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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신천지는 조심하고
작성일 : 19-09-19 02:20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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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윤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무슨 신종 사이비 모집 방법인가?

 제자라니, 너무나 구시대적으로 느껴지는 단어였다.

 그렇게 말하면 예비 신도들이 좀 더 잘 걸려드나?

 차라리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으면 그 사람의 안구 상태를 의심하는 것 이상의 의혹은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멘트가 활어 수준으로 신선한 나머지, 공윤은 성대하게 낚인 채 파닥거리는 생선이 된 기분이었다.

 사람 착각하게시리, 왜 그렇게 수줍게 말하는 거야?

 “부탁드려요......”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보며 속삭였다. 그 얼굴은 지나칠 정도로 순결해보였다.

 아, 저주받을 외모지상주의.

 “제자가 되라는 게 무슨 소리죠?”

 공윤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 이상 신선한 대답이 나오면 당장 도망친 다음 뇌에 새겨놓은 얼굴 데생이나 하기로 결심하면서.

 남자는 신중하게 대답을 고르는 것 같았다.

 “음...... 일종의 봉사 같은 일을 하는 건데, 누굴 돌봐주는 일이에요. 돕는 거랄까.”

 공윤은 생긋 웃었다.

 “싫어요. 안 할래요. 안녕히 가세요.”

 “자, 잠깐만요.”

 몸을 돌린 공윤이 막 세 걸음 째 내딛으려는 순간 주변이 홱 돌았다.

 마치 누가 그녀 주변의 공간을 잡아서 빙글 돌린 것 같았다. 아니면 그녀 혼자 돌았던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다시 남자를 보고 있었다. 어지러워진 공윤이 비틀거리자 남자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미안해요. 그렇게 세게 하려던 건 아닌데...... 잠깐만 들어줘요, 제발.”

 이게 무슨......

 “저 안할 거라니까요?”

 공윤은 잠깐 멍해졌지만 심신을 가다듬으며 쏘아붙였다.

 “끝까지 듣지도 않았잖아요.”

 “봉사라면서요? 돈 안 주잖아요. 전 자원봉사 싫어해요.”

 “그......”

 순간 남자는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대신 그 얼굴이 너무나 호소력 짙었다. 그녀의 심장 펌핑을 세 배속으로 만들고 그녀를 천하의 나쁜 놈으로 만드는 표정이었다.

 공윤은 빨라지는 신진대사에 극심한 허기를 느끼면서 돌아섰다. 아, 배고파.

 “그럼 돈 드릴게요.”

 남자가 절박하게 외쳤다.

 돈?

 내가 돈을 주는 게 아니고, 돈을 받는다고?

 순간 공윤의 귀가 커지고 그녀의 동공에 신사임당의 우아한 자태가 비치는 것 같았다.

 “마저 들어보죠, 사장님.”

 공윤은 환하게 웃으며 남자에게 바짝 다가섰다.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45도 기울기로 끌어올린 입술의 모양새는 이미 훌륭한 비즈니스맨의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우디르 싸다구를 후려치는 공윤의 태세전환 속도에 남자도 같이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잠깐 얼이 빠졌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백만 송이 푸른 장미꽃이 만개할 것 같은 미소에 공윤은 손으로 차양을 드리우며 함께 웃었다.

 “제가 돈을 드리면 하실 거예요?”

 “아름다운 시급과 공평무사한 계약조건 아래 완전무결한 계약서 작성 후에는, 기꺼이.”

 개가 불만스레 짖었지만 공윤은 개소리를 무시했다. 그녀의 영혼은 이미 자본주의의 그것과 동일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드디어 돈이 들어올 구석이 생겼는데 개 따위가 날 막을쏘냐. 공윤이 허기도 잊고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 공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다가 허리춤까지 시선을 내려야했다.

 “서리?”

 더러운 솜사탕 같은 아이가 그녀의 옷을 꼭 잡고 서있었다. 머리가 덥수룩해서 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아이를 본 개가 으르렁거렸다. 저놈의 개는 아무한테나 짖는구만. 공윤은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며 불만스레 개를 봤다.

 “서리가 겁먹잖아요.”

 남자는 개를 제지하는 대신 공윤이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봤다.

 “이름을 지어줬어요?”

 “어, 네. 아무리 물어봐도 이름을 말 안 해줘서...... 계속 야라고 하기도 그렇고. 서리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한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라도 뿜으라는 의지로 지은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막 지었나 싶었다. 그때 술에 좀 취해있기는 했지만.

 남자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서리는 몸서리를 치더니 그녀에게 좀 더 달라붙었다. 남자의 눈이 좀 무섭게 번쩍거리는 것 같긴 했다. 해가 져서 반사광도 없는데 왜 저렇게 또렷하지?

 “좋아해요.”

 “네?”

 “당신이 지어준 이름. 이 애는 이제 서리예요.”

 남자는 천천히 걸어왔다. 서리는 금방이라도 도망갈 것처럼 등을 잔뜩 구부렸다. 무슨, 괭이 새끼가 하악질하는 것도 아니고.

 공윤은 애가 갑자기 횡단보도 쪽으로 튀어나가기라도 할까 불안해져서 손을 꼭 쥐었다. 안심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서리가 그녀를 보더니 몸에 힘을 풀었다. 야, 그러면 내가 대신 긴장해야 될 것 같잖아.

 이윽고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서리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었다. 그가 부드럽게 웃자 눈 밑의 애교살이 더욱 도톰해졌다.

 “나도 서리라고 불러도 될까?”

 순간 공윤은 그가 천사나 여우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천사와 여우가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든가. 서리마저도 경계가 약해진 것 같았다. 그의 웃음은 너무 자애로웠다. 내면의 가장 약한 본능을 건드리는 미소였다. 남자의 손이 천천히 다가왔다.

 서리는 망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다.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어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공윤은 흐뭇해져서 박수를 치려다가, 그만 주저앉았다.

 “왜 그래요?”

 남자가 화들짝 놀라 성큼 다가왔다. 공윤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

 “배...?”

 “배고파요.”

 “......”

 
작가의 말
 

 눈 마주치기가 좀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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