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통일부 공무원으로 있다가 얼마 전에 산하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친구에게 연락하였다. 지금은 현직에 없지만, 그래도 후배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는 통일부에서 담당하고 있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고 문화체육부를 통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쪽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그러면 친구가 지인을 통해 한 번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30분 정도가 흘러갔을까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 친구의 전화번호가 떠서 재빨리 받았다. 문화체육부에 근무하고 있는 고시 후배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그녀가 맞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 김소연이 틀림없었다. 친구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때부터 그는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그냥 그대로 놓칠 수 없었다. 정신없이 자신의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는 지인들의 연락처부터 확인해 보았다. 누군가 그에게 도움을 줄만한 사람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가 직접 아는 지인 중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서재에 있는 서랍에서 명함 지갑을 통째로 들고 나왔다. 그리고 명함을 소파 책상에 쏟아 부은 후에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혹시 그에게 도움을 줄 만한 명함이 없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찾아 봐도 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 임원진과 연결해 줄만한 지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허탈하게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지난해 추석 때 갑자기 고향에서 사업하는 친구가 자신의 막내딸이 아이스하키 대표팀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떠올랐다. 혹시 친구의 딸을 통해 연락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