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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5. 엘렌의 정원 (2)
작성일 : 19-09-12 19:28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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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이 되고, 문 라이트의 거리가 환하게 빛난다.

 

  하지만 도시의 모든 거리가 밝게 빛나는 것만은 아니다. 문 라이트에는 일부 빛이 들지 않는 장소가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뒷골목'이라는 곳이 있다.

 

  도시의 외곽쪽이라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이 뒷골목에는 사회에서 패배하고 나가떨어진 이른바 '패배자'들이 사는 곳이다.

 

  잭과 블랑은 절묘하게 생긴 어둠속에 몸을 숨겨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뒷골목으로 향하였다. 가면은 쓰지 않았지만 옷은 그들이 살인귀 역할을 행할때 입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이 집에서 나선지 한 30분이 지났을까, 어느새 도시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외곽쪽, '뒷골목'의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에 도달하였다.

 

  뒷골목으로 들어가자 초라한 옷을 걸치고 있는 패배자들이 갑자기 들어온 두 사람에게 집중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더니 순식간에 관심이 사라졌는지 곧바로 고개를 돌린다. 블랑은 그런 그들을 보더니 못마땅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쯤 봤으면 좀 친해질 법 할텐데…… 정 없는 녀석들."

  "너무 그러지 마, 블랑."

  "예에~."

 

  달빛이 들지 않아 길이 매우 어두울텐데, 잭과 블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뒷골목을 걸어나아갔다. 그럴만도 한것이, 그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경우는 꽤나 많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거의 다 무너져가는, 폐가라고 부르는게 알맞을듯한 집 앞이었다. 잭이 문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문을 세번 두들겼다. 그렇지만 집 안에서 별 다른 반응이 없자 잭은 고개를 갸웃했다.

 

  "또 이러네…. 죽었나?"

  "……그럴리가."

 

  짧게 대답한 블랑이 앞으로 나서자 잭이 옆으로 비켜섰다. 문 앞에 선 블랑은 문을 두들기지 않고 문쪽에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길버트. 개같은 짓 그만하고 문 열어. 안 그러면……"

 

  그러자 집 안에서 우당탕탕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허겁지겁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벌컥 문이 열리자 괴상한 얼굴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 헤헤. 블랑도 있었구나. 진작 말하지."

  "……잭이 혼자서 여기 올 때마다 늦는 이유가 있었구나."

 

  블랑이 팔짱을 낀 채 남자, '길버트'를 노려보자 길버트가 크게 몸을 움찔했다. 어설프게나마 웃음을 지어 블랑의 화를 풀어보려 하였으나 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로는 오히려 역효과이다.

 

  길버트. 문 라이트의 뒷골목에서 살고있는 '정보상인'이다. 블랑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이고, 잭은 블랑과 함께 문 라이트에 정착했을 때 처음 본 사이라 블랑에 비하면 얼마 되지는 않은 편이다.

 

  조그마한 몸뚱이, 가위로 대충대충 잘라낸 머리, 얼굴에는 주근깨가 많이 나있고 반쯤 뜬 눈, 쓸데없이 큰 코가 어우러지자 괴상한 얼굴이 완성되어버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블랑은 왔다간지 얼마 안됐잖아?"

 

  길버트의 물음에 블랑은 답으로 주머니에서 여러장의 종이를 꺼내서 길버트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건네받은 길버트는 종이에 쓰여있는 글을 살펴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 뭐야, 이거."

  "보면 몰라? 너가 말했던 '명단'이야."

  "──?!"

 

  블랑의 말에 눈을 더 크게 뜬 길버트는 간신히 표정을 다잡더니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잭과 블랑을 보았다.

 

  "나한테서 정보를 받아간지 3일도 안 됐는데 벌써 명단을 가져오다니. 참….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고."

 

  길버트가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잭과 블랑은 서로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길버트의 뒤를 따라 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괴상한 냄새가 그들의 코를 찔렀다. 잭은 평소의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손가락을 코쪽에 갖다대었다. 블랑도 마찬가지로 집게손가락을 만들어 코를 눌러주었다.

 

  길버트의 집 안은 상당히 더러웠다. 여러 그릇들과 종이, 옷들이 바닥에 내팽겨 쳐져 있었다. 길버트는 구석에 있는 종이뭉텅이를 뒤지고있었다. 잭과 블랑은 멀리서 길버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찾았다."

 

  작게 중얼거린 길버트가 종이뭉텅이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들더니 잭과 블랑쪽으로 다가갔다. 길버트는 종이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자, 너희가 원하는 정보는 이거겠지."

 

  종이를 건네받은 잭은 블랑이 잘 볼 수 있게 종이를 들고는 거기에 있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마치 지도같은 느낌이었는데, 길과 집 표시가 대충대충 그려져있어서 살짝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종이를 본 블랑이 눈을 게슴츠레 뜬 채 길버트를 노려보았다.

 

  "뭔데 이게?"

  "투기장의 위치야. 뭐, 그림은 그렇게 그려져있긴 하지만…… 막상 직접 찾아가보면 바로 찾아낼 수 있을거야."

  "……이딴걸로?"

  "너무한걸. 열심히 그린건데."

 

  길버트는 탁상에 놓여있는 컵을 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이상한 음료를 한 모금 들이켜마셨다.

 

  "투기장은 '포트리아'에 있어. 뭐, 문 라이트와는 별로 멀지 않으니 금방 갈 수 있겠지."

 

  '포트리아'.

 

  문 라이트 근처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도시이다. 무역, 입출국을 관리하고있는 이 도시에는 꽤나 많은 귀족들이 살고있다.

 

  "오케이. 정보 고마워. 그럼 수고해."

 

  위치를 파악한 잭과 블랑은 길버트에게 간단한 인사를 한 채 냄새나는 집을 나섰다. 뒷골목도 냄새라던지 공기가 딱히 좋은 편은 아니지만 길버트의 집에 비하니 차라리 이곳이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작업장을 부셔놨으니 아직 투기장까지 그 정보가 전해지지는 않았겠지."

  "……이번에도 블랑 혼자 갈 생각이야?"

  "응?"

 

  자신의 옆에서 걷고있었을 잭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잭이 마치 강아지같은 눈빛으로 블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애절해보이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왜. 또 걱정 돼?"

  "당연하지. 거기에는 경호원들도 있을테고, 마약이 투여된 사람이 블랑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최악의 경우 기사단이 있을수도……"

  "에이. 아무리 그렇다해도 기사단이 거기에 있지는 않겠지."

 

  잠시 생각에 잠긴 블랑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잭을 한 번 더 보았다. 이제는 안절부절 못해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고있었다. 그 모습을 본 블랑이 피식 웃었다.

 

  "글쎄. 어떻게 할까……"

  "나도 같이─"

  "그래. 같이 가자."

 

  블랑의 말에 잭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평소 차가운 표정과 눈을 달고다니는 잭이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나 할 정도의 표정변화였다.

 

  잭은 총총 뛰어 블랑의 옆에 나란히 서 함께 문 라이트의 뒷골목을 천천히 걸어갔다.

 

 

 * * *

 

 

  ──하루가 거의 다 끝나가는데도 항구쪽에서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와 함께 파도가 치는 소리, 여러 물건이 들어있는 거대한 나무상자를 내려놓는 소리, 배가 출발하는 소리 등등 여러 소리가 어우러져있었다.

 

  이곳이 이 나라 최고의 항구도시, '포트리아'.

 

  "오늘도 사람이 붐비는군."

 

  마차 안에 달려있는 조그마한 커텐을 살짝 제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던 한 귀족이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마부도 호기심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항구를 보았다.

 

  뚱뚱한 체격의 귀족은 커텐을 닫아 정면을 보았다. 여러대의 마차가 정신없이 도로를 오가고있었다. 귀족의 마차는 도로를 느릿느릿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 속도에 싫증이 난 귀족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마차를 노려보았다.

 

  "끄응. 너무 느리잖아."

  "어쩔 수 없지요. 이 시간대에는 항상 이러니까요."

 

  귀족의 혼잣말에 마부가 대답했다. 그 대답에 귀족은 혼자 뭐라 궁시렁댔지만 마부는 아랑곳않고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행하였다. 그들의 목적지는──

 

  "그래도 곧 있으면 도착하겠군. '투기장'에 말이야."

 

  그 말에 귀족의 옆에 앉아있던 덩치 큰 한 남성이 한순간 몸을 떨었다.

 

  "이번에는 덩치 좋은 녀석을 사왔으니깐 말이야. 기대되는군. 흐흐…."

 

  음흉한 웃음을 짓는 귀족과는 반대되게 옆의 남성은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떨리는 몸에 맞추어 그의 목쪽에서 금속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목에 걸려있는 그것은, 자신이 노예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인식표였다.

 

  이 남자는 알고있다. 오늘 자신이 어떠한 약을 맞고나서 몇시간동안 고통도 잊은 채 미친듯이 싸우게 될 것이란 것을.

 

  "다 왔습니다, 주인님."

  "오오."

 

  마차가 경로를 꺾더니 거대한 저택의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저택은 포트리아 내에서도 손꼽히는 귀족의 저택이다.

 

  입구에 서있는 경비병이 마차를 보더니 손을 뻗어 움직임을 통제하였다. 마부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경비병에게 보여주었다. 경비병은 종이를 받아 내용을 슥 훑어보고는 곱게 접어 마부에게 돌려주고는 가볍게 경례를 하였다.

 

  저택의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대의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 마차를 세우자 뚱뚱한 귀족이 배를 출렁거리며 마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자신의 노예가 바로 내리지 않자 귀족은 마부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명령을 받은 마부가 귀족이 내린 반대편쪽의 문을 열어 아직 내리지 않은 노예를 끌어내렸다. 그의 얼굴은 좀 전보다 훨씬 더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뭐하는거야. 나를 기다리게 할 셈이냐?"

  "아, 아…, 아닙니…."

  "아니라면 빨리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마음같아서는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주고 싶었지만 괜히 노예의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앞으로 할 일에 지장을 줄까봐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였다. 혀를 한 번 차고는 저택 안으로 이동하였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더욱 웅장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파티장같이 꾸며져있는 저택의 내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전부 고급스러운 양복차림을 하고있었으며 그 옆에는 노예 목걸이를 찬 노예들이 귀족옆에 붙어있었다.

 

  뚱뚱한 귀족은 노예들의 몸집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힘 좀 쓸거같은 녀석들이구만.'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저택의 홀 중앙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가 나타자나 모든 귀족들이 하나같이 그에게 집중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있는 이 사람은 이 저택의 주인, '웨리노 가문'의 가주인 『베일 웨리노』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군요!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외치자 귀족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환호성을 듣더니 오른손을 머리까지 들어 소리를 멈추었다.

 

  "서론은 집어 치우겠습니다. 모두들 '이것'을 기다리고 있을테지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까보다 훨씬 더 큰 환호성이 저택을 지배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투기장에서 일어나는 '선수'들의 대결, 드러그 파이트(Drug Fight)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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