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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3화
작성일 : 16-09-03 11:23     조회 : 451     추천 : 0     분량 : 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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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시곗바늘이 똑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침묵의 시간이 흐를수록 혜달의 미소가 이상해졌다.

 

  ‘이제라도 아무 일 없던 척 할까?’

 

  혜달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미 입꼬리가 경련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가리고 곰돌이 푸가 그려진 빈 부직포 가방을 곱게 접었다. 그리고 프리큐어가 그려진 두 번째 가방을 풀었다. 혜달의 막내 여동생이 잘 다녀오라며 엉엉 울면서 넘겨준 것이다.

 

  ‘정든 오빠를 군대 보내는 심정으로 운 건지 그냥 아끼던 가방을 줘야한다는 게 분해서 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동생들을 생각하자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짐정리를 이어 하려던 찰나 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응?”

 

  ‘한소래담이 문을 잠근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양반다리를 하고 옷을 개던 혜달이 끙차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열려있는 문에 노크를 하다니, 예의범절이 바른 학생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선생님일지도 모르지만, 혜달은 문 너머에 있는 것이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어색함을 가시게 해 줄 사람이라면 심지어 악마 같은 둘째 동생이라도 환영이다.

 

  혜달이 문을 열었다. 큼지막한 크기의 핫핑크색 캐리어, 양쪽 귀에 주렁주렁 달린 피어싱, 보일 듯 말 듯한 속쌍꺼풀과 짙은 갈색 눈동자가 순서대로 눈에 들어왔다.

 

  혜달은 반갑게 말했다.

 

  “아, 혹시 501호 학생이야?”

  “응.”

 

  상대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혜달은 그 정상적인 반응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나는 혜달이라고 해. 너는?”

  “이우비.”

 

  혜달은 두 번째 감동을 받았다.

 

  혜달이 작은 전율에 몸을 떠는 동안 이우비가 캐리어를 끌고 방에 들어왔다.

 

  “흐음, 방이 넓진 않네.”

 

  혼잣말을 하며 이우비가 방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책상이 다섯 개, 그 위에 설치된 높은 침대도 물론 다섯 개, 서랍이 달린 옷장도 다섯 개고 화장실은 하나. 그리고 웬 눈도 못 마주치는 소심이가 한 명.

 

  ‘아니, 성질 더러워 보이는 중2병이 한 명.’

 

  한소래담과 눈이 마주친 이우비가 그녀에 대한 인상을 수정하고 있는 동안에도 혜달은 떠나지 않은 감동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우비가 가진 캐리어가 너무 큰 것 같은데.’

 

  “짐 정리하는 거 도와줄까?”

  “그럼 고맙지!”

 

  혜달이 오지랖을 부렸지만 이우비는 불쾌한 기색 한 점 없이 환하게 웃었다. 한소래담의 무뚝뚝함에 충격 받았던 혜달은 이우비의 미소를 보며 힐링 타임을 가졌다.

 

  ‘다행이다. 얘랑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혜달은 웃으며 이우비의 캐리어 손잡이를 건네받았다. 작은 노동력 정도야 앞으로의 인연을 위해 얼마든지 보태줄 수 있었다. 이우비가 눈이 접힐 정도로 짙게 웃으며 답례했다.

 

  “그럼 난 놀다 올게. 내 자리는 저쪽으로 부탁해~”

  “뭐?”

 

  경쾌한 탕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한소래담은 닫힌 문을 바라보는 혜달에게 측은지심을 느꼈지만 그녀 역시 제 코가 석 자였다. 혜달은 캐리어를 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분노했고 한소래담은 괜한 불똥이 튀기 전에 슬금슬금 501호를 나갔다.

 

  “휴우...”

 

  그녀는 복도를 나온 후에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화장실 하나 딸린 원룸에서 남자 4명과 함께 생활이라니, 혜달 한 명과 있는 것도 숨이 막혔던 그녀에게는 허들이 너무 높았다. 한윤과 약속한 2주 후가 더더욱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순긴이었다.

 

  ‘아까 이름 말했을 때 목소리가 이상하진 않았겠지?’

 

  한소래담은 끊임없이 걱정하며 연신 헛기침을 했다. 차라리 이러다가 목이 쉬면 좀 덜 긴장될 것 같았다.

 

  마침 황사가 꽃바람처럼 날리던 봄날이라 한소래담의 목은 금방 칼칼해졌다. 헛기침이 진짜 잔기침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괜한 짓을 했다 생각하며 연신 캑캑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한소래담의 등을 때렸다.

 

  “쿨럭, 켁, 케헥, 커헉!”

  “괜찮아?”

 

  ‘잠깐만, 등 때리는 건 토할 때고...!’

 

  선의를 베풀어주는 건 고마웠지만 행동은 전혀 고맙지 않았다. 한소래담이 급하게 손을 휘저었지만 상대는 사양할 필요 없다며 그녀의 만류를 만류했다.

 

  목은 칼칼하고 기침하느라 배에 힘이 들어가는 와중에 등까지 아프자 한소래담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손이 어찌나 매운지 한소래담은 자기 등가죽이 아예 벗겨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결국 한소래담은 있는 대로 얼굴을 찌푸리며 탁 소리 나게 그 손을 쳐냈다. 상대는 내쳐진 손을 허공에 그대로 들고 멀뚱멀뚱 서 있었고, 한소래담은 냉랭한 기가 흐르는 사나운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내가 너무 심했나.’

 

  한소래담은 자신이 너무 심했나 싶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등은 후끈거렸지만 선의에서 나온 행동임엔 변함이 없을 텐데 과민반응을 보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한소래담의 험악한 얼굴에도 주눅 든 기색 없이 방긋 웃었다.

 

  “어때? 이제 기침 멈췄지?”

 

  헤실 거리는 얼굴에는 아직 애티가 남아있었고 표정도 순수 그 자체였다. 상대가 너무 천진해서 한소래담은 차마 거기에 찬물을 뿌릴 수가 없었다.

 

  한소래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상대가 뜬금없이 자신의 파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럼 이번엔 네가 나 좀 도와주라.”

 

  방금 전에 겪었던 혜달과 이우비의 상황이 떠올라 한소래담은 대답을 망설였다. 하지만 상대는 한소래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파카 안주머니와 바지 주머니까지 한바탕 뒤집어놓고 있었다.

 

  ‘그래, 이 사람도 방금 날 도와줬으니까...’

 

  “큼, 뭔데?”

 

  한소래담은 짧게 물었다. 방금까지 격하게 기침을 하던 터라 목소리가 갈라졌다.

 

  상대는 매고 있던 배낭의 제일 작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종잇조각을 꺼냈다. 꼼지락 꼼지락 열심히 펴고 있다.

 

  한소래담이 그 모습을 보며 픽 웃었다.

 

  그의 키는 한소래담과 비슷했지만 옷 위로도 근육이 붙은 게 보일 정도로 건장한 몸을 하고 있었다. 듬직한 덩치로 순한 얼굴을 하고 굵은 손가락을 조몰락조몰락하는 모양새가 아이러니해서 꽤나 귀여워 보이는 것이다.

 

  한소래담이 조용히 기다리자 종잇조각은 놀랍게도 A4용지 크기가 됐다! 남학생은 그것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아, 소리를 내며 한소래담에게 말했다.

 

  “501호가 어딘지 좀 알려줘!”

  “...501호?”

 

  방금 전까지 그녀가 있던 방이었다.

 

  “응. 왜?”

  “아니. 나랑 같은 방이라.”

  “엇! 정말?”

 

  기운이 다 빨린 느낌이었다. 이제 막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났다 했더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하릴없이 돌아다녔던 자신을 혜달이 어떻게 생각할지 굳이 짐작해볼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얄밉다고 생각하겠지.’

 

  한소래담은 기운 없이 앞장섰다. 채소한이 쫄래쫄래 따라갔다.

 

  “와! 그럼 우리 3년 동안 같은 반에 같은 방이네! 이름이 뭐야?”

  “한소래담.”

  “어... 이름이 기네.”

 

  끄덕거릴 힘도 아까웠다. 한소래담은 반응 없이 걷기만 했다.

 

  “나는 채소한. 친구들은 미니멈이라고 불러. 원래 별명이 최소한이었거든. 이름 때문에. 키도 내가 친구들 중에 제일 작았고. 어, 근데 넌 나랑 키 비슷하네? 너도 나랑 비슷한 별명 있었어? 이름이, 어, 그러니까, 맨소래담?”

 

  한소래담이다. 그리고 그녀는 채소한의 별명을 물어본 적도 없었다.

 

  한소래담은 그냥 입을 다물었고,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채소한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어색해서가 아니라 학교 안을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딱 붙어 따라오는 채소한이 부담스러워서 한소래담은 슬그머니 벽 쪽으로 붙었다. 그러자 채소한도 덩달아 벽으로 붙어 걸었다. 그가 등에 짊어진 가방은 등산가방보다 크고 두꺼웠고, 가까워진 거리만큼 한소래담의 어깨가 좁아졌다.

 

  채소한은 걷는 내내 학교를 둘러본답시고 이리저리 몸을 돌렸다. 가방의 무게 때문에 채소한의 건장한 몸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한소래담은 가방에 머리를 얻어맞거나 뺨을 눌렸다.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똑바로 걷질 못하는 대형견을 곁에 둔 기분이었다.

 

  채소한은 결국 한소래담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고, 그녀 역시 채소한이 한 번 넘어질 뻔한 것을 봤기 때문에 손을 놓으라고 말하지 못했다. 지나가던 학생이 넓은 복도에서 굳이 붙어 걷는 두 사람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다행히 한소래담의 쪼그라든 어깨가 광대에 닿기 전에 501호에 당도했다. 부담스러움에(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숨이 막혔던 한소래담이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

 

  “.......”

 

  그런데 501호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한소래담은 문을 열자마자 그대로 멈췄다. 자상해 보이던 혜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그 맞은편에 선 남학생은 한소래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인상이 더러웠다.

 

  ‘그래도 잘생기긴 했네.’

 

  한소래담은 순간 그렇게 생각한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그게 실수였다. 남학생의 눈꼬리가 사납게 일그러졌다.

 

  “너도 우리 학교였냐?”

  “얘는 아니야.”

 

  혜달이 한소래담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방 안의 공기가 지나치게 냉랭했다.

 

  “뭐야? 왜 안 들어가?”

 

  채소한이 한소래담의 어깨 뒤에서 고개를 디밀었다. 그에게 옷자락이 잡혀있던 한소래담이 뒤로 휘청 넘어갈 뻔했다. 제 몸집만한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채소한은 제 품에 부딪혀온 한소래담의 무게를 넉넉히 견뎌냈다.

 

  혜달과 채소한, 한소래담을 번갈아 보던 남학생은 쯧 혀를 차고 501호를 나갔다. 한소래담이 그와 어깨를 부딪쳐 또 한 번 휘청했다. 이번에는 혜달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지탱해줬다.

 

  “괜찮아?”

 

  그녀가 얼떨떨하게(보기에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혜달이 미안한 얼굴로 웃으며 사정을 설명했다.

 

  “지금 나간 애는 시아랑이라고, 우리처럼 501호에 배정됐나 봐. 나랑 같은 중학교였는데... 내가 별로 맘에 안 드는 것 같아.”

 

  한소래담은 대꾸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혜달의 시선이 그녀 뒤의 채소한에게 갔다.

 

  “근데 그쪽은?”

  “난 채소한! 나도 501호야. 근데 5인 1조지? 너랑, 방금 나간 애랑, 맨소래담이랑, 나랑... 또 한 명은 누구야? 아직 안 왔어?”

  “아니, 이우비라고...”

 

  혜달이 중간에 한숨을 섞었다. 이우비의 이름을 들은 채소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우비? 나 이우비 알아! 내 친군데!”

  “응?”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한소래담은 문밖을 내다보았다. 시아랑의 뒷모습이 보였다. 혜달, 채소한, 이우비와 시아랑까지.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눈 건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 조합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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