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이제 자려고 누웠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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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연락을 한 번도 안해?]
[아니 그게..왠지…너한테 연락하는거 조차 왠지 부담주는 거 같아서….]
[그래도 했어야지….난 기다렸잖아..이럴 땐 남자가 먼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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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할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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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응…..”
“미안…..”
“또 뭐가 미안해?”
“그래도 내가 오빠가 되서 먼저 연락도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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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충분히 그럴 수 있어….오빠 그렇게 가벼운 사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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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응??”
“좋다….오랜만에 목소리들어서…”
“모야 겨우 이틀인데”
“이틀도 너무 길었어..이겅 오빠가 잘못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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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였다….대체 이런 감정을 언제 느껴봤었지 싶을 정도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고 현아만 보였다
“나…… 할 말 있는데…”
“응? 뭔데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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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현아 너 처음봤을 때부터 맘에 있었어…
모 그때는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외모가 좋았었던거였지만
근데 너랑 이야기하고 너 롯데월드갔다 처음으로 내 집에 온 날 이후로
내 마음 속에서 아주 작게 작게 커져가는…
하지만.. 봄날의 새싹처럼 사랑의 씨앗이 싹을 틔워도 함부로 키울 순 없었어…
나에겐 넘어야하는 많은 벽이 있었고
부모님에게 조차 모든 걸 말할 수 없는..그런 것들..
그리고 열수 없는 자물쇠로 내 안에 아주 단단히 가둬 놓은 그 이야기들…
어쩌면 너한테 조차 짐이 될까 무섭고 겁나서 함부로 내보일수조차 없었고
그냥 나만 입 꼭 다문 채 바보같이 참고 지내면 된다고 생각해왔어…..
때론 지금 놓치면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현아 너에게 더 좋은 기회를 줄 수만있다면
난 후회해도 좋아….
그만큼 널 좋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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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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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다시는 이 이야기를 현아에게 할 기회가 없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다 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뭔가 속이 한결 시원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울컥하는 감정도 들었다
“미안….전화 끊을께…”
눈물이 날 것 같아 서둘러 통화를 마치고 끊어버렸다…..
난 내 맘 다 전달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한다고 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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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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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인… 나도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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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아니..우리는 다시 사랑을 시작 할 수 있었고…
새롭게 태어난 다음 날은 아침 공기부터 달랐다…
‘강애인 나도 사랑해’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해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일어났으려나?’
[일어났어?]
‘아침 일찍부터 은규 어린이 집 데려다주느라 답장은 못하겠지? 어차피 병원서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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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 남들보단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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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위이이이잉]
병원 문이 열리고 현아가 들어온다
우린 왠지 어색하지만 미소를 띈 얼굴로 잠시 서로를 쳐다보고 근무를 시작한다.
오늘은..
남들은 모르지만 우리끼리만 아는 그런 사내연애를 시작한 첫 날이였다
그냥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였고,
얼굴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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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뵈요”
퇴근시간이 되어도…
현와와 나는 ‘’집에 도착해서 연락해’ 라는 둘만의 신호를 주고받고…
각자의 집으로 퇴근을 했다
‘확실히 집 만한 곳이 없구나’
샤워하고 나왔을 때 느끼는 그 상쾌함과 집 안의 공기들….
병원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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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이이이잉]
‘현아다’
평소에는 울리는 전화 벨 소리는 신경도 잘 쓰지도 않았지만 이젠 그 소리조차도 잘 들린다
“응”
“모했어?”
“이제 막 씻고 나와서 전화하려고했지”
“여자한테 먼저 전화하게 할거야? 기다렸잖아”
우리의 통화는 그 여느 커플들의 대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더 달콤했을지도 모른다….
“오빠”
“응?”
“이번 주말에 우리 엄마 볼래?”
“……..”
‘갑자기 어머니??’
“좀 그런가?”
“아니 그런건 아닌데”
“어머니 재혼했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래도 자기 딸내미 어떻게 사는지 궁금은 한지…. 가끔씩 만나… 때마침 이번 주에 함 보기로 했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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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현아의 말투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날카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난 상관없어 그럼 식당을 내가 예약잡아도 될까? 동선이 길면 사실 나도 좀 힘들고 어머니하고도 첫 만남인데…”
“뭘 예약까지해 그냥 잠깐 보는거야”
“그래도….”
“어차피 지 행복하겠다고 나랑 은규버리고 다른 놈이랑 살림차리고 애까지 낳은 여자야…나도 다른 가족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끔가끔 보는거고…오빠 그렇게까지 신경 안써도되”
“그래도 현아야 어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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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날 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해는 가지만…
좀 안타까웠다….
한창 이쁠 나이에 세상의 모든 짐은 다 짊어진 것처럼 살아가야하는 어린 엄마가…
그리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자신의 어머니에게 돌려 현실에 대한 비관을 합리화하고 있는건 아닌지…
‘ 나도 엄마한테 그러고 있지는 않을까..’
그만 나도 모르게 고작 2살 많은 오빠이면서 인생에 대한 설교를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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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어머니 뵙자 같이 식사도하고 난 좋아 대신 식당은 내가 예약해놓을게”
집을 나와 혼자 산지 어느 덧 7~8년..
엄마와의 교류 외에
사실 나 또한 아버지한테는 그리 좋은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현아의 기분이 어떤지 가늠할 수가 있었다….
이럴 때 내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약간의 불편함이라도 표현한다면…..
‘현아는 정말 많이 외로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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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까지는 아직 2틀이나 남았지만….
사실 현아의 어머니를 만난다고하니 내심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머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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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그럼 있다봐”
“응 있다 거기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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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말이 되고…
현아는 은규를 데리러 가기 위해 서둘러 퇴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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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집에 들렀다 준비하고 나가려면 서둘러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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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내내 그 긴장감은 조금씩 더해갔다….
‘혹시 나의 남들과는 좀 다른 불편함을 보시고 싫어하시면 어떻하지’
나 때문에 현아랑 어머니랑 싸우기라도 하면 어떻하지’
‘화장실갈 땐 어떻하지’
‘최대한 자리만 지키고 있어야지’
아무리 신경 안 써도 된다라고는 했지만..
난 먼저 가서 자리를 잡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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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네 강애인으로 예약했는데요”
“안내도와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다행히 나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조심스레 양해를 구해준 직원에게 매우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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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응 오빠 도착했어?”
“응 어머니 만났어?”
“아니 아직…..만나서 같이 들어갈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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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30분가량 지난 시간이 한시간은 된 듯 길게 느껴졌다
[드르르르르륵]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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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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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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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머니가 들어오시게 전에 먼저 일어나있으려했다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강애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