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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두 번째 연인
작가 : 한결
작품등록일 : 2019.10.14

1990년대 초 독일 베를린에서 남한의 학생 운동권 출신 유학생과 북한의 외교관 딸이 우연히 만나 호감으로 느껴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외교관 아버지의 본국 송환으로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그녀의 귀국 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확인하려 하지만, 서로 연결이 닿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역사학자와 가장으로서 지내던 남자는 평창 동계 올림픽의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한 그녀를 발견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로 참석한 고향 친구 딸의 도움으로 서신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경기장에서 멀리서 눈빛만 교환하고 만나지 못한다. 북경에서 개최된 동북아 역사 포럼에 남한대표로 참석한 그는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그녀와 30년 만에 재회한다. 오랜 기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온 중년의 연인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 결국 그는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해 베를린으로 떠나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그녀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한다.

 
#3 사랑으로 이어졌지.
작성일 : 19-10-17 08:45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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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서둘러 베를린 성벽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을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도 한 번쯤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고, 혹시 우연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하루 종일 그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나이는 몇 살일까? 무슨 일, 아니 어떤 공부를 하고 있을까? 베를린에는 어떻게 온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베를린 성벽 입구에 도착하였다. 멀리 매표소 옆에 서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보았던 그 모습이었지만, 한층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였다. 그녀도 반가움을 숨기지 않고, 환한 미소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반가움을 한껏 내비치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많이 기다렸죠? 제가 좀 늦었지요.” 그러자 그녀도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띠며 대답하였다. “아니에요. 저도 조금 전에 왔는걸요.” 그는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악수를 청해도 될지 망설였다. 막상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려다가 어색하고 쑥스러운 마음에 슬며시 손을 거두었다. 그 순간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힘들었죠? 빨리 들어가 쉬셔야 되는데 귀찮게 해드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방학 중이라 시간의 여유가 있어 괜찮습니다.” 그녀도 좀 안심이 되는 듯이 “그러시면, 다행이네요.” 이번에는 그가 그녀에게 정중하게 되물었다. “이제 장소를 옮기실까요?”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예, 그런데 제가 베를린이 처음이라서 그러는데, 식사할 만한 곳을 추천해 주시겠어요!” “저도 아는 곳이 많지 않지만, 제가 가끔 가는 카페테리아로 가보시겠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럼요.” 그녀의 대답에 자신감을 얻은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제가 그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가 손으로 그녀를 안내하면서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녀도 그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둘은 나란히 걸으면서 설렘과 기대감에 마음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옆얼굴을 보면서 그가 말을 걸었다. “카페테리아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데, 괜찮으세요?” 그녀는 아직 쑥스러운지 앞만 보고 말했다. “예, 괜찮습니다.” 잠깐 대화가 멈춘 사이에 이번에는 그의 옆모습을 살짝 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저는 이번에 베를린을 처음 방문하였는데, 그쪽은 유학생이시죠?” 그도 얼굴을 그녀 쪽으로 돌리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예, 유학생 맞습니다. 독일에 온 지는 3년 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베를린에 방문하게 되었나요?”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저는 영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여름 방학이라서 친구 집에 놀러 왔어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군요. 저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름 방학에는 베를린의 친구 집에 머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그녀가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미안한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날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제가 독일어를 거의 할 줄 몰라서요.” 그러자 그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하였다. “아니에요. 저도 아직 독일어에 능숙하지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나섰던 겁니다.” 그녀가 다시 무슨 생각에 잠긴 듯이 말없이 걸었다. 그도 그녀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추며 조금 천천히 걸었다. 그녀가 다시 그에게 얼굴을 돌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는 2주 정도 베를린에 머물 예정인데,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세요?” 그도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잠깐 사이에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저는 8월 말까지 앞으로 3주 정도 더 머물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베를린은 많이 둘러보셨어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직 많이 둘러보지 못했어요.” 그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방학 때마다 베를린에 오지만, 아르바이트로 안내하는 곳만 둘러보았어요. 국립박물관이나 베를린 성벽 정도...” 그녀가 되물었다. “아르바이트를 일주일에 며칠간 하세요? 매일 하시는 것은 아니시죠?” “주 중에는 화, 목 이틀하고 주말에는 토요일 하루 총 3일을 아르바이트합니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에는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전공 공부를 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갑니다.” 그의 대답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그는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 예, 기독교인이신가 봐요?” “예, 모태 신앙입니다. 그동안 잘 다니지 못하다가 독일에 와서는 자주 나가게 되었어요. 교회에 가면 교민들을 많이 뵐 수 있거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덧 카페테리아에 도착하였다. “다 왔네요. 이곳입니다.” 그가 말하면서 그녀가 먼저 들어가도록 문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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