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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16화
작성일 : 16-10-19 17:59     조회 : 404     추천 : 0     분량 : 5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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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실전에 투입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렇게 큰 부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소래담은 벌써 다섯 번도 넘게 뒤척거리고 있었다. 심심하다고 찡찡거리는 이우비를 병원에 떼어놓고 온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이래서야 탈출할 생각도 못 하겠어.’

 

  한소래담은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가까스로 삼켰다. 이우비가 걱정된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다른 이유로도, 최근 한 달은 탈출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상황이었다. 아침에는 수업, 오후에는 전투, 저녁에는 시아랑의 특훈을 받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탈출 방안을 생각하려고 머리를 굴려보아도 체력이 한계에 부딪치니 시간이 날 때마다 쉬는 데 급급했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든 것도 여러 번이었다.

 

  ‘오늘은 이우비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여유라도 있는 거지만...’

 

  “한솔아, 일어나!”

 

  혜달이 한소래담의 이불을 팡팡 때렸다. 한소래담이 번쩍 눈을 떴다. 언제 잠이 들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혹시 이우비가 다친 것부터 꿈이었나? 혹시 실전 투입이 됐던 것부터?’

 

  현실도피와 비몽사몽이 만든 헛생각은 이우비의 빈 침대를 보자 끝났다. 다시 맞닥뜨리게 된 현실에 가슴아파할 여유도 없이 한소래담은 평소보다 환한 창문을 보고 설마, 하는 얼굴로 혜달을 보았다.

 

  “늦었어, 늦었어. 수업 시작했다고!”

 

  혜달이 다급하게 한소래담을 깨웠다. 한소래담이 헐레벌떡 침대에서 내려왔다. 가지런히 정리된 교복을 한 번에 꺼내들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딸깍. 화장실 문이 잠겼다. 잠시 후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와중에 샤워라니.”

 

  시간은 막 9시 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등교 시간은 고사하고 수업시간도 지났다. 시아랑이 확인해보라고 등을 떠밀지 않았더라면 혜달도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냥 또 잡초라도 뽑고 있는 줄 알았겠지.’

 

  혜달이 시아랑을 생각하며 헛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도 참, 그렇게 걱정되면 자기가 올 것이지.”

 

  조원이 지각할까 봐 걱정하는 표정이 그렇게 인상을 찌푸린 얼굴이라면 없던 오해도 불러일으킬 게 뻔했다.

 

  ‘의외긴 하네. 한소래담이 등교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는데.’

 

  반가운 발견이었지만, 초침이 움직이는 걸 보며 혜달은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그러다가 한소래담의 옷장 서랍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으이그.”

 

  혜달은 큰 고민 없이 한소래담의 서랍을 밀어 닫았다.

 

  “아, 그러고 보니 얘 팬티 안 가지고 갔네.”

 

  혜달의 오지랖이 또 한 번 발동했다. 수업에 늦었는데도 샤워할 정도로 깔끔을 떠는 애라면 당연히 똑같은 속옷을 한 번 더 입는 건 찝찝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혜달은 한소래담의 옷장 서랍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 안을 본 혜달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 속옷코너?”

 

  무늬 하나 없이 모두 똑같이 생긴 검은색 삼각팬티가 일렬로 곱게 접혀 있었다.

 

  ‘이건 깔끔한 건가, 변태인 건가.’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색 팬티만 한가득. 대량으로 땡처리하는 거라도 사온 건지 뭔지, 별 일은 아니지만 좀 찜찜하긴 했다.

 

  ‘게다가 삼각이라니. 요즘 누가 삼각을 입는다고. 하긴 한솔이가 사각팬티를 입는 것도 어색할 것 같긴 하지만. 뭐랄까, 그 녀석한테는 사각팬티나 이런 것 보다는 좀 더...’

 

  탁. 불쑥 튀어나온 손이 서랍을 닫았다. 혜달이 고개를 들었다. 한소래담에게서 뽀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둘 사이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 와중에 머리도 감았어? 대단하다, 아주 대단해!”

 

  혜달은 군대 사물함처럼 각이 잡혀 있던 한소래담의 옷장 속은 까맣게 잊고 한소래담의 수건을 빼앗아 그녀의 머리를 털어주기 시작했다. 한소래담이 강아지처럼 눈을 꼭 감았다.

 

  ...가 번뜩 도로 눈을 떴다. 수업에 지각해서 선생님의 눈총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먼저 간다.”

 

  한소래담은 미리 챙겨놓았던 가방을 들고 달렸다. 당황한 혜달이 그녀를 쫓아 나왔다.

 

  “야! 너 그러다 감기 걸린다니까!”

 

  ***

 

  “A조의 한소래담씨 맞으시죠? 인터뷰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소래담이 제게 말을 건 여자를 쳐다보았다.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목소리에는 분명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가방 안에 들어있는 카메라 렌즈가 한소래담을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A조가 유명세를 띄면서 외부인 출입 금지인 학교에까지 기자들이 들어오곤 했다. 이 여자도 그런 것이 분명했다. 그녀를 보는 한소래담의 눈빛이 냉정해졌다. 웬만한 산전수전은 다 겪은 기자도 그 서늘한 눈빛 앞에서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요.”

 

  혜달이 끼어들었다. 익숙한 얼굴과 살가운 말에 그제야 기자의 얼굴이 풀어졌다. 혜달이 한소래담에게 얼른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제가 남장, 아니 남자 차림으로 있는 모습을 보시다니 행운이시네요.”

 

  등 뒤로 혜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심 기자에게 여길 어떻게 들어왔는지 물어보려던 한소래담은 시무룩해졌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면 어떻게 나가는 지도 알아낼 수 있을 텐데, 혜달 때문에 물어볼 타이밍을 놓쳤다.

 

  한소래담은 다시 터덜터덜 병원으로 향했다. 이우비의 병문안을 가던 중이었다.

 

  “특활 끝났어?”

 

  채소한이 한소래담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병원에서 나오는 방향이었다. 채소한의 뒤로 이우비와 시아랑도 나왔다. 한소래담을 발견한 이우비가 깁스를 푼 손을 살살 흔들며 웃었다. 한소래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우비를 바라보았다.

 

  “퇴원하는 거야?”

  “귀신 나올까 봐 무서워서 혼자 못 있겠단 말이야~”

 

  ‘이우비가 귀신을 무서워했나?’

 

  한소래담은 의외의 사실에 놀랐지만 아무튼 이우비가 퇴원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좀 놓였다. 이우비가 한소래담을 보며 씨익 웃었다.

 

  “지금 안심했다, 그치?”

 

  이우비가 멀쩡한 손으로 한소래담을 가리키며 물었다. 시아랑은 눈썹을 움찔했다. 혹시 이우비가 눈이나 뇌도 다쳤던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시아랑이 보기에 한소래담은 평소처럼 아무 감정 없는 얼굴 그대로였다. 하지만 한소래담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앗! 기자님 저번에 이우비 다쳤는데 사진만 찍은 그 분이죠!”

 

  채소한이 발을 쿵쿵거리며 한소래담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시아랑은 방금 자신이 본 것이 정말 한소래담이 고개를 끄덕인 건지 아니면 채소한 때문에 의도치 않게 움직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자기가 잘못 본 건지 의아했다. 한소래담의 얼굴에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기자님 덕분에 우리 변환 주문 쓴 거 방송에 나와서 감점됐단 말이에요!”

  “...그 기자님이었어?”

 

  채소한의 말을 듣고 사근사근하던 혜달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갑작스레 고요해진 분위기에 기자가 애써 미소 지으며 변명했다.

 

  “허가 없이 방송 내보낸 건 아니에요. 그때 시아랑 씨가 허가해주셨거든요.”

  “맞아.”

 

  시아랑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니, 왜?”

 

  혜달의 질문에 시아랑은 늘 그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귀찮아서.”

  “.......”

 

  혜달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한소래담이 슬쩍 다가가 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아직 시아랑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눈초리로 기자의 가방 안에 있는 카메라 렌즈를 눈짓했다.

 

  “근데 그건 허락 못 합니다.”

 

  기자가 어쩔 수 없이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에이. 메모리를 주셔야죠.”

 

  이우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기자가 한숨을 내쉬며 검정색의 조그만 카드를 시아랑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시아랑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잔소리가 끝나지는 않았다.

 

  “마법학교에 외부인은 출입 금지라는 건 당연히 알고 계시겠죠?”

 

  ***

 

  조 명 ‘A조’의 조원들은 동기들보다 일찍 실전에 투입되며 마법 아이템도 먼저 갖게 되었다. 이우비가 쓰던 피어싱도, 시아랑이 쓰던 팔찌도 다 마법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아직 배우는 중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실전 사용에 허가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허가 따위 없이도 이우비와 시아랑은 잘, 아주 자알 사용했다.

 

  “나는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담당선생님을 대신해 담임선생님이 A조 조원들을 교무실에 모았다.

 

  “어떻게 수업도 다 안 끝난 걸 그렇게 능숙하게 썼는지, 선생으로서 정말 뿌듯하구나. 아마 우리 감독 없이 독학이라도 한 거겠지?”

 

  선생님이 A조 표시가 된 출석부에 체크했다.

 

  “그러니까 감점. 태도 점수에선 더 이상 감점할 것도 없다.”

 

  그녀 뒤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는 인터넷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이우비가 채찍을, 시아랑이 언월도를 들고 흑도종의 시체 앞에 간지나게 서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기자 때문이에요!”

 

  채소한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항변했다. 이우비가 말했다.

 

  “시아랑 때문이지.”

 

  시아랑이 끼어들었다.

 

  “망할 여자 옷 때문이야. 주문만 잘 쓸 수 있었어도 그럴 일 없었어.”

 

  ‘희망이 없다, 희망이.’

 

  혜달은 완전히 절망해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손 싹싹 비비며 아부를 떨어도 될까 말까한 마당에 이건 무슨 개판인가. 한소래담이 혜달의 등을 토닥거렸다. 한소래담이 혜달을 위로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었다.

 

  “잘 돼서 망정이지, 너희처럼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마법 아이템을 썼다가는 죽을 수도 있어.”

  “하지만 잘 썼잖아요. 선생님도 댓글 좀 보세요.”

 

  채소한이 멋대로 선생님의 컴퓨터 마우스를 잡고 휠을 내렸다. 이우비랑 시아랑이 멋있다는 댓글이 200개도 넘었다. 선생님이 채소한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시끄러워.”

 

  채소한은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죽였지만 아무도 귀엽게 봐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너희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정식으로 마법부에 들어가면 다들 들떠. 흔한 힘이 아니니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는 사람들도 있고, 대우 받으면서 돈도 버니까. 살 맛 나지.”

 

  죽을상이던 혜달의 얼굴이 느른하게 풀렸다. 연금, 월급, 야근 수당, 추가 수당 생각이 송송 났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마법소년들이 가장 많이 죽는 때가 바로 그 때다. 마법부 입사 후 2년 이내.”

 

  한소래담의 얼굴이 하얘졌다.

 

  “흑도종과 싸울 때 가장 위험한 게 뭔지 알아?”

  “.......”

  “바로 너희 자신이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방심하는 너희.”

 

  선생님의 말이 한소래담에게는 다른 맥락에서 들렸다. 지금 방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 이 안에서 생활하는 데에 익숙해진 자신. 급작스럽게 위기감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 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 하나 있다.”

 

  선생님이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동료를 믿는 것.”

 

  그녀가 의자를 돌리고 책상 한쪽에서 홍보용 책자들을 꺼냈다.

 

  “너희들은 5인1조라는 의미를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한두 명만 잘 한다고 훌륭한 팀인 게 아니야. 무조건 힘부터 키우라고 할 거였으면 입학하자마자 무기 사용법부터 가르쳤겠지. 너희 다섯 명의 친밀함과 거기서 나오는 단결력. 그게 너희의 무기야.”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소책자를 나눠주었다. 지금 열려있는 각종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회 등에서 배포된 것들이었다. 얼떨떨하게 소책자를 받아든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과제를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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