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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20. 레 미제라블 (7)
작성일 : 19-10-27 09:01     조회 : 396     추천 : 0     분량 : 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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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르튼에서 일어났던 혁명의 소식은 곧바로 왕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귀족에게 반역을 일으킨 평민들이라는 타이틀은 기자들에게 있어 매우 재미있는 소재였다. 심지어 그 반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이정도면 말 다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왕국에서도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동안 가혹한 환경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을 지금보다 훨씬 편한 환경으로 개선시켜주겠다며 못을 박아버렸다. 그 결과, 도르튼의 귀족들은 많은 힘을 잃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왕국 산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수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사라져버리면, 왕국의 발전은 중지되어버릴테고, 그렇게 되면 주변 국가에게 위협을 받게 된다.

 

  이 내용을 담은 신문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귀족들에게 이길 수 있는 길이 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많은 귀족들이 이렇게되면 왕국의 귀족사회가 크게 뒤집힐거라며 왕국에게 의견을 냈으나, 그 의견들을 '왕'은 모두 묵살해버렸다.

 

 

 ※ ※ ※

 

 

  지금까지 보아왔던 저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움을 가진 복도.

 

  고급스러운 카펫과 그림들 그리고 휘황찬란한 온갖 보석들이 복도를 꾸미고 있었다.

 

  이곳은【 왕국 바셀리오 】의 수도인【 킹덤 센트럴 】의 중심에 위치해있는 왕궁.

 

  베이지색의 단발머리에 지적인 외모를 하고있는 한 여성이 궁전의 복도를 홀로 걷고있었다. 손에는 종이들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보였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황금빛의 문. 그녀는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왕이시여,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잠시 후, 문 안쪽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허가가 떨어지자, 그녀는 자신의 몇배는 되는 문을 한손으로 가볍게 열었다.

 

  그곳은 아주 넓은 홀이었다. 위쪽에는 샹들리에가 달려있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천장이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 건물 안에서도 하늘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홀의 끝쪽에는 계단이있었고, 그 계단의 끝에는 여러 장식이 되어있는 황금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 앉아있는 한 사람. 바셀리오의 왕,『 프레드릭 마그나렉스 10세 』이다.

 

  마그나렉스 가문은 바셀리오가 건국됐을 때부터 이 왕국을 다스려온 가문이다. 몇백년이 흐른 지금도 마그나렉스 가문이 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황금색머리칼에 매서워보이는 눈매, 그리고 적안. 역대 마그나렉스 가문 사람들의 특징이다. 프레드릭 마그나렉스 또한 그 가문임을 증명하듯 그 특징들을 가지고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 마치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저 아래에서 걸어오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계단 앞에 멈춰서더니 무릎을 꿇고 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마리 에나. 왕을 뵙습니다."

  "그래, 고개를 들어라."

 

  프레드릭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리는 고개를 들더니 자세를 바로했다. 프레드릭은 마리의 손에 들려있는 두꺼운 종이다발을 보고 질려하는 듯한 눈빛을 하였다.

 

  "또 한다발이군."

  "그렇습니다. 요즘들어 귀족들이 최근 프레드릭 마그나렉스님의 의견에 반발이 심합니다."

 

  그녀는 비어있는 한 손으로 자신의 안경을 들어올리며 종이다발을 흔들었다.

 

  "모두 읽어드립니까?"

  "됐다, 됐어. 보나마나 또 똑같은 내용이겠지. 질린다니까, 정말."

  "어쩔 수 없겠지요. 프레드릭 마그나렉스님의 결정은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귀족사회를 부정하는 것이니까요."

 

  왕의 의자 옆에 조용히 서있던, 제복을 입고있는 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검은색의 긴 생머리가 살짝 찰랑거렸다.

 

  그녀의 제복 왼쪽 윗부분에는 방패와 그 위에 두개의 검이 교차하고있는 문양이 있었는데 이것은 왕실을 수호하는 기사단임을 증명하는 심벌이었다.

 

  왕실 수호 기사단, 로얄 가드. 그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괴물집단이다. 인간을 초월한 신체능력을 가진 자, 위협적인 이능력을 가진 자들이 모인 곳. 그런 자들이 왕실을 수호하기 위해 한 곳에 모인 것이다.

 

  그 괴물들 중에서, 왕의 옆에 서있는 이 여자는 왕국 최고의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 유리아 』다.

 

  "나야말로 어쩔 수 없었다고. 이번 일은 완전히 허점을 찔렸어. 도르튼의 노동자들이 없어진다면 일은 대체 누가하지?"

  "그치만 귀족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죠. 그들은 귀족과 평민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이 두려운 겁니다."

 

  유리아가 뒷짐을 진 자세로 말하였다. 프레드릭은 다리를 꼬고 무릎쪽에 양손을 올렸다. 거만한 자세이지만, 그의 신분과 우월한 신체비율 덕분에 거만하다는 느낌이 싹 사라져있었다.

 

  "그 이야기를 계속하면 또 저번처럼 밤을 새게 될거다. 내가 원하는 내용은──"

 

  프레드릭은 말을 잠시 끊으며 마리를 보았다. 마리는 왕 앞인데도 불구하고 실례라고 생각할 정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겁니까?"

  "그래. 혁명을 선동하고 승리로 이끈, 가면을 쓰고있다던 두 명의 인물."

 

  신문 기사가 뿌려지기도 전에 프레드릭에게 혁명에 관한 정보가 들어왔었는데, 프레드릭은 혁명보다도 도르튼에 나타났다던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의 가면을 쓴 인물에게 관심을 보였었다.

 

  마리는 서류를 넘기며 내용들을 대충 훑었다.

 

  "그들에 관한 정보는 이번에도 전혀 없습니다."

  "아쉬운걸. ……이렇게 큰 일을 저질러놓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다니. 뭐 하는 녀석들이려나."

  "그들은 왕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법자들입니다. 저번부터 그들에 대해 왜 그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는겁니까?"

 

  유리아가 말하자 프레드릭은 고개만 옆으로 돌린 후, 유리아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재미있잖아. 지금까지 아무도 못해왔던 이 세상에 대한 반역. 그 하룻강아지 녀석들을 꼭 내 밑으로 데려오고 싶단 말이지."

 

  그는 얼굴에 가학적인 미소를 띠었다. 오직 그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측근들만이 볼 수 있는 왕의 진짜 얼굴이다. 프레드릭은 가면을 쓰고있던 두 명의 인물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언젠가, 꼭 보고싶군."

 

 

 ※ ※ ※

 

 

  혁명이 끝난 뒤, 문 라이트는 도르튼에서의 이야기로 꽤나 떠들썩해져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의 시작으로 도르튼을 먼저 입에 올릴 정도였다.

 

  신문지는 최근 몇 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 신문의 첫페이지에는 도르튼의 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었고, 그 뒷 페이지에는 혁명을 주도했던 의문의 두 남녀에 대해 적혀있었다.

 

  카페, 플래버에 앉아있는 손님들도 죄다 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잭은 묵묵히 컵을 닦으며 무심한 척 하고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전에 요하네 아람을 암살했을 때에는 사람들의 의견이 요하네 아람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혁명의 성공에 대해 기쁨을, 패배한 귀족들에 대해 통쾌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조용히 커피를 홀짝이며 신문 기사를 읽고있었다. 지난번에 찾아왔던 흰색 머리에 안경을 쓴 차가운 인상의 남자였다.

 

  잭은 그를 처음 보았을 때를 잊지 못했다.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점장이 읽고있던 신문을 가로채 자신이 읽던 그 첫 등장은 잭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번에도 점장이 읽고있던 신문을 들어올리더니 뻔뻔스럽게 잭의 앞쪽에 앉아서 그 신문을 읽고있는 중이었다. 점장은 벙쪄있는 얼굴로 있다가 잠시 받으러 갈 물건이 생각났다며 잭에게 카페를 맡기고 밖으로 나갔다.

 

  "재밌네."

 

  그가 카페에 들어온 뒤에 첫 마디가 잭의 귀에 꽂혔다. 잭은 무심코 눈만 살짝 올려서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 또한 희미하게 웃음지어 보이며 눈으로는 잭을 보고있었다.

 

  "요즘 세상이 빠르게 돌아간다고 생각돼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느닷없이 건넨 말에 잭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너무하네."라고 한 마디 하였다.

 

  "보기보다 재미가 없는 사람이시네요. 얘기좀 받아줘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잭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까딱여 얘기를 해보라는 듯한 제스처를 하였다.

 

  "마그나렉스 가문이 왕국을 세우고, 통치하기 시작한지 몇백년이 지났죠. 그 몇백년동안 왕국은 쭉 귀족사회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 생긴거예요."

 

  신문을 한 장 옆으로 넘기며 말을 이어나간다.

 

  "이 두 사람 때문이죠. 갑자기 나타나 혁명을 주도하고 승리로 이끈 가면을 쓴 두 남녀. 이들이 일으킨 혁명은 왕국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어요. 일직선으로 이어져온 왕국의 역사에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니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는걸요."

 

  잭은 관심없다는 투로 그에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태도조차 아까전의 대답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는지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귀족은 무조건 평민 위에 있는 존재, 라고 교육받아왔던 사람들의 반역. 이것은 확실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몇백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오히려 바뀔 때가 온거겠지요."

 

  잭은 닦고있던 커피를 내려놓고 그를 마주보았다. 남자의 눈이 살짝 반짝인 것은 기분탓이라 생각하며 잭은 입을 열어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귀족사회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너무 쓸데없는 곳에서 인간의 계급이 나뉘어있어요. 이제와서야 잘못된 역사를 고치고, 올바른 미래를 개척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일리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그 생각은 그저 그대로 머무를 뿐이죠. 모든 결정은 윗선에서 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라. 왜 그렇게 생각하죠? 혁명으로 많은 것을 바꾸지 않았나요? 당신도 말했잖아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물론 그렇게 말했죠. 하지만 그것 또한 왕의 선택 덕분이었습니다. 왕이 귀족들의 손을 들어주고 강압적으로 나왔으면 혁명은 자연스럽게 실패로 돌아가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겠지요."

 

  그들의 이야기에 살짝 불이 붙었다. 주변에는 아직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있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잭과 남자의 입장에서는 이 조그마한 가게에 둘만 없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남자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신문을 곱게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은 자유롭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과 이 사회에 묶여있는데, 당신은 그 목줄에서 벗어나있어요."

  "하고싶은 말이 대체 뭐예요?"

  "없어요. 그저 당신과 이 이야기에 대해 의견을 조금 주고받고 싶을 뿐이었어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걸이에 걸어놓았던 코트를 챙겨 입었다. 잭은 마지막이지만 단순하고,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손님, 이름이 뭐죠? 뭐하시는 분이에요?"

 

  코트를 입고, 정리하던 그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잭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베네딕트. 그냥, 잠시 이곳저곳 떠도는 사람이죠."

  "베네딕트……."

 

  베네딕트는 가게 문 손잡이를 잡고 나가며 한쪽 손으로는 손을 흔들거리며 잭에게 인사를 하였다. 잭은 무시하듯 고개를 돌렸지만 그런 반응도 베네딕트는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오늘 재밌었어요. 며칠 뒤에 축제가 열린다던데. 다음엔 그때 보길 바랄게요."

  "예에. 조심히 들어가세요."

 

  베네딕트를 코트를 펄럭이며 가게를 나섰다. 잭은 다시 컵을 닦으며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새로운 키워드에 집중했다.

 

  ──축제. 문 라이트에서는 가을이 끝나기 직전, 겨울맞이 밤축제를 며칠동안 진행한다. 최근 도르튼의 일 때문에 축제날이 코앞까지 왔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잭은 살짝 웃음을 지으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날 블랑은 뭘 하려나."

 

 

 §

 

 

 레 미제라블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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