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오빠에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나는 오빠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을 거야.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았건만 자꾸 눈물이 나오네. 나와 가족은 이곳을 떠나 조국으로 돌아가고 있어. 오빠와 함께 했던 몇 달은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해주어 고마워.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잊지 못할 거야. 아니 잊지 않을 거야.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오빠가 있을 테니까. 귀국한 후에 어떤 상황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고 두렵기도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내 가족이 헤쳐 나가야 할 몫이겠지. 오빠가 걱정해 주는 거 고맙지만, 내 가족의 몫으로 남겨 두었으면 좋겠어.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나도 아버지를 따라 외교관의 길을 갈거야. 그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볼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어. 나는 열심히 내 길을 갈 거니까, 오빠도 원하는 길을 굳건히 갔으면 좋겠어. 서로 각자의 길 끝에 우리가 서로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야. 다시 오빠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오네. 우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주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귀국해서 나의 현지인 친구 소냐를 통해 소식을 전하도록 노력할게. 오빠 편지를 직접 받을 수 없겠지만, 소냐를 통해 소식을 전해 주면 좋겠어. 너무 아쉽지만, 이만 편지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네. 정우 오빠, 정말 사랑해! 언제까지나
- 오빠를 사랑하는 소희이가
편지를 읽은 내내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편지를 접어 봉투에 집어넣으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푸른 하늘에는 비행기 한 대가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비행기 배경으로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그의 시선이 머물고 있었다. “잘 가, 소희야! 사랑해,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