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았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그 순간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후회가 들었다. 특히 그녀와의 이별 후에 그러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하고 소식조차 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 때문에 그 순간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그녀와 사랑하였다면 그렇도록 안타깝지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 기회를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상황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나중에 일어날 일이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30년 이라는 세월 동안에 너무나 뼈저리게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은 한 번 지나가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도, 무슨 핑계로도 지금 이 순간을 방치하면 안 되는 거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집중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비록 나이 들어 몸을 늙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누구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가장 나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안 되는 이유부터 찾은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되는 이유를 찾아도 무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부터 먼저 찾았을까? 그러한 삶이 과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는가? 처음부터 완벽한 삶이란 없다. 일단 시작해 부딪치면서 해결해 나가도 결코 늦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되는 이유부터 찾을 생각이다. 그래야 그것이 원하는 결과를 얻든 아니든 최소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라도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의 이 순간을 놓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단순하고 담대하게 나답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