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사람들이 서로를 계급으로 나누고,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것이…….
물론, 계급이 사라지면 안되겠지. 사람들을 다스리고, 통제해야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해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 이 세상은 내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걸.
상류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재산, 권력을 지키기 바쁘고하류층의 사람들을 그것의 일부라고만 생각하지. 상류층은 이 사회의 강자, 하류층은 약자. 약육강식의 환경이 이 사회에 적용되어 있다는 게 난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해.
이러한 세상을 보면서 나는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됐어. 세상을 더럽히고 병들게 하는, 쓰레기 같은 상류층들을 모두 죽여버리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잭'."
인적이 드문 조용한 뒷골목.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잭'이라고 불린 남자는 아래로 떨구고있던 시선을 천천히 위로 들어올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응시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의 단정한 머리. 검은색의 셔츠, 바지 또한 검은색의 바지를 입고있어 마치 사신 혹은 저승사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얼굴쪽에 우는 표정을 하고 있는 흰색의 가면을 쓰고있었다.
잭은 자신에게 던져진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든 채 가로등의 불빛이나 달빛이 닿지 않아 생겨난 어둠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 어둠속에서 조용하게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고 방금 전 들린 여성의 목소리가 한번 더 어두운 뒷골목을 울렸다.
"혹시, 저 남자에게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거야?"
날이 선 듯한 목소리와 함께 어둠속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흰색의 긴 트윈테일 머리에 오버핏 순백의 셔츠를 입고있었고, 바지는 짧은 바지를 입은 탓인지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우윳빛 피부의 맨 다리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 또한 잭처럼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는데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어 모든게 잭과는 정반대처럼 보였다.
다시 한 번 물음을 받은 잭은 다시 시선을 자신의 발쪽으로 떨구어, 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진 한 남성의 시체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없잖아. 그런 마음은 오래 전에 '블랑'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모두 접었어."
잭은 말을 끝낸 후, 잠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자신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역수로 쥐고있는 나이프를 잠시 쳐다보았다. 나이프의 끝쪽에는 진한 핏방울이 천천히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 이 나이프로 잭의 앞에 쓰러져있는 남성을 죽인 것이리라.
"그냥….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죽여야 이 세상이 바뀔지 궁금해졌어."
잭의 말을 들은 여자, '블랑'은 그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잭쪽으로 다가가, 잭의 말이 끝난 후에 마치 속삭이듯이 조용한 목소리로 잭의 물음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겠지. 이 세상의 규칙 하나를 바꾸는 일인데."
어느새 잭의 옆까지 도달한 블랑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계속 줄줄 흘리고 있는 시체를 가볍게 밟아 넘어가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잭. 나는 믿고있어. 언젠가 그들이 우리와 약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날이 올거라고. 우리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살인귀일 뿐이야."
말을 다 마친 블랑은 바닥의 시체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잭을 뒤로한 채 다시 빛이 들지않는 어둠속으로 걸어가며 잭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슬슬 돌아가자, 잭. 내일 새로운 타겟을 제거해야 하니까."
"……알겠어, 블랑."
─그래. 우리는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다. 너희들이 우리와 약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날이 올 때까지.
그때를 위해 우리는 피로 적셔진 왕관을 기꺼이 쓰겠다.
이것은, 세상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두 살인귀의 이야기.
【 잭 앤 블랑 Jack & Blanc 】