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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법청소년과 A조
작가 : A조
작품등록일 : 2016.8.30

여장을 해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남학생들과 탈주 중독에 걸린 마청과의 유일한 여학생
#학원물 #개그 #마법소년물 #남장 #여장 #역하렘

 
12화
작성일 : 16-10-01 03:02     조회 : 507     추천 : 0     분량 :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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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다시!”

 

  담임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수비로 빠져나온 남학생이 저희 팀에게 눈짓을 했다.

 

  그가 긴 주문을 외우고 공을 던졌다. 역시나 이번에도 한소래담을 향해 공이 날아왔다. 한소래담이 자세를 낮추자 머리 바로 위로 공이 스쳐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공이 한소래담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마다 한소래담은 마법을 쓰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잘 피했다. 오히려 공이 얼굴로만 날아오니 피하기에도 편했다.

 

  “제법 잘 하네? 내가 괜히 나섰나봐.”

 

  혜달이 뿌듯한 얼굴로 한소래담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별 뜻 아닌 말인데 소심하기 그지없는 한소래담은 혼자 쩡 하니 굳어버렸다.

 

  ‘역시 피하는 게 아니었어.’

 

  그사이 이우비가 펄쩍 뛰어 공을 잡아채고 채소한에게 그 공을 넘겼다. 채소한이 공을 치켜들며 다리를 넓게 벌렸다. 딱 달라붙어 있던 누드톤 드레스에서 투둑 실밥이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바람 불면 추워!”

 

  ‘...추워서 뭐 어쩌라고?’

 

  당연히 채소한의 주문은 발현되지 않았다. 한소래담이 고개를 젓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지켜보던 많은 학생들이 저마다 고개를 젓거나 숙였다. 저것은 주문이 아니다. 주문이 아니라 그냥... 웅변 비슷한 것을 했을 뿐이다.

 

  채소한은 높이 치켜든 공을 배구하듯 세게 내리꽂았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주문도 걸리지 않은 공을 잡아채는 건 쉬웠다. 상대는 제 것이 된 공을 한소래담에게 던졌다. 한소래담은 얌전히 맞아줄 작정으로 팔로 얼굴을 가렸다.

 

  퍽.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한소래담은 아프지 않았다. 그녀가 감았던 눈을 떴다. 눈앞에 볼록 튀어나온 목젖이 있었다. 한소래담이 완전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시아랑의 얼굴이 보였다. 시아랑이 공에 맞은 어깨를 만지며 앞을 향해 돌아섰다.

 

  “사내새끼들이 비겁하기 그지없군. 계속 얼굴만 노리던데.”

  “그런 적 없는데? 아, 손이 계속 헛나가긴 했지.”

  “양심까지 없네.”

 

  상대가 이죽거리가 시아랑이 덤덤하게 비꼬았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시아랑, 아웃.”

  “.......”

 

  시아랑은 바닥에 떨어진 공을 주워 한소래담에게 건넸다. 한소래담의 무표정은 여전했지만 몸이 굳어 있었다.

 

  ‘놀라긴 놀랐던 모양이군.’

 

  “잘 했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게.”

 

  혜달이 시아랑의 등을 툭툭 치며 격려했다. 시아랑은 귀찮다는 듯 그 손을 털어내고 수비진에 가서 섰다. 한소래담은 아직도 가만히 서서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장내를 쭉 둘러보았다.

 

  “이제 정리 됐어?”

  “네. 그럼요.”

 

  상대편 쪽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한소래담은 손에 든 공을 엄지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눌러보았다. 그녀가 미움을 사는 것은 사실 익숙한 일이었다. 말 한 번 해보지 않았는데도 한소래담을 싫어하고 괴롭히는 애들이 꼭 반에 한 명 씩은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소래담은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참다못해 물어봐도 그냥, 이라는 대답을 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만은 한소래담에게도 오기가 생겼다. 매번 발목을 잡았는데도 조원들은 그녀에게 아무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번 게임에서만 두 번이나 조원에게 보호를 받았다. 이제 와서 맥없이 아웃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시아랑을 흘끗 보고 다시 되뇌었다.

 

  ‘가만두지 않겠어.’

 

  한소래담이 혜달에게 공을 넘겼다. 혜달이 공을 한 손으로 높이 치켜들고 눈을 내리깔았다. 한 손을 앞으로 뻗고 진지하게 주문을 외운다. 진짜 마법소녀처럼. 세일러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변태 같은 행동이 꽤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꽃이 말하길, 바람아 불어라!”

  “여우볕.”

 

  한소래담이 혜달의 목소리에 묻힐 만큼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혜달이 던진 공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상대는 피할 새도 없이 손을 들어올렸다. 공이 그의 손을 맞고 튕겨나갔다. 선생님이 아웃을 알리기 위해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그때였다.

 

  쨍그랑!

 

  스탠드에 놓았던 한소래담의 가방 위로 공이 빠른 속도로 부딪혔다. 혜달의 힘 주문과 함께 한소래담의 속력 주문까지 붙어 있어서 위력이 상당했다. 뭔가가 깨지는 불길한 소리가 멀리 떨어져있던 한소래담과 조원들에게도 전부 들렸다. 한소래담은 제자리에서 굳었고, 스탠드에 제일 가까이 있던 시아랑이 한소래담의 가방으로 뛰어 갔다.

 

  시아랑이 가방 지퍼를 열었다. 검푸른 연기 같은 것이 가방 안에서 확 퍼져 나왔다. 선생님이 달려와 시아랑을 옆으로 밀어냈다.

 

  “젠장!”

 

  선생님이 가방을 활짝 열었다. 한소래담의 가방에 있던 병이 깨지며 튀어나온 검은색 돌덩어리가 데굴데굴 가방 안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필 오늘...”

 

  선생님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2, 3학년들의 합동 실습이 있는 날이었다. 덕분에 학교에 있는 대부분의 전투 인원이 동원된 터라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나마 실전에 참여할 수 있는 선생님들도 대부분이 교내에 없었다. 교무실에 남아있는 선생님들은 비전투인원 뿐이었다.

 

  “저게 뭐야?”

 

  채소한이 하늘을 가리켰다. 다들 위를 올려다보았다. 구름만 떠다니던 하늘에 커다란 검은색 원이 생겨 있었다. 그 구멍에서 초록색 젤리 같은 것이 질척거렸다. 곧 허공에 검은색 원이 두 개나 더 생기더니 거기서는 암석 덩어리가 구멍을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초록색 젤리가 운동장 한가운데에 떨어지자마자 선생님이 소리쳤다.

 

  “다들 얼른 도망쳐!”

 

  젤리의 색이 어두워지더니 그것은 검은색 개 모양으로 변했다. 평범한 개는 아니고, 다섯 개의 머리를 가진 지옥 개의 형태였다. 뒤이어 떨어진 커다란 돌덩어리 두 개는 스핑크스 모양이 되었다.

 

  머리가 다섯 달린 개 한 마리와 스핑크스 두 마리. 족히 4미터는 넘어 보이는 흑도종들이 마청과 1학년들을 훑어보았다.

 

  “도망치라고!”

 

  굳어 있는 학생들에게 소리치며 선생님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바람꽃 머무는 곳, 불바람이 몰아친다!”

 

  주문이 융합되어 더욱 강력해졌다. 선생님이 뛰어올라 개의 머리통 중 하나를 후려쳤다. 쾅 소리를 내며 머리통 하나가 그대로 몸과 분리되어 날아갔다. 피 따위는 나지 않았지만 고통은 느껴지는 모양인지 흑도종이 앞발을 들며 마구 날뛰었다.

 

  “캬아악!”

 

  개가 괴성을 지르며 앞발을 휘둘렀다. 선생님이 재빨리 덤블링을 해 피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킬 새도 없이 스핑크스가 그녀를 향해 발을 내리쳤다. 쿠웅, 큰 소리와 함께 땅이 진동했다.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선생님이 땅바닥을 굴렀다.

 

  “크윽!”

  “선생님!”

 

  세 번째 공격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다가 스핑크스의 발에 맞아 몇 미터나 날아갔다. 학생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 학생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얼른 피하란 말 못 들었어?”

  “하지만...”

 

  누군가 중얼거렸다. 선생님은 다시 공격할 준비를 했다. 세 마리나 되는 흑도종은 상대하기 힘들었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입술에서 흘러내린 피를 닦으며 그녀가 다시 외쳤다.

 

  “조금만 버티면 실습 나간 선생님들이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다들 얼른 피해. 정신 있는 녀석들은 선생님들 마중이라도 나가서 빨리 데려오...”

  “그럼 시간만 끌면 되는 거예요?”

 

  채소한의 목소리였다. 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채소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흑도종을 올려다보며 목을 풀었다.

 

  “한 번 해보죠, 뭐.”

  “채소한, 너!”

 

  시아랑이 그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채소한이 좀 더 빨랐다. 자리에서 뛰쳐나간 채소한이 자리에서 사자후를 토해냈다.

 

  “바라아아아아아암꼬오오오오오오오오옻!”

 

  채소한이 발뒤꿈치로 스핑크스를 내리찍었다. 돌덩어리가 부서지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반동으로 채소한의 몸이 떠올랐다. 이우비가 얼른 주문을 외웠다.

 

  “눈 오는 날의 여우볕.”

 

  주문대로 이우비는 여우볕처럼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그가 채소한의 뒷덜미를 잡아채자마자 스핑크스가 헛발질을 했다. 곧바로 다시 튀어나가려는 채소한을 혜달이 붙잡았다.

 

  “말리지...”

  “여러분 우리는 햇볕을 봐야합니다!”

 

  혜달의 주문을 듣자마자 채소한은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제 짐작이 틀렸음을 깨닫고 히히 웃은 채소한이 땅을 박차고 뛰었다. 까마득하던 스핑크스의 눈높이만큼 솟아오른 그는 그대로 발차기를 날렸다. 돌로 된 스핑크스의 머리가 문자 그대로 바스러졌다. 흙먼지 때문에 한소래담은 눈을 찌푸렸다. 그 옆으로 시아랑이 순식간에 튀어 올라 전열에 합류했다.

 

  “뭐하는 짓이야, 너희들. 얼른 안 나와?”

 

  선생님이 정신을 차리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채소한이 지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면서요!” 하고 덩달아 소리쳤다.

 

  스핑크스 모양의 흑도종 한 마리는 어찌어찌 처리했다지만, 확실히 실전 경험이 전무해서 그런지 A조원들의 싸움 방식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었다. 혜달은 주문 외우기에 급급했고 채소한은 벌써 몇 번째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나마도 이우비나 시아랑이 없었다면 이미 저 단단한 발에 맞아 분명 제대로 다쳤을 것이다.

 

  아직 멀쩡한 흑도종이 두 마리나 남아 있었다. 이대로 계속 전투가 진행된다면 선생님들이 오기 전에 누군가 한 명이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한 명이 부상을 입으면 나머지가 무너지는 건 금방이야.’

 

  한소래담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온갖 생각들이 한소래담의 머리에서 휘몰아쳤다. 이건 분명 자신의 탓이었다. 다른 사람의 적의를 느낀 게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었는데 괜한 오기를 부려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자신이 혜달에게 마법만 걸어주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소래담은 당장에라도 앞으로 나설 기세로 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두 발, 뒷걸음질을 쳤다.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는 게 자신에게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마법소녀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무서웠다. 흑도종도 무서웠고, 실력이 드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무서웠다.

 

  한소래담은 결국 공포과 죄책감과 무기력감에 범벅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주먹을 세게 쥐자 얇은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는데도 움직일 수가 없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눈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위험해!”

 

  그 순간 한소래담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채소한이 스핑크스의 발에 깔리기 직전이었다. 한소래담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당신의 다리에 꽃담을.”

 

  바람소리라고 착각할 만큼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러자 채소한을 향해 내려오던 발이 공중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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