜달의 바로 뒤에 쪼그려 앉았다. 그 옆에 이우비가 편히 섰다.

 

  그때 숨을 헐떡이고 있는 한소래담의 귀에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이 들렸다.

 

  “그럼 바로 들어간다. 제일 늦게 온 너희부터.”

 

  한소래담이 믿지 못하고 선생님을 올려다보았지만 야속하게도 눈이 마주쳐 버렸다.

 

  “뭐 해? 얼른 일어나. 너희 다.”

  “...쯧.”

 

  들으라는 듯 혀를 차고 시아랑이 앞서 걸었다. 그녀가 늦게 들어온 것이 시아랑에게 폐가 된 게 분명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조원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법은 없을까.’

 

  한소래담의 가슴 한 구석이 죄책감 때문에 묵직해졌다.

 

  “자.”

 

  선생님이 한소래담의 조를 실습장 입구로 불러 모았다. 실습장은 비닐하우스라고 부르기에는 크고 돔이라고 부르기에는 작은 반구형 건물이었다. 교실 두 개만한 넓이에 2층 정도 되는 높이로, 벽은 특이하게도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재질로 되어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뭐 하는 건데요?”

  “들어가기나 해.”

 

  선생님이 채소한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빠르고 정확한 발놀림에 채소한이 실습장 안으로 골인했다. 채소한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엉덩이를 매만지는 사이 시아랑이 실습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넓어서 좋네. 체육관 같은 건가?”

 

  이우비가 감탄하며 두리번거렸다. 마지막으로 한소래담이 들어오자마자 밖에서 철컥 소리가 났다. 당황한 한소래담이 문고리를 돌렸지만 당연히 문은 잠겨 있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왜 실습장인지는 곧 알게 될 거다. 중학교 때 배운 실력을 발휘해보도록.”

  “서, 선생님!”

 

  한소래담이 문을 두드렸지만 이번엔 매정한 대답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실습장 안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마법소년 적합자 판정을 받은 학생들도 중학교는 모두 일반학교를 나왔다. 흑도종에 대해 배운 것이라고는 상식이나 이론이 전부였는데 다짜고짜 실력을 발휘하라고 해봤자 호랑이 같은 힘이 솟아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혜달은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주문 같은 걸 배운 적도 없는데 실력을 발휘하라니, 지금 인수분해 공식이라도 외우라는 거야?’

 

  “정신 차려! 위다!”

 

  시아랑의 목소리를 따라 혜달이 고개를 들었다. 천장이었다.

 

  ‘그것’을 제일 먼저 발견한 시아랑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검게 덮여 있는 비늘과 도마뱀 같은 모양새. 흑도종(黑渡種).

 

  천차만별인 외양 중에서도 가장 흔한, 책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시아랑은 교과서에서 읽었던 내용을 되새기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흑도종은 대부분 지능이 없는 맹수와 다를 바 없는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어서 등을 보이거나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위험했다.

 

  그리고 그게 그가 중학교 때 배운 전부였다.

 

  천장에서 흑도종이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한소래담은 눈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흑도종이 내려온 천장을 유심히 바라봤다. 작은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비켜!”

 

  한소래담은 갑작스럽게 뒷덜미를 잡혀 던져졌다. 방금까지 한소래담이 있던 자리에는 흑도종의 커다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한소래담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자신의 다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주문을 걸기 위해 입술을 뗐다.

 

  ‘...잠깐.’

 

  한소래담은 유리 벽 너머에 선 사람들을 훑어봤다. 긴장하고 있는 학생들과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선생님.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도로 손을 뗐다.

 

  ‘지금 주문을 쓸 수는 없어.’

 

  “짐 덩어리 같으니.”

 

  가볍게 혀를 찬 시아랑이 한소래담을 말 그대로 짐짝처럼 옆구리에 끼웠다.

 

  “자, 잠깐!”

 

  ‘아무리 여자라지만 키가 170cm도 넘어가는데!’

 

  깜짝 놀란 한소래담이 뭐라 항의하기도 전에 시아랑은 그녀를 들고 물러다나가 혜달에게 던졌다. 혜달은 자기도 모르게 한소래담을 공주님 안기 자세로 받아 들었다.

 

  손이 가벼워진 시아랑이 곧바로 벽을 딛고 뛰어올라 흑도종을 내리쳤다. 하지만 당연히 맨손으로는 흑도종의 비늘 하나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한소래담이 자신을 안아 든 혜달에게 말했다.

 

  “나 좀 내려줘. 저쪽에 무기가 있어.”

 

  혜달이 한소래담의 손끝을 따라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출입문 바로 옆에 목검 몇 자루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근처에 서 있던 이우비가 한소래담의 손짓을 보고 목검을 집어 들었다. 곧바로 투창하듯 던져 버린다.

 

  “시아랑!”

 

  목검은 바람 찢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시아랑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시아랑이 그것을 정확하게 잡아챘다. 채소한도 이우비가 던진 목검을 쉽게 잡아냈다.

 

  “혜달, 너도!”

 

  혜달도 이우비가 던진 목검을 급하게 받아들었다. 졸지에 내던져진 한소래담이 바닥을 굴러 이우비 옆에 멈췄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앉아 조원들을 쳐다보았다. 흑도종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흑도종을 구타하는 모습들을.

 

  “너도 줄까?”

 

  이우비가 목검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우비는 별다른 대꾸 없이 천장을 바라보았고 한소래담도 그의 시선을 따라 턱을 들었다. 탁구공만 한 하얀색 조명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혜달, 오른쪽!”

 

  시아랑의 목소리를 따라 혜달이 흑도종의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흑도종의 주의가 혜달에게 쏠린 틈을 타 시아랑이 목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흑도종에게는 닿지 않았다.

 

  “무, 무슨...”

 

  시아랑이 눈을 크게 떴다. 흑도종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그의 목검은 허공을 갈라버렸기 때문이다.

 

  “끝, 끝! 끝났다!”

 

  천장의 조명이 멈춘 것을 확인한 이우비가 짝짝 자축의 박수를 쳤다. 채소한도 예상한 일이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몸을 털었다. 선생님이 잠겨있던 문을 열고 말했다.

 

  “8분 49초. 나와.”

 

  혜달이 허탈하게 헛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의 손이 그들의 시간 기록에 동그라미를 여러 번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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