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부스럭]
“으……응…”
[부스럭…..부스럭]
‘모지 현아는 옆에서 자고 있는데…’
[쿵…]
.
.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속이쓰리다…
“엄마……..”
“………………..”
아직 은규는 나이가 어려그런지 아침이 되면 일찍 일찍 일어난다
‘내가 모 애를 키워봤어야지 알지…’
‘아마 매일 이렇게 현아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침을 시작해야했겠지…’
현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제 우리가 나눴던 고민거리는 이미 벌써 잊혀진지 오래다…
‘더 자게 둬야지…평소에는 늦잠도 잘 못 잘텐데…’
.
난 현아가 깨지않도록 책상을 거치대삼아 겨우 일어나 천천히 부엌 쪽으로 향했다
.
“은규야 모 먹고싶어??”
“은규 화장실갈까??”
“……………..”
은규는 말없이 나의 눈치를 보며 아래를 쳐다봤다
축축한 바닥….음료수가 마시고 싶었는지 바닥은 콜라로 흥건해있었다
‘아 이 녀석 아침부터 사고쳤구나’
“이그 은규 콜라 엎었구나”
“아냐 은규가 안 그랬어”
어디에선가 봤던거같다…애기들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을 때
무작정 다그치기보다는 좀 미숙하더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한다고…
“알았어 은규야 자 그럼 여기가 이러면 어떻게 해야해요?”
“………………..”
은규는 내 눈치를 보다가 옆에 있는 휴지를 들었다
“잘했어 그런데 나라면 휴지보다는 이 수건을 쓰는게 더 좋을거같아”
그리고 수건을 은규에게 건냈다
“자 이제 은규가 수건으로 바닥 한번 닦아볼까? 이쁘게 닦고나서 엄마한테가서 자랑하자”
은규는 그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건을 쥐고 바닥을 나름 열심히 닦았다
모 결국엔 내가 다시 마무리해야했지만…..
.
.
“은규가 그랬어”
.
.
“…………………………”
은규는 바닥을 다시 닦고있는 나에게 와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뭔가 좀 감동적이였다….
.
.
사실 현아는 평소에 은규에 대한 훈육이 좀 거친 편인데…
일전에는 은규가 어린이 집에서 친구들을 때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렸을 땐 다 그렇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사실 현아의 평소의 행동이 은규에게 학습되지는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었다…
‘아빠가 되면 이런 걱정도 해야되겠지?’
.
.
“현아야 이제 일어나야지 점심먹자”
“으….응…오빠 좀만 더 잘게…”
.
.
“엄마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하지만 은규는 그런 현아에게로 가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은규야 엄마 더 자게 해주자 우리 모하고 놀까”
사실 은규가 항상 가지고 놀던 또봇 장난감이 있었기 때문에 은규의 관심을 끌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
.
꽤 한참동안을 난 또봇이 되어 은규와 함께 해줬다
현아가 일어나주기를 간절히 바랬지만…..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
.
“파워레인져 볼래”
‘확실히 남자아이는 남자아이인가보다 나도 어렸을 때 아빠가 비행기도 태워주고 로보트 장난감 많이 가지고 놀았었는데’
.
.
그렇게 꽤 늦은 시간까지도 현아는 늦잠을 자고
난 반나절 이상을 은규의 아빠가 되어 함께 놀아줬다…
비록 몸은 많이 지쳤지만…기분은 좋은 하루였던거같다…
.
현아때문에라도…
은규때문이라도
.
.
‘정말 엄마가 되면 자유 시간이라는건 존재할 수가 없구나….’
.
.
“오빠 나 짬뽕먹고싶어…”
꽤 늦은 시간에야 겨우 일어난 현아는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쓰렸는지…
마치 어린아이처럼 중국음식 투정을 부렸고
.
.
식사까지 마무리 하고 어둑어둑한 밤이 된 꽤 늦은 시간이 되서야 현아는 은규와 함께 집을 나섰다…
‘참 무언가 많이 느끼게해주는 많은 주말이네…’
현아…
은규….
가족…
아빠…
그리고…
미혼모의 삶……
.
.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별 특별할 것없이 흘러갔다
병원
퇴근
주말이 되면 내 집으로 오는 현아와 은규
나를 점점 아빠로 생각하는 은규
.
.
남 녀 사이에서의 현실과 그 이상의 벽..
그리고..
좁혀지지 않는 생각들…
.
.
“은규데리고 어디 좀 놀러갈까?”
.
“……………………………”
“……………………………”
우리에겐 뭔가 탈출구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