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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두 번째 연인
작가 : 한결
작품등록일 : 2019.10.14

1990년대 초 독일 베를린에서 남한의 학생 운동권 출신 유학생과 북한의 외교관 딸이 우연히 만나 호감으로 느껴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외교관 아버지의 본국 송환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그녀의 귀국 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확인하려 하지만, 서로 연결이 닿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역사학자와 가장으로서 지내던 남자는 평창 동계 올림픽의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한 그녀를 발견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로 참석한 고향 친구 딸의 도움으로 서신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경기장에서 멀리서 눈빛만 교환하고 만나지 못한다. 북경에서 개최된 동북아 역사 포럼에 남한대표로 참석한 그는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그녀와 30년 만에 재회한다. 오랜 기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온 중년의 연인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 결국 그는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해 베를린으로 떠나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그녀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한다.

 
#23 인생도, 사랑도
작성일 : 19-11-25 15:31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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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학술발표회가 열릴 북경대학교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20분 정도 걸려서 북경대학교에 도착해 학술대회 개최 장소를 이동하였다. 그는 오전에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재빨리 발표 준비를 위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주최 측의 진행 순서에 따라 개회사와 축사에 이어 곧바로 학술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오전 발표의 마지막 순서로 점심시간 직전에 발표가 끝났다. 발표하는 중간에 혹시 그녀가 왔는지 찾아보았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으로 참석한 역사학자들은 눈에 띄었으나, 그녀는 학술발표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오후에 북한 대표단의 발표시간에 잠깐 참관하였다가 다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게 오전, 오후 발표가 끝난 후에 사회자가 오늘 만찬과 내일 필드 트림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다. 그는 남한 대표단의 일행에게 오늘 만찬에는 개인 일정이 있어 참석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고 택시를 이용해 혼자 숙소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온 그는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호텔을 나서 그녀를 만나기로 한 호텔로 향하였다. 그녀를 만나기로 한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7시에 가까워졌다. 호텔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는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하여 커피숍에 들어섰다. 창가 쪽의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를 보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가 온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일찍 나오셨네요!” 그녀가 잠시 좀 놀라운 표정을 짓다가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저도 좀 전에 왔어요.”그가 그녀의 맞은편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면서 말을 건넸다. “오늘 발표하시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오전 중에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고 아쉬워요.” 그러자 그가 손 사레를 치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다시 그녀가 물었다. “발표는 잘 하셨어요?” 그가 “예, 준비한 대로 무사히 발표하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사이에 커피숍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다가왔다. 그가 “저녁 식사를 해야 하니 간단히 주문할까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하였다. 음료 두 잔을 주문을 받은 직원이 돌아가자, 다시 침묵이 잠깐 흘렀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에 서로 바라보면서 살짝 웃었다. 침묵을 깨고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뭐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그녀도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요, 참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그리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그녀가 물었다. “그날에 공항에 나오셨다면서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나오지 않은 줄 알고 친구에게 편지를 전했어요.”그가 미안한 표정과 약간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공항에 나가긴 하였는데, 도저히 나설 수가 없어서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어요. 정말 미안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못 볼 것이었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설 걸 그랬지요.”그녀도 당시 기억이 떠올랐는지 촉촉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저도 이처럼 오랫동안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볼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러는 사이에 커피숍 직원이 주문한 음료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그가 음료를 목을 축이면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음료를 마시고 장소를 옮겨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떨까요?”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료를 마셨다. 둘은 음료를 마신 후에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평일이라서 직원이 룸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직원이 식사를 주문을 받고 나가자,그녀가 자리에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그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 팔이 힘을 주어 서로를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30년 만에 그녀가 다시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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