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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20화
작성일 : 16-10-31 18:45     조회 : 395     추천 : 0     분량 : 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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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한소래담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반응이 전에 없을 정도로 격해서 오히려 이우비가 더 놀랐다.

 

  “왜, 왜 그래? 그렇게 급하게.”

 

  이우비는 지금 막 그녀를 찾아낸 참이었다. 한소래담의 실력이 아주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주문까지 썼는데도 하마터면 놓칠 뻔했잖아.’

 

  “아니... 아무것도.”

 

  한소래담은 착잡하게 입을 닫았다. 뭐라 말할 수도 없고 해명할 수도 없었다. 왜 조원들을 버리고 도망쳤냐는 원망을 들어도 할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우비는 더 이상 그녀를 추궁하지 않았다. 한소래담은 이우비가 저를 보지 않자 그것이 오히려 신경 쓰여 이우비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이우비가 한소래담 너머를 뚫어지게 보다가 그녀를 지나쳐 저층 상가로 다가갔다. 한소래담이 그를 따라 뒤로 돌아섰다. 이우비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대피소는 저쪽 아니에요?”

  “눈앞에 흑도종이 나타나서 급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한소래담이 후다닥 이우비 곁으로 달려갔다. 이우비에게 대답해주고 있던 남자는 바로 한윤이었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한소래담은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아버릴 뻔했다. 한소래담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억지로 주먹을 꽉 쥐어 그것을 숨긴다.

 

  ‘아빠. 우리 아빠.’

 

  마음 같아서야 당장이라도 부둥켜안고 싶었지만 그녀도 한윤도 그럴 수 없었다. 예드람이, 한윤의 곁에 있었다.

 

  한소래담은 마음과 반대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우비의 뒤로. 한소래담을 발견하고 예드람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꼭 나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린 게 이것 때문이었나?’

 

  예드람이 사나운 눈으로 한윤을 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한윤이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다. 예드람이 쯧 혀를 찼다. 따질 말은 산더미였지만 그것은 기밀이었고 지금은 비상사태니 때가 좋지 않았다. 이우비는 완전히 한소래담의 앞으로 나서 민간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안 그래 보이겠지만 저희는 마청과 학생들인데요. 근처에 흑도종이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피해주세요. 대피소가 바로 이 근처거든요?”

 

  이우비는 ‘안 그래 보이겠지만’ 이라고 말했지만 여자 옷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보였다. 자리에는 한윤과 예드람 이외에도 민간인이 몇 명 모여 있었고 예드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로서도 이 이상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우비!”

 

  쾅!

 

  오싹한 감각을 느낀 이우비가 뒤로 물러섰다. 언월도가 이우비의 바로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한소래담이 뒤늦게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바닥에 시아랑의 언월도가 꽂혀 있었다. 한소래담은 시아랑이 마력을 꽤나 능숙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에 감탄했고, 이우비는 그 언월도에 흑도종의 몸통이 꿰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저렇게 멀리서 던져서 맞췄다고?’

 

  이우비는 쩝 입맛을 다셨다. 바로 발밑에 흑도종이 있었는데도 이우비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니 감각까지 둔해진 게 틀림없다.

 

  그새 달려온 시아랑이 자신이 던진 언월도를 회수하며 말했다.

 

  “빨리 대피하는 게 좋을 거다. 혜달과 채소한이 상대하던 흑도종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이우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시아랑 너 여긴 어떻게 왔어?”

  “너 가는 거 보고 따라왔는데.”

  “날?”

 

  시아랑이 고개를 끄덕하고 언월도 손잡이로 이우비의 다친 팔을 쿡 찔렀다.

 

  “그럼 그 몸 상태로 우릴 따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물론 이우비는 조원들을 따돌릴 생각도 없었고 따돌리려는 시도도 안 했다. 결국 시아랑이 그냥 이우비를 발견하고 제멋대로 따라왔다는 소리였다. 이우비는 킥 웃음을 터뜨렸다.

 

  ‘아닌 척 하더니, 오지랖은 혜달이랑 마찬가지였네.’

 

  물론 이우비의 표정을 본 시아랑의 얼굴은 있는 대로 구겨졌다. 독심술은 할 줄 몰랐지만 눈치는 있었으니까.

 

  “.......”

 

  그 사이 한소래담은 한윤과 짧은 눈짓을 했다. 이미 도망은커녕 둘 만의 대화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소래담과 한윤의 재회도 여기가 마지막일 것이다.

 

  ‘물론 다음 약속을 주고받는다면 다르겠지만...’

 

  한소래담은 생각하다가 침울해졌다. 이미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한윤과 한소래담이 아직 탈출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예드람에게 들켰으니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지리라.

 

  ‘다음에 다시 만나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조원들을 포기하고 왔는데도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하는 생각에 한소래담은 적잖이 상심했다.

 

  쉬이이이익.

 

  작게 바람 빠지는 소리 같은 게 났다. 그 소리를 들은 시아랑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시아랑의 언월도에 꿰어 죽은 구렁이 모양의 흑도종이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었다. 곧 다시 팽팽해졌다. 이우비가 눈치 빠르게 민간인들을 뒤로 물리고 구렁이 앞을 가로막았다.

 

  구렁이는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이우비를 넘어 민간인들에게 거대한 몸뚱이를 뻗었다. 한소래담이 눈을 크게 떴다. 흑도종의 이빨이 한윤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를 뒤로 당기며 시아랑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흑도종을 가로막아 선 시아랑은 언월도를 한 바퀴 돌리고 새끼손가락부터 꽉 말아 쥐었다. 그대로 내지르던 도중 구렁이의 고개가 언월도의 손잡이를 타고 올라왔다. 날카로운 이빨이 시아랑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한소래담의 눈에는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변환!”

 

  이우비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 양손에 든 채찍을 구렁이의 목에 감고 세게 당겨 목을 끊어낸다. 완치되지 않은 팔이 끊어질 듯 아파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우비는 시아랑의 상태를 보러 달려다가다 다시 멈췄다. 구렁이의 잘린 목 주변에 검은 구멍이 수십 개나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구렁이의 목이 끊어진 자리에서 새 목이 두 개나 자라나려 하고 있었다.

 

  “그 다리에 꽃망울이 맺혀...”

 

  한소래담이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시아랑의 뒤에 있던 한윤을 제외하고는.

 

  ‘저 주문은...’

 

  한윤은 멍하니 제 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안개 낀 담벼락이 모든 것을 감싸 안고...”

 

  뱀이 움직임을 멈췄다. 주변에 기묘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우비는 급박한 상황도 잊고 한소래담을 돌아보았다. 기운은 그녀와, 머리 둘 달린 뱀과, 검은 구멍과, 주위 상가와, 시내에까지 퍼져 있었다. 한소래담이 주문을 마쳤다.

 

  “꽃이 피어난다.”

 

  그녀가 손을 뻗었다. 일렁이던 기운이 화살처럼 뻗어나갔다. 뱀의 머리가 그 기운에 꿰뚫렸다. 주변의 검은 구멍까지 환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흑도종이 소멸한 것이다.

 

  ***

 

  “엥?”

 

  채소한이 주먹을 휘두르다가 헛손질을 해버렸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뭐, 뭐지? 나 방금 전까지 도마뱀이랑 싸우고 있었는데? 꿈이었나? 아니면 요즘 영화 기술이 전투용 홀로그램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발달한 건가? 근데 우리가 보던 거 로맨스 영화 아니었어?”

  “애들한테 가보자.”

 

  혜달의 상황판단은 빨랐다. 마법소년들은 항상 함께 움직여야했는데 어쩐지 이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건 채소한과 자신 둘뿐이었다. 어쩌면 나머지 세 명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저쪽이야.”

 

  다리에 주문을 걸고 혜달이 앞장섰다. 굳이 ‘탐지’ 마법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혜달은 그 방향으로 향했다. 채소한도 사족 없이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보름 광장 근처에 도착하자 이미 상황은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응급차 앞에 이우비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혜달이 그를 발견하고 뛰어갔다.

 

  “이우비! 무슨 일이야?”

  “으음... 아마 큰 일?”

 

  ‘이 상황에도 장난이 나오냐.’

 

  혜달은 순간 잔소리를 쏘아줄 뻔했지만 이우비의 얼굴을 보고 말을 삼켰다. 그 역시 무리를 했던 건지 땀이 잔뜩 나있었다.

 

  채소한이 혜달을 대신해 캐물었다.

 

  “한소래담이랑 시아랑은?”

  “둘은...”

  “응급차 안에 있네.”

 

  이우비의 대답 사이에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혜달이 고개를 돌렸다. 건장한 장년의 사내였다. 그 옆에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의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서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두 땅에 간신히 발을 붙이고 있다는 게 맞을 것 같은 설명이었다.

 

  “나는 마법청소년관리부대 중장 예드람이네. 자네들은 마청과의 A조 조원들이지?”

  “예.”

 

  혜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호위도 없이 이런 곳에 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자신들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아무리 언론에도 몇 번 나왔던 적 있다지만 마청과 A조는 아직 실습생인 것이다.

 

  ‘1학년이 실전에 투입된다는 게 그렇게 큰일이었나? 중장이 알 정도로?’

 

  혜달이 내심 갸우뚱하는 동안 예드람의 설명이 이어졌다.

 

  “흑도종에게 공격받을 뻔했는데 자네 조 조원들이 우리를 구해줬다. 덕분에 목숨을 구하긴 했는데 심한 충격을 받았는지 쓰러져서 병원으로 후송되려던 참이야.”

  “시아랑과 한소래담이요?”

 

  혜달과 채소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굳었다. 한윤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지만, 예드람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던 흑도종과 흑도(黑道)가 한순간에 사라졌어.”

  “그거 제가 했어요.”

 

  이우비가 나섰다. 예드람과 한윤이 동시에 이우비를 돌아보았다. 예드람이 확인차 물었다.

 

  “정말인가?”

  “네. 제가 좀 뛰어난 학생이라서요.”

  “흠. 내 생각보다도 더 뛰어난 학생인가보군.”

 

  그다지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가 했다는 데 뭐라 하겠는가. 게다가 예드람은 적합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운’을 느꼈던 혜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런 마법은...”

  “으.”

 

  멀쩡하게 서 있던 이우비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혜달이 깜짝 놀라 그를 받아들었다. 이우비가 작게 속삭였다.

 

  “자세한 건 나중에.”

 

  그 목소리를 듣고 순간 멍해진 혜달이 입을 다물었다. 곧 상가에 구급대원이 들어와 한소래담과 시아랑의 지인을 찾았다.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던 한윤이 멈칫 했다. 채소한이 “여기요, 여기!” 하며 크게 외쳤다.

 

  “그럼 저희는 이만.”

 

  혜달은 이우비를 부축하며 채소한을 따라갔다. 응급차에 올라타는 그들의 모습을 한윤이 씁쓸하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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