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대화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도 그녀의 표정에서 마음을 읽고서 시선을 어두운 북경 거리로 돌렸다.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였는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는 솔직하게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우리 사이에 대해서”
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가 짐직 놀라면서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베를린에서도 그랬지. 생각이 많아 망설이던 오빠에게 내가 먼저 다가갔으니까.”
그러자 이번에 그가 그녀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대답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이야기할게. 소연이가 괜찮다면 우리 다시 제대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나이도 적지 않고 앞날이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어.”
이 말을 조용히 들고 있던 그녀가 한동안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그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건 기쁘고 좋아서 흘리는 거니까. 참으로 오래 걸렸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렇게 만나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상상도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다행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 생각이야. 너무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싶어.”
“그래, 그 때는 우리가 너무 어리기도 했지만,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잖아.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보니 다시 만나 서로 바라볼 수 있잖아.”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 보자. 찾아보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그래, 같이 노력해 보자. 혹시 그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이렇게 천천히 같이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알았어. 귀국하면 운동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야. 몸에 좋은 음식도 찾아 먹고.”
그녀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지금도 건강해 보이는데”
“아니야,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냐? 나야 괜찮지만”
“응, 벌써 10시가 넘었네. 일어나야겠네.”
“혹시 연락할 방법은 없나?”
그러자 테이블 메모지에 펜을 무언가를 적어 그에게 건넸다.메모지에는 이메일 주소 하나가 적어 있었다.
“이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괜찮은가?”
“아주 급한 경우를 대비해 개인 이 메일을 허용해주 있어. 극비사항만 아니라면”
“다행이네, 중간 중간에 연락할게.”
“응, 알았어.”
둘은 일어나 호텔 밖으로 나와 서로 택시를 잡아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