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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24. 겨울을 맞이하는 밤 (4)
작성일 : 19-10-31 18:32     조회 : 412     추천 : 0     분량 : 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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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랑이 음식을 사들고 오기 몇분 전.

 

  잭은 문 열리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블랑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잭은 몸을 일으켜세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보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 하였다.

 

  자신을 간호해주던 블랑이 없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아마 잠시 어딘가 갔다 온 모양이었다. 잭은 블랑을 반겨주기 위해 방 밖으로 나섰다.

 

  "다녀왔어? 블라─"

 

  하지만 블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을 터이다. 어쩌면 잘못 들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귀에 꽂힌 소리가 거짓일 리는 없다.

 

  "이상하─ 으에엥취!"

 

  이상한 기침소리를 내며 잭은 흐르는 콧물을 탁상 위에 놓여있는 휴지로 닦아냈다. 확실히 기운이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무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잭은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땀으로 축축해진 침대의 이불 위에 걸터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거실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번에야말로 블랑이 왔겠거니 하고 거실로 나가 돌아온 블랑을 반겨주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블랑이 있었다.

 

  "움직여도 괜찮겠어?"

  "응. 아까보다 훨씬 나아. 물론 무리하면 안되겠지만 좀 답답해서."

  "그래그래. 배고프지? 자, 먹을거 사왔어. 같이 먹자."

 

 

 ※ ※ ※

 

 

  축제 4일 째. 어느새 축제 기간의 절반에 근접했다.

 

  3일 째는 잭의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쉬게 되었었다. 넷째 날이 되자 잭은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한 상태로 돌아왔다.

 

  뭔가 오랜만에 나온 듯한 거리에 잭은 어쩐지 감회가 조금 새로웠다. 하지만 첫째 날 보았던 거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블랑. 좀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휴즈의 마피아 녀석들이야. 열차 사건의 범인도 이 축제에 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조직원들을 풀어놓은 것 같아."

 

  잭은 표정을 한껏 찡그렸다. 축제에 들어온 이물질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즐기기 위해 이 도시에 온 사람들은 마피아 일원들의 위협적인 몸집에 겁을 먹고 있었다.

 

  살짝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피아를 내쫓기 위해 살인귀의 가면을 쓰자니, 그렇게 되면 겨울을 맞이하기 위한 이 축제가 피의 축제로 변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양이다.

 

  "안 그래도 저 놈들 때문에『 레오나르도 』가 나섰었어."

  "레오나르도라면……. 문 라이트의 귀족이잖아."

 

  레오나르도 브리지. 문 라이트에 살고있는 귀족이다. 그 또한 투기장 사건에 엮여있는 사람이며 언젠가 잭과 블랑에게 타겟이 될 사람이기도 하다.

 

  투기장에 참여한 이상 평민을 그저 오락도구로 보는 사람주제에 축제의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것이 꽤나 의외였다.

 

  "일단 휴즈와 레오나르도는 투기장덕분에 서로 아는 사이일테니까."

  "그치만 아직도 마피아들이 이렇게 돌아다닌다는 것은 이야기가 잘 풀리지는 않았나보네."

 

  블랑은 고개를 끄덕여 잭의 말에 긍정했다. 서로 아는 사이일 뿐이지 친분이 그리 두텁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레오나르도가 직접 휴즈에게 마피아 일원들을 도시에서 내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렇다면 열차 사건의 범인을 내 앞으로 데려와."라는 요구를 들어주기 힘든 대답이었다.

 

  "시니그바 그 남자는 자신있게 말 하더니 결국 뭐한거람."

  "시니그바?"

 

  잭이 궁금해하자 블랑은 이전에 거리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블랑에게 시비를 걸었던 마피아 일원들에게 괴멸당하고 싶냐며 패기있게 말했으면서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 그건 말이죠. '승인'이 없으면 그 녀석들은 건들수가 없거든요."

 

  느닷없이 뒷쪽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와 잭과 블랑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시니그바가 서 있었다. 그는 해맑은 얼굴로 스스럼없이 블랑쪽으로 다가갔다.

 

  갑작스럽게 접근하는 그를 경계하듯, 잭이 블랑 앞쪽에 섰다. 그 모습을 본 시니그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 자리에 멈춰서고는 양손을 들어올렸다.

 

  "워, 워. '당신 여자'를 노릴 생각은 없다고요. 저도 애인이 있는 몸이니까."

  "당신 여자……."

 

  시니그바의 말에 잭이 얼굴을 살짝 아래로 떨구었다. 감기 기운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 것일까. 얼굴이 살짝 붉어져있었다.

 

  잭의 뒷쪽에 있던 블랑이 고개만 갸웃해서 잭 너머에 있는 시니그바를 보았다.

 

  "또 보네요. 어제 제가 가고나서 맞기라도 하셨나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잖아요."

  "이야아~. 아까도 말했지만, 승인이 없어서 그랬다니까요. 뭐 심하게 맞은것도 아니고."

  "승인?"

 

  고개를 떨구고 있던 잭이 곧바로 고개를 들어올려 시니그바에게 되물었다. 그가 말한 '승인'이라는 것이 궁금한 듯 했지만 시니그바는 능청스러운 태도를 하며 그에 대한 대답을 거부하였다.

 

  시니그바는 앞쪽에 있는 마피아 일원을 흘긋 쳐다보며 말했다.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이 도시에 있는 마피아 녀석들을 몰아낼 수 있어요. 아마 오늘 내일쯤이면 승인이 떨어질테니 좀만 기다리시라고요."

 

  그렇게 말하고는 제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뭐하는 사람일까."

  "글쎄……."

 

 

 ※ ※ ※

 

 

  "골치아프구만."

 

  거대한 원탁 앞에 앉아있는 한 사람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중얼거렸다. 원탁의 라인을 따라 총 여덟명의 사람이 앉아있었다.

 

  밤하늘색의 머리를 가진 인물이 한숨을 푹 내쉰 후 고개를 들어올려 원탁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들은 문 라이트의 귀족들 중, 도시를 관리하는 임원들이었다. 그리고 그 귀족들 중 중심에 앉아있는 인물. 이 인물이 문 라이트의 영주인 대귀족, 『 브라이트 루나 』이다.

 

  루나 가문은 오래전부터 왕가에게 인정받아 달빛의 도시 문 라이트를 하사받고 이 지역을 다스리기 시작한 힘 있는 가문이다.

 

  엘렌 또한 대귀족이었지만 둘이 가진 힘은 차원이 다르다. 또한 루나 가문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있었고 지역을 관리하는데에 있어도 오점 하나 없었다.

 

  "골리앗이 암살되었을 때도 골머리를 앓았거늘. 이번에는 마피아놈들이 말썽이야."

 

  브라이트는 공허한 눈으로 정면을 보았다. 한 임원이 손을 들어올려 질문을 허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브라이트는 손만 살짝 들어올려 허가의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이쯤되면 슬슬 마피아를 공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말이 안됩니다. 마피아가 다른 조직의 성장을 막는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거대한 범죄조직을 방치해놓는다니요."

  "안그래도 오래전부터 여럿 대귀족이 프레드릭 마그나렉스님에게 건의는 했다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이었어."

  "그런 말도안되는……."

 

  질문을 한 임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였다. 다른 임원들, 심지어 브라이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왕국 최대의 범죄조직이 도시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왕의 명령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원탁에 둘러앉아 고민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가 회의장의 문을 두들겼다. 브라이트는 엄중한 목소리로 들어오라고 말하였다.

 

  문이 열리자 베이지색의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들어왔다. 임원들은 누구인지 몰라보는 눈치였지만 브라이트만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 마리 에나? 전하의 비서가 여기에는 무슨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아무런 소식 없이 이 도시에 왔지?"

 

  전하의 비서라는 칭호에 임원들도 브라이트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모르셔도 됩니다. 저는 왕의 말씀을 전하러 온 것이니까요."

  "전하의 말씀이라니?"

 

  마리는 안경을 고쳐올린 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넘겼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문 라이트에 들어온 마피아를 공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축제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통제해주시길 바랍니다."

  "──뭐?!"

 

  마리를 제외한 회의장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소리를 질렀다. 방금 전에 왕이 마피아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가 오갔었는데 갑자기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마피아를 공격한다. 지금까지 내세워왔던 왕의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내용에 브라이트는 생각을 열심히 정리하고있었다. 무언가 더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리는 "그럼."하고 몸을 살짝 숙여 간단하게 인사한 뒤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브라이트가 마리의 이름을 불러 그녀를 멈춰세웠다.

 

  "무슨일이시죠?"

  "갑, 갑자기 마피아를 공격한다니. 전하께서 그러지 않았나. 마피아는 다른 범죄조직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일부러 남겨두고 있는거라고."

  "아, 네. 확실히 그러셨죠.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시네요. 그 녀석들이 프레드릭 마그나렉스님의 소유물을 건드렸거든요."

  "소유물……? 설마,『 로얄 가드 』를 말하는건가?"

 

  마리는 다시 안경을 고쳐올렸다. 그리고는 회의장 바깥으로 걸어가며 마지막 한마디를 하였다.

 

  "마피아를 공격하는 것은 내일. 걸리는 시간은 30분 안으로. 공격하는 건 로얄 가드 일원이 할테니, 브라이트 루나님은 도시의 인원들을 대피시켜주시길."

 

  그리고는 회의장의 문이 굳게 닫혔다. 남은 것은 빠르게 진행된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채 멍하니 서있는 임원들과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의 브라이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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