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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두 번째 연인
작가 : 한결
작품등록일 : 2019.10.14

1990년대 초 독일 베를린에서 남한의 학생 운동권 출신 유학생과 북한의 외교관 딸이 우연히 만나 호감으로 느껴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외교관 아버지의 본국 송환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그녀의 귀국 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확인하려 하지만, 서로 연결이 닿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역사학자와 가장으로서 지내던 남자는 평창 동계 올림픽의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한 그녀를 발견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로 참석한 고향 친구 딸의 도움으로 서신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경기장에서 멀리서 눈빛만 교환하고 만나지 못한다. 북경에서 개최된 동북아 역사 포럼에 남한대표로 참석한 그는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그녀와 30년 만에 재회한다. 오랜 기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온 중년의 연인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 결국 그는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해 베를린으로 떠나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그녀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한다.

 
#26 너무 심각하진 않도록
작성일 : 19-11-28 13:54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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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대화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도 그녀의 표정에서 마음을 읽고서 시선을 어두운 북경 거리로 돌렸다.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였는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는 솔직하게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우리 사이에 대해서”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가 짐직 놀라면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베를린에서도 그랬지. 생각이 많아 망설이던 오빠에게 내가 먼저 다가갔으니까.”

 그러자 이번에 그가 그녀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대답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이야기할게. 소연이가 괜찮다면 우리 다시 제대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나이도 적지 않고 앞날이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어.”

 

 이 말을 조용히 들고 있던 그녀가 한동안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그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건 기쁘고 좋아서 흘리는 거니까. 참으로 오래 걸렸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렇게 만나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상상도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다행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 생각이야. 너무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어.”

 “그래, 그 때는 우리가 너무 어리기도 했지만,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잖아.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보니 다시 만나 서로 바라볼 수 있잖아.”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 보자. 찾아보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같이 노력해 보자. 혹시 그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이렇게 천천히 같이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알았어. 귀국하면 운동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야. 몸에 좋은 음식도 찾아 먹고.”

 그녀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지금도 건강해 보이는데”

 “아니야,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나야 괜찮지만”

 “응, 벌써 10시가 넘었네. 일어나야겠네.”

 “혹시 연락할 방법은 없나?”

 그러자 테이블 메모지에 펜을 무언가를 적어 그에게 건넸다.메모지에는 이메일 주소 하나가 적어 있었다.

 “이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괜찮은가?”

 “아주 급한 경우를 대비해 개인 이 메일을 허용해주 있어. 극비사항만 아니라면”

 “다행이네, 중간 중간에 연락할게.”

 “응, 알았어.”

 둘은 일어나 호텔 밖으로 나와 서로 택시를 잡아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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